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57)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58화
계시 (2)
“그럴 리가 없다!”
라파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지! 잘한다, 라파엘!’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사탄은 스스로 예언의 악마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며 이제까지 모든 일들을 자신이 했다고 인정하던 사탄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노와 광기에 찬 그 눈빛.
악에 바친 그 목소리를 듣고도 누가 감히 사탄이 예언의 악마가 아니라 생각하겠는가.
“아, 아, 니다. 사탄, 은 예언의, 악마가… 아니야.”
가이아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시훈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외쳤다.
“무, 무언가 착각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자가, 그자가 예언의 악마가 아니라니요…!”
러시아에서 일어난 거대한 전쟁.
그곳에서 라파엘은 치명상을 입었고, 강우조차 생사의 위협 속에서 간신히 살아왔다.
그럼에도 사탄을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
광기와 분노에 찬 그 악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살아 숨쉬며 세계의 파멸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탄이 예언의 악마가 아니라고?
“그럴 수는….”
김시훈은 고개를 떨궜다.
허망한 감각이 전신을 짓눌렀다.
가이아가 힘겹게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다.
“미, 미안하다. 나의 아이, 야. 너에게 너무도 무거운 짐을 맡겨버렸구나.”
가이아가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지만. 사탄, 그자는… 예언의, 악마가 아니다. 세, 세라핌과 내가 보았던… 예언의 악마는, 그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라파엘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침착한 표정으로 답했다.
“사탄이 예언의 악마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예언의 악마라는 말씀입니까?!”
“모, 모른, 다.”
가이아가 고개를 저었다.
라파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우와 김시훈 또한 마찬가지.
“방금 전에 보셨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김시훈이 따지듯 물었다.
“저, 정확히 설명, 하기가 어렵구나. 그, 그자는 너무도 큰 어둠… 그, 그 모습을 완전히 알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사탄이 예언의 악마일 가능성도….”
“아, 아니다.”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가이아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자에게는, 심연의 어둠이… 보이지, 않았, 어.”
“마지막에 그가 꺼낸 검은 보석. 그것이 심연의 어둠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예, 예언의 악마가 지닌 힘은 더욱 거대한 것… 가, 감히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둠이다.”
“…….”
침묵이 내려앉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케일의 말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
가이아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 나의 아이들아. 예, 예언의 악마를… 조심하거라. 심연, 의 괴물이 너희를….”
가이아를 감싸고 있던 빛이 점차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곧 이어, 휠체어에 앉아 있던 가이아의 몸이 무너지듯 옆으로 쓰러졌다.
“가이아 씨!”
김시훈이 넘어지려는 그녀의 몸을 다급히 잡았다.
“시, 훈 씨…?”
가이아가 창백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일….”
“일단 쉬세요. 나중에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김시훈은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이아의 두 눈이 감겼다.
“…….”
다시 한 번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라파엘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올렸다.
“대체 이게 무슨….”
혼란에 빠진 목소리.
강우가 그를 향해 물었다.
“라파엘님, 혹시 예언의 악마로 짐작 가는 악마는 없으십니까?”
“…….”
라파엘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시선을 피했다.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한 그의 모습에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짐작 가는 다른 악마가 있으신 거군요.”
“…말할 수 없다.”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일은 미카엘님이 주도하시고 계신 일이다. 잊어라, 인간.”
“…….”
강우는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가늘게 눈을 떴다.
라파엘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아….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라파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우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해야 할 일은 지금과 같습니다.”
예언의 악마가 누구이건 중요치 않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은 하나였다.
“사탄을 찾아야 합니다.”
강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탄을 찾지 못하면 일이 진행되지 않아.’
심연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마기를 몸에 두른 사탄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사 그자가 예언의 악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연의 마기를 다룬 것으로 봐서는 예언의 악마와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듣고 보니 그렇군.”
라파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넘어야할 산이 말도 되지 않게 많아졌지만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산을 오르는 것.
눈앞의 악을 처단하는 것.
‘그를 위해서라면.’
라파엘은 가늘게 눈을 떴다.
김시훈과 오강우, 그들을 넘어 요새 안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이 보였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빛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그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우리 쪽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강우는 고개를 숙였다.
사탄이라는 강력한 악마와 싸우기 위해선 천사들의 도움이 필수불가결 했다.
“사탄에 대해서 찾은 단서는 없으십니까?”
“얼마 전까지는 상처 회복과 요새 건설에 전념하느라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찾아봐야겠지.”
“그러고 보니 전에 루드비히가 루시퍼의 뒤를 쫓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건 어떻게 되셨습니까?”
“그건….”
라파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시퍼도 마찬가지다. 그자는 자신의 세력을 버리고 완전히 자취를 감췄어.”
“…혹시.”
강우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 루시퍼가 예언의 악마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
라파엘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혼란하고, 복잡하다는 표정.
그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루시퍼가 신성(神聖)을 지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자는 아니야. 직접 그와 싸워봤기에 알 수 있다. 놈은 마해를 지니고 있지 않아.”
“…….”
확신에 찬 그의 말.
반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중에서 루시퍼와 가장 많은 전투를 해본 것이 바로 라파엘이었으니까.
“…일단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사탄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부탁하지.”
라파엘이 고갤 끄덕였다.
김시훈이 가이아를 안아들었다.
“…돌아가자.”
강우는 몸을 돌렸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 * *
-콰앙!
“이런 X바아아알!!!”
벽을 후려친다.
마기를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단단한 벽이 움푹 패였다.
“제길, 제길, 제길!!”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미친 트롤러가!!’
가이아에 대해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것을 넘어 밥상을 뒤집어엎어 버렸다.
“하아….”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힘겨운 목소리로 더듬더듬 개소리를 쏟아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무능한 새끼.’
지구를 제대로 수호하지도 못해 파산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만들어 놓고, 어찌 수습하나 했더니 이걸 이렇게 방해해 버리다니.
‘내가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사탄의 정체와 그가 벌인 악행을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그런데.’
다 허사가 되어버렸다.
신의 예언인지 나발인지 때문에 안정적으로 쌓아올린 탑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예언의 악마….”
세계를 파멸시킬 악마.
모든 신들이 입을 모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존재.
강우는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사탄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예언의 악마인데.’
일단 자신은 아니다.
자신일 리가 없다.
생각해 보라.
영웅신의 선택을 받은 빛의 용사의 정체가 세계를 파멸시킬 예언의 악마라니.
어디 억지 반전을 노린 B급 소설의 클리셰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 그럴 리가 없어.’
몇 번을 생각해도 자신은 예언의 악마가 아니다.
이제까지 그가 해왔던 업적을 생각하면 어려운 고민도 아니다.
그 누구보다 앞서서 악마들을 처치했다.
굶주린 맹수처럼 그들을 학살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당연히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지.’
악에 물든 자들에게 빛의 심판을 내리기 위함이었다.
사탄의 죄악을 낱낱이 밝히고, 악마교를 와해시킨 것이 누구인가.
바로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예언의 악마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 다른 새끼가 있을 것이다.
교묘하게 신들을 조롱하고, 세계를 손바닥 위에 가지고 놀고 있는 악마가.
“루시퍼도 아니라면 대체….”
누가 예언의 악마란 말인가.
막막한 감각이 전신을 짓눌렀다.
깊은 한숨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그때였다.
-달칵.
문이 열리며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의 여인이 들어왔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강우 님?”
리리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대한 소파에 앉았다.
김시훈, 가이아와 헤어진 그가 향한 곳은 발록의 집.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서 발록이 살기 좋게 개조한 곳이다.
“…아무 것도 아냐. 그보다 발록은?”
“지금 제가 부탁한 조사를 위해 중동에 가있어요.”
“중동?”
강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전에 칼기아에 대해 조사해 달라 말씀하셨잖아요.”
“아.”
기억났다.
칼기아. 악마교의 마지막 남은 위상이자 전쟁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흑마도사.
“찾은 거야?”
“일단 의심되는 곳이 있어서 발록에게 조사를 부탁했어요. 제 생각이지만… 칼기아가 있는 곳이 확실한 것 같아요.”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방금 전 들었던 최악의 소식을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일단 악마교를 뿌리 뽑아야 마음이 편하니까.’
예언의 악마와 사탄에 대한 것은 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발록에게 칼기아라는 자의 목을 가져오라고 할까요?”
리리스가 물었다.
“음…. 잠시만.”
강우는 고민에 잠겼다.
“일단 위치만 확인하고 빠지라고 해.”
“직접 처리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니.”
고개를 저었다.
칼기아에 대해선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칼기아는 시훈이가 죽일 거야.”
요즘 통 등장을 못한 주인공에게 슬슬 먹잇감을 던져 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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