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95)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76화
낙원(樂園) (6)
“자!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시작해 볼까!!”
이름 아침.
데일의 아버지, 애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운차게 외쳤다.
창밖을 보니 푸르스름한 새벽을 밝히며 점차 따사로운 햇살이 떠오르고 있었다.
“네!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시작해요!”
그의 옆자리에 자고 있던 아내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둘은 이불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데일의 방으로 향했다.
데일은 고요한 숨을 내쉬며 침대에 잠들어 있었다.
목덜미의 상처는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진 상태.
“아아, 우리 보물!!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이 모든 것이 아카르트 님의 은혜 덕분이지!”
애덤과 그의 아내는 데일이 규칙을 어겼음에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탄성을 흘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럽다는 듯, 잠들어 있는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그래도 슬슬 데일을 깨워야 할 시간이에요.”
“곧 기도시간이 머지않았으니 말이야!”
애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들어 있는 데일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으, 으으.”
데일은 어제의 데미지가 완전히 치료되지 않았는지, 침대에 동그랗게 몸을 만 채 일어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데일! 어서 일어나렴! 곧 기도시간이란다!”
“…조금만 더, 잘래.”
데일은 이불을 끌어당기며 중얼거렸다.
“하하핫!”
애덤은 그런 데일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환한 미소를 터트리며,
━뻐억!!!
망설임 없이 누워있는 데일의 배를 전력으로 내려찍었다.
“커허어어억!!!”
데일이 가쁜 숨을 토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우욱!! 우웨에에엑!!”
애덤은 배를 움켜쥔 채 속을 게워내는 데일의 머리를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계속 자고 있으면 기도시간에 늦잖니? 어서 일어나서 준비하렴.”
데일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더없이 상냥했고, 따스했다.
“아, 으. 예, 예….”
데일은 덜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거운 추가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무거웠지만, 계속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전능하신 아카르트께서 말씀하신 규율은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
어렵게 몸을 일으킨 데일을 데리고, 애덤과 그의 아내는 집 한구석에 마련해 둔 기도실로 향했다.
“전능하신 아카르트여, 진리의 빛으로 날 보호하소서. 거룩하신 지혜로 날 이끄시고 내 가는 길 어둠에 싸여 있어도 신성한 빛으로 내 영혼을 이끄소서.”
애덤은 ‘규율’에 따라 아침 식사 전, 정확히 6시가 되는 시간에 [진리의 사원]이 있는 방향으로 엎드려 기도를 올렸다.
한 번 시작된 기도는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럼 일하러 다녀오겠소!”
“네! 잘 다녀오세요~!”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아버지!”
데일과 아내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행복하고 즐거운 미소와 함께.
“후아!”
애덤은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빛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의 주변에는 자신과 같이 신전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정갈하게 줄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여자도, 심지어 어린아이까지도 있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은 반드시 그날 하루 [빛의 신전]에서 주어지는 일을 해야 한다.’
그나 에밀리의 가족, 요한의 가족은 모두 남자가 일을 하러 갔지만, 그 반대로 남자가 집안일을 하고 여자가 일을 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하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정당한 노동을 통해 배불리 먹을 식량과 생활에 필요한 여러 용품을 지급 받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 중 하나였다.
“오늘도 보람차게 일해볼까!”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전으로 향했다.
‘언제나 출근길은 즐겁군!’
노동이라는 것은 얼마나 보람차며, 즐거운 일인가!
고된 노동을 할 때마다 몸은 지치고, 숨은 가빠졌지만 그럼에도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흘린 땀 한 방울이, 이 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세상에 그것보다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자신이 고생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사람들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생각하면 절로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하하하핫!!!”
애덤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도 고된 일을 마치고 난 후 따스한 집에 돌아가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나저나 어제 손님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어젯밤, 즐거웠던 저녁 식사를 떠올렸다.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고 함께 웃고 떠들며 식사를 했던 경험은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기분을 느끼게 했다.
‘계속 찾아오면 좀 힘들겠지만.’
전능하신 아카르트 님의 규율에 따르면 식사는 모두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야만 한다.
배급받는 식량은 똑같은데 먹는 입이 늘어나니 아무래도 매일 찾아오는 건 곤란했다.
‘그래도 참 좋은 사람들이었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는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신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음?”
그의 앞을 한 청년이 가로막았다.
어둠을 녹여 만든 듯한 흑발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청년.
“자네는 누군가?”
갑자기 앞을 막아선 청년을 향해 물었다.
“나?”
청년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애덤은 그의 미소에 화답하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일을 받기 위해 [빛의 신전]으로 가는 길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로군!”
루케오 푸레에서는 일정 구역마다 [빛의 신전]이 위치해 있었고, 그 구역의 주민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과 똑같은 루트로 신전으로 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길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을 마주치는 건 드문 일이었다.
“나는….”
날카로운 눈매의 청년은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며 입가를 올렸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섬기게 될, 새로운 신이야.”
“무슨…?”
의문을 입에 담기도 전에,
-슈욱!!
“어, 어어?”
바닥에서 갑작스럽게 솟구친 어둠이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커헉!! 컥!! 크르륵!”
그의 육체가 어둠 속 깊이 빨려 들어갔다.
“푸흐흐흐!!”
휑하니 빈 길바닥 위에서 악마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허억!!!”
애덤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그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히익!!”
까마득한 하늘.
루케오 푸레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공중 위에 그는 앉아 있었다.
“뭐, 뭐야!! 뭐야 이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지만, 검은 어둠으로 만들어진 의자 위에 단단히 속박된 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일어났어?”
의자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막처럼 두른 어둠. 끈적거리는 검은 점액질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변을 떠돌았다.
찌익.
청년의 입가가 벌어졌다.
귀밑까지 찢어진 흉측한 입가 사이로 새하얀 이빨이 보였다.
더없이 순수한 악의(惡意)로 가득 찬 그 미소는━
이야기로만 들었던 ‘악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다, 당신 뭐야!!!”
“뭐긴. 아까 말했잖아.”
“으, 으으.”
애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덜덜 몸을 떨었다.
갑자기 영문도 모르고 공중으로 끌려온 상황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 지금!! 지금 몇 시지?!!”
[빛의 신전]으로 가야 할 시간에 늦을 것 같다는 사실 때문.“8시 10분. 신전으로 가야 할 시간에는 이미 10분 늦어버렸네.”
“그, 그런!!”
애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딱딱딱, 시끄럽게 이를 부딪쳤다.
“아, 안 돼!!! 안 돼에에에에!!!!”
처절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아침 8시까지 [빛의 신전]으로 가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전능하신 아카르트 님이 말씀하진 ‘규율’을 어기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빠, 빨리!!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가야 해!!!”
“이미 가봤자 늦었잖아?”
악마는 허둥지둥 몸을 들썩이는 애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애덤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말마따나, 자신은 이미 ‘늦었’다.
아침 8시가 넘은 시점에서 아카르트 님이 말씀하신 지엄한 규율들을 어겨 버린 것이다.
“나, 나는. 나는….”
그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절대적인 규칙을 어겼으니 자신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 어떤 이유에서건, 아카르트의 규칙을 어긴 대가는 하나뿐이었다.
“아, 으.”
죽음.
전능하신 아카르트의 규칙을 어긴 자에게는, 오로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 살려, 줘. 살려, 줘….”
애덤은 망가진 라디오처럼 중얼거리며 덜덜 몸을 떨었다.
죽고 싶지 않다.
그것은 생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본능적인 욕구였다.
“너 때문이야!! 네놈 때문에 아카르트 님의 규칙을…!!!”
갈 곳을 잃은 공포는 곧 자신에게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게 만들어낸 대상에게 향했다.
애덤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악마를 노려보았다.
악마는 귀밑까지 찢어진 입가를 쩍 벌리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난 네가 아카르트 님의 규칙을 어겼다고 해서 죽일 생각 없으니까.”
“뭐, 뭐라고?”
애덤은 있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아카르트 님의 규칙을 어겼는데, 죽이지 않는다고?”
“그래. 나는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아니, 손끝 하나 대지 않을 거야.”
“…….”
낮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애덤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네가 규칙을 어겼다는 걸 아는 건 나랑 당신밖에 없잖아?”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거짓말을 하면 돼.”
“…거짓말?”
애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래.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말하는 거야.”
선악과(善惡果)를 입에 물도록 유혹하는 뱀처럼, 악마는 속삭인다.
“별로 어렵지 않아. 저녁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사랑하는 네 가족에게 돌아가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오늘 하루도 참, 보람찬 하루였다고.
“어때, 쉽지?”
“…….”
애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진실과는 다른’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어차피 너랑 나밖에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알 수 없어.”
“그, 건….”
“그러면 그냥 이곳에서 죽을 거야? 응?”
이렇게 허망하게?
이렇게 억울하게?
“네가 원해서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닌데?”
“…….”
애덤은 굳게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희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악마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럼 저녁까지는….”
“그냥 여기서 나랑 같이 있으면 돼.”
악마는 옆에 어둠으로 만들어낸 의자를 하나 더 만들며 털썩 앉았다.
“자, 저기 한번 보라고.”
악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에밀리와 요한의 아버지가 어제 미처 완성하지 못한 집을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만약 오늘 [빛의 신전]에 갔다면 자신도 저곳에서 땀을 흘리고 있으리라.
“다들 힘들어 보이지?”
“…….”
애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곳에 함께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땀을 흘리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우리는 여기서 편~하게 앉아서, 쟤들이 일하는 걸 가만히 구경하자고.”
“그럴 수는 없….”
“어차피 다른 걸 할 수도 없잖아?”
안 그래?
악마는 그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올리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
악마의 말마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애덤은 저녁때까지 가만히 하늘 위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고된 노동을 하는 이웃들을 지켜봤다.
검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의자는 푹신했고,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쳐 시원했다.
“…헤.”
애덤의 입가에서 자기도 모르게 낮은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우월감’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을 자극하는 음습한 감정을.
-그리고 저녁이 되었을 때.
“서, 설마 따라올 생각인가?”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날 못 봐. 오직 네 눈에만 내가 보이는 거야.”
“…….”
애덤은 자신의 뒤에 따라붙어 걸어오고 있는 악마를 돌아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우! 허리가 엄청 쑤시는군!! 어? 저기 데일 아범 아닌가?!”
“데일 아범!! 오늘은 다른 곳에 갔나 보구만!!!”
같은 길로 돌아오는 에밀리와 요한의 아버지를 향해 애덤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악마가 말한 대로, 그들은 자신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악마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 손님들은 또 왔으려나?”
“하하핫! 만약 오늘도 왔으면 또 함께 저녁 식사를 하세!”
웃고 떠드는 두 사람을 지나쳐, 애덤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여보!!!”
“아빠!! 오셨어요?!!”
그곳에는 언제 나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애덤은 그 둘을 바라보며━
“오늘도 참 보람찬 하루였어!!!!!”
언제나와 같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고생 많으셨어요, 여보. 자, 여기 물이에요.”
사랑하는 아내가 시원한 물을 그에게 가져왔다.
“…….”
벌컥, 벌컥.
애덤은 아내가 건네준 물을 마셨다.
“…아.”
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짜르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의 감촉에 등골을 타고 전율이 퍼졌다.
“어때?”
뒤에 서 있던 악마가 가까이 다가온다.
“분명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은 달콤하지.”
낄낄낄.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악마의 속삭임이 이어졌다.
혀가 녹아내릴 정도로,
머리가 저릿해질 정도로,
달콤한 속삭임이.
“일하지 않고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은 더 달콤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