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77
묵은 숙제를 하다 (3)
“지금 너희가 머물고 있는 마을은 어떻게 장악한 것이지?”
“원래 파칼라라는 도망 용병이 제로스라는 이름으로 개명하여 두목으로 있던 마을이었다. 그와 심복 둘을 제거하고 차지한 마을이다.”
이성을 상실하고 본능만 남은 갈리아스는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밝히고 있었다. 사이먼은 계속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질문은 던졌다.
“결국 너희도 똑같은 놈들이라는 말이군. 더 이상 알 것도 없는 내용이군.”
사이먼은 더 심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손을 휘둘렀고 순간 가슴에 오러샷이 명중했다. 가슴에 구멍이 나면서 둘 다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냥 절명한 것이다.
사이먼은 그들이 가진 것 중에 문제가 있는 것이 없는지 살폈다. 둘 다 뭔가 책으로 보이는 것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일단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살펴보고 처리할 생각이었다.
“다크 플레임,”
사이먼이 손을 휘두르자 두 사람의 시신이 한 군데로 모였고 조금 지나자 빛을 발하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눈이 쌓여 있는데 조금도 녹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마나운용이 능숙하다는 증거였다.
한동안 불꽃이 일어나서 시신을 태웠지만 시신이 타는 냄새가 퍼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불타오르는 시신은 하얀 재만 남기고 사라지고 말았다.
“정화.”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 빛이 퍼졌다. 사이먼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암흑의 마나도 모조리 다 사라졌군. 사람이나 동물이나 몬스터가 죽으면 암흑의 마나가 발출이 된다. 그것은 한동안 남아 있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죽은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전에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마법에 대한 서적을 읽으면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흑의 마나는 흑마법의 증거로 활용이 되기도 했다.
“윈드.”
사이먼은 바람마법을 일으켜서 주변의 눈을 휘날리게 했다. 그렇게 하자 그가 있는 주변에 갑자기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고 공터에 있던 모든 흔적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주변을 둘러보던 사이먼도 어디론가 떠나갔다.
아침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갈리아스와 세티스가 밤사이에 침실에서 실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이 알려지자 모두가 나서서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이 일부러 침실 주변에 적당히 흔적을 남겼기에 누군가 침입하여 납치한 것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 흔적 때문에 쉽게 납치라고 단정하고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이먼은 외곽의 눈 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에 그들이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더구나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이먼이 흔적을 남겼다고 해도 그것을 분간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의 수준은 엑스퍼트 상급과 중급이고 주변의 경비도 철저한 편이라 쉽게 납치를 당할 정도는 아닌데 이렇게 납치를 당했다니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고위급이 모인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밤에 어떻게 도주할 것인가 논의하던 자들이 아침부터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조사를 했는데 마법이나 약을 사용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나의 이상이나 약의 냄새도 없었습니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6서클 마법사나 마스터 수준이 일을 벌인 경우인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데 왜 하필 갈리아스와 세티스인가? 그 둘이 사라질 어떤 공통점은 없는가?”
“그들이 같이 행동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니 같이 납치를 당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맺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납치를 당한 것도 문제이지만 첩자들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드라코나 영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을 납치했다면 다른 사람도 언제든지 납치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발견한 것을 보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납치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도 납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 걱정을 했다. 사람은 자신의 일이라 생각할 때 다급하게 행동했다.
“그들이 납치를 당했는데 이것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우리가 이곳으로 도주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 때문이 아닙니까?
생각해보면 그들이 사이먼이란 자를 어떻게 해보려고 한 통에 빼도 박도 못하고 도주한 것이니 혹시 그자가 나선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자가 5년 전에 수련을 하러 간다고 떠났고 그 당시에 이미 중급 수준일 수도 있으니 지금은 상급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자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갈리아스도 상급인데 그런 그가 납치를 당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마스터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반문을 하는 자는 좌중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지 모두를 향해 말을 편하게 했다. 갈리아스보다도 조금 더 기세가 강한 것 같았다. 최고 우두머리인 피터로 보였다.
“그 둘이 납치를 당한 것은 분명 그 일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 일 때문에 우리의 처지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리를 하고 떠나는 것이 최선 같습니다.”
사이먼은 차라리 떠나면 그들을 처리하기가 쉬울 것 같아 떠나기를 바랐다. 정오가 지나자 두 사람이 실종된 사실이 소문이 나서 마을 전체가 어수선하게 변했다. 그들은 제법 유명한지 여전히 그들을 찾는다고 경비대가 설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집 근처에 있는 침투 흔적을 제외하고 다른 흔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사이먼은 언제 그들이 도주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도주를 하려는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족들까지 짐을 챙기는 것을 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조용히 떠나야 합니다. 지금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마을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에 그런 일을 벌인다면 둘을 데려간 자가 나설 수도 있고 당장 나서지 않더라도 우리는 마을을 떠나자마자 몰살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 중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자가 피터란 자에게 무리하게 재산을 갈취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만 챙기고 해가 지기 전에 마을을 나섰다.
‘어디로 가려는 것이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다니?’
사이먼은 그들이 드라코나 영지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이동하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따라갔다. 그들이 가는 곳은 1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 계곡이었다. 그 계곡에는 석굴이 있었고 그곳에 들어갔다. 아마도 긴급하게 도피할 경우를 대비하여 사전에 마련해 놓은 은신처 같았다. 그런 곳이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그 석굴에 도착하지 이미 날은 저물었고 어디로 간다고 해도 멀리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사이먼은 일단 마을로 다시 돌아갔다.
마을에 당도하자 마을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끌려 나와서 죽을 정도로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해가 저물었는데도 한 곳에 모여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맞는 자를 향해 울부짖는 자도 있는 것이 전에 희생을 당한 자의 가족 같았다.
그 내용을 듣다보니 매를 맞고 있는 자들은 도망친 자들에게 빌붙어서 마을에 못된 짓을 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도망치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바로 처벌을 하는 것 같았다. 주민들 사이에 경비대 복장을 한 자도 있는 것을 보면 경비대도 이미 주민들과 뜻을 같이하여 일종의 배신자들을 처벌하는 것 같았다.
“쫓아가서 그들을 다 죽여야 합니다.”
“그건 불가능해. 그들 하나하나가 엑스퍼트라고 하는데 갔다가는 모조리 다 죽어. 전에 그들이 나타날 때 저항하다가 고작 세 명에게 50명 가까이가 죽어 나갔잖아. 쫓아가면 또 다시 그 꼴이 나고 말아. 오늘 아침에 사라진 두 사람이 아주 강한 자에게 당한 것을 알고 그들이 도망친 거야.”
구타 현장을 보면서 주민들 대표로 보이는 자들이 한쪽에서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런 자들의 말을 듣다가 그들 중에 만류하는 자를 보면서 사이먼은 시세판단이 빠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괜히 쫓아가서 죽을 이유는 없었다.
“드라코나 영지에서 영지군이 출발했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싸우기라도 하자는 말인가? 그자들이 다 도망친 이상 영지의 기사들을 막을 수 없어. 저항했다가는 모조리 다 죽고 말거야. 그자들이 두려워서 영지에서 가만히 있었지 자경대의 경비병 정도는 언제라도 해치울 능력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영지군이 오면 순순히 항복을 하고 그들을 맞아들이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사이먼은 일곱 개 마을을 돌면서 상황을 살폈는데 모든 마을이 다 일반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도망간 자들과 한 통속이 되어 설치던 자들을 처단한 것 같았다.
사이먼은 그런 것을 보자 도망간 자들을 어떻게 할지 여전히 고민이 되었다. 산속에서 그들을 죽이는 것은 딸린 식솔 150여 명까지 다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그들을 놔줄 수도 없었다.
그들은 언제라도 필요하다면 약탈을 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들을 다 죽이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산속에서 그들을 죽이면 나머지 가족도 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엑스퍼트 상급과 중급을 죽이자. 사실 초급이야 그들에게 휩쓸린 것에 불과하다.’
사이먼은 그들이 주범이라는 생각에 강한 자들을 죽이기로 했다. 나머지 엑스퍼트 초급은 그냥 두기로 했다. 다른 마을에 있던 자들을 다 모아서 그런지 상급이 다시 셋이 되었고 중급은 여덟이 아니라 열둘로 불어나 있었다.
하급도 다시 숫자가 늘어나서 스물둘이나 되었다. 엑스퍼트 급 검사가 총 37명이나 되었고 4서클의 마법사도 한 명 있었다. 사이먼은 일단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일루젼 마법을 전개하여 자신의 모습을 감춘 상황에서 석굴앞으로 다가갔고 강하게 슬립마법을 전개했다.
“정신 차려라. 정신계 마법이다.”
슬립마법을 정신계 마법으로 생각하는지 그렇게 누군가 외쳤다. 그러나 엑스퍼트 초급의 검사까지는 저항을 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오직 엑스퍼트 중급 이상의 검사와 마법사만 슬립마법에 저항을 하고 있었다. 더 강하게 전개하여 몽땅 잠재울 수도 있지만 마법의 잔재가 동굴에 남을 수도 있었고 일종의 선별 작업을 하는 중이기도 했다.
일부가 석굴 입구로 몰려나오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들이 나오는 족족 처리하기 시작했다. 상급 한 명과 중급 네 명을 제거하자 더 이상 나오는 자가 없어 사이먼은 석굴 안으로 들어갔다. 석굴은 예상대로 안에 넓은 동공이 있었다. 안에는 숯을 이용하여 모닥불을 켜고 마법물품으로 횃불대용으로 사용하여 그런대로 밝은 편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대부분의 사람이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슬립마법 때문에 잠인 든 것 같았다. 그러나 잠이 들지 않은 열 명은 입구에 모여서 검을 꺼내들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뒤로 마법사가 하나 더 있었다.
“누구냐?”
“저 자가 오늘 정확히 말하더군.”
사이먼은 두뇌 역할을 하던 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들 대부분 얼굴 표정이 변했다. 그 말을 마치자 사이먼은 바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방어를 하려고 하는 사이에 사이먼은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고 어느새 마법사의 상체를 베고 있었다. 다른 검사들은 그런대로 피했지만 마법사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일부는 입구로 나가려고 했지만 사이먼이 탈출하도록 놔두지 않았고 하나둘 검을 맞고 쓰러졌다. 사이먼은 강하게 공격을 하여 빠르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하나하나 처리를 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런 공격을 하면 동공의 벽에 그 흔적이 남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6서클 이상의 마법사나 마스터급 검사라면 오러 블레이드의 흔적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공격을 지양했다.
모든 자들을 죽이는데 이십분 가량이 걸렸다. 워낙 격렬하게 저항을 하는 상황이라 자신이 다치지 않고 죽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같이 죽자는 수법을 사용하니 다치지 않고 죽이려니 힘이 들었다.
그들을 다 제거한 후에 사이먼은 재차 슬립마법을 전개하였다. 괜히 목격자를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죽은 자들을 동굴 밖의 공터에 모두 모았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물품 중에 귀중품이나 가치가 있는 것은 일단 한 군데로 모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동굴에 있는 물품 중에서 그들이 직접 운반하던 귀중품도 모조리 다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금화만 해도 수백 골드는 되어 보였고 각종 보석도 양이 엄청났다. 그런 재산을 그대로 두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울 수도 있고 다시 누군가에게 들어가 이상한 일을 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남겨두지 않는 것이 좋았다.
더구나 그들이 모아놓은 중급 마정석만 해도 24개나 되었다. 하급 마정석도 50여 개나 되었다. 마법사의 몸을 뒤지자 상급 마정석도 2개나 나왔다. 아마도 마을로 쳐들어오거나 주변에 서식하는 강한 몬스터를 제거하고 모은 것 같았다. 도망자들이라 고가의 마정석은 처분하지 못하고 그냥 모아놓았던 것 같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