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Psycho's British Empire RAW novel - Chapter (213)
213_[외전] 사춘기와 사이코(3)
“대체 어쩌자고 해군을 막겠다고 한 겁니까!”
드레이크가 성을 냈다.
감히 왕자에게 지나친 언사였으나,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전하께서 대동한 해군은 많지요. 저도 압니다. 최신 전함인 블러디 메리 호는 적재량만 250톤에 육박하는 거대 전함이며, 탑승한 선원만 180명, 수병은 220명에 달하지요. 배에 설치된 대포만 50문에, 추가적인 총포와 대포 역시 구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함선에는 바로 저, 프랜시스 드레이크까지 탑승해있지요. 예, 전력은 충분합니다. 저도 알고 말고요.”
때문에 아가일 백작도 해리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해군의 지휘를 맡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드레이크에겐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전쟁은, 그까짓 숫자로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이 많은 전력은 전쟁을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가져온 함선이라곤 오직 메리 호 한 선뿐. 아무리 대단한 함선이라고 해도, 함선 하나만으로 수십 수백 천의 해적선을 동시에 상대할 순 없습니다! 좀 전의 해전이 재현될 뿐이지요!”
적선은 메리 호와는 비교도 안 되는 허접한 배들.
그러나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나.
이래서야 해안선을 지킬 수 있을 리가 없다.
“자자, 그대의 걱정은 알겠네.”
하지만, 해리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는 무언가 방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
“일단 좀 침착하게. 해적들이 단번에 수백 척의 함선을 보내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이곳의 해적들은 본래부터 연합하지 않는다.
복잡한 군도에서 수십 파벌로 나뉜 자들.
파벌이 동원할 수 있는 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저들이 뭉치기 전에, 야금야금 그들의 전력을 갉아먹으면 될 뿐이네. 메리 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배가 아니던가.”
“그야 그렇습니다만, 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공격을 받으면 곧장 뭉쳐 대응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네.”
드레이크가 무언가를 물으려던 순간.
순박히 웃던 해리가, 책상을 내리쳤다.
-쾅!
갑작스러운 소리에, 드레이크가 움찔했다.
해리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바로 이렇게, 그들이 바로 움직이지 못하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네. 함부로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검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해리.
그 모습은 어쩐지, 누군가를 닮은 것만 같았다.
“그 말씀은···?”
조심스러운 질문에, 해리는 웃는 얼굴 그대로 드레이크에게 말했다.
“우리는 해적들을 해적질할 것이네.”
드레이크는 강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말씀하시는 게 꼭···!’
그, 드레이크가 가장 존경하는 여왕.
꼭 그 분을 연상시켰다.
왕자가 여왕을 이렇게 닮았었던가?
“자, 그대의 역할이 막중하다네. 나를 믿고 함께 해주겠나?”
어쨌건, 왕자를 여왕과 겹쳐본 그 시점부터 드레이크가 할 수 있는 답은 정해져 있었다.
“후우,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해리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하네.”
바로 그렇게, 해리는 전선에 나섰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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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코틀랜드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스코틀랜드를 통일할 위대한 전쟁.
마지막이 되어야 할 전쟁이었다.
“전선은 지금쯤 엄청나게 살벌하겠지?”
해리는 분명 이 전쟁에 참여했으나,
전선의 분위기는 잘 알지 못했다.
해리의 역할은 핵심 요충지에서의 접전이 아니라, 후방 해안선의 방어일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해적들을 차근차근 박살 낼 뿐인 일이었다.
‘어렵지 않다. 난 할 수 있어!’
그리하여 자기 능력을 세계에 선보이고,
죽은 부하들의 복수를 하며, 산 부하들을 구하겠다.
해리의 다부진 결심대로, 전황은 순조로웠다.
“전하! 놈들의 전함을 나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드레이크의 보고에 해리가 환히 웃었다.
“또다시 말인가! 정말 수고했네, 경!”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전선을 날아다녔다.
“저라면, 아마 이 해도를 택했을 겁니다.”
“이 자의 말은 평범하나, 그 어조는 지나치게 겁에 질렸군요. 전하, 틀림없이 이 마을에 해적들이 숨어있습니다.”
“놈들이 타고 온 배를 숨겨 둔 동굴을 찾았습니다!”
그는 해적을 상대하며, 제 능력을 최대로 발휘했다.
어린 나이에도 잉카에서 에스파냐군을 상대로 승리했던 드레이크였다.
나이를 먹고, 전성기를 맞이한 그의 능력은 그야말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정도였다.
그는 복잡한 군도를 누비며 해적들을 잡아들였고,
해적선을 약탈하며, 마주친 해적들을 몰살했다.
어느새 약탈한 함선으로 함대가 꾸려질 정도였다.
“이 전쟁이 끝나면, 여왕 폐하께 건의해 그대에게 기사 작위라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 그대의 전공이 너무나도 크군.”
“전부 폐하와 전하 덕에 이룬 공입니다.”
“하하, 너무 티 나는 아부로군.”
해리 왕자는 손사래를 치며 웃어 보였다.
자신이 대체 무얼 했냐는 듯 말이다.
확실히 왕자가 의욕적으로 나선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전투는 드레이크가 일선에서 이끌었다.
이에 멋 모르는 자들은 왕자가 무능하다 여길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그렇지 않단 걸 알고 있었다.
‘솔직히 지휘를 맡는다고 하실 때는, 잘 모르시는 분야에 어설프게 고집을 피우시다가 크게 피를 볼까 걱정했었는데···.’
그러나 겪어본 해리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은 느껴졌으나, 자신의 독단을 앞세워 무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하들을 믿고 맡기는 기색이 강했다.
그렇다고 마냥 모든 걸 맡기는 것도 아니었다.
“토마스는 그대의 부관으로 잘 활동하고 있나?”
“예. 경은 스코틀랜드에 대해 아는 게 많더군요. 덕분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왕자는 드레이크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그의 곁에 자신이 가장 믿는 심복을 붙여두었다.
드레이크가 왕자의 뜻에 어긋나는 짓을 벌이기라도 하면, 즉각 제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그리고 다음 습격 전, 이 인근 해안을 천천히 순찰하는 건 어떻겠나? 최대한 해안 근처에 붙어, 육지에서 목격할 수 있도록 말이야.”
때로는 이렇게 군 작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건 드레이크의 전문 분야인 전투와는 다소 다른 분야에서의 제안이었다.
“헤브리디스의 해적들은 현재 한 풀 기세가 꺾인 상황이지. 그러나 아직 그들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많아. 우리가 바다의 주도권을 되찾았음을 확실히 보여주면, 주변 지역의 사기가 올라갈 것이네.”
정치, 외교, 주변 군과의 연계 등에 대한 조언.
드레이크가 전문 분야에 집중할 동안, 해리는 더 넓은 분야를 조망하고 조언을 해주었다.
‘확실히 군주의 덕목을 갖추신 분이다.’
드레이크는 내심 해리 왕자를 인정했다.
그는 여왕을 닮았지만, 그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미래의 영국 군주로서의 활약이 기대될 정도로.
그러나, 해리에겐 아직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정말 좋은 제안입니다만, 폐하.”
드레이크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씀하신 해안선은 모리스 군과 접전지 아닙니까. 그토록 위험한 곳에 갈 수는 없습니다.”
“에이, 모리스가 육군을 끌고 왔지, 해군을 대동한 것도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그런 지역이 바로 사기충천이 필요한 곳이지.”
해리 왕자의 치명적인 문제.
그는 위험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능력을 자신했기에, 겁도 없었다.
“우리가 접전에 참여할 일은 없을 것이네. 모리스가 대동한 해군은 지극히 적고, 해적들에겐 우리의 공포 전략이 잘 먹혔어. 감히 정면으로 우리를 공격하진 못하겠지. 그러니 위험한 것 없네!”
“이 지역의 해안선의 모양도···.”
“아, 그리 걱정할 것 없다니까?”
드레이크는 하고 싶은 말을 꾹 눌러야만 했다.
‘여차하면 전장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해 보이는데요, 전하.’
어쨌건 해리는 왕자였다.
그의 작전 또한 어느 정도 일리 있었고 말이다.
결국, 해리의 해군은 그의 뜻대로 진군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해리는 예상치 못한 위협과 마주했다.
“자, 잠깐만! 모리스 군에게 저 정도 전력을 동원할 여유가 있었다고?”
좁다란 해협.
이곳에서, 그의 해군은 포위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동요한 건 드레이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꿈은 아닌가 싶었다.
그는 다급히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삼켰다.
바다, 좁은 해협이 적들의 함선으로 막혔다.
육지, 놈들의 군대가 끝없이 드글드글 몰려있다.
‘대체, 이 변방 전장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이 정면 모리스 군의 총력이 이곳에 동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체 어째서···?
‘이런···!’
드레이크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외쳤다.
“놈들이 알아냈습니다!”
“뭐?”
“전하께서 이곳에 있다는 걸 말입니다!”
드레이크의 망원경 안쪽.
육군의 지휘관이 게거품을 물고 외치고 있었다.
“저 왕자만 잡으면 전쟁은 끝난다!”
해리와 드레이크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해리의 인생 최대의 위협이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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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바다 위에 떠 있는 함선들.
거대한 블러디 메리호와, 나포한 함선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끝없는 적 병력.
“놈들은 폐하를 생포할 생각입니다!”
드레이크가 빠르게 상황을 알아챘다.
알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포격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격 시 왕자가 죽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랬다간, 그들은 살아나기는커녕 인세에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
‘놈들이 포격을 망설인다. 그렇다면, 전하를 탈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레이크가 다급히 외쳤다.
“모든 배에 전속 후퇴 명령을 내리지요! 블러디 메리 호라면 포위망을 뚫을 수 있습니다!”
놈들이 뒤늦게 포격을 시작한다고 해도,
메리 호라면 어느 정도는 견뎌줄 것이다.
“하, 하지만···!”
해리는 섣불리 응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되면, 탈취한 함선은 어찌하란 말인가!”
탈취한 해적선은 단기간에 빠른 속도를 내는 배.
즉, 범선이 아니다.
‘함께 도망가도 그들은 뒤처질 거야!’
지금 포격이 없는 건 왕자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왕자가 도망간다면, 저들은?
‘다른 함선에 탄 해군은 전부 죽는다!’
해리가 고민하자, 드레이크가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그래서 이대로 이곳에 있겠다는 겁니까?”
“으음···.”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새하얘져서, 무엇도 떠오르지 않았다.
짧은 침묵이었으나, 한시가 급한 전장 아닌가.
드레이크는 감히 소리쳤다.
“정신 차리십시오, 전하!”
그가 진심으로 조언했다.
“당신은 이 영국의 유일한 왕자입니다. 저들의 목숨이 아까워 도망가지 못하겠다고요? 그랬다가 당신이 죽으면, 이 해협을 전부 메울 만큼의 사람들이 죽을 거란 말입니다!”
그 말에, 왕자가 눈을 크게 떴다.
“···알겠네.”
“그렇다면 후퇴를-.”
“아니, 그건 아니야.”
해리 왕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대 이야기는 알아들었어. 그러나, 도망간다 해서 정말 저 포위를 뚫고 배가 무사할 수 있겠나?”
놓칠 바엔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포격할 것이다.
그러고도 정말 무사할 수 있겠는가.
“으음···.”
드레이크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다른 방안을 생각해내야만 해.”
해리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굴렸다.
생각하자, 생각해.
그의 어머니도 이런 전장에 섰다.
목숨이 걸린 위험한 전장, 그러나 어머니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내 살아 돌아왔다.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했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
왕자는, 결심을 내렸다.
“드레이크 경.”
“예?”
“퇴각 신호를 올리게. 모든 함선에 퇴각을 명령해.”
드레이크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어코 왕자가 후퇴를 결심했나 싶었다.
“알겠습니다!”
곧장 깃발이 올라가고, 함선들의 후퇴가 시작되었다.
“그럼 저희도-.”
“아니.”
해리는 사이코가 아니었다.
이런 정신 나간 계책은 그라도 무서웠다.
그가 창백한 얼굴로 드레이크에게 말했다.
“우리, 블러디 메리 호는 가장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는다.”
“예에?”
드레이크가 경악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해리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뿐.
‘살아나가려면, 상대보다 더 미친 짓을 벌이는 수밖에.’
“알겠나, 경? 우리는 적들을 속일 거야. 그리해서, 모두가 살아서 돌아갈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