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2)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53화
S급 게이트 사냥(2)
다음 날.
강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바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의 옆에는 에키드나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함께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설아랑 같이 산 거야?”
하늘하늘한 프릴이 달린 원피스.
에키드나는 원피스의 옷자락을 잡으며 한 바퀴 몸을 돌렸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동작이었지만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에키드나가 그런 동작을 취하니 마치 그 만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어울렸다.
“어때, 강우? 어울려?”
에키드나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강우를 올려다보았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아주 어울려.”
“헤헤.”
에키드나는 강우의 칭찬이 기쁜지 두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며 몸을 들썩였다.
그녀는 한설아를 향해 쪼르르 달려가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정말 강우가 마음에 들어 했어.”
“호호. 에키드나는 예쁘니까 뭘 입어도 어울렸을 거예요.”
한설아는 에키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는 현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난 에키드나랑 같이 사냥을 다녀올게.”
“네, 강우 씨.”
에키드나와 사냥을 다녀온다는 말에 한설아는 일순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이 그와 함께하기에는 아득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녀오세요, 강우 씨.”
“설아도 오늘은 사냥 가지?”
“예. 오늘도 시훈 씨랑 태수 씨, 은비랑 같이 가기로 했어요.”
“만약 사냥 중에 처음 보는 몬스터를 보면 절대 상대하지 말고 바로 도망쳐.”
“네, 강우 씨.”
“조만간 나도 한번 같이 갈게.”
“강우 씨도요?”
“응.”
의외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는 한설아의 눈빛에 강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이면 한 번 폭렙을 시켜줄 때니까.’
어느 정도 전투 경험이 쌓였으니 그들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레벨 업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헤헤. 그럼 그때를 기대하고 있을 게요.”
강우가 같이 간다는 사실만으로 기쁜지 그녀는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강우는 기뻐하고 있는 한설아를 뒤로 하고 S급 게이트로 향했다.
* * *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차를 타고 화서역 근처에 있는 S급 게이트에 도착한 강우는 차연주가 마련해 준 정식 출입증으로 손쉽게 안으로 들어왔다.
‘근데 오늘 화랑부대 숫자가 좀 적어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나?’
평소 같았으면 입구 주변을 철통 경비하고 있을 화랑부대 1군이 오늘 따라 그 숫자가 적어보였다.
‘뭐, 큰 상관없는 일이겠지.’
지금 중요한 것은 화랑부대에 무슨 일이 생기고 아니고가 아니었다.
강우는 멀리 보이는 호수를 힐끗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호수 주변에는 다가가지 마. 위험한 몬스터가 있으니까.”
“알았어. 강우랑 계속 같이 있을게.”
“그럼, 몬스터를 내가 끌고 오면 마법으로 서포트해 줘. 본체로는 변신하지 말고.”
본체로 싸우는 쪽이 당연히 더 강하겠지만 그녀의 본체는 너무 거대했다.
사냥 중에 다른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가능성이 너무 컸다.
“응.”
에키드나는 의욕에 찬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주지자의 권능을 사용해서 주변 몬스터를 탐색했다.
‘자이언트 오우거인가.’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거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수원 S급 게이트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임과 동시에 주는 경험치가 많아 인기가 많은 몬스터였다.
‘우선 한 마리씩 사냥해 볼까.’
강우는 유혹의 권능을 사용하여 자이언트 오우거 한 마리를 끌어왔다.
-쿵! 쿵! 쿵!
“에키드나, 준비해.”
“알았어.”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는 땅.
강우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자이언트 오우거를 바라보며 몸을 낮게 숙였다.
“크아아아아아!!”
5미터에 달하는 거인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모습은 순간적으로 생각을 잊게 할 정도로 압권이었다.
‘천력의 권능.’
권능을 사용하지 않은 신체로는 자이언트 오우거의 괴력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강우는 천력의 권능을 사용한 채 돌진하는 자이언트 오우거와 격돌했다.
-크그그그그그긍!!!
자이언트 오우거와 강우의 격돌에 주변 땅이 뒤집어지며 거친 폭음이 주변을 울렸다.
“크으으.”
강우의 입에서 짧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과연 S급 몬스터라 이건가.’
천력의 권능을 사용했음에도 견디기 쉽지 않은 괴력이었다.
‘하지만.’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강우는 천력의 권능을 유지하며 재빠른 동작으로 자이언트 오우거의 팔을 타고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콰드드득!!
“크아아아아아!!”
강우의 손에서 만들어진 마기의 창이 자이언트 오우거의 목덜미를 꿰뚫으며 깊게 쑤셔 박혔다.
마음 같아서는 이 상태로 암극의 권능에 칼날의 권능을 더하여 사용해서 자이언트 오우거의 몸을 내부에서부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것까진 힘들 것 같네.’
3가지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지금 강우로서는 좀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천력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는 이 힘에 버틸 수가 없어.’
강우는 거칠게 몸을 비틀고 있는 자이언트 오우거에게서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 창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자이언트 오우거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창을 잡고 있는 손바닥이 창대에 쓸려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크 사이드.”
강우와 자이언트 오우거 사이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을 때, 에키드나의 마법이 가세했다.
허공에 만들어진 열두 개의 검은 낫이 오우거의 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촤악! 촤아악!
“크어어어어!!”
몸에 달라붙은 강우를 떼어내려고 하고 있던 오우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열두 개의 낫에 고스란히 몸이 난자당했다.
자이언트 오우거의 눈이 붉게 물들며 그의 몸부림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크르르르르!!”
자이언트 오우거는 멀리서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에키드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강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후 암극의 권능을 멈추고 천력의 권능을 그의 오른손에 집중했다.
-콰드드득!
천력의 권능이 집중된 그의 오른손이 자이언트 오우거의 두피를 뚫고 파고들었다.
두피를 뚫은 그의 손에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뇌전의 권능.’
-파지지지직!!!
“크어어어어….”
말 그대로 머릿속에 직접 지져지는 푸른 뇌전의 공격에 오우거는 입을 쩌억 벌린 채 몸을 비틀거렸다.
움직임이 느려진 오우거의 목을 향해 검은색 낫이 날아들었다.
-쿵!
5미터에 달하는 자이언트 오우거의 거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띠링.
[S급 일반 몬스터 자이언트 오우거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한 마리를 잡아서 레벨 업.’
강우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일반적으로는 최소 65레벨 이상 플레이어가 파티를 꾸려 사냥을 시작하는 S급 게이트에서 40레벨 대 초반의 강우가 사냥을 하니 한 번에 막대한 경험치가 흘러들었다.
‘아주 좋아.’
무리를 해서라도 S급 게이트에 사냥을 온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A급 게이트였다면 한 마리의 몬스터를 잡았다고 이렇게 단번에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우, 다친 곳은 없어?”
자이언트 오우거가 쏟은 피에 온몸이 젖어 있는 강우를 향해 에키드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우의 몸을 살폈다.
강우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괜찮아. 조금 긁혔을 뿐이야.”
자이언트 오우거의 몸에서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 창을 붙잡았던 손에 살짝 긁힌 상처가 나긴 했다.
하지만 고작 창대에 쓸려서 난 상처. 재생의 권능을 쓸 필요도 없는 생채기였다.
“내가 치료해 줄게.”
에키드나는 그에게 작은 생채기가 난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그의 손바닥에 난 생채기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
간지러움과 함께 손바닥을 타고 묘한 감각이 전해졌다.
강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핥고 있는 에키드나를 내려다보았다.
‘그거 오우거의 뇌 속에 들어갔던 손인데.’
지금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정보였다.
“이제 괜찮아.”
강우는 그녀에게서 손을 빼내며 말했다.
에키드나는 어딘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우, 나 도움 많이 됐어?”
“그래.”
대답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실제 그녀는 자이언트 오우거 사냥에서 큰 도움이 됐으니까.
그의 대답에 에키드나는 해맑게 웃었다.
강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본체로 현신하지 않아도 이 정도라니.’
만약 그녀가 본체로 싸운다면 S급 게이트에서 몰이사냥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우와 이어지고 나서 엄청 강해진 기분이야.”
에키드나는 자신의 몸을 신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처음 강우와 함께 잔 날 이후 엄청나게 힘이 강해진 것이 체감이 됐다.
“음….”
여전히 오해 받기 좋은 단어를 골라 사용하는 에키드나의 모습에 강우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침음을 삼켰다.
“일단 다음 몬스터를 잡아볼까.”
“응.”
포식으로 오우거의 시체를 먹어치운 강우는 다음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키에에에에엑!!”
“저건….”
그때, 전투의 소리를 듣고 날아온 건지 와이번 무리가 나타났다.
와이번은 S급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워낙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탓에 자이언트 오우거 이상으로 조심해야 할 몬스터라고 알려져 있었다.
‘30마리 이상.’
강우는 이쪽을 향해 날아드는 와이번 무리를 바라보며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30마리 이상 무리를 지은 와이번들은 자이언트 오우거를 가볍게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키이이이이익!!”
30마리의 와이번들이 강우와 에키드나를 노리고 동시에 날아들었다.
음속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낙하속도.
강우는 에키드나를 끌어안은 채 재빠르게 와이번들의 공격을 피했다.
-부우우욱!
“아….”
와이번들의 공격을 피하던 도중, 에키드나가 입고 있던 새하얀 원피스가 와이번의 날카로운 발톱에 걸려 찢겨져 나갔다.
에키드나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 아아….”
“우선 몸을 피하자.”
강우는 주변을 가득 메운 와이번 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에키드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가, 강우가.”
“응?”
“강우가 칭찬해 준 옷인데….”
그녀는 찢겨져 나간 원피스를 부여잡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강우가 칭찬해 준 옷인데!”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에키드나의 몸이 푸른색 빛에 휩싸였다.
3미터에 달하는 와이번들을 참새로 보이게 만들 만큼 거대한 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륵?!”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쫓아 달려오던 와이번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용으로 변신한 에키드나를 올려다보았다.
[크롸롸롸롸롸!!!]에키드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드래곤이 내지른 포효에 겹에 질린 와이번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드득! 콰직!
도망치고 있는 와이번 무리를 향해 난폭하게 달려든 에키드나가 와이번 무리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오우거를 어린아이처럼 사냥할 수 있는 대규모 와이번 무리가 에키드나 하나에게 무력하게 쓸려나갔다.
“허….”
강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나보다 강한 거 아니야?’
에키드나가 가진 힘은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