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datory Soul RAW novel - Chapter 137
-137-
이 남자가 술에 많이 취한 게 아닐까.
레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웃는 모양새가 아주 말짱했다. 레아는 눈에 잔뜩 힘을 주어 이샤칸을 흘겨보았다. 이샤칸은 큭큭거리며 웃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만히 레아를 쳐다보았다.
“…….”
입 안이 조금 마르는 듯했다. 그가 이럴 때마다 레아는 약해졌다. 온갖 감정이 잔잔하게 깔린 눈을 하고서 바라볼 때마다…….
레아는 시선을 살짝 틀었다. 어두운 숲에 떨어진 빛 한 줄기는 유독 도드라져서, 레아의 주변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온통 하얀 레아와 달리, 이샤칸은 어둠과 빛의 경계선에 서있었다. 그가 어둠에 반쯤 걸쳐진 것이 싫어서, 레아는 그를 빛 속으로 끌어당겼다.
레아의 손길에 이샤칸은 미소 지었다. 햇살 아래 환히 빛나는 레아를 보며, 그는 풋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굴었다. 예뻐 죽겠다는 듯이 껴안고서, 몇 번이나 보드랍게 살풋 입을 맞췄다. 간지럽게 닿았다가 떨어지는 입술에는 애정이 담뿍 담겨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대하듯 행동하며 이샤칸이 속삭였다.
“아까부터 입 맞추고 싶었어.”
“……언제부터요?”
“네가 그놈한테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부터.”
이샤칸은 인간이 아니었다. 짐승의 피를 이어받은 쿠르칸이었다. 레아의 곁에 있기 위해 인내심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지, 본래 이성보다는 본능에 투철한 존재였다.
단순한 몇 마디 말로는 그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이샤칸은 자신의 방식으로 확인하길 원했다. 도둑을 밀어내고 제가 레아의 마음을 완전히 차지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샤칸이 원하는 바를 알면서도 부끄러웠다. 바깥에서 성교를 맺는 것도 기함할 일인데, 이렇게 환한 대낮에 하다니. 이 남자를 만난 뒤로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짓들을 너무 많이 저지르는 것 같았다. 레아는 슬며시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왕궁에서 탈출시킨 집시들은…….”
“모르가가 너를 대신하여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니.”
“그, 그러면 다른 쿠르칸들은…….”
“호숫가에서 술 먹고 뻗었겠지. 나름 축하연이야. 네가 감정을 되찾은 것을 기념하여 벌이는.”
그건 몰랐다. 그냥 소풍을 즐기려고 따라온 줄 알았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사실에 레아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이샤칸이 말했다.
“또?”
그가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빨리 물으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레아는 황급히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었다.
이샤칸이 레아의 어깨를 뒤로 슬슬 밀었다. 그의 힘에 밀려난 레아는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다가 나무에 등이 닿았다. 토끼 눈으로 올려다보자 이샤칸은 물끄러미 레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름을 불렀다.
“레아.”
금색 눈동자에 담긴 희미한 불안감을 읽어낸 찰나,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레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에게 팔을 벌렸다. 부끄러운 것이 무어 중요하겠는가. 눈앞의 연인이 불안해하는 마음만 덜어줄 수 있다면, 더 민망한 짓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언의 허락을 얻어낸 이샤칸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레아는 잠시 숨을 멈췄다. 빛 속에서 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맹세를 바치는 기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샤칸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성년식을 치르고 나서 누군가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야.”
물론 뒤이은 행동은 전혀 기사 같지 않았다. 치맛자락을 들어 올린 그가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얇은 잠옷 치마가 불룩하게 솟았다. 들썩거리는 모양새가 어찌나 음란한지, 레아는 화들짝 놀라서 치맛자락을 걷어 올렸다.
하지만 치맛자락을 걷어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샤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서 더 야했다. 다시 덮어버릴까 고민했지만, 뒤이은 그의 행동에 레아는 그만 치맛자락을 말아 쥔 채로 굳어버렸다.
허벅지 안쪽을 슬쩍 깨무는가 싶더니, 이로 아래속옷을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속옷의 얇은 천 위를 혀로 핥다가 힘주어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송곳니에 속옷이 찢겨나갔다. 천 조각이 되어 아래로 툭 떨어지는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본 레아는 숨을 들이켰다.
“……!”
그가 입술을 음부에 가져다 대었다. 손으로 사이를 잡아 벌리며, 숨어있던 음핵이 잘 드러나게 만들고서 혀로 핥았다. 처음부터 제 것이었다는 듯 망설임 없이 쭉쭉 핥는 행동이 거침없었다.
쭈뼛하고 간지러운 감각에 레아는 발뒤꿈치를 들어올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종아리와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렸다. 음핵을 괴롭히던 혓바닥이 벌어진 틈새로 파고들었을 때, 레아는 새되게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아흣, 이샤칸……!”
간신히 버티고 서있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으나, 이샤칸이 커다란 손으로 꽉 붙들어 받쳐주었다. 깃털로 살갗을 살살 간질이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간지러움이 밀려왔다. 버틸 수 없는 쾌감에 레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만 내저었다.
“아, 아아…….”
그가 질구에서 끌어온 끈적한 애액을 음핵 위에 펴 바르다가 이로 깨물었다. 빳빳하게 부푼 음핵이 딱딱한 치아에 짓뭉개졌다.
레아는 허리를 휘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될 만큼 힘주어 붙잡고 있던 치맛자락이 툭 떨어졌다. 이샤칸이 떨어지는 옷자락을 낚아채며 집요하게 아래에 달라붙었다.
레아는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쳐보았으나,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꼼짝없이 그에게 붙잡힌 채 쾌감에 젖어야 했다.
바깥이라는 긴장감 때문일까. 치미는 감각이 놀랄 만큼 빠르고 강렬했다. 금방 절정에 다다를 것 같았으나, 이샤칸은 교묘하게 움직임을 조절했다.
금세 가버리도록 빠르게 밀어붙이는 듯하다가, 막상 한껏 달아오르면 살짝 떨어져 보드랍게 굴었다. 몇 번이나 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간당거리자 레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훤한 대낮에 바깥의 숲속에 있다는 생각은 싹 잊어버리고, 그에게 매달려 다리를 한껏 벌렸다.
조금만 더…….
그의 혀가 더 깊고 구석진 곳까지 파고들 수 있도록, 그래서 쾌감의 끝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안달 내며 허리를 흔들었다.
“응, 으읏, 하아…….”
이번에야말로 정말 갈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아래를 그의 입에 바짝 붙이던 때였다. 갑자기 차가운 감각이 확 들었다. 이샤칸이 입을 떼어낸 것이었다. 축축하게 흠뻑 젖은 살갗에 공기가 닿자 밑이 바르르 떨렸다.
애가 탔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았는데, 마지막 한 순간이 채워지질 않아서 갈 수가 없었다.
숲을 스치는 바람 한 줄기에도 신음할 만큼 잔뜩 예민해진 몸이었다. 레아는 가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으며 이샤칸을 바라보았다. 제발 어떻게 해달라는 눈으로 간절히 쳐다보며 그에게 애원했다.
“이샤칸, 빨리…….”
그가 반들반들하게 젖은 입술을 핥으며 거칠게 허리끈을 풀어냈다. 그리고 레아의 허벅지 밑에 손을 넣어 번쩍 안아 들었다. 몸이 허공에 솟아오른 레아는 놀라서 이샤칸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황급히 그를 끌어안는 순간, 아래로 굵은 것이 쑥 파고들었다.
눈앞에 별이 튀었다. 한껏 몰려있던 쾌감이 단박에 터져나갔다. 레아는 한껏 몸을 움츠리며 바르르 떨었다. 교성도 내지르지 못하고 달싹거리는 입술에서 단 숨이 할딱할딱 새어나왔다.
예고 없이 찾아온 절정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듯 강렬한 쾌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이샤칸의 어깻죽지와 날개뼈 부근을 손톱으로 긁었다.
벌어진 입술에서 타액이 흘러내리자, 이샤칸이 턱을 핥으며 입 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레아는 그의 혓바닥을 빨며 뒤늦게 흐느끼듯 신음했다.
촉촉한 내벽이 성기를 힘껏 물었다 놓으며 술렁거렸다. 이빨이 있었다면 온통 너덜너덜하게 물어뜯어놓았을 것처럼 꼭꼭 씹어댔다.
“하아…….”
이샤칸이 잔뜩 기분 좋은 신음을 흘리며 레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문질렀다. 그러다 손으로 잠옷의 윗부분을 끌어내렸다. 목둘레선이 넓은 잠옷은 비뚤게 흘러내리며 어깨와 가슴 한쪽을 드러냈다. 희고 말랑한 가슴이 빳빳하게 솟은 분홍색 유두를 드러내며 흔들렸다.
환한 빛 아래에 비치는 그 모습이 레아가 보기에도 도색적으로 느껴져서,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리고 이샤칸의 커다란 손이 가슴을 뒤덮었을 때는 더더욱 부끄러웠다. 그가 유두를 손가락으로 꼬집어 비틀며 요구했다.
“날 봐야지.”
레아는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이샤칸을 바라보았다. 눈이 맞닿자 불같은 시선이 레아를 휘감았다. 레아는 그에게 먼저 입을 맞췄다. 이샤칸은 잠시 눈매를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레아가 입을 맞추도록 내버려두며 하얀 가슴을 주물렀다.
레아는 신음을 삼키며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입을 맞췄다. 고개를 비틀며 이샤칸이 했던 것처럼 입술을 깨물고 치열을 훑었다. 지금 이뤄지는 성교가 단순히 이샤칸만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샤칸…….”
그가 대답 없이 레아를 쳐다보았다. 샛노란 눈동자를 마주 보며 레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랑해요.”
이샤칸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낮은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레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더 말해줘, 레아.”
이샤칸이 고개를 천천히 기울였다. 이마가 살짝 맞닿았다. 내리깔린 눈에서 긴 속눈썹이 레아의 뺨을 간질였다. 시선을 마주한 채, 그가 입술을 스치며 간절히 속삭였다.
“계속, 계속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