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59
만남 (2)
제나의 보고를 접한 마가렛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행정아카데미에 온 이유가 책이나 보면서 식견을 쌓기 위해서라는 것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본심을 숨기기 위해 장난으로 한 말인지 모르지만 성적을 올린 것도 도서관 출입증을 1등급으로 받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외모도 닮았지만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까지 그 아버지 크라인을 꼭 닮은 것 같습니다.”
“한데 저번에 듣기에 특급 용병과 싸우기 위해 수련여행을 떠났다던데 언제쯤 대결을 할 생각이라고 합니까?”
마가렛은 오히려 그 대결에 더 관심이 갔다. 특급용병에게 20살도 되지 않은 C급 용병이 책임을 묻는다고 천명한 것을 듣자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 용기에 감탄을 했었다.
“제가 얼마 전에 내린 평가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상급의 벽을 마주한 것이 아니라 이미 돌파를 한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에 와서 이미 돌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마스터의 벽을 느낀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제 그의 태도를 보면 지금이라도 대결을 하여 이길 수가 있는데 때가 아니고 절차를 지키기 위해 유보하고 있다는 태도였습니다.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스스로 한 자격정지를 해제하면 길드에 청구할 것이라 합니다.”
“그런 대결이나 결투가 합법적인 것인가요?”
마가렛은 용병길드에서 대련을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지 의문을 가졌다. 불법이라면 왕실이나 정보기관에서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일종의 불문율입니다. 기사의 결투나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종종 있어 왔고 설사 그런 대결에서 죽는 일이 벌어져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명분을 가진 자가 신청을 하면 길드에서는 승인을 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만일에 그가 승리를 한다면 그 파장은 아주 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를 영입하려는 대귀족이 적지 않을 것이고 전에 크라인으로 발생한 분란보다 몇 배나 클 것입니다.”
“대결이 끝난 후에 홀연히 그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마가렛은 대결이 벌어져서 통쾌하게 이기는 것을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수련을 하러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설사 수련을 떠나지 않더라도 번거로운 것이 싫어 잠적할 것 같았다.
“성향을 본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대귀족들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왕실에서도 관심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건 지금 당장은 급한 일이 아니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하고요, 벤틀러 공작가의 벤자민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마가렛은 제나가 대결을 막아야 한다고 요청할 것 같아 얼른 말문을 돌렸다. 그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그녀로서는 막을 이유가 없었다.
“그건 폐하께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 아닙니까? 공연히 나섰다가 자칫 앙금이라도 남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나는 매사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렇기에 마가렛과도 종종 의견이 갈려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만 구체적인 타협점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것이 빨리 정리할 수 있어요.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길어지면 다른 자들을 처리하는 것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고 후환을 남길 수가 있어요.”
“생각해 두신 것이 있습니까?”
마가렛이 의견을 묻는 경우에 대안을 이미 마련한 경우가 많았다. 대안도 없이 막연하게 의견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가를 지불해야 잘못한 사람도 마음이 편할 거예요. 그렇기에 제대로 된 대가를 받을까 해요.”
“그러면 혹시 레일로스 영지를 스타리안 영지에 합병하실 계획이십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스타리안 영지와 레일로스 영지가 인접해 있었다. 레일로스 영지의 사정이 좋지 않아 영지를 처분한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돌았고 최근에 영지를 매매했는데 그 매수자가 벤자민이었다. 스크롤 판매로 거금이 들어오자 매입을 한 것 같았다.
나중에 이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영지가 붙어 있기에 후환이 될 소지가 컸다. 그러니 아예 근원 자체를 없앨 필요도 있었다. 인접해 있지 않다면 다른 대가를 받겠지만 인접한 이상 화근은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맞아요. 제 목숨 값으로 그 정도는 받아야 제대로 된 셈을 치렀다고 봐요. 현재 벤자민이란 자가 레드 스콜피온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그 영지를 구입했는데 그것을 받았으면 해서요.”
고위 귀족들이라도 영지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계승권을 가진 자가 영지를 상속하면 나머지 아들들은 허울뿐인 작위만 받고 끝이었다. 그렇기에 벤자민은 영지를 마련하려고 비밀스러운 일에 손을 대서 돈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두 영지를 합치면 자작령 규모가 될 것인데 그로 인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역시 제나는 부작용을 걱정했다. 영지가 커지면 작위가 올라가야 했다. 그것이 자연적으로 성장을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인위적으로 커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문제가 있지만 사실 사소한 문제일 수 있어요. 굳이 그런 것까지 지금 걱정할 것은 없어요.”
마가렛은 아일라 2세의 신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조용히 사비올라에서 떠나면 되는데 지금의 스타리안 영지는 너무나 작았다. 최소한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크기는 되어야 했다.
“하긴 전대 남작부인께서 적당한 욕심은 처신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욕심을 부린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제나도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찬성을 했다. 마가렛이 현재 아일라 2세가 신임을 하기에 권력을 누리지만 나중에 배척을 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지금의 권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가 있었다. 그 때 자신의 힘과 세력이 있어야 그나마 신변의 안위를 보전할 수가 있었다.
앤드류는 우연히 들은 소식으로 인해 며칠간 잠을 설치고 있었다. 바로 사이먼이 행정아카데미에 입교하여 우수한 성적을 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쨌든 껄끄럽게 생각하는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기사인 제나와 만난 사실마저 알려졌다.
“행정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뭔가를 배우는 것을 보면 용병 생활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호른이 그 사실을 알자 그런 전망을 했다. 그는 항상 보이는 것만 생각할 줄 아는 단편적인 인물이었다.
“자기 이름과 크로이엘님의 이름을 걸었는데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요. 수련을 하다가 벽에 봉착하여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검사들이 한계에 봉착한 경우 공부를 하여 벽을 돌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깨달음도 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자가 임시로 용병자격을 정지시킨 상황이니 앞으로 2년 후쯤이면 5년의 기간이 만료가 될 것이고 딱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하면 시기를 맞출 수 있어 보입니다.”
앤드류는 사이먼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앤드류도 매일 수련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자가 아카데미에서 뭔가 배워 더 똑똑해질 것인데 그런 자를 상대해야 한다니 걱정이 아닐 수가 없소이다.”
용병들의 가장 큰 약점이 무식하다는 것인데 그런 약점이 사라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행정아카데미에 가서 공부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앤드류가 감찰을 하면서 무리한 짓을 자행한 근원에는 사이먼이나 다른 용병들이 무식하기에 위에서 적당한 구실을 붙여 처리하면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면도 컸다.
“그자가 사비올라에 와 있다면 새도우 애들에게라도 한 번 처리하라고 하면 어떤가?”
새도우는 일종의 암살조직이었다. 청부대금이 비싸지만 일처리는 믿을 만했다.
“대상자가 엑스퍼트 이상이 되면 그 대금이 엄청나게 높은 애들입니다. 더구나 행정아카데미에 틀어박혀 잘 나오지도 않는 애를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들어가서 일을 벌였다가는 그 후환은 엄청날 것입니다. 또한 왕실 정보조직이 설치는 통에 잠적한 애들인데 응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앤드류는 전에 암살조직이 나섰어도 크라인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일반인이나 처리가 가능하지 엑스퍼트가 된 검사로 혈혈단신 혼자 있는 자를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크라인은 인질이나 약점이 없기에 암살에 실패한 후 그 암살조직만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작정하고 엑스퍼트가 나서서 조직원을 공격을 하니 당시에 암살조직은 숨기 바빴다.
“이렇게 된 것 아예 용병 일을 그만두는 것은 어떤가? 차라리 어느 영지에 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을 수도 있네. 그러면 그자가 아무리 강해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호른의 말에 앤드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만일 용병의 신분을 그만둔다면 S급 용병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나마 지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우리가 S급 용병이기 때문입니다.”
앤드류는 호른의 말에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냥 일반적인 평민이라면 직할영지를 다스리는 대리영주부터 시작하여 경비대까지 그들을 귀찮게 할 것이 분명했다.
“징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왕도에 갈 것인가?”
“그나마 왕도가 안전합니다. 집에 가야합니다. 그것 때문에 식구들을 왕도에 두고 데려오지 않은 것입니다.”
왕도에서 퇴거를 할 경우 다시 왕도로 들어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벌금형과 추방형을 선고받아 추방이 된 그들이 지방으로 이주를 한 후에 추방기간이 끝나 다시 사비올라로 이주를 하려고 신청하면 결코 허가가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은 주거지를 옮기지 않은 것이다.
사이먼은 행정아카데미의 휴일이 되자 제나를 방문하기로 했다. 제나는 한 번 방문을 한 이후에 시간이 나면 아카데미의 휴일에 면회를 왔다.
그렇게 성의를 보이는데 한 번도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거기를 방문하는 순간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미 제나의 방문을 받은 순간 주목을 받게 된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결과론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네가 크라인 선배의 아들이라니? 정말 그대로 닮은 것 같다.”
사이먼이 찾아가자 제나의 거처로 안내가 되었다. 거처는 저택 안에 또 하나의 집처럼 독립적인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크라인인 온 것을 알게 되자 다른 여기사들이 와서 소개를 하면서 떠들어댔다. 말이 많은 것을 보면 나이를 먹었어도 여자들은 역시 여자들이었다.
“여기 있는 클라라는 네 아버지가 천사의 집에 올 시기에 온 애야. 나이는 다섯 살 적지만 같은 곳에서 5년 이상 생활했지.”
사이먼은 유독 친한 척을 하는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해준 가족의 내력을 들었지만 천사의 집에 관하여는 몇 가지 사실만 말해준 상황이었다.
물론 할아버지의 묘소를 비롯한 조상들의 묘소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외성 밖 먼 곳에 있기에 아직 방문하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행정아카데미를 마치고 난 이후에나 방문할 생각이었다.
이곳의 풍습은 묘지에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반드시 화장을 한 후에 정화를 한 후에 묻었다. 시신을 그냥 땅에 묻으면 서서히 암흑의 마나에 오염이 되어 썩지 않고 1~2년 사이에 언데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나 언니, 마가렛 아가씨가 한 번 만나서 서로 인사나 했으면 하는데요.”
저택에 머무는 다섯 명의 여기사 중에 막내라고 하는 예나가 와서 귓속말을 하듯이 그렇게 말을 했다. 사이먼은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절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말은 해볼게.”
사이먼은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기에 표정을 관리하기가 곤란했다. 말을 할 기회를 노리는지 제나는 대화를 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보고 있는 사이먼이 오히려 더 답답했다.
“사이먼, 마가렛 아가씨가 잠시 만났으면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제나는 사이먼의 성격이 고분고분한 편은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사이먼은 나이가 어리지만 함부로 대하기에는 뭔가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만나 뵙는 것은 어려울 것은 없지만 저 같은 평민이 고귀하신 분을 뵈올 수 있는지요?”
사이먼은 말을 그렇게 했지만 만나는 것 자체가 썩 내키지 않았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자신은 평민출신의 기사인 크라인의 아들로 아직 행정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학생에 불과했다.
“사이먼이 내 손님이니 관심을 보이시는 것이지.”
제나는 마가렛이 전부터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감추려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사이먼을 데리고 갔다. 마가렛은 저택의 중앙에 있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저 평민이 귀족가의 사람을 대하는 예절에 따라 인사를 했다.
사이먼은 이런 자리에 와서 인사를 하는 자체가 싫었지만 제나를 봐서 참고 있었다. 자신이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의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귀족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면서 먼저 굽실거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이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일반 평민이 귀족을 접견하는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서 눈길이 마주치는 것도 그냥 번거로울 것 같아 피하고 있었다.
마가렛은 사이먼이 들어와서 귀족가의 예법에 따라 인사를 하고 가만히 함구를 하고 있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답답했다. 그러나 막상 적당한 말이 없어 그저 사이먼의 외모만 살펴보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