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04
104
제104화
직접 지하 수로에 갔다. 하지만 꼼꼼히 세밀하게 단서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분명 놓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 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수색을 해 볼 생각이야.”
“대대적인 수색?”
“어, 지하 수로 말고 다른 곳에도 마법진이 있을 수 있잖아.”
지하 수로 말고 다른 곳에도 마법진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마법진이 있다면 지하 수로와 마찬가지로 이미 키메라들의 소굴이 되어 있을 수 있다.
“만약 있다면 빨리 처리해야지.”
만약 그런 곳이 있다면? 더 커지기 전에 처리를 해야 된다.
“네 생각은 어때?”
말을 마친 알렉스가 이안에게 물었다. 대대적인 수색은 알렉스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안의 동의도 필요했다.
“네가 그 말을 안 했으면 내가 했을 거다.”
알렉스의 물음에 이안은 답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안 역시 알렉스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럼 수색하는 걸로 하고…….”
이안의 답에 알렉스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 위해 말끝을 흐린 뒤 이어 말했다.
“수혁 님한테는 어떤 보상을 드리지? 너무 큰 도움을 받아 뭘 드려야 될지 감이 안 잡혀.”
“그러게. 뭘 좋아하시려나?”
“라이노 님한테 물어볼까?”
* * *
“……그러니까.”
파비앙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수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 의뢰를 해결하고 있었단 말이야?”
“예.”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이내 당황을 지우고 소리 내어 웃었다.
“정말 책 좋아하는구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의뢰를 해결했다니? 수혁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좋아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던 파비앙이었다.
“…….”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꽤 길어지네…….’
파비앙이 수혁을 부른 것은 딱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부른 게 아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금방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고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맞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지 파비앙이 탄성을 내뱉었다.
“잠시만.”
그리고 이어 허공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공간 마법!’
NPC들의 인벤토리라 할 수 있는 아공간이 분명했다.
‘근데 웬 상자지?’
파비앙이 꺼낸 무언가의 정체는 바로 상자였다. 상자를 갑자기 왜 꺼낸 것일까?
“여기.”
파비앙이 아공간에서 꺼낸 상자를 수혁에게 내밀었다.
“……?”
자신의 앞에 당도한 상자를 본 수혁은 고개를 들어 파비앙을 보았다. 파비앙은 수혁의 시선에 상자 뚜껑을 열며 말했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수혁은 파비앙의 말을 들으며 다시 고개를 내려 상자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스크롤, 증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은 총 2개였다. 스크롤과 증표.
“이걸 가지고 불의 마탑에 가 봐.”
그리고 이어진 파비앙의 말에 수혁은 스크롤과 증표가 불의 마탑과 관련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불의 마탑은 왜요?”
물론 예상을 예상으로 남겨 둘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수혁은 상자 안 스크롤과 증표를 힐끔 쳐다보며 파비앙에게 물었다.
“음, 그게…….”
파비앙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해 줘야 되나?’
불의 마탑장인 브리니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그래서 만남을 주선해 주기로 했다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딱히 나쁜 일은 아니니까.’
좋으면 좋았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생각을 마친 파비앙은 입을 열었다.
“불의 마탑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
“저랑요?”
“응, 아마 큰 도움이 될 거야.”
파비앙의 말이 끝난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는 당신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불의 마탑으로 가 브리니스를 만나라!
퀘스트 보상 : ???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를 만나라는 퀘스트였다.
‘시간제한이 없네?’
혹시나 일정 기간 안에 찾아가야 되나 물어보려 했던 수혁은 퀘스트를 보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시간제한이 없었다. 언제든지 찾아가도 된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시간제한이 없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언제든 시간이 날 때 찾아가면 된다.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답하며 퀘스트를 수락했고 이어 상자 속 스크롤과 증표를 꺼내 인벤토리에 넣었다.
[퀘스트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를 수락하셨습니다.] [파비앙의 서신을 획득하셨습니다.]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의 증표를 획득하셨습니다.]그렇게 3개의 메시지를 추가한 수혁은 파비앙을 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파비앙의 말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슬슬 가 봐야겠다.”
드디어 파비앙과의 면담이 끝났다.
“다음에 만약 이런 일이 있으면 지부의 힘을 이용해. 내가 아까 준 그것만 있으면 언제든지 지부에서 힘을 빌려줄 거야.”
파비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예.”
수혁은 파비앙을 따라 일어나며 답했다. 파비앙이 가는데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갈 곳이 없다면 또 모를까 갈 곳도 있었다.
스악
파비앙이 워프로 사라지고 수혁은 지부에서 나왔다. 혹시나 지부장인 라이노에게 또 붙들릴까 신속히 밖으로 나온 수혁은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얼마 뒤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도서관을 한 바퀴 돌았다. 혹시나 그 사이 조건이 충족되어 색이 변한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없네.’
하지만 그 사이 조건을 충족한 책은 없었다. 수혁은 첫 번째 라인에 있는 책장에서 책 다섯 권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
.
.
파르빌 상단의 상단주 파르빌을 만났다. 그 유명한 장사의 신을 이런 허름한 여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혹시 이곳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
책을 읽던 수혁은 순간 멈칫했다.
‘파르빌?’
파르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조금 더 집중해 뒷내용을 읽었다.
.
.
.
고민 끝에 나는 파르빌의 앞에 앉았다. 파르빌은 후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파르빌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그러자 파르빌이 씁쓸한 미소로 내 물음에 답을 해 주었다.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다고.
‘후회?’
후회라는 단어를 본 수혁은 잠시 독서를 중단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특수 퀘스트 ‘파르빌의 유산’을 확인했다.
파르빌 상단을 만든 대상인 파르빌, 파르빌은 죽기 직전에도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후회를 하고 있었다. 평생 후회를 하며 살아온 파르빌, 파르빌이 후회를 느낀 장소를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파르빌이 후회를 느낀 장소를 찾는 게 바로 퀘스트 완료 조건이었다.
‘책 내용을 보면…….’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다시 책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몇 장 넘겨 앞부분을 확인했다.
‘이 허름한 여관이 단서가 될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허름한 여관이 아니라 허름한 여관이 있는 지역이 단서였다.
‘이런 식으로 단서를 얻을 줄이야.’
이런 식으로 단서를 얻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수혁은 다시 한 번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책 제목도 완전 관련 없는데.’
책의 제목은 ‘방랑자 케론’이었다. 파르빌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단서가 나왔다.
‘앞으로 더 꼼꼼히 읽어야겠네.’
수혁은 앞으로 책들을 더욱 꼼꼼히 읽기로 다짐하며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03.
* * *
“드디어 오늘이구나.”
접속을 한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퀘스트 창을 열었다.
로미안은 당신이 이렇게 빨리 열쇠를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로미안 역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몸 상태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준비해야 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다시 로미안을 찾아가라!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열쇠 : 1 / 1] [남은 시간 : 0일]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동굴 탐사
시간이 흘러 드디어 로미안이 준 퀘스트 ‘준비 기간’을 완료할 날이 되었다.
‘얼마나 걸리려나.’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준비 기간만 무려 일주일인 퀘스트였다. 과연 완료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것도 깰 수 있으려나?’
퀘스트를 보던 수혁은 또다른 퀘스트를 확인했다.
대도 켈타, 피붙이 하나 없던 켈타는 평생 훔친 보물을 비밀 장소에 숨겨 두었다. 그 비밀 장소를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바로 특수 퀘스트 ‘켈타의 유산’이었다.
‘동굴이 비밀 장소면 좋을 텐데.’
이제 탐사를 갈 동굴은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이었다. 특수 퀘스트의 ‘비밀 장소’가 이번에 갈 비밀 동굴과 같은 곳이라면? 동시에 두 개의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된다.
퀘스트를 보며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지도를 꺼내 로미안의 비밀 거처가 있는 하드락의 외곽 지역으로 향했다.
‘정말 복잡하단 말이지.’
지도를 보고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생각했다. 일주일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외곽 지역은 정말 복잡했다. 만약 지도가 없었더라면 찾아가는 데 몇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벅!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지도를 넣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똑똑
수혁은 노크를 한 뒤 로미안이 나오길 기다렸다.
“……?”
하지만 1분이 지나도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똑똑
수혁은 다시 한 번 노크를 했다.
“…….”
그러나 이번에도 안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수혁은 문을 보며 생각했다.
‘없나?’
설마 로미안이 안에 없는 것일까?
‘오늘 온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그러나 수혁이 오늘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을 로미안이 자리를 비웠다는 게 이상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일주일,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었다.
스윽
수혁은 확인을 하기 위해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은 수혁은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자연스레 열렸다.
“…….”
자연스레 열리는 문에서 수혁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준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라면 문이 잠겨 있어야 됐다.
이내 문이 완전히 열렸고 수혁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퀘스트 ‘준비 기간’이 퀘스트 ‘사라진 로미안 그리고 핏자국’으로 변경되었습니다.]집 안으로 걸음을 내딛은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망할.’
퀘스트의 변경,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