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2
12
제12화
“그래?”
연중은 수혁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그러면 필요할 때 말해. 이 준랭커님이 도와주실 테니까!”
수혁보다 조금 늦게 판게아를 시작한 연중이었지만 연중의 경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았다.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연중의 랭킹은 상당히 높았다. 랭커라 불리는 10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준랭커라 불리는 3000위 안에는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준랭커인 연중의 도움은 어마어마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수혁의 레벨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없을 것이었다.
“오케이, 도와준다는 말 꼭 기억하마.”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13.
“책은 얼마나 남았냐?”
“정확히는 모르겠고 다 읽는데 2, 3주 걸릴 것 같아.”
수혁과 연중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와, 최소 2주?”
“응.”
“진짜 부럽네.”
“뭐가 부러워?”
“책 읽으면 지혜 오르잖아.”
연중이 부럽다고 말한 이유, 그것은 바로 스텟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 경우 지혜가 오른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궁금하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던 연중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혁에게 물었다.
“너 지혜 몇이냐?”
연중은 오픈 후 계속해서 책을 읽은 수혁의 지혜가 몇이나 될지 궁금했다.
“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최근에 확인했던 게…….’
지혜가 정확히 몇인지 수혁 역시 알지 못했다. 지혜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날 때마다 캐릭터 창을 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925였지?’
최근에 확인했던 지혜를 떠올린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925.”
“……?”
연중은 수혁의 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라고?”
입을 연 연중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물음이었다.
“925? 지혜가 925라고?”
연중은 계속해서 수혁에게 물음을 던졌다.
“응, 최근에 확인한 지혜가 925. 아마 그것보다 좀 높을 거야. 그 뒤로도 지혜가 좀 올랐으니까.”
“…….”
이어진 수혁의 답에 연중은 다시 침묵했다.
‘미친.’
당황스러웠다.
‘지혜가 925? 그것보다 더 된다고?’
지혜가 925라니?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높을 거라니?
“너 렙 몇이냐?”
생각에 잠겨 있던 연중이 수혁에게 또다시 물었다.
“8.”
수혁의 답에 연중은 생각했다.
‘8렙에 지혜가 925가 넘는다?’
레벨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었다. 그런데 레벨이 높은 게 아니었다. 수혁의 레벨은 고작 8이었다. 그런데 925라니?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책을 얼마나 읽은 거야?”
생각을 마친 연중이 수혁에게 말했다. 책을 얼마나 읽은 것일까? 얼마나 읽어야 925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일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925는 책을 읽어 달성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안 오르지 않아?”
지혜 1을 올리기 위해 읽어야 될 책의 수는 유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2권 만에 1이 오르기도 하고 3권 만에 오르기도 하며 10권을 읽어야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3권을 읽어 지혜가 1 올랐다면 후에는 5권 혹은 7권 또는 10권을 읽어야 1이 오른다.
“……?”
연중의 말에 수혁이 의아해했다.
“무슨 소리야 그게? 가면 갈수록 안 오른다니?”
수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책 1권 읽으면 1씩 오르잖아?”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통 1권을 읽으면 1이 오른다. 아주 가끔가다가 오르지 않는다.
“뭐?”
연중이 반문했다.
“너 설마 책 읽을 때마다 오르는 거야?”
묻는 연중의 표정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응. 거의.”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했다.
‘오렌의 도서관이 특별한 건가?’
책을 읽으면 지혜가 오른다는 것에 많은 유저들이 실험을 했다. 특히나 마법사가 되기 위해 마탑에 간 유저들은 도서관에서 무수히 많은 책을 읽으며 지혜가 오르는 공식을 연구했다.
하지만 지혜 1이 오르는데 걸리는 책의 수가 전부 달랐고 결국 정확한 공식은 알아내지 못했다.
많은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혁의 경우 책을 읽을 때마다 1이 오른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오른다. 혹시나 오렌의 도서관이 특별한 것일까?
‘아니면 레벨?’
오렌의 도서관이 특별한 게 아닐 수 있다. 레벨의 문제일 수 있다. 수혁의 레벨은 8, 레벨이 낮을수록 스텟 올리는데 필요한 책의 수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레벨 때문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그들이 수혁처럼 계속해서 책을 읽는 건 아니었다. 사냥 혹은 퀘스트를 했고 성장한 상황에서 책을 읽었다.
“너 스텟 누구한테 말하면 안 된다.”
생각을 하던 연중은 수혁에게 말했다.
“귀찮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특히나 길드에서 알게 된다면 널 엄청나게 탐낼 거야.”
레벨이 100이 넘어도 지혜를 900 넘기기 힘든데 고작 8이 900을 넘겼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수혁은 매우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특히나 길드들이 문제였다. 길드원의 힘이 곧 길드의 힘이다. 수혁을 원하는 길드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갖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갖지 못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거야 나도 알고 있지.”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했다. 수혁 역시 알고 있었다.
“너니까 말해 준 거야.”
연중이기에 알려준 것이었다. 연중이 아니었다면 결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수혁의 답에 연중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연중의 표정을 보며 수혁이 입을 열었다.
“근데 너 길드 만든다고 하지 않았냐?”
“응, 근데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계획만 잡고 있어.”
* * *
“3등급 직업이 풀렸습니다!”
“그래?”
장율의 보고에 양주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왜 그렇게 담담하신 겁니까?”
양주혁의 담담한 목소리에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던 장율은 고개를 돌려 양주혁에게 물었다.
“한두 번 풀린 게 아니니까. 3등급 정도야 뭐.”
3등급 직업이 풀린 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오픈한 지 2달 하고도 5일이 지났다. 그동안 꽤나 많은 특수 직업들이 풀렸다. 3등급 특수 직업 정도는 더 이상 놀람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어?”
양주혁의 답을 듣고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린 장율이 탄성을 내뱉었다. 장율의 탄성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왜?”
당황함이 가득한 장율의 목소리에 양주혁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장율에게 물었다. 이번엔 무슨 직업이 풀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히든 조건이?
“그, 그게…….”
장율은 양주혁의 물음에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오,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 칭호를 획득한 유저가 나타났습니다.”
벌떡!
이어진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분했던 양주혁의 표정에는 더 이상 차분함이 보이지 않았다. 놀람이 가득했다.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 진짜야?”
칭호 ‘오렌의 도서관 정복자’. 만들기는 했지만 획득할 유저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칭호였다. 그런데 그 칭호를 획득한 유저가 나타나 버렸다.
“네.”
장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그 말도 안 되는 칭호를 얻은 것일까?
“잠시만요.”
양주혁의 물음에 장율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장율의 수많은 모니터 중 하나에 창이 나타났다.
“수혁이라는 유저입니다.”
장율은 창을 보며 물음에 답했다.
“수혁?”
양주혁은 칭호의 주인공을 중얼거리며 장율의 자리로 다가갔다.
“정보 좀 보자.”
“네.”
장율은 양주혁의 말에 답하며 수혁의 정보를 모니터에 띄웠다.
레벨 : 8
경험치 : 51%
생명력 : 2540
마나 : 26420
포만감 : 40%
힘 : 14
민첩 : 15
체력 : 48
지혜 : 1321
“……!”
“……!”
그리고 모니터를 본 양주혁과 장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수혁의 정보를 볼 뿐이었다.
‘이런 미친.’
수혁의 정보를 보며 양주혁은 생각했다.
‘레벨 8에 무슨 스텟이.’
말도 안 되는 스텟이었다. 레벨 8의 스텟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양주혁은 곧 생각을 바꿨다.
‘아니지, 레벨 8이라 가능한 스텟이지.’
오히려 레벨이 8이기에 가능한 스텟이었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을 경우 유저들은 스텟을 올릴 수 있다.
무작정 스텟이 오르는 건 아니었다. 읽지 않은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라는 특수 경험치를 받게 된다.
스텟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 스텟 경험치를 한계까지 올려야 된다. 문제는 그 스텟 경험치의 한계가 유저의 레벨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레벨이 낮을 때에는 스텟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경험치가 적고 높을 때에는 더욱 많은 경험치가 필요하다.
즉, 스텟을 수월하게 올리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레벨이 낮아야 한다.
‘그런데…….’
생각에 잠겨 있던 양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레벨이 아니었다. 오히려 레벨은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14.
‘시간이 안 아깝나?’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휙휙 넘긴다고 책을 읽는 것이 되는 게 아니다. 휙휙 넘길 경우 스텟 경험치를 단 1도 받을 수 없다.
꼼꼼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텟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수혁의 지혜는 1300이 넘어간다.
아무리 레벨이 낮아 스텟 올리기가 수월하다고 하더라도 1300을 넘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책을 읽어야 된다. 즉,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이 재미없나?’
스텟이 오른다고 해도 그 많은 시간을 오직 독서에 투자한다? 말이 안 된다. 혹시나 사냥이 재미없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50골드가 아까워서 그러나?’
충분히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을 충족해야 된다.
도서관마다 조건은 다르고 오렌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50골드가 필요하다. 문제는 튜토리얼 지역인 오렌은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래, 50골드나 들어갔는데.’
즉, 오렌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50골드를 오렌에서 벌어야 된다.
‘아까워서 그런 걸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