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82
용병대전 (5)
고작 영역의 충돌이지만 두 사람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사이먼은 이미 예상을 했기에 대비를 하였지만 가르시아스는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 사이먼의 영역과 부딪치는 순간 약간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후후, 온전한 마스터도 급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나 보군.’
사이먼은 대전사로 나온 가르시아스를 향해 공격을 했다. 일단 오러 블레이드를 응집한 검으로 단조롭게 공격을 했다. 그러나 검 내부에 응집한 것은 단순한 오러가 아닌 오러 블레이드였다. 순간 가르시아스도 그것을 아는지 역시 오러 블레이드를 응집하여 상대를 해왔다.
사이먼은 평범한 검술을 사용하는 것 같았지만 그간 수백 가지 검술을 익히면서 터득한 가장 효과적인 검술로 공격하고 있었다. 역시 가르시아스도 가장 실전에서 효과적인 검술로 맞섰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의 공방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계속하여 이어졌다. 마치 서로 사전에 합을 맞춘 것 같았다.
두 사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겉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몇 번 공방이 진행되자 일제히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기 때문이다. 응축을 하여 사용했지만 마나를 점점 더 많이 주입하자 한계 이상으로 커지게 되어 결국 검 내부에 머물던 오러 블레이드가 외부로 표출이 된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다. 좀 더 뒤로 피해라.”
일부는 대련장에서 가까운 곳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피하라는 말이 나왔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고 죽을 수도 있기에 모두 화들짝 놀라 피하였다.
“둘 다 마스터라니? 마스터의 대전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이먼은 점점 그 기세를 높여갔다. 주입하는 마나의 양을 점점 증가시켰고 그렇게 되자 가르시아스의 얼굴은 점점 붉어져갔다.
사실 두 사람의 공방이 대등하게 진행이 되고 있지만 사이먼이 마나의 양을 점점 증가시키자 가르시아스는 점점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가르시아스도 마나의 사용을 늘리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어느 시점이 되자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사이먼은 아르고스 백작 주변을 살피면서 다른 두 마스터를 살피고 있었다. 가르시아스를 상대하면서도 주변의 상황을 감지하고 있었다.
‘찾았다. 바로 저기에 숨어 있었군.’
반쪽짜리 마스터 둘은 시작하기 전에 찾았지만 온전한 마스터는 그 기세를 감추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어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세를 완전히 내뿜으면서 영역을 주변까지 확장하자 마침내 찾을 수가 있었다.
온전한 마스터가 숨어서 기습을 할 수 있기에 전력으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여력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종적을 찾았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할 수가 있었다.
‘아르고스 백작이 뛰어들면 막기 위한 자리에 있군. 그러면서 교묘하게 대결을 하는 두 사람을 다 공격 범위에 두고 있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나를 암습할 생각도 있어 보이는군.’
사이먼은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여 또 다른 변수가 없는지 살폈다. 관람객이 있는 곳 전부를 살폈다. 다행히 상급 엑스퍼트와 5서클 마법사는 상당한 숫자가 있었지만 더 이상의 마스터는 없었다.
사이먼은 그자를 찾아내자 지금까지와 달리 더욱 강하게 공격을 했다. 사이먼이 공세를 강화하자 가르시아스는 상대하기 버거운지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한 번씩 공격을 당할 때마다 자세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마침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사이먼은 자신의 기세를 한껏 내뿜으면서 강한 일격을 내뻗었다.
그 순간 양쪽에 포진해 있던 반쪽짜리 마스터 둘이 그대로 대련장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사이먼은 그들의 공격을 예상한 상황이기에 일격을 내뻗어 가르시아스를 물러나게 만든 후에 약간 뒤로 물러난 후에 두 사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두 곳에 검이 존재한다.’
그것을 터득하기 위해 그동안 수도 없이 화두를 이어간 사이먼이었다. 그렇기에 검을 내뻗은 그의 검이 두 곳에 공간을 격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의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검이 두 사람을 향해 쇄도해 갔고 그들 두 사람은 사이먼이 내뻗은 검을 맞받아쳤다. 그들도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켜서 사이먼에게 부딪쳐갔다. 사이먼의 검은 두 방향에 실재하고 있었고 그 결과 커다란 폭음이 두 번 울러 퍼졌다.
하나는 허상일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너무나 강력한 검격에 올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들이 바닥에 나뒹굴자 사이먼은 재차 검을 가르시아스를 향해 뻗었고 겨우 막아냈지만 너무나 강한 검격에 가르시아스도 바닥으로 구르고 말았다.
그러자 아르고스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또 다른 온전한 마스터가 아르고스를 잔뜩 경계한 가운데 대치가 진행되었다. 사이먼의 검격에 나뒹군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고 사이먼은 세 사람을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한 사람이 휘둘렀는데 마치 세 사람이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각기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는 사이먼이 어느새 공간의 검을 더 완벽하게 체화한 것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이먼의 수준이 그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합공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인 공간의 검이었기 때문이다.
사이먼의 강한 공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지 앨런과 마그린은 검을 내뻗으면서 몸을 뒤로 날려서 피했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앨런은 왼쪽 팔을, 마그린은 오른쪽 다리를 잘리는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
사이먼의 검과 부딪친 그들의 검은 어느새 손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나마 가르시아스는 검을 들어 사이먼의 공격을 막아낸 덕에 뒤로 튕겨졌지만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철수한다.”
대기하고 있던 온전한 마스터인 프라우스의 외침이 터지자 주변에 구경을 하던 자들 중에 20여 명이 검을 빼들고 부상자 주변으로 몰려나왔다.
그자들은 앤드류를 비롯한 엑스퍼트 상급 수준의 고위용병들이었다. 온전한 마스터, 프라우스로 보이는 자는 어느새 가르시아스 옆으로 이동하여 막 검을 수습하고 있는 사이먼을 먼저 공격한 후에 그 옆에 서서 견제하기 시작했다.
사이먼도 선뜻 프라우스와 가르시아스를 공격하지 못했다. 둘이 강한 기세를 일으키면서 방어를 했기 때문이다.
아르고스 백작은 프라우스가 가르시아스의 곁으로 가서 합류하자 공격하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주도적으로 공격을 하기에는 입장이 애매했기에 지켜본 것이다. 사이먼이 오히려 유리했고 그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저 관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장내의 질서를 책임진 용병길드의 인원 중에 일부도 그들과 합류하는 자가 있었다. 용병대전의 질서를 유지하던 자들은 창졸간에 많은 자들이 난입을 하자 막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부상당한 두 사람의 잘린 신체부위까지 수습한 자들은 한쪽으로 물러나서 도주하기 시작했고 가르시아스나 프라우스도 모두 뒷걸음질을 치면서, 한편으로 사이먼의 공격을 견제하면서 그들을 따라갔다.
사이먼은 그들이 도주하자 몇 번 공격을 하였지만 오히려 그들이 도주하는 것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들이 사이먼의 공격을 이용하여 몸을 뒤로 날린 것이다.
그들은 일반 관객이나 용병들을 교묘하게 방패막이로 이용하여 사이먼이 강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이먼은 그들을 잡기 위해 공격하다가 일반인을 다치게 할 수 있기에 공격을 머뭇거렸고 그 틈을 타서 도주하고 말았다.
더구나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새로 터득한 공간의 검을 전개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괜히 그런 기술을 사용하여 마법을 익혔다는 오해를 받기도 싫었다. 공간의 검을 전개하면 블링크 마법을 전개한 것처럼 보일 수가 있었다.
용병길드에서는 그날 대결에서 전직 감찰관이자 특급용병인 앤드류가 패배한 것으로 선언했다. 아울러 그날 대결에 난입한 자들에 대하여는 현장에서 길드 마스터의 직권으로 모두 제명한다고 선언하고 가담자 전원에 대해 현상수배를 했다.
더구나 그날 나타난 네 명의 마스터가 20년 전에 물러난 길드 마스터인 가르시아스와 3대 용병대의 대장이었던 프라우스, 앨런, 마그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비올라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그들이 마스터가 되자 전에 축출된 것에 앙심을 품고 용병계를 장악하려고 나섰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고 모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이야기마저 돌았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사실은 네 명의 마스터를 물리친 사이먼의 등장이었다. 고작 20이 갓 넘은 사이먼이 마스터라는 사실이었고 마스터 네 명을 상대하여 오히려 두 명을 부상 입히고 다른 둘을 도망치게 만들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망간 자들에 대한 추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그들의 흔적이 사라지고 말았다. 교묘하게 추적을 방해하는 자들이 있었고 용병길드와 정보조직 내부에서 허위정보로 추적을 교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당사자가 도주를 했으니 그 가족들을 찾아 그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들 대다수는 용병대전이 있기 전에 가족들을 모두 대피시킨 것도 밝혀졌다. 그들은 성공하면 나중에 다시 복귀시키고 실패하면 몸을 피할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혹시라도 실패할 경우에 안전을 도모하고 성공하면 복귀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가족을 빼낸 것이지만 어쨌든 사비올라에서 모두 사라졌다.
사이먼은 대결이 끝나자 바로 포션을 들이켰다. 사실 그리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 몸을 최상으로 만들어 놓기 위함이기도 했고 그 대결에서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여 자신이 네 명의 마스터를 상대하여 이긴 것을 약간 희석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르고스 백작이 사이먼의 주변에서 엄호를 했고 용병대전을 주관하던 자들이 나서서 외곽을 경호해 주었다. 그 덕분에 사이먼은 귀찮은 상황을 피해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사이먼은 집으로 돌아가서 무리한 대결을 하느라 몸이 축났다고 말하고 수련장에 틀어박혔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왕의 안식처에서 다섯 명의 특급 경호원을 저택 안에 배치했고 용병길드에서 사이먼의 저택 외곽에 A 등급 용병 10여 명을 배치하여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했다.
아울러 대결이 있기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나서던 자들 상당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자신의 집에 틀어박혔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지레 겁을 먹고 집에서 자숙을 했다.
그들은 가르시아스가 용병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면 한 다리를 걸칠 생각으로 바람을 잡았는데 패퇴하여 도주를 하니 선을 그으면서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사실 상황이 불리할 경우를 대비한 난입 및 도주계획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 탓에 단순히 동조한 자들은 실력과 무관하게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저 부화뇌동하여 동조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독 프리타 용병대에 속했던 레온 대장을 비롯한 전직 용병들은 이번 일에 몸을 사려 관여를 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전부가 동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먼은 몸을 회복시킨다는 핑계로 다시 수련장에 틀어박혔다. 실제로는 몸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전에서 확실히 터득한 공간의 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마나치환술을 완벽히 터득하는데 주력했다.
몸 안에 있는 마나 고리를 해체하여 검술을 전개하는 몸 안의 마나로 치환하려고 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모조리 음의 마나를 양의 마나로 변환을 했다.
억지로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자 성과를 보였고 마침내 검술에서 한 단계 경지가 오르는 결과를 거둘 수가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많아지니 초기 단계에 머물던 공간의 검술이 마침내 궤도에 올라 선 것이다.
일종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 같았다. 대련을 하면서 그 단초를 잡았는데 마침내 제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영역의 확장이나 공격 범위의 확장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적과의 거리에 생각이 미치면서 공간의 제 약을 벗어난 공격과 방어에 초점이 모아졌고 일명 ‘공간의 검’을 터득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걸로 두 가지 공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하나는 거리를 초월하여 공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거리를 초월하여 동시에 두 가지, 또는 여러 가지 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이먼은 그런 것을 터득하자 기존의 영역에 대한 개념마저 초월한 새로운 공간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여기에는 공간마법을 익힌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거리가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대략 200~300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아울러 마나 고리마저 감출 수가 있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 마나 고리가 있지만 다른 공간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가 있다.’
사이먼은 마나 고리가 있는 마나홀을 자신의 몸 안에 존재하지만 공간을 분리하여 감출 수 있게 되었다. 이것으로 흑마법만이 아니라 마법을 익힌 사실까지 감출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8서클의 대마도사나 고위 대신관은 이것을 꿰뚫어 볼 수가 있다. 이런 공간의 이해는 8서클 마법의 영역이다.’
격언처럼 전해지는 말 중에 8서클이 공간의 영역이고 9서클이 시간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지만 전에는 그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시간의 이해라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일단 공간의 이해라는 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 헬파이어가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구나.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속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이렇게 가능한 것이라니. 이건 역으로 나중에 두 개의 공간을 중첩하는 것이구나. 분리되었던 두 공간이 합해지면서 그런 파괴적인 열기가 생성이 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