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59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80화
이곳에 빛은 없다 (5)
“아이 씨, 콧물 묻었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흘린 콧물이 셔츠에 묻어 있었다.
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콧물이 묻은 셔츠를 옷소매로 닦았다.
“흐으윽!!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짓을!!”
아직도 청년은 세상 서럽게 울고 있었다.
“왜! 왜 그 아이를 죽인 겁니까!!!”
“죽이긴 뭘 죽여. 잘 살아 있어 새끼야.”
기차 화통 삶은 처먹은 것처럼 울어 재끼고 있구만 죽긴 뭘 죽어.
“그리 작은 아이를!!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아이를 왜!! 왜 죽여야 했던 겁니까!!!”
“안 죽였다고.”
“대답하세요!!! 왜 저 아이를 죽였냐고 묻지 않습니까!!!”
“안 죽였다니깐?”
“이 잔학한 악마!!! 자신이 지은 죄를 무시할 생각입니까!!!”
“아니이이이이!!!! 안 죽였다고 이 개-새끼야아아아아!!!!”
존나 잘 살아 있다고!!!!
멀쩡하게 살아 있는 애를 왜 죽이냐고!!!
“아아!! 위대한 아카르트시여!! 부디 저 어린 영혼에게 다시 한 번 구원을!!! 그리고 저 작은 보석을 잔혹하게 죽인 악마에게 빛의 철퇴를!!!”
“아아아아아아아악!!! 개빡치네 진짜!!!!!”
너무 화가 나!!!!
이 새끼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처먹는 거야!!!
“진정하세요, 형님. 어차피 저놈들에겐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강우를 뒤따라 단상 위에 올라선 김시훈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었다.
스릉. 새하얀 검신이 드러나며 주변에 서늘한 냉기가 휘몰아쳤다.
“저놈은 진심으로 아이를 죽이는 걸 구원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냉기보다도 더 차가운 눈빛으로 전도사를 노려보았다.
“골 때리는 새끼들이네.”
강우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를… 죽인다고?”
청년 전도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사납게 이를 갈았다.
“누가 저 어린 아이를 죽인단 말입니까? 저 아이를 죽인 건 제가 아니라 당신들이겠죠.”
“이 새끼 계속 헛소리하네. 방금 그런 네가 한 건 뭔데?”
어린 아이를 휘감은 황금빛에는 마약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고통을 잊게 만들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저 정도로 엄청난 양의 빛무리가 갑자기 몸속으로 들어온다면 별다른 저항력조차 없는 아이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거나 뇌사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저는 아이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지랄. 죽이는 게 구원이라고?”
“죽이는 게 아닙니다!! 저 아이의 영혼은 아카르트 님의 인도를 따라 안전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겁니다!!”
“…뭐?”
강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안전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설마 이 새끼 환생을 시키는 걸 구원이라 생각하는 건가?’
진짜 환생을 시키는지 어쩐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찌 됐든 죽이는 건 마찬가지다.
“그게 죽이는 거지 뭐가 아니야.”
“아니! 다릅니다! 오히려 이 세계에 남아 있는 게 그 아이를 죽이는 거죠!!”
청년 전도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이 세계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누구 맘대로 이 새끼야.”
“당신도 아실 텐데요! 끝없는 외계의 침식! 무너진 율법(律法)과 천칭!”
양팔을 넓게 펼치며 쿠웅! 발을 굴렀다.
“이 세계의 종말(終末)은 머지않았습니다!! 침몰하는 배나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하.”
강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사납게 뜬 눈으로 전도사를 노려보았다.
“그럼 너나 뒤져서 환생하지 그래?”
진심으로 이 세계가 종말 한다 생각한다면, 그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다른 세계에 환생하는 것이 맞다.
진짜 환생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뒤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헛소리는 네가….”
“당신은 침몰하는 배에서 누굴 먼저 구하겠습니까? 타오르는 집에서 누굴 먼저 구하겠습니까!!”
처절한 절규.
청년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목덜미를 지난다.
“아이를… 당연히 이 어린 생명들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제대로 세상을 살아보지도 못한 이 어린 영혼들을 구제하는 게 마땅하지 않습니까!!!”
“…….”
아아.
그래, 이제 알겠다.
“그런데 저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낙원으로 떠나라고요? 아뇨, 아뇨, 아뇨!! 그럴 순 없습니다!!! 그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입니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행동입니다!!”
이것들은.
“아무리 당신이 절 방해한다 해도!! 저는 그 아이를 구원할 것입니다!! 그 어린 영혼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순수한,
투명한,
더없이 맑고 깨끗한.
한없이 올곧고, 굽히지 않는 신념을 지닌.
“미친 새끼.”
순백의 광인(狂人)이다.
“그래. 세상엔 너 같은 새끼가 있지.”
강우는 깊게 가라앉은 시선을 청년에게 향했다.
“병신 같은 신념을 병신처럼 믿고 따르는 병신 새끼들.”
“…….”
“너, 진심으로 종말이 온다 생각하냐? 걸음마를 떼지 못하는 애새끼를 죽이면 그 영혼이 낙원으로 간다 생각해?”
“그렇습니다. 아카르트 님의 말씀대로라면 분명….”
“그런 새끼가.”
그렇게 당당하고 올곧은 신념을 지닌 놈이.
“뭐 하러 사람들에게 황금빛 뽕을 줘서 따르게 만드냐?”
“그건.”
“너도 네가 하는 말이 개소리처럼 들릴 걸 알고 있어서 약에 취하게 만든 다음 억지로 따르게 만든 거 아냐?”
“다릅니다. 저는 힘들게 사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평안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니지. 그랬다면 굳이 설교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마련했을 때만 빛을 뿌려댈 필요가 없잖아?”
그들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면,
진심으로 그들이 평안을 얻길 원한다면.
굳이 그것을 집회 장소에서만 뿌릴 이유가 있을까?
“너는 애초에 알고 있는 거지. 네가 지껄이는 개 헛소리를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따라줄 사람이 없다는 걸. 그러니까 고통을 잊게 해주는 빛을 사용한 거고. 그렇지 않아?”
“헛─소리!! 지금 이곳에 모이신 모든 분들은 빛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진심으로 따라주고 계십니다!!”
“그래? 씨발 내가 보기엔 다들 약쟁이로 보이는데 말이야.”
강우는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승천(昇天)의 의식을 하며 폭발했던 황금빛 파동에 취한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헤, 입을 벌리며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딜 어떻게 보더라도 빛을 믿고 따르는 신실한 신도의 모습은 아니다.
“넌 여기 모인 이 사람들을 이용한 거야. 아카르트가 지껄이는 헛소리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
“전 이분들을 이용한 게 아닙니다! 구원하려고 하는 겁니다!!”
“죽여서 환생시키는 거? 뭐, 그래. 진짜 다른 세계에서 환생한다 치자. 근데 그거 적어도 환생시키는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 네가 뭐라고 멋대로 사람을 죽여 환생시켜?”
과연 황금빛 물결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아이를 죽여 환생시킨다는 그의 헛소리에 아이의 어머니는 동의했을까?
진짜 구원을 하려 했건 아니건 이미 마약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지닌 빛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강압적으로 따르게 한 게 맞다.
“당신은 침몰하는 배에서 생존자의 동의를 구하고 구조합니까?!”
“얼씨구. 지금 상황이 그거랑 같냐? 동의를 구할 시간도 없게?”
“같은 상황입니다! 종말은 머지않았단 말입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지금 당장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네!! 세상에 종말이 찾아왔어!!”
“이익!!”
청년 전도사가 사납게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뭐라고 지껄이건 여기 모인 사람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서 이용해 먹은 건 똑같아 이 새끼야.”
강우는 몸을 돌려 빛에 취해 해롱거리는 여인에게 아이를 안겨주었다.
“시훈아.”
“예, 형님.”
“저 새끼한테 물어볼 거 있으니까 죽이진 말고.”
“알겠습니다.”
김시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쿵!
거칠게 발을 박차며 전도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윽! 이 사악한 악마들!”
전도사는 한껏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뻗었다.
황금빛 빛무리가 모여들어 방패의 형상으로 변했다.
“악마는.”
푸른 검강이 새하얀 검날 위에 타오르듯 솟구쳤다.
“네놈들이다.”
차갑게 읊조리며 검을 휘둘렀다.
카앙! 쩌저저적!!
황금빛 방패를 후려친 검날에서 냉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근데 사실 내가 악마가 맞긴 한데.”
“…형님?”
“아니, 미안. 우리 시훈이 파이팅!”
강우는 빛에 취해 해롱거리는 사람들이 전투에 휘말리지 않게 멀찍이 옮겨버리며 김시훈을 향해 불끈 주먹을 쥐었다.
“크으으으.”
냉기의 폭풍에 휘말린 전도사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전능하신 아카르트여 제게 진리의 빛을.”
낮게 읊조린 그의 몸에서 폭발하듯 황금빛 물결이 터져 나왔다.
터져 나온 황금빛 물결이 뭉쳐 기다란 창의 형태로 변했다.
“흐아아아앗!”
기합을 터트리며 황금의 창을 내질렀다!
“느려.”
김시훈은 보법을 사용해 미끄러지듯 왼쪽으로 이동하며 창을 피했다.
오른발을 축을 반 바퀴 몸을 돌리며 폭발적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크읏!”
다급히 내질렀던 창을 끌어당겨 검격을 막은 전도사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은 탓인지 검격을 막은 전도사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카가가가강!
검격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물이 흐르듯, 아니 물이 휘몰아치듯 쏟아지는 연격(連擊)!
1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수십 번 이상의 검격이 전도사의 몸을 날카롭게 베어 들어갔다.
“소용없습니다!!!”
전도사는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유려하게 창을 움직였다.
풍차처럼 돌려지는 창에 김시훈의 검격이 모조리 막혀 튕겨 나갔다.
“죽어서 참회하십시오!”
터엉!
풍차처럼 돌리던 창의 자루 부분을 땅에 내려찍었다.
그 반탄력으로 공중으로 떠오른 청년은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발판이라도 있는 것처럼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훙훙훙훙훙!!
공중에서 쏟아지는 셀 수 없는 창격(窓格).
창끝이 갈리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동시에 전후좌우에서 휘몰아치는 창격은 감히 받아낼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사람은 달라도 쓰는 기술은 똑같은 모양이군.”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창격을 보며 김시훈은 차갑게 웃었다.
그가 상대했던 전도사는 아니었지만, 사용하는 기술 자체는 비슷했다.
“그렇다면.”
김시훈은 양손으로 검을 높게 들어 올랐다.
역수로 쥐어 검날이 바닥을 향하게 만든 후,
“넌 내 상대가 안 돼.”
있는 힘껏 바닥에 내려찍었다.
쩌저저저저적!!!
검을 찔러 넣은 곳을 기점으로 혹한의 냉기가 넓게 퍼져나가며 무시무시한 냉기가 휘몰아쳤다.
“이, 이게 무슨…!”
냉기에 휩싸인 전도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콰앙!
검을 뽑아든 김시훈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나갔다.
무시무시한 연격이 폭풍우처럼 쏟아졌다.
전도사는 다급히 창을 고쳐 잡고 김시훈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썩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 말도 안 돼!”
김시훈은 마치 청년이 어딜 어떻게 공격할 줄 ‘알고’ 있다는 듯 그가 내지르는 모든 공격들을 완벽하게 카운터치며 몰아붙였다.
김시훈의 입가에 냉소가 지어졌다.
“이미 한 번 겪어봤거든.”
한 번 겪어본 공격이라면,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들이 황금빛 창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해도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패턴들이 들어와 있었으니까.
“이런 미친! 한 번 본 것만으로 어떻게 아카르트 님이 전수해 주신 무리(武理)을 파악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전도사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욕지기를 내뱉었다.
-카아앙!
공격과 공격 사이, 어지간한 강자라도 감히 파악할 수 없는 찰나의 틈을 노리고 난폭한 검격이 빛을 뿜었다.
황금빛 창이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새하얀 서리에 뒤덮인 칼날이 전도사의 목에 닿았다.
김시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난 가능해.”
“…….”
전도사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전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강우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짝, 손뼉을 쳤다.
“저 새끼가 주인공이었지.”
사륜안 뭔데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