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79)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80화
엘 쿠에로(2)
“그렇다면 나도 그 파티에 참가해도 괜찮겠나?”
“응? 화연이 너도?”
백화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 대련실을 외부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도 나니까 말이다. 내게도 책임이 있지. 가능하다면 함께 수리비를 부담하고 싶다.”
“화연아….”
차연주는 감동을 받았다는 듯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역시 화연이 넌 저런 인간쓰레기랑은 생각부터가 다르구나!”
“듣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착하고 이해심 많고, 책임도 질 줄 알고…. 그래, 이래야 같은 사람이지.”
“저기요?”
“고마워. 화연이가 있으면 진짜로 잡아볼 수 있을 것 같아.”
“…….”
강우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정당한 거래였는데.’
차연주가 들었으면 입에 거품을 물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돌렸다.
2미터에 가까운 장검을 매고 있는 백화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접 클래스라.’
사실 엘 쿠에로의 사냥에서 가장 필요 없다고 전해지는 것이 근접 클래스였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이상 당연한 평가였다.
‘하지만.’
강우의 눈이 빛났다.
지금 그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근접 클래스가 반드시 필요했다.
백화연은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이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의도치 않게(?) 수백억 상당의 수리비를 물어내게 됐지만 덕분에 차연주와 백화연을 자연스럽게 엘 쿠에로 사냥 계획에 참가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어차피 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필요로 하는 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수백, 수천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전설 등급 이상 장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매물이 없으니 매수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레벨 제한 또한 마찬가지.
돈을 사용해서 레벨 제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돈으로는 힘을 살 수 없다.’
현질 기능이 있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가 과거의 모든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룩한 경지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돈 이외의 것이 필요했다.
“화연 씨까지 낀다면 4명이 모였군.”
“4명? 다른 한 명은 누군데?”
“에키드나. 아까 본 적 있지?”
“아, 맞다. 너 소환수도 있었지.”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말투.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키드나라면 엘 쿠에로 사냥에서도 큰 활약을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렇게 4명만 해서 가는 거야?”
“흠….”
강우는 잠시 고민을 이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김시훈 파티도 이번 사냥에 동참시키고 싶었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아직은 시기상조지.’
그들이 특출한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들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김시훈은 만약 강우가 없었다면 현존하는 기록을 다 갈아치우며 성장하는 영웅적인 플레이어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당장 김시훈 파티의 평균 레벨이 너무 낮았다.
S급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그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너무 많이 가는 것도 오히려 방해만 되는데.’
지금 그의 생각대로라면 물량 공세는 오히려 방해만 될 가능성이 컸다. 어그로 관리가 몹시 중요한 보스 몬스터 사냥에서 물량전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두 명, 아니, 한 명 정도만 더 있어도 좋겠는데.”
“어떤 계열? 원거리 딜러? 아니면 힐러?”
“근접 계열이 좋을 것 같아.”
“근접 계열? 엘 쿠에로를 잡는데 근접 계열은 왜?”
차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엘 쿠에로를 잡는 데 근접 계열이 가장 쓸모없다는 것은 플레이어라면 다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기껏해야 원거리 계열이 공격을 하기 편하게 지켜주는 탱커 정도가 쓸모 있었다.
“생각이 있어. 근접 계열이 많아야 성립할 수 있을 거야.”
“음…. 엘 쿠에로를 잡을 만한 근접 계열….”
차연주는 생각에 잠겼다.
레드로즈의 길드원들은 우수했다. 그중에는 랭커에 근접한 길드원들도 몇 명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였다.
엘 쿠에로.
S급 보스 몬스터를 잡을 만한 플레이어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구현모 단장은 어떤가?”
“아, 화랑 2군단장?”
구현모.
짧은 금발에 선글라스. 삼류 양아치 같은 외모에 가벼운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지만 그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호오.”
강우는 백화연의 적절한 인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오리악스를 상대하는 구현모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전력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워 계열이 아닌 게 좀 아쉽지만.’
구현모는 민첩을 주력 스탯으로 삼는 쌍검전사였다.
강우가 원하는 것과는 살짝 다른 스펙. 하지만 기본적으로 근접 계열에다 화랑 2군의 단장을 맡을 정도의 실력자니 근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구현모 단장과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으니 섭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알겠다. 잠시만 기다려라.”
백화연은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크흠! 무, 무슨 일이십니까 화연 씨?]스마트폰을 통해 당황에 찬 구현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연에게 전화가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
“잠시 부탁할 것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하하하! 화연 씨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얼마든지 들어드려야죠!!]‘그것만이 아닌가.’
구현모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강우는 알기 쉬운 그의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단장님! 해내셨군요!!] [드디어 구현모 단장님도 모쏠에서 탈출하시는 겁니까?!] [닥쳐, 이것들아!]전화기 너머로 구현모와 그의 단원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여전히 단원과 단장 사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대화였다.
구현모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래서 그 부, 부탁이라는 게 뭡니까? 식사 제안이라면 제가 기가 막힌 장소를….]“아니, 식사 제안은 아닙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화연은 대강의 사전설명과 엘 쿠에로를 잡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엘 쿠에로라….]“혹시 부담되신다면 다른 사람을….”
[아, 아닙니다! 화연 씨의 부탁인 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엘 쿠에로라면 안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잡아보고 싶은 몬스터였습니다!]“다행이군요.”
[지금 바로 헬기를 타고 출발하겠습니다!]“아뇨. 굳이….”
[하하하! 너무 빨리 도착하면 화연 씨와 잠깐 식사라도 하면서 간만에 서울 구경이나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대련실이 반파 된 것에 대해서 조서를 작성해야 하기에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아… 예. 그렇군요. 그, 그렇겠죠. 화연 씨도 바쁘실 테니까….]“그러면 올라오실 때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군 단원이 마중을 나갈 겁니다.”
[…예. 꼭 연락드리겠습니다.]통화가 끝났다.
“음…. 구현모 단장님이 갑자기 기운이 없어지셨군. 왜 그러시지?”
백화연은 구현모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강우와 차연주는 굳게 입을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왜 그런지 몰라?’라고 추궁하는 듯한 눈빛.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나?”
“이건….”
“흠. 그건 그렇고 구현모 단장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엘 쿠에로를 잡고 싶어 하실 줄은 몰랐다. 괜한 폐를 끼친 게 아니라 다행이로군.”
“진짜네.”
“응, 진짜 모르고 있네.”
“응? 무슨 문제 있나?”
백화연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강우와 차연주의 시선이 교차했다. 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버려 두자.”
“그래, 괜히 귀찮아질 테니까.”
암묵적인 동맹이 성사됐다.
“둘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언제쯤 출발할 생각이야?”
차연주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되도록 빨리 출발하고 싶은데.”
“난 길드원들에게 얘기도 하고 잠깐 정리할 게 있어서… 3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
“나도 조서를 작성해서 보고하려면 그 정도 걸릴 것 같다. 일단 대련실 반파 사건에 대해서는 두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당히 다른 이유를 들어 보고하겠다.”
“그러면 3일 후에 출발하는 걸로 하죠. 상세한 작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연구를 해보고 얘기 드리겠습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렸다.
3일이라는 유예 시간.
그 동안에 작전을 짜는 것과 더불어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우선 59레벨부터 달성한다.’
현재 그의 레벨은 54.
아직 ‘노력의 끝’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과연 엘 쿠에로를 잡는 것이 레벨 제한을 극복하게 만드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59레벨을 달성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3일 후 오후 2시에 게이트 앞에서 모이는 걸로 하지.”
백화연의 말에 차연주와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띠링.
[S급 일반 몬스터 자이언트 오우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59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이 제한됩니다. 추가적인 경험치는 누적되며 레벨 제한이 풀리게 됐을 때 누적된 경험치가 한 번에 적용됩니다.]“흠. 결국 레벨 제한이 있네.”
눈앞에 떠오른 푸른 메시지창을 바라보며 강우는 가볍게 혀를 찼다.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레벨 제한을 극복할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강우가 가진 ‘재능’은 다른 플레이어와는 격을 달리했으니 아예 레벨 제한이 없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마음처럼 될 수는 없는 노릇.
강우는 레벨이 제한된다는 메시지창을 닫으며 몸을 돌렸다.
“강우, 시간 됐어.”
“딱 맞춰서 됐네. 입구로 나가자.”
“오늘 강우가 말한 몬스터를 잡는 거야?”
“그래.”
“나, 강우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낼게.”
지난 3일간 그의 사냥을 도와주고 있던 에키드나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키드나는 기분 좋다는 듯 그의 손을 붙잡고 뺨을 비볐다.
“믿고 있을게.”
“이번에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야?”
에키드나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강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흐응! 흐응! 나, 열심히 할게.”
강우는 의욕에 찬 에키드나를 데리고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게이트 밖에는 차연주와 백화연, 구현모가 모두 모여 있었다.
“엥? 너 미리 안에 들어가 있었던 거야?”
“응. 잠깐 사냥을 할까 해서.”
“…괜히 보스 몬스터 사냥 전에 체력 소모하는 거 아냐?”
“그 정도는 생각해 두고 했어.”
강우는 차연주에 이어 구현모, 백화연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그럼 이번 작전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3일간 사냥을 하면서 몇 번의 수정을 거친 엘 쿠에로 사냥 계획.
“일단 이번 계획의 핵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