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145
정도마신 144화
소림사가 불타기 보름 전.
“흐흐. 이것이 마공인가? 정말 엄청난 힘이로군. 그리고…….”
세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인은 눈앞의 젊은 사내가 뿜어내는 가공할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중 처음 입을 열었던 기골이 장대한 육십 대의 사내가 말했다.
“당신의 힘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소.”
마교의 호법 조위청은 호통을 치며 말했다.
“교주님께 감히 무슨 말버릇이오!”
처음 말을 꺼낸 사내는 고개를 꺾으며 조위청을 바라봤다.
“네놈도 만만치는 않아 보이지만…… 한마디만 더 한다면 혓바닥을 뽑아 주마.”
조위청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침착하고 공정한 사람일 뿐, 결코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낸 사람을 두고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본교는 분명히 상명하복의 규율을 엄격히 한다고 했을 텐데.”
그의 몸에서 평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가 어째서 마교에서 교주 다음의 서열인 호법의 직분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해 주는 투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기골이 장대한 육십 대 사내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젊은 사내, 마교의 오대 교주에게 말했다.
“저자를 꺾으면 내가 호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오?”
“뭐라고?”
조위청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때, 마교의 오대 교주가 손을 들어 조위청을 제지했다.
“그만.”
“…….”
조위청은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으나 교주의 한마디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오대 교주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호법이나 그에 준하는 직위에 오를 것이오.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는 편이니.”
육십 대 사내는 씩 웃으며 조위청을 힐끗 바라봤다.
조위청은 애써 담담한 척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그런데 이때, 오대 교주의 한마디가 중년 사내의 미소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본교의 직위체계에 반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오. 나에게도, 조 호법에게도, 예를 지키시오.”
“으음……!”
육십 대 사내는 침음을 삼켰다.
그는 본래 누군가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상대가 누구든 간에 절대 참지 않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의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다른 중년 사내와 한 명의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마공을 전수해 준 이 젊은 교주 앞에서만큼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들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네 사람이 힘을 합쳐도 이 사내를 이길 수 없다.’
처음 이 젊은 교주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마공을 익힌 후에는 더욱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교주…… 이 사람은 그야말로 무신(武神)이다.’
육십 대 사내는 잠시 교주를 바라봤다.
그리고 몸을 다시 한번 부르르 떨었다.
교주의 두 눈에서 뻗어 나오는 혁혁한 안광.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천마신공의 기운은 육십 대 사내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육십 대 사내는 결국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오대 교주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것이면 되었소.”
이때 뒤쪽에 서 있던 또 다른 육십 대의 사내, 뱀의 눈에 매우 냉철해 보이는 눈동자를 지닌 자가 물었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 일이 무엇입니까?”
오대 교주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천천히 말했다.
“소림. 그들을 멸문시키시오.”
“……!”
“왜? 자신 없으시오?”
그것은 실로 놀라운 말이었다.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사를 멸문시키라니.
뱀의 눈을 지닌 사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소림은 겉으로 드러난 힘보다 감추어진 힘이 더 강한 곳입니다. 우리 네 사람이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완전한 멸문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대 교주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이 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오만한 자는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었는데, 이 뱀눈을 지닌 사내는 전혀 오만하지 않았다.
“조무래기들이 도망치는 것까지는 상관없소. 그리고 난 당신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니오.”
“……!”
“말했을 텐데.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 준다고. 당신들이 과연 본교에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오.”
네 사람은 비로소 교주의 말을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시험이라…….”
네 사람의 눈에 묘한 빛이 일렁였다.
바로 호승심의 눈빛이었다.
네 사람 중 세 사람이 뱀눈의 사내를 바라봤다.
그보고 결정을 하라는 뜻이었다.
뱀눈의 사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열 명의 절정 무인들을 붙여 주십시오. 기왕 하는 거, 소림사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오대 교주는 조위청을 바라봤다.
조위청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마접단의 새로운 호위들로 선별한 자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들은 꽤 중요한 인재들입니다. 이번에도 희생되면 마접단을 운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때 뱀눈의 사내가 빠르게 말했다.
“걱정 마시오. 그들의 무공이 절정의 수준이라면, 위험할 일은 없소. 그저 내가 지시하는 일 몇 가지만 수행하면 되는 것이니까. 다만, 그들이 항명하는 일은 없도록 해 주시오.”
오대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보내도록 하라. 지휘권 역시 확실하게 말해 두도록.”
“……예.”
조위청이 대답하고, 육십 대의 네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났다.
오대 교주와 둘만 남게 된 후, 조위청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주님.”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오대 교주가 먼저 말했다.
“너는 단순히 강호 무림을 쓰러뜨리는 것에 만족할 것이냐?”
“예?”
오대 교주는 네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구파일방 중 소림과 곤륜의 무공은 우리 마교의 무공과 상극인 면이 가장 강하다. 곤륜파는 이미 과거의 위세를 잃어 크게 상관없지만, 소림사는 조금 다르다. 또한 소림사는 정도 무림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곳이지. 그렇기에 소림사를 먼저 쓰러뜨린다면 중원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소림사를 상대하려면 최소 칠대마가 중 한 곳이 나서야 하는데, 그건 본교의 미래에 여러모로 좋지 못한 일이다.”
조위청 역시 그러한 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칠대마가라 해도, 소림과 싸운다면 상당한 희생이 불가피하다.
소림에는 많은 고수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무공이 지닌 특성이 마공을 익힌 자들에게는 상당히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저들이 마공을 익혀내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나설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 조 호법은 저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저들은 이번 싸움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소림을 건들면 현종이 움직일 테니.”
“아……!”
조위청은 그제야 오대 교주의 생각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럼 마접단의 호위들은…….”
“그들에게 은밀히 명하라. 저들의 지시를 따르되,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바로 그 자리를 탈출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오대 교주가 말했다.
“조 호법. 강호를 일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천하를 운영하는 것은 다르지. 정도맹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본교의 힘이 소진되어서는 안 된다. 더 멀리 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내 곁에 둘 이유가 없으니.”
조위청은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젊은 교주를 바라봤다.
‘이분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얻은 교주.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가 다른 마교의 고수들과 다르게 자신의 힘에 취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조위청, 자신보다 더 주도면밀했고, 심모원려(深謀遠慮)를 지니고 있었다.
‘황제. 이분은 천하의 진정한 황제가 될 분이다.’
* * *
영조 대사의 앞에 나타난 사내는 기골이 곰처럼 장대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소림사의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삭발한 머리에 이마에는 네 개의 계인이 찍혀 있었다.
사내는 음흉한 미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흐흐. 오랜만입니다, 사형.”
영조 대사의 놀란 얼굴이 서서히 분노로 일그러졌다.
“네, 네 이놈! 네놈이 어찌 감히 이곳에 나타났단 말이냐!”
소림사의 원로로 수양을 오래 쌓은 영조를 이토록 한 순간에 분노하게 만든 사내.
그는 바로 사완악의 사부이자 사대악인 중 한 사람인 염라대사 영환이었다.
“그게 무에 중요하겠습니까, 사형.”
“닥쳐라! 네게 사형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이때 영조의 음성에는 중후한 내력이 실려 소림사 전체에 멀리 퍼져 나갔다.
이는 소림사의 다른 원로들과 고수들에게 큰 일이 발생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염라대사 영환은 영조의 대응에 씩 웃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소. 어서 모든 소림사 식구들을 모아 주시오. 그래야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이런 미친놈……!”
영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방을 살폈다.
염라대사 영환은 소림사의 가장 촉망받는 인재였다.
바꿔 말하면, 그는 소림사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이토록 당당하게 나타나 저런 소리를 한다는 건?
그만큼 믿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컥!”
“사, 사형!”
“으악!”
곳곳에서 또 다른 비명이 울려 퍼졌다.
영조는 그중 빛살 같은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소림사의 승려들을 살육하는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내의 경공술은 초절정의 고수들이 존재하는 소림사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을 만큼 고절하고 빨랐다.
염라대사 영환과 함께 나타나 저런 경악스러운 경공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면 단 한 사람의 이름만이 떠올랐다.
“잔혹신풍 구득소……!”
다른 곳에서도 비명이 들리고 있으니 또 다른 적도 있다는 뜻.
영조는 사대악인이 모두 함께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사방을 돌아다니며 소림사에 불을 지르고 있는 흑의 무인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영조가 염라대사 영환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이 감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하느냐! 사부님을 시해하고 도망친 그 알량한 무공을 믿고 소림사를 너무 우습게 보았구나.”
염라대사 영환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하하. 예전이었다면 나도 이런 일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오. 하지만…….”
그 순간, 영조의 눈에 다시 한번 불신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염라대사 영환이 소림사의 전전대의 소림사 최고수 원공 장로가 창안한 염화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염라대사 영환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단순한 사기(邪氣)를 넘어서 폭발할 듯한 힘과 살기.
그것은 결코 소림사의 내공심법이 아니었다.
가슴을 답답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기운에 영조가 익힌 소림사의 반야신공(般若神功)이 저절로 반응하며 날뛰었다.
영조는 설마 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 마공?”
“흐흐. 그럼 먼저 가서 사부님께 안부나 전해 주시오.”
염라대사 영환의 손에서 산도 무너뜨릴 것 같은 파신마장의 일초가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