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1
11
제11화
-리아 : 어떻게 안 거야?
리아는 지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지아가 도서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지아 : 내려와서 돌아다니다가 도서관 홍보를 하는 NPC를 만났는데 반짝이는 책을 나눠주더라고. 그래서 읽어보니까 반짝임이 사라지면서 스텟이 올랐어! 그래서 혹시나 도서관에 있는 책은 전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지!
“……!”
이어진 지아의 귓속말에 리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 책만 오르는 게 아니었어?’
이곳의 책만 오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을 했었다. 이곳에서 책을 읽어 지혜를 올릴지 아니면 지아에게 합류를 할지.
‘있을 필요가 없잖아.’
그런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책이기만 하면 된다. 굳이 이곳의 책이 아니더라도 스텟은 오른다.
‘가자.’
내려가서 사냥을 하며 천천히 책을 읽어 스텟을 올리자고 결정을 내린 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리아가 고민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지아 : 그런데 도서관 가는 게 장난 아니더라고.
지아에게서 또다시 귓속말이 도착했다.
-지아 : 도서관 이용 조건이 명성 5만이더라.
“…….”
자리에서 일어난 리아는 지아의 귓속말에 잠시 고민했다.
‘아니야.’
물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다른 지역의 도서관 이용이 힘들다고 해도 지금 이곳에 시간을 쓰는 건 아까웠다. 거기다 열심히 하다보면 이용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 책을 읽어 올리면 된다. 책은 도망가지 않는다.
-리아 : 내려갈게.
리아는 지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리고 앞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이곳에는 리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말해줄까?’
12.
책에 집중하고 있는 사내를 보며 리아는 생각했다. 사내가 책을 읽는 것은 스텟을 올리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리고 사내는 이곳의 책만이 스텟을 올려준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말해 주자.’
잠시 고민하던 리아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사내 앞에 도착한 리아는 사내를 불렀다.
“……?”
때마침 책을 전부 읽은 사내는 책을 덮으며 리아를 보았다. 리아를 바라보는 사내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그런 사내의 표정을 보며 리아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만 스텟이 오르는 게 아니에요.”
“네?”
사내는 리아의 말에 반문했다. 사내의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리아는 사내의 당황스런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이어 말했다.
“스텟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오른답니다. 그냥 책만 읽으면 되는 거예요.”
“네.”
리아의 말에 사내가 답했다.
“……?”
그리고 이번에는 리아가 의아했다.
‘왜 이런 반응이야?’
처음과 달리 사내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했다.
* * *
‘뭐하는 여자지?’
수혁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스텟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다짜고짜 찾아와 스텟은 이곳에서만 오르는 게 아니라니? 책만 읽으면 오르는 거라니? 뭘 어쩌란 것인지, 무슨 반응을 원하는 것인지 수혁은 생각했다.
‘놀라길 바랐던 건가?’
혹시 놀라길 바랐던 것일까?
“책만 읽으면 된다니까요? 여기가 아니라?”
그사이 여인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수혁은 여인의 말에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여인의 말을 받았다.
“네?”
그러자 여인이 반문했다. 반문하는 여인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여인은 표정에 가득한 당황함을 그대로 목소리에 담아 말했다.
“근데 왜 여기 있어요?”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이었다.
“책 읽으려고요.”
“……책이요?”
“네, 여기 도서관이잖아요.”
수혁은 여인의 반문에 답하며 주변을 한번 훑어 본 후 여인을 보았다. 여인의 질문은 계속됐다.
“스텟 때문에 읽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아닌데요.”
“…….”
여인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수혁을 잠시 쳐다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수혁은 여인이 돌아서자 옆에 있던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스악
[지혜가 1 상승합니다.]이내 책을 다 읽은 수혁은 책을 덮었다.
‘갔나?’
책을 덮은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한 뒤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도서관 그 어디에서도 여인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나간 것 같았다.
‘하긴 이곳에서만 스텟이 오르면 모를까.’
스텟이 이곳에서만 오르는 것이었다면 여인은 남아 있었을 것이다.
스윽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책을 가지러 책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얼마나 걸리려나.’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전부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수혁은 너무나도 궁금했다.
* * *
“하, 드디어 졸업이네.”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연중이 중얼거렸다.
“그렇게 좋아하더니 왜 그래? 아쉬워?”
연중의 아쉬운 목소리에 수혁이 물었다.
“아쉽다기보다는 뭔가 공허하달까?”
졸업식이 오기를 원하고 원했다. 그런데 막상 졸업식이 끝나니 무언가 공허했다.
“그래?”
“넌 아무렇지도 않아?”
수혁의 반문에 연중이 물었다.
“음…….”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마친 수혁이 입을 열었다.
“도서관 이용 못 하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 그것 말고는 별로?”
수혁 역시 아쉽긴 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온전히 도서관 때문이었다. 졸업을 함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정확히 말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학교를 간다? 그 시간이 아까웠다.
‘그 시간에 접속을 하는 게 낫지.’
이제 수혁에게는 판게아가 있다. 판게아에는 아직 읽지 않은 새로운 책들이 가득했다. 도서관 갈 시간에 판게아에 접속해 책을 읽는 것이 더욱 효율이 좋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앉자.”
이내 중국집에 도착한 수혁과 연중은 사장의 인사에 답하며 자리를 잡았다.
“뭐 먹을 거냐?”
자리를 잡은 둘은 바로 메뉴 선택에 들어갔다.
“짬뽕, 넌?”
“나는 짜장! 졸업식엔 짜장이지.”
수혁은 짬뽕을 연중은 짜장면을 선택했다. 그렇게 메뉴 선택이 끝났고 연중이 외쳤다.
“사장님! 주문할게요! 여기 짬뽕 하나, 짜장 하나요! 그리고 물만두도 주세요!”
“예!”
사장의 답으로 주문이 끝났다.
연중은 곧장 수혁을 보며 이어 말했다.
“너 어디에 있냐?”
“……?”
수혁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연중의 물음에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어디에 있냐니? 중국집에 있지 않은가?
“판게아.”
“아.”
그리고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무엇을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바로 판게아였다.
“나야 뭐 여전히 도서관에 있지.”
수혁은 연중에게 답했다.
“뭐?”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연중은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직도 도서관이야?”
연중이 반문한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이 아직도 도서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너 거기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니야? 벌써 한 달 반이 지났잖아. 혹시 거기 계속 있을 생각은 아니지?”
판게아의 오픈은 12월 31일. 그리고 졸업식을 한 오늘은 2월 15일. 벌써 한 달 반이나 지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도서관이라니?
“아직 못 읽은 책이 있어.”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그러나 아직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도서관에는 반짝이는 책들이 있었다.
“다 읽고 벗어나게?”
“응.”
연중의 물음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의 마을 ‘오렌’을 벗어나는 건 도서관의 책을 전부 읽는 날이 될 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왔다.
“어디로 갈 생각이야? 정해는 놨어?”
연중은 물만두를 집으며 수혁에게 물었다.
“마탑으로 갈 생각이야.”
수혁은 짬뽕에 가득 담겨 있는 담치 껍질을 꺼내며 답했다.
“마법사 하게?”
“응.”
“그러면 마탑 말고 다른 곳을 가지?”
마법사로 진로를 정한 많은 유저들이 마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소수의 유저들만이 다른 제국, 왕국으로 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마탑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다른 국가에서 시작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 알려졌다.
“육성도 그렇지만 NPC들 성격이 지랄 맞다는데?”
그것도 한두 가지가 나은 게 아니었다. 육성 속도도 그렇고 대우도 그렇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마탑보다 다른 국가가 나았다.
“수준이 낮다고 말도 못 걸게 한데.”
그도 그럴 것이 마탑에는 마법사가 매우 많다. 거기다가 마탑 NPC들은 대부분이 뛰어난 마법사였다.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하는 유저들인데 좋은 대우를 해줄 리 없다. 거기다 유저들 역시 넘쳐나지 않는가?
“마탑에 가야 할 이유가 있어.”
수혁이 답했다. 육성? 대우? 그건 필요 없었다. 수혁에게는 마탑으로 가야 할 이유가 하나 있었다.
“이유?”
연중은 수혁의 답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또 도서관은 아니지?”
“맞아.”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젓가락으로 짬뽕 이곳저곳을 뒤적였다.
‘다 꺼냈나?’
더 이상 담치 껍질이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그대로 면을 한 움큼 집어 흡입했다.
‘이야.’
절로 감탄이 나왔다.
‘맛 괜찮네.’
매콤한 정도가 수혁에게 딱 맞았다.
‘집까지 배달이 되려나?’
수혁은 집과 중국집의 거리를 떠올렸다.
‘나갈 때 물어봐야지.’
참으로 애매한 거리였다. 수혁은 나갈 때 물어보기로 하고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 연중을 보았다.
“……?”
연중을 본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연중은 물만두를 집은 채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냐?”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우선 물만두를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이어 물만두를 씹으며 황당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설마 책 읽으려고 게임 시작한 거냐?”
“응.”
수혁은 물만두를 향해 젓가락을 뻗으며 답했다. 오로지 책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판게아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책이었다.
현실에서 책을 읽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판게아에서 책을 읽는 비용이 더욱 싸다. 판게아라면 끝없이 새로운 책들을 읽을 수 있다.
“계속해서 책만 읽을 거야?”
연중이 재차 물었다.
“아니.”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몬스터도 잡고 퀘스트도 깨야지.”
책만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 몬스터도 잡고 퀘스트도 깨볼 생각이었다. 물론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깨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조건 충족하려면.’
언젠가 마탑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새로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서관에 가야 된다. 마탑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마법사라는 조건이 있듯 다른 도서관들 역시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깨며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된다. 수혁이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깨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