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our Pope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57. 줄줄이 소시지
1.
심문 과정은 아주 순조로웠다.
이래서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인간 공과 인간 롤리팝.
인간으로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두 눈으로 본 이 이단 집단의 간부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뱉어 냈다.
그래도 간부 놈들답게 알고 있는 정보들이 꽤 쏠쏠했다.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세력을 확장했는지, 어떤 식으로 돈을 갈취했는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범죄 행각들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녀석들이 적극적으로 심문에 동참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본보기가 중요한 거야. 특히 나쁜 놈들은 더 그래. 내가 여기서 죽겠구나, 싶어야 입을 연다니까? 안 그러냐, 레오야?”
“그렇습니다.”
“입을 안 열면 보통 어떻게 하지?”
“이단이 스스로 참회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로 그거야.”
스스로 참회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도와주면 된다.
어떤 식으로 도와주는지는 영업 비밀이다.
나는 오른팔이 롤리팝처럼 접혀 버린 ‘선지자’ 놈을 향해서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예, 예.”
“한쪽 팔이 롤리팝이 되어 버린 기분은 어떠냐?”
내 질문에 녀석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살려만 주신다면 상관없습니다.”
목숨 앞에서는 한없이 비굴해지는 남자.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멀쩡하게 생겼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우리 교단에 소속된 사제들보다 훨씬 사제답게 생겼다.
우리 교단에 소속된 친구들 대부분이 까무잡잡하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인 걸 생각한다면, 이 녀석은 하얗고 얇았다.
게다가 인상도 그렇다.
인자하고 바른 생활을 할 것같이 생긴 인상.
진짜로 딱 그렇게 생겼다.
“마약이랑 본인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사람들을 세뇌시켜서 도대체 뭐 하려고 그랬냐?”
이 녀석은 기본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놈이었다. 사용하는 마법의 계열 역시 특이했다.
흔히들 ‘정신계’라고 부르는 능력.
마력을 통해 인간의 정신에 개입할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이었고, 대표적인 마법사로는 정부 소속의 강채아가 있었다.
강채아의 경우에는 정확하게 따지자면 그 하위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 환각 계열이지만, 사실 그런 세세한 분류는 중요하지 않다.
이놈이 자신의 능력과 마약의 힘을 빌려서 사람을 세뇌시키고 있었다는 게 중요할 뿐.
‘선지자’는 내 질문에 몸을 벌벌 떨면서 말했다.
“그, 그건 저희도 사실 모릅니다. 저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래? 살고 싶어서 다른 사람 핑계 대는 건 아니고? 만약 그런 거라면 네 남은 왼팔도 사탕으로 만들-.”
“아닙니다! 정말, 정말 아닙니다!”
“이 새끼 이제 내 말도 끊네. 레오야, 얘가 내 말 끊는데 어떻게 하냐?”
“그럼 제가 다른 걸 끊어 버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선지자’를 향해 다가가는 레오. 레오는 당장에라도 ‘선지자’의 다리를 끊을 기세였다.
“오른팔이 그리되었으니 왼쪽 다리를 끊어 드리겠습니다. 그리하면 균형이 제법 괜찮을 겁니다.”
“히이이이이익!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정말, 저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세뇌시킨 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것도 걔네들이 시켰냐? 그리고, 마약중독자로 만든 것도 걔네들이 시킨 거고?”
그러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린 ‘선지자’.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레오를 향해 말했다.
“빌런을 소탕하는 중에 빌런들의 생식기를 터트려 버렸다. 내가 유선호 장관에게 보고할 내용이다. 레오야?”
“알겠습니다.”
“손으로 터트리면 더러우니까 그냥 대충 의자로 찍어 버려.”
“예.”
“전화! 전화를…… 전화를 걸겠습니다. 마침 윗분들께서 오늘 모임을 하시는 날입니다.”
생식 기능을 상실할 위협을 느끼고 나서야 마지막 발악을 시작하는 ‘선지자’.
오른팔을 롤리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보다 고자가 되는 게 더 두려웠던 모양이다.
나는 손을 들어 레오를 잠시 멈춰 세웠다.
“연결해.”
“예.”
녀석은 왼팔로 낑낑거리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어디론가로 전화를 연결했다.
30초 뒤.
전화기 너머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의원님, 이번 달 상납금은 제가 직접 찾아뵙고 드릴까 합니다! 마침 좋은 물건도 하나 준비해 뒀습니다. 혹 괜찮으시다면 지금 찾아뵈어도 괜찮겠습니까?”
-좋은 물건이라. 나에게 뭔가 받고 싶은 게 있나 보군. 물건의 상태는?
“약도 안 했습니다. 정신이 약해서 쉽게 무너졌습니다. 저희 애들이 손도 안 댔으니…… 어떻게 할까요?”
-주소를 찍어 줄 테니 이쪽으로 와라. 마침 다른 귀빈들도 계시니까 와서 인사를 올리도록.
뚝.
대강 예상이 가는 내용의 전화 통화.
짧은 통화가 끝났고, ‘선지자’ 놈은 떨리는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여기…… 이 주소로 가시면 윗분들이 회동을…….”
“좋은 물건이 내가 생각하는 그거냐?”
“워낙 밝히시는 분들이셔서…….”
“이 새끼들 재밌네. 내가 안 보고 있는 곳에서 그딴 짓을 벌이고 있었다는 거지?”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지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지만, 어째 이런 것들은 내가 에덴으로 건너가기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겉면만 달라졌을 뿐, 내면은 여전하단 걸까?
나름 빌런들을 소탕하면서 사람들에게 신호를 줬다고 생각했는데, 여태까지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정치인들에 대한 처분은 정부에게 맡기는 게 내가 세운 원칙이었는데 말이야. 레오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이번에도 정부 측에 일임하기에는 기분이 더러웠다.
우리 교단의 이름을 팔아 이딴 짓을 벌였고, 그 새끼들이 그걸 눈감아 줬다는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그냥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레오는 내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원칙은 본디 깨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원칙주의자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까 좀 신선하다. 레오야.”
“예, 성하.”
“찍어.”
“예.”
콰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아악!”
영접실 내부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레오는 그 비명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나머지 놈들에게도 같은 형벌을 내렸다.
나는 그 장면을 감상한 다음,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사아아아아-.
그러자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신성력이 이 영접실을 채우고 있던 연기를 빠르게 제거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들어오기 전에 국밥이라도 먹고 올걸. 배고프네.”
아무래도 거기에 가서 음식이라도 좀 먹어야겠다.
주소 찍힌 걸 보니까 고급 음식점인데, 먹을 게 좀 있겠지 뭐.
“레오, 너는 여기 남아서 정리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이곳의 뒤처리는 레오에게 맡긴 나는 곧바로 윗분들이 계신다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
‘선지자’의 스마트폰에 찍혀 있는 주소를 확인하고 도착한 부산의 어느 고급 음식점.
뛰어오는데 한 3분 정도 걸렸다.
차를 탔으면 얼마나 걸렸을지는 모르겠다만, 헬기로 움직이기에도 뭔가 애매한 위치라서 그냥 뛰었다.
어쩌면 내일 아침 ‘부산에 출현한 괴생명체’라는 내용의 기사가 뜰지도 모르겠다.
뛰어오다가 시민 몇몇과 눈이 마주쳤었거든.
이곳은 전통 가옥으로 되어 있는 고급 한정식집이었는데, 입구부터가 아주 요란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채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몇몇 경호원들.
아무래도 가게를 전세라도 낸 모양이다.
가게 앞에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놈들의 숫자는 총 열다섯.
하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입구로 들어서는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부동자세로 다리를 떨고 있을 뿐.
“그래도 눈치들은 좋으시네. 착하게들 삽시다.”
멸악의 의지가 발동하지 않는 걸 봐서는 가게 측에 고용된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덕담을 던져 준 다음, 연못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김 의원, 그래도 이번에는 큰 걸 들여오지 않았습니까? 이걸 선거 자금으로 해서…….”
“하하! 이런 자리에서 일 이야기는 좀 그렇지요. 즐깁시다!”
술에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 하나.
다른 곳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목적지는 그곳이 분명했다.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직원 몇몇이 나와 눈을 마주쳤고, 나는 그들을 향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른 직원분들에게 오늘 영업 끝났다고 전해 주세요. 아, 그리고 나중에 돈은 꼭 받으시구요. 아시겠죠?”
내 말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복도에서 물러났다.
비싼 음식점이라서 그런가, 직원들의 눈치가 아주 좋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방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메인 요리가 나왔던 참인지, 때깔 좋은 갈비찜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세 명의 중년 남성이 나를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잠깐 실례.”
나는 젓가락을 들어 갈비찜을 입에 집어넣었다.
갈빗살 사이에 절묘하게 스며든 맛 좋은 양념.
근래에 먹은 갈비찜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맛. 절로 밥을 입에 집어넣고 싶은 맛이었다.
“맛있네. 집 갈 때 포장해 가도 되려나? 어떻게 생각해 아저씨들.”
젓가락을 손에 쥔 채로 그들에게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길게 이어지는 정적.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부지런하게 살폈고, 한 놈은 내가 들어온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누가 들어오길 바란다는 듯이 말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잖아? 그래서 들어오지 말라고 미리 말해 뒀어.”
불편한 침묵이 이어진다.
나는 그 침묵을 즐기면서 갈비찜을 계속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군.
진짜 집에 갈 때 싸 가야겠어.
그렇게 순식간에 갈비찜 한 접시를 해치운 다음, 내 바로 앞에 있던 양반의 와이셔츠에다가 젓가락에 묻은 양념을 닦았다.
흰색 와이셔츠에 갈비찜 양념이 묻었지만, 그 양반은 얼음처럼 굳어 있을 뿐, 미동조차 없었다.
도리어 입을 연 건 이 양반 앞에 있던 양반이었다.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김시우 교황님. 저희들끼리 친목을 다지고 있는 자리였는데…….”
“나도 친목 좀 다지러 왔지. 아저씨가 그 ‘선지자’라는 놈이 말한 박 의원이야?”
내 질문에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녀석의 스마트폰을 꺼낸 다음, 곧바로 전화를 연결했다.
띠리리리링.
그러자 방금 전 그 양반의 옆에 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아저씨가 박 의원 맞네. 우리 교단의 이름을 팔아서 장사하던 놈들이 아저씨한테 줄을 댔다던데, 사실이야?”
그러자 박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업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뻔뻔하기도 하셔라.”
“리멘 교단을 사칭하고 다녔을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그래?”
거짓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진짜 쉽지 않은 일이다.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얼마나 많이 해야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걸까?
“그럼 리멘 교단과 관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딴 짓을 벌여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박 의원이 뭐라고 변명을 시작하려던 찰나, 상석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양반이 입을 열었다.
“김시우 교황, 당신이 무슨 일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차 얼굴 붉힐 일을 만들 필요가 있겠소? 무례를 눈감아 드릴 테니, 여기까지만 합시다.”
“무례?”
“종교인이 정치인을 건드렸다가 안 좋은 기사라도 나가면 곤란하지 않겠소. 그러니 딱 여기까지만 합시다.”
번역하자면 ‘종교인 주제에 어디서 덤비냐? 권력 맛 좀 볼 테야?’라는 건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내가 정치인들을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뿐이다.
귀찮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선을 많이 넘었다. 분노가 귀찮음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 하나를 상석에 앉아 있던 양반을 향해 던졌다.
푸우우우욱.
그러자 젓가락이 그 양반의 어깨를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곧 그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을 들으며 곧바로 상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남은 젓가락을 그의 허벅지에 꽂아 넣었다.
그다음,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 양반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진짜 무례가 뭔지 보여 줄게. 기대해.”
우리 교황님 좀 말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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