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1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20화
성자(聖者)를 타락시키는 방법 (1)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갑작스럽게 나타난 라파엘의 사도, 루드비히는 이미 타락한 존재였다.
자신이 굳이 손을 쓰기도 전부터.
“그러엄. 분명 타락했을 거야.”
왠지 웃는 모습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면을 쓴 악인이 위선을 떠는 듯한 웃음소리.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치고 지나치게 잘 녹아 들어가는 서글서글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감히 우리 시훈이에게 찝쩍거리다니.‘
착하디착한 김시훈을 등쳐먹으려는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그렇게 둘까 보냐.”
주먹을 움켜쥐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이 하려는 것은 루드비히를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의 얼굴을 덮고 있는 추악한 가면을 벗겨버리는 것.
역겨운 위선(僞善)의 본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고개를 들었다.
창문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내가 나쁜 게 아니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었다.
루드비히의 본 모습은 필시 타락한 성자(聖者)처럼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을 테니까.
“그럼 움직여 볼까.”
마음이 가벼워졌다.
강우는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을 귓가에 가져다 대고, 연락했다.
-네, 마왕님.
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탁할 게 있어.”
-후훗, 부탁하실 필요 없습니다. 왕께서는 그저 명령하시면 충분해요.
강우는 피식 웃었다.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 바로 이곳으로 와 줄 수 있어?”
-물론이죠.
연락이 끊겼다.
30초도 지나지 않아 방문이 벌컥 열리며 리리스가 나타났다.
‘뭐 이렇게 빨리 오는 거야.’
이 정도면 옆집에 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그러고 보니 옆집 아저씨가 안 보이던데.’
가늘게 눈을 뜨며 리리스를 살폈다.
리리스는 한쪽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
“왕의 명을 받았습니다. 후훗. 하실 말씀이 무엇인가요? 밤시중이라면 바로….”
“아니. 그런 거 아냐.”
다급히 답했다.
강우는 살짝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성자를 타락시키는 방법.
루드비히의 가면을 벗겨내기 위한 방법이 떠올랐다.
“던전을 만들 거야.”
“던… 전이요?”
“시간은 일주일. 최대한 끔찍하고, 거대한 규모로 만들어야 해.”
“하지만….”
일주일.
너무 기간이 짧다.
지금은 구천지옥에서처럼 대규모 군대를 가지고 있는 아니다.
발자하크의 언데드 부대를 동원하면 단순 노동 정도는 가능하나 아무리 그래도 대규모 던전을 일주일만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내가 직접 참여할 거야.”
“아, 호호호. 그렇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지겠네요.”
리리스는 밝게 웃었다.
마왕.
그것도 구천지옥에서 있었을 때의 모든 힘을 되찾은 그가 직접 던전 제작에 참여한다면 얘기가 전혀 달랐다.
“그럼 바로 설계도 제작에 들어갈게요. 테마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
고민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뒤섞였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루드비히의 가증스러운 가면을 바꾸기 위한 무대를 꾸미기 위해 생각한 던전 제작이지만 막상 이렇게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하니 꽤나 재미있었다.
레고로 성을 만드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
‘이래서 마왕들이 다 성에 처박혀 있는 건가.’
엉덩이가 무거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우는 짧게 웃으며 생각을 이어갔다.
마왕의 던전에 어울리는 컨셉.
‘가장 공포스럽고.’
가장 두려운 것.
절망과 좌절에 빠져 인격이 붕괴되어 버릴 만한 장소.
끔찍하고 처참한 악몽을 구현한 던전.
존경받는 성자조차, 타락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그런 곳.
“후후훗. 천천히 생각해 주세요.”
리리스가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강우의 옆에 앉았다.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천천히 생각할 것도 없다.
가장 공포스럽고, 두려우며, 끔찍한 것.
악몽을 구체화 시킨 던전.
“던전의 컨셉은.”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촉수다.”
확신에 찬 목소리.
리리스의 두 눈이 커졌다.
“어머, 마왕님도 차암!”
부끄럽다는 듯, 양손을 뺨에 댄 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 *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지구의 음식들은 놀랍군요. 저희도 냉기마법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들 순 있지만 지구처럼 맛이 다양하지는 않거든요. 그… 민트초코였던 가요? 아주 맛있더라고요.”
루드비히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김시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사실 지구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맛인데….”
“예? 진짜요? 엄청 맛있었는데….”
루드비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시훈은 순진무구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 루드비히 씨의 세계….”
“루드비히라고 불러주세요.”
“예?”
“하하하. 시훈씨가 지구의 문명을 소개해주신지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성검을 사용해 예언의 악마의 위치를 찾으면 천계에서 조력자들도 올 테고… 지금처럼 가디언즈분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줄어들 겁니다.”
루드비히는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그 전에 지구인들 중에 친구를 만들어두고 싶어서요.”
“아….”
김시훈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주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활짝 웃으며 루드비히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래. 이것도 인연인데. 잘 지내보자, 루드비히.”
“잘 부탁해.”
두 사람은 굳게 손을 잡았다.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김시훈은 볼을 긁적이며 루드비히의 시선을 피했다.
‘친구라.’
어색한 단어다.
태어나서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형, 김영훈이 친구가 생기지 못하도록 손을 썼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언제나 고독과 함께였다.
‘형님이 안 좋게 생각하시려나.’
일분일초라도 수련에 매진해야 할 상황에 무슨 갓 입학한 중학생도 아니고 친구랑 함께 다니는 모습을 좋지 않게 볼 수도 있었다.
“…….”
잠시 고민을 이어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는 강우라면, 이런 일로 화를 낼 리가 없었다.
“슬슬 돌아갈 준비 하자. 분명 오늘이었지?”
주어가 없는 질문이었지만 무엇을 묻는지는 명확했다.
루드비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이야. 조금만 있으면 성검이 이 세계에 완전히 적응을 끝마칠 거야.”
“그렇다면 가디언즈를 모아….”
“아니. 그건 안 돼.”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성검을 사용하는 건 지극히 섬세한 일이야. 되도록 주변에 방해꾼을 두고 싶지 않아.”
“음….”
“그리고 만약, 생각하기 싫은 경우긴 하지만 가디언즈 내부에 마(魔)의 기운을 가진 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성검은 빛의 감시자들만 모여서 사용할 생각이야.”
“…….”
김시훈의 입이 굳게 닫혔다.
순간적으로 강우가 떠올랐다.
인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악마의 육체를 가지게 된 의형.
‘괜찮을 거야.’
강우는 악마의 힘을 버렸다.
지금 그의 몸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영웅신 티리온이지닌 성스러운 힘이다.
‘괜찮을… 거야.’
혹시 모를 불안감.
김시훈은 루드비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말이야. 만약에… 가디언즈 내부에 악마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죽여야지.”
“그… 일반적인 악마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악마가 된….”
“시훈아.”
루드비히가 밟게 웃었다.
“악마가 된 사정은 중요하지 않아. 악마는 그 어떤 경우라도, 무슨 사정이 있건, 사연이 있건 상관없어. 악마는 죽여야 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해. 모조리 불태워 죽여 버려야 해.”
“…만약 억지로 악마가 됐다 해도? 너도 알잖아. 마기를 받아들이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악마가 된다는 걸.”
“분명 그럴 수 있지.”
루드비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맑게 웃으며,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상관할 일은 아냐. 억지로 악마가 되었건 어쨌건, 악마는 죽여야 해.”
모조리.
“…….”
칼로 내려치듯 단호한 목소리.
김시훈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해.’
뭔가 이상했다.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그….”
“아, 저기 강우 씨 아니야?”
루드비히가 손을 가리켰다.
방금 전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온 매장, 바스킨라벤스로 들어가는 강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옆에는 한설아가 함께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모습.
“아, 맞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야?”
“한설아씨라고 형님이랑은 연인 사이야.”
김시훈은 두 사람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뭔지 모를 질투심이 솟았다.
“어…?”
그때, 루드비히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서,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왜, 왜 지구인이…?”
“…무슨 일이야?”
“하, 하하하!! 이럴 수가. 이런 일이 생기다니!!”
루드비히는 전율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급히 몸을 돌렸다.
“나는 돌아가 볼게.”
“어?”
김시훈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루드비히는 다급히 수호의 전당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그곳에 대기 중인 부하들을 다급히 깨웠다.
“지금 바로 라파엘님에게 연락해야 해.”
루드비히는 짙게 웃으며 아프리카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 섰다.
망설임 없이 발을 디뎠다.
그리고.
“…어?”
한 번 더, 그의 입에서 당황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호의 전당에서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게이트.
루시퍼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장 위에 임시 주거지를 만든 이후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사용해 오던 게이트였다.
그런데.
“여긴, 어디야?”
“루, 루드비히 님…! 이, 이곳은 어디입니까?!”
사제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드비히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대한 동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펼쳐져 있다.
심연을 마주하듯 칠흑의 어둠이 그를 덮었다.
“이익!”
루드비히의 부하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새하얀 빛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며 동굴을 비췄다.
-찔꺼억.
“어?”
표정이 굳었다.
빛이 밝혀준 동굴의 벽.
그 벽에 돋아있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촉수들.
-찌걱! 찌걱! 찌걱!
수천 개의 촉수가 움직인다.
투명한 진액을 뿌리며, 노란 고름을 쏟아낸다.
끔찍한 악취가 후각을 마비시킨다.
“아, 아아.”
절로 입이 벌어진다.
털썩.
사제 하나가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 어어?”
그가 밟고 있는 바닥.
그 바닥조차 무수한 촉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 도망… 커헉!! 큽!!”
-콰드드득!
촉수가 뻗어 나온다.
입안을 뚫고 들어온 촉수가 목구멍을 타고, 위장에 침입해 몸을 비튼다.
-퍼억!
“으으으읍! 으으읍!!”
뱃가죽이 터져나가며 촉수가 빠져나왔다.
“아아아악!!”
“피, 피해!”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루드비히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칠흑의 심연 너머를 응시했다.
“뭐야… 이곳은.”
-띠링!
[SS+급 던전 ‘리리스♡마왕님의 러브하우누가이름이렇게설정하래아니시바벌써만들어졌잖아’에 입장하였습니다.]푸른 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