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9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72화
나 홀로 집에 (2)
“흐응. 마왕님의 저런 반응을 보니 그때 같이 가지 못한 게 너무 아쉽네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아쉬워하는 강우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리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라면 훨씬 대담한 옷을 골라서 마왕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렸을 텐데.”
한설아와 차연주의 옷을 살피던 그녀는 고혹적으로 입술을 핥았다.
둘의 옷은 다 좋은데 노출도가 너무 없는 게 흠이었다.
아무리 피부를 가림으로써 나오는 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도발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흐흐. 나중에 임자랑 연주랑 해서 한번 같이 옷 사러 나가. 리리스가 입은 것도 보고 싶네.”
“호호, 알겠어요, 마왕님.”
리리스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에키드나는 따로 옷을 안 샀니?”
차연주나 한설아와는 달리 에키드나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다.
흐응! 에키드나가 허리에 척 손을 올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나는 따로 주문 제작을 부탁했어! 설아 거랑 리리스 거랑 연주 것도 같이!”
“어머? 뭘 주문했으려나?”
“헤헤. 그건 나중에 옷 받으면 보여줄게! 그때 다 같이 옷 갈아입고 강우랑 놀자!”
“으응?”
갈아입고 놀자는 에키드나의 말에 리리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마왕님께서 말했잖니. 에키드나는 나중에 다 큰 후에 같이….”
“짝짓기 얘기하는 거 아냐!”
“어머, 그랬니?”
리리스는 동그랗게 눈을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을 갈아입고 같이 놀자고 하기에 당연히 그렇고 그런 것을 상상했었다.
“그럼 뭘 하며 놀자는 얘기니?”
“후훙! 그것도 나중에 옷 도착하면 알려줄게! 강우가 엄청 좋아할 거야!”
“흐응~ 궁금한걸?”
“조금만 참아!”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에게 몸을 돌렸다.
“그럼 마왕님. 서큐버스들에게 교육 좀 하려면 저도 슬슬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녁에 같이 있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응? 리리스도 오늘 집에 없는 거야?”
에키드나가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마왕님께서 시키신 일이 있거든. 오늘은 에키드나가 마왕님이랑 같이 있어 주렴?”
“우응…. 근데 나도 오늘 나가야 하는데.”
“어머? 무슨 일이라도 있니?”
“슬슬 복귀 기념 라이브도 얼마 안 남아서 연습하러 가야 해!”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복귀까지 얼마 안 남았다 했구나.”
리리스가 손뼉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우울한 표정으로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강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무언가 중대한 사실 하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깐.’
차연주랑 한설아도 오늘 다른 일 때문에 집을 비운다고 했다.
거기에 리리스랑 에키드나까지 없다면.
‘어… 설마 오늘 나 혼자 집에 있는 건가?’
그 놀라운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언제 우울했냐는 듯 전신에 무한한 전율이 퍼졌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옷!!!!’
폭발하는 환희!
미칠듯한 쾌감!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집에 혼자 남아 있다니!
지구에 온 이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물론 평소처럼 다 같이 시끌벅적하게 있는 것도 엄청 행복하지만!’
사람에겐 혼자만의 시간도 꼭 필요하지 않은가!
한설아의 사랑이 너무 지극한지라 거의 매일 같이 붙어 있다 보니 이제까지 전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흐, 흐흐흐.”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환희에 찬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로 들썩이려는 어깨를 필사적으로 내렸다.
‘아니, 뭐 임자랑 같이 붙어 있는 다고 해서 이제까지 불편한 건 없었지만.’
한설아처럼 착하고 배려심 깊은 여인과 함께 있는데 뭐가 불편하겠는가.
매일 아침 상냥하게 키스해 주고 맛있는 밥도 지어주며 몸을 정성스럽게 씻겨주거나 원할 때는 언제든 풍만한 두 언덕을 만질 수 있게 해준다.
차연주와 리리스도 마찬가지.
그런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아주 그냥 대가리가 두 쪽으로 쪼개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게 아내가 친정으로 갈 때 느끼는 유부남의 마음일까.
물론, 대부분의 유부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이란 것은 소중한 법이다.
“그럼 어쩔 수 없네. 오늘은 나 혼자 집에 있을게.”
강우는 승천하려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말했다.
“가, 강우 씨 혼자요?”
“어머. 처음 있는 일 아닌가요?”
“새끼 혼자 있다고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지?”
세 여인 또한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 말하며 서글픈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아, 정말 너무 슬프네. 집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진짜 너무 슬퍼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아.”
진짜 존나 좋.
아니.
존나 슬퍼!!
“강우 씨가 이렇게 슬퍼하시다니… 안 되겠어요. 어머니에게 연락해서 다음에 가야겠어요.”
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임자. 어머니랑 같이 시간을 보낸 지도 오래됐잖아.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봬서 맛있는 거라도 사드려야지.”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뭐 애도 아니고 혼자 있다고 아무 문제 없어!”
“…강우 씨가 외로우실 것 같아서요.”
“고작 하룬데 뭐! 전~~~~~~~혀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어머니랑 하룻밤같이 자고 와! 꼭! 알았지?”
진짜 내가 너무 슬픈데 우리 임자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 알지?
“하으으. 강우 씨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강우 너 이 새끼. 뭔가 수상한데? 설마 우리가 가는 게 좋다거나 그런 거 아니냐?”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금도 (기쁨의)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은데!
“난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내들과 하루라도 떨어지면 죽을 것만 같아!!”
아아!! 세상에 이토록 끔찍한 고문이 따로 있을까!!
“하지만!”
쿵! 거칠게 발을 구르며 외친다!
“너희와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기 위해! 이 믿을 수 없는 행복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 오늘은 집에 혼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
“…….”
영혼이 담긴 연설에 네 여인의 얼굴이 살짝 벙쪘다.
“어, 뭐. 그래, 알았다.”
“후후훗. 마왕님께서 저희랑 같이 있는 시간을 그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해 주시는지 몰랐네요. 사랑해요. 마왕님?”
“정말… 하긴, 저도 강우 씨가 사라지고 나서야 제게 강우 씨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다시금 느꼈으니까요. 쿡쿡. 오늘은 어머니에게 효도 좀 하고 올게요.”
한설아가 강우를 끌어당기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뒤를 이어 리리스와 차연주와도 짧은 키스를 나눴다.
“흐응! 강우! 나도!”
“에키드나는 볼에.”
쪽.
에키드나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자신만 입술이 아닌 게 불만인지 입술을 삐쭉 내밀던 에키드나는 이내 다시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강우! 나 없는 동안 단풍 이야기 일일 퀘스트 좀 해줘!”
그건 또 뭔데.
“요즘 하고 있는 게임이야!”
그걸 나한테 왜 시켜.
“다들 내일 보자고.”
“네~”
“누나 돈 벌어 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이 백수 자식아.”
“후훗. 서큐버스들은 제가 잘 교육시킬게요~”
“흐응! 난 며칠 더 있어야 하니까 나중에 라이브 일정 나오면 알려줄게!”
그렇게 네 여인이 나가자.
“…….”
적막이 집 안에 내려앉았다.
“와.”
이 집을 사고 난 후 이 정도로 집이 조용했던 적이 있던가.
평소 매일 같이 봐오던 집 안의 풍경이 어째서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끼요오오오오오옷!!!”
강우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괴한 괴성을 내질렀다.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와 씨. 존나 신기한 기분이네.”
강우는 낄낄 웃음을 터뜨리며 집 안을 돌아다녔다.
“근데 이제 뭐 하지.”
한동안 길을 잃은 것처럼 집 안을 방황하던 강우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막상 혼자 있게 되니 할 게 없네.’
애초에 그는 오락을 즐기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었다.
TV를 보는 것도, 게임을 하는 것도 딱히 땅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밖에 나가서 할 것도 없다.
“시훈이나 불러 볼까.”
간만에 김시훈이랑 둘이서 밥이라도 먹을까 싶어서 전화를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재중이라는 메시지뿐이었다.
“새끼, 이거 아직 일 안 끝났나.”
얼마 전 리리스에게 들었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음… 평소에 하지 못할 법한 일 어디 없나.”
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에 잠겼다.
마땅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던 그는 잠시 소파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냈다.
지루할 법한 시간이었지만,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딱히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한참을 소파 위에서 뒹굴던 도중, 강우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퍼뜩 자리에서 일어섰다.
“흐흐. 평소에 못 할 일이라면 당연히 이거지.”
강우는 씩 입꼬리를 올리며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그는 등골에서 짜릿하게 차오르는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며 다시금 기괴한 괴성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데마시아의 왕은 국민이다!”
혁명을 일으킨 프롤레타리아처럼 두 팔을 번쩍 든 채 나체로 집 안 곳곳을 질주했다.
“자유느으으으은! 승리한다아아아!!”
미칠 듯이 분비되는 엔돌핀!
평소에 이런 짓을 하다가는 바로 임자에게 붙잡혀 침실로 끌려가겠지만, 오늘만큼은 아니다!
아무도 그를 억압할 존재는 없다!!!
“푸헤헤헤헤헿!!!”
배를 움켜쥐고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고, 아무도 그를 신경 쓰는 존재는 없었다.
믿을 수 없는 해방감.
등골을 타고 짜릿하게 퍼지는 금단의 전율.
“아아.”
강우는 낮은 탄성을 흘렸다.
우물 속 개구리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애초에 밖의 세상을 본 적조차 없기 때문이다.
자각조차 할 수 없는 미지(未知)의 구속.
그는 이제까지 상식이라는 틀에 묶여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우물 속 개구리의 등에 날개가 돋아난 것이다.
“플라잉 프로그(Flying Frog).”
폴짝!
도움닫기조차 없이 높게 점프한 강우는 팽그르르 몸을 돌리며 거실 바닥에 착지했다.
지금 자신의 행동들이 얼마나 병신 같은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혼잔데 뭐 어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병신 짓 좀 하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래,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집에 혼자 있으면 한 번씩 해봤을 거야.’
그런 기이한 확신감이 차올랐다.
마지막 남은 상식의 끈을 가차 없이 잘라내며 거실 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으랏차! 여기에 노래가 빠질 수 없지!”
거실 한구석에 있는 커다란 스피커를 재생시킨 후 음량을 최대로 높였다.
에키드나가 받아 놓은 노래들이 무시무시한 사운드로 거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빰! 빰빠라바라밤~!”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맞춰 허리를 튕기며 마치 기타를 치듯 허공을 붙잡고는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나 홀로 남은 집안.
자유의 광인(狂人)이 된 강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