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52화
S급 게이트 사냥(1)
화랑 3군.
수원, 포항을 각각 지키고 있는 화랑 1군, 2군 부대와는 달리 플레이어들에 의해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부서였다.
‘그 3군의 단장이라고 했던가.’
강우는 찬란한 은발을 가지고 있는 백화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동양인의 얼굴에 은발이라는 굉장히 특이한 조합이었지만 워낙 외모가 출중한 탓에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강하겠지.’
강우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살폈다.
얼핏 봐서는 가녀린 여인으로 보였지만 외모대로일 리가 없다는 것은 강우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과 태도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절대로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올곧음.
그녀가 가진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상당히 강한 축에 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음, 미리 선객이 있었군. 갑자기 끼어들어서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이자가 네가 직접 후원하고 있다는 루키인가?”
백화연은 강우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맞아.”
“레드로즈 길드 소속인가?”
“아니, 우리 길드 소속은 아니야. 음…. 동맹 관계라고 부르는 편이 맞겠네.”
“호오. 네가 길드 소속도 아닌 플레이어에게 그렇게 큰 지원을 해주다니. 놀랍군.”
“그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니까.”
백화연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강우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반갑다. 화랑 3군단장 백화연이라고 한다.”
“오강우라고 합니다.”
“오강우…?”
그의 이름을 들은 백화연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때 C급 게이트 앞에서 만났던 청년이로군!”
백화연은 강우랑 만났던 것이 기억났는지 눈을 반짝이며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에 차연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둘이 만난 적 있어?”
“그렇다. 아주 예의바르고 정의로운 청년이었지. 하하. 차연주 자네도 보는 눈이 좋군.”
“…뭐라고?”
백화연의 말에 차연주는 무언가 불쾌한 것을 씹은 것 같은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예의바르고 정의로운 청년이라니, 헛소리에도 정도가 있었다.
강우만큼 두 단어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인간은 드물었다.
‘대체 무슨 사기를 친 거야?’
차연주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강우는 어수룩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하하. 과찬이십니다. 백화연 씨가 절 너무 좋게 봐주시니 제가 다 부담….”
“우웩.”
“…뭐야.”
“아니, 좀 역겨워서.”
차연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백화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예의바르거나 정의롭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해.”
“흐음. 그렇군.”
백화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차연주는 강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이 뭐야?”
“음….”
강우는 슬쩍 백화연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차연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화연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쪽하고는 꽤나 깊은 관계니까 말이야.”
“흐음. 뭐,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그냥 말하지. 이번에 S급 게이트 정식 출입증을 받고 싶어.”
“…뭐?”
예상치 못한 그의 부탁에 차연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S급 게이트에서 사냥할 생각이야?”
“그래. 소환수를 구했다고 했잖아? 혼자라면 좀 위험해도 소환수까지 같이 간다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어.”
“허….”
차연주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헛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가 아는 강우는 불가능한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가 사냥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정말로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수원 S급 게이트에 뭐가 나오는지는 알고 있지?”
“자이언트 오우거와 산악거인, 와이번 그리고….”
“엘 쿠에로가 있지.”
차연주는 낮은 목소리로 S급 게이트 보스 몬스터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만약에 거기서 사냥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호수 근처로는 다가가지 마. 알았지?”
“알고 있어.”
강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S급 게이트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호수.
그 넓은 호수에는 놀랍게도 거의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바로 앞서 차연주가 말한 엘 쿠에로라는 몬스터 때문이었다.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가오리의 외형을 가진 괴물.
넓게 퍼진 지느러미에는 수천 개의 독침이 있고 온몸에서 고압 전류를 내뿜기도 했다.
엘 쿠에로가 호수 안에 있는 거의 모든 몬스터를 먹어치워 버렸기 때문에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몬스터들을 그에게서 살아남지 못했다.
결국 호수에 사는 것은 엘 쿠에로가 먹이로 취급하지도 않는 자잘한 어류뿐.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실상은 한 하나의 포식자로 인해 대부분의 생명이 말살당한 곳이 바로 수원 S급 게이트에 존재하는 호수의 정체였다.
“후우. 그럼 임시 출입허가증을 정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연락해 둘게 내일이면 바로 출입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강우는 내일이면 바로 출입 가능하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자, 잠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화연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S급 게이트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는 고작 몇 주 전에 C급 게이트에….”
“아… 그거 말이지.”
차연주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백화연의 말대로 강우는 고작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C급 게이트에서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S급 게이트도 드나들 수 있는 괴물이지.’
차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재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백강현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의 성장 속도는 전례가 없었다.
‘그나마 비슷하다면 퍼스트레이디 정도인데….’
퍼스트레이디 그레이스 맥커빈.
세계에서 최초로 플레이어로 각성한 여인으로 현재 월드 랭킹 1위에 위치한 플레이어였다.
‘사실 그레이스보다 빠르지.’
그가 플레이어로 각성한 지 한 달.
그는 고작 그 한 달 만에 국내에 손꼽히는 랭커급으로 강해졌다.
퍼스트레이디가 아무리 빠르게 성장했다고 해도 강우 정도는 아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괴물이 될까.’
그녀는 기대 반, 걱정 반이 섞인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뭐, 여기엔 좀 사정이 있어서. 저 녀석 실력에 대해서는 믿어줘도 괜찮아.”
“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S급 게이트는….”
백화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S급 게이트는 지금 국내에 손꼽히는 랭커들도 솔로로 사냥하는 것을 기피하는 장소였다.
물론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엘 쿠에로의 위험 때문이지만 그곳에 있는 일반 몬스터들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3차 각성에서 S급 특성이라도 개화한 건가?’
백화연은 강우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S급 특성이라고 해도 몇 주 만에 C급에서 S급 게이트로 진출하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면 더 높은 등급의 특성을 개화했을 수도 있단 의미.
“…대단한 플레이어를 잡은 것 같군.”
“뭐… 잡았다고 해야 할지 잡혔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지만 말이야.”
차연주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백화연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용건이 끝난 강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키드나의 신분증과 S급 게이트 정식 출입증.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으니 굳이 이 자리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저쪽도 그래주길 원하는 눈치기도 하고 말이야.’
강우는 차연주를 찾아온 백화연을 힐끔 쳐다보며 몸을 돌렸다.
“조심해. S급 게이트는 진짜 위험한 곳이니까. 나도 몇 번 사냥을 해보긴 했는데 몬스터들 어그로가 한 번에 끌려서 죽을 뻔했었어.”
“명심하도록 하지.”
강우는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탁.
강우가 나가자 묘한 적막감이 사무실에 내려앉았다.
차연주는 강우가 일어난 자리에 앉은 백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야?”
“악마교에 관한 일이다.”
“…….”
악마교라는 단어에 차연주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그녀의 몸에서 숨길 수 없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꼬리를 잡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다.”
“…후우.”
백화연의 대답에 차연주는 맥이 빠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번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건 있다.”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
“전에 우리 쪽 요원 하나가 악마교 내부로 잠입에 성공했다는 얘기는 들었나?”
“아, 응. 들었어.”
“어젯밤 강동훈 요원이 은밀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주요 증거 영상을 입수했으니 따로 접선지를 정해 몰래 영상을 넘겨주겠다고 하더군.”
백화연의 말을 들은 차연주의 눈빛이 반짝였다.
“주요 증거 영상을 확보했다고?”
“그렇다.”
“그러면 그냥 데이터 파일을 보내면 되는 거 아니야? 굳이 위험하게 직접 만나서 건네줄 필요는 없잖아.”
“통신 장비가 엄격하게 통제받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악마교 내부에서는 메시지조차 보낼 수 없다고 하더군.”
“…더럽게 철저한 놈들이네.”
“하는 짓이 그 모양이니 말이다.”
백화연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을 납치해 산 제물로 바치는 정신 나간 인간들.
그것도 그들이 벌이는 여러 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더 은밀한 곳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아직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 잠입시킨 곳이 그놈들 본부야?”
“아니. 지부에 불과하다. 본부가 어디인지, 애초에 한국에 본부가 있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설마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조직일 수도 있다는 거야?”
“지금 그들의 규모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허….”
차연주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대체 그 악마교가 뭐길래….”
산 제물을 바치는 정신 나간 종교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거대 종교라니.
지금이 21세기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하니 너무 섣부르게 생각하지 마라.”
“그래서 그 접선지가 어딘데?”
“수원이다.”
“수원?”
“내일 화서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원 화서역이면 한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장소였다.
다름 아닌, 국내에서 두 곳 밖에 없는 S급 게이트가 자리 잡고 있는 장소였으니까.
“자네 길드에도 지원 요청을 하고 싶다. 되도록 들키지 않고 접선하고 싶지만… 만일의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알았어.”
차연주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교에 관한 것은 그녀가 지금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이었다.
“나도 같이 갈게.”
“…그 아이 때문인가?”
“…….”
백화연의 물음에 차연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은이 얘기는 하지 마.”
“…미안하군. 알았다. 자네가 직접 와준다면 그 이상 든든한 게 없지.”
백화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차연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나저나 수원 화서역이라….”
차연주는 S급 게이트에 사냥을 가겠다고 한 강우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마주칠 일은 없겠지?’
내부 요원과 접촉해 동영상 파일만을 전달 받는 일이었다.
그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