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198
정도마신 197화
콰콰콰콰!
바다에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기운.
신전에 가득했던 바닷물이 그 기운에 밀려 밖으로 밀려났다.
“전설이 사실이었나…….”
사완악은 놀란 눈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해저 깊은 곳에 신전이 존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사완악이 들어서자마자 폭발할 듯 일어나는 기운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마기도, 사기도, 오행의 기운도 아니다. 아니, 그 모든 기운이 혼합되어 있다니…….”
틀림없다.
사완악의 생각에 이런 모든 기운을 담고 있는 힘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것이 음양천자의 기운인가.”
그런데 그때였다.
사완악의 입에서 음양천자라는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천둥 같은 음성이 신전에 가득 메아리쳤다.
“너는 누구이기에 감히 이곳에 방문하였느냐-!”
그 음성은 마치 사람의 혼백을 빼앗는 듯 머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만으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일어날 정도.
그것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의 음성이었고, 천하의 사완악조차 정신이 흔들릴 정도였다.
“답하라! 너는 누구이기에 본좌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
다시 한번 그 엄중한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사완악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참, 귀신 나부랭이가 목청이 장난 아니네.”
이 와중에도 사완악다운 말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음성의 주인은 사완악의 말에 심히 분노한 듯, 노호를 터뜨렸다.
“갈!”
무시무시한 내공이 실린 듯, 그 음성이 울려 퍼지며 신전이 뒤흔들렸다.
“윽!”
사완악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으며 일순 자세가 흐트러졌다.
“뭐야? 귀신이 말도 알아듣네.”
사완악은 투덜거리며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부릅떴다.
“……!”
그 앞에는 매우 신비로운 모습의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약 삼십 대 중반의 얼굴에, 하얀 피부와 뾰족한 귀, 날카로운 콧날을 지녔으며, 눈동자의 한쪽은 녹색, 다른 한쪽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또한 그의 의복은 중원의 복장과는 그 생김새가 매우 다르면서도, 황제의 옷처럼 매우 화려하했으며, 그의 전신에서는 평범한 사람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존귀한 위엄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동시에 등 뒤로는 부처의 그림에 나올 듯한 후광(後光)이 빛나고 있었고, 그 광채에는 수호성이 지닌 자주색과 천살성이 지닌 붉은색이 뒤섞여 있었다.
경외(敬畏), 공포(恐怖), 전율(戰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조아리고 복종하게 만드는 기도.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
“당신은…….”
사완악은 직감적으로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음양천자의 귀신이로군.”
“…….”
사내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사완악은 분명히 인간이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자신의 기운에 결코 대항할 수 없었고, 조금 전 그가 기운을 발산한 것만으로도 비틀거렸던 사완악이었다.
하지만 그 잠깐 동안.
사완악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고, 자신에 위엄에 맞서 허리를 똑바로 펴고 혁혁한 눈빛…… 아니, 마치 개구쟁이 같은 눈빛을 쏘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사내는 사완악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구나. 수호성의 기운을 타고 난…… 그런데 어째서 너에게 주선과 마선, 산군, 그리고 천살성의 힘마저 느껴지는 것이냐?”
사완악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귀신 주제에 엄청 예리하네.”
“네가 가진 힘들은 내가 이 세상에 베푼 것이니 모를 리 없지. 하지만 한 사람이 그 모든 힘을 갖는 것은 나의 질서에서 어긋나는 일. 너는 어떻게 그 힘들을 모은 것이더냐?”
“글쎄. 어떻게가 중요한가?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가 중요하겠지.”
사내는 고요한 표정으로 사완악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의 힘을 이어받은 후인(後人)이여. 너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
이번에는 사완악이 의아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정말 몰라?”
“…….”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네.”
“무슨 뜻이지?”
“난 또. 천계에서 내려온 신인이라 해서, 세상 만물의 이치라도 꿰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런데 역시 귀신 나부랭이라 능력을 많이 잃었나 보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완악의 검에서 한 줄기 검기가 쏘아져 나와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
사내는 한 손으로 가볍게 일장을 내질러 그 검기를 상쇄시킨 후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금…… 나를 공격한 것이냐?”
“후인 같은 소리 하네. 그냥 곱게 죽어라. 그래야 네놈이 만든 세상의 질서인지 뭔지도 없어질 거 아냐?”
“나를 죽이겠다?”
사내는 할 말을 잃은 듯 사완악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나 잠시 후.
“하하…… 하하하하!”
사내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은 광소로 변해 귀청이 찢어질 듯 신전 안을 가득 메웠다.
사완악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귀신도 실성하는 거냐, 아니면 실성한 놈이 귀신이 된 거냐? 왜 갑자기 웃고 지랄이야?”
하지만 그 순간.
“……!”
사내, 음양천자의 장심에서 구(球) 형태의 한 덩어리 장력이 사완악을 향해 쏘아졌다.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오는 가공스러운 강기(罡氣).
사완악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두 손을 모아 파천마군의 초식으로 똑같이 구 형태의 기운을 만들어 내질렀다.
콰아아앙!
신전 주변에 바닷물이 뒤흔들리며 파장이 끝없이 퍼져 나갔다.
음양천자는 제자리에서 천하를 오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굳건히 서 있었고, 사완악의 신형은 뒤로 밀려나 있었다.
음양천자의 천둥 같은 음성이 다시 울렸다.
“감히 인간 주제에 이 음양천자와 맞서겠다는 것이냐!”
서릿발 같은 위엄이 느껴지는 모습.
하지만 사완악은 손목을 풀듯 양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그래, 확실히 인간의 힘은 아니네. 혼령만으로도 이런 기운을 지니고 있다니. 만약 진짜 음양천자라면 무슨 수를 써도 이기지 못했겠어.”
“진짜 음양천자?”
“설마 귀신 주제에 본래의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감히…….”
사완악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말을 잘랐다.
“허세 부리지 마. 네가 원래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런 바닷속 괴상한 신전에 틀어박혀 있을 리 없겠지.”
사완악은 신전을 둘러보며 말했다.
“참 특이한 신전이란 말이야. 바닷속에 있는 건 둘째 치고, 어떤 재질인지도 알 수 없고, 조금 전 너와 나의 기운이 격돌했음에도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다니.”
사완악의 말대로였다.
바닷 깊은 곳이라 충격이 퍼져 나가지 않았을 뿐, 조금 전 사완악과 음양천자의 격돌은 어지간한 돌산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신전은 기둥과 바닥, 그리고 천장 어느 곳에도 작은 흠집 하나 없었으니 이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만년한철로 만들어졌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도 이 신전이 너의 혼령을 유지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겠지. 그래서 이 신전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머무는 것일 테고.”
“…….”
“한마디로 너는 이미 많은 힘을 잃은 상태라는 거야. 이 신전에 의지하지 않으면 혼령조차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너는 천의문이 네가 만든 질서를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천살성의 기운을 강하게 만들었지.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순간, 음양천자의 몸이 움찔하는 듯했다.
사완악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두려웠던 거야. 천의문이 어떤 방식으로든 너의 질서를 파괴할까 봐 두려웠던 거지. 네가 만약 본래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천의문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를 공격해도 두려워했겠어?”
“네놈…….”
“네가 어떻게 이 신전 안에서 세상의 질서니 뭐니 장난질을 치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 그 하찮은 신 놀이를 끝내주마.”
“하찮다고? 내가 베푼 힘으로 살아가는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사완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고마워. 고마우니까 적당히 하고 이제 꺼져라. 아니, 천계의 문이 닫혔다고 했으니 소멸하는 건가?”
“닥쳐라!”
순간, 음양천자의 후광이 혈광으로 변하며 기둥처럼 치솟았다.
분노가 극에 이르러 마성과 천살성의 기운이 폭발한 것이다.
‘으음.’
사완악의 표정도 굳어졌다.
여유로운 척 음양천자의 혼령을 도발하였으나, 그의 전신에서 터져 나오는 공력은 실로 가공스러웠고, 종천의 천마신공과 천살성보다 더 짙고 섬뜩한 기운이 신전을 가득 메웠다.
“천멸지법공(天滅指法功)!”
천둥 같은 외침과 함께 음양천자가 두 손을 펼치자, 열 개의 손가락 각각에서 채찍 같은 강기가 뽑아져 나와 사완악의 전신을 관통할 기세로 나아갔다.
“어쩌다 내가 신이랑도 싸우게 됐냐.”
사완악은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장난기가 사라져 있었고, 두 눈에서 찬란한 광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오른손의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바로 종남파의 절학, 천하삼십육검.
사완악의 생각에 천하삼십육검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검술에 담긴 요체는 무당파의 태극혜검보다 더 깊고 오묘했다.
콰콰콰콰쾅!
사완악의 검이 음양천자의 열 줄기 지공을 한 가닥씩 쳐낼 때마다 굉음과 함께 신전을 감싼 바닷물이 미친 듯 출렁였다.
“이 검법은…… 그리고 묵색광검…….”
음양천자는 천하삼십육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검술에서 자신의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났던 산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완악의 오른손에서 춤을 추는 한 자루의 검.
묵색의 검신에 밝은 광채를 머금은 검날.
그것은 바로 음양천자가 마선에게 하사했고, 종천이 사용했던 마교의 신물 묵색광검이었다.
사완악은 음양천자의 놀란 표정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겨우 이 정도야?”
“어리석은 놈. 나의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좋다, 네가 나의 후인이라 하여도 더 이상 손에 사정을 두지 않으리라!”
“끝까지 허세……!”
음양천자를 비웃던 사완악은 황급히 말을 멈추며 기운을 끌어모았다.
상대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천신혈화(天神血化)!”
과아아아!
음양천자의 단전에서 솟아 나온 핏빛 광채가 소용돌이치며 사완악을 향해 돌풍이 되어 날아갔다.
콰과과과과!
부딪치는 것은 무엇이든 파괴하고, 어떤 생물이든 한 줌의 핏물로 녹여 버릴 것 같은 공포의 소용돌이.
그것은 거대한 파도처럼 사완악을 덮쳤고, 사완악의 신형은 가랑잎처럼 핏빛 소용돌이에 그대로 휩쓸렸다.
“크읏!”
실로 엄청난 기운이었다.
종천이 최후에 전개했던 공력도 이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사완악은 용암 같은 화기(火氣)에 온몸이 불타 버리는 것 같았고, 태풍 같은 경력에 신형을 가눌 수가 없었으며, 지독한 마기에 숨이 막혀 왔다.
기실 천황신공의 도움 없이는 종천의 힘에도 밀렸던 사완악이니, 그것을 뛰어넘는 음양천자의 기운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완악의 심장에서 기이한 자색의 기운이 폭발하듯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