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10
10
제10화
“어딜 가든 잘 지내길 바란다.”
훈련 교관의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말을 마친 훈련 교관은 입을 다물었고 앞서 다른 훈련 교관들을 전부 만나 보았던 리아와 지아는 인사 후 훈련소에서 나왔다.
“꺄! 드디어 특…….”
훈련소에서 나오자마자 지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물론 지아의 외침은 도중에 끊기고 말았다.
“지아야!”
지아의 외침을 끊은 것은 바로 리아였다.
“미안.”
리아가 어째서 자신의 외침을 끊은 것인지 깨달은 지아는 미안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리아에게 사과했다.
“아니야, 가자.”
지아의 사과를 받으며 리아는 빠르게 주변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주변에 있던 유저들은 지아의 외침에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저벅저벅
“근데 진짜 갈 거야?”
걸음을 옮기며 지아가 물었다. 현재 리아와 지아는 같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둘의 최종 목적지는 달랐다.
“응, 가야지.”
“진짜 도서관에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확실한 건 아니지만 뭔가 있을 것 같긴 해.”
지아의 경우 오렌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리아는 아니었다. 리아의 목적지는 바로 오렌의 도서관이었다.
“50골드나 들어가는 걸로 봐서 분명 뭔가 있을 거야.”
리아는 가이드북의 지도를 통해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됐다. 뭐하는 곳일까? 혹시나 무슨 퀘스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도서관에 갔었다. 그러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50골드가 필요했다.
50골드가 필요하다는 말에 리아는 확신했다. 도서관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50골드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특히나 이곳 튜토리얼 지역인 ‘오렌’에서는 큰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큰돈이 필요한 곳에 별것이 없을 리 없다.
그 뒤 리아는 50골드를 모으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로 인해 특수 직업인 ‘훈련 기사’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없더라도.’
만에 하나 도서관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훈련 기사를 얻은 것에 만족할 수 있다.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훈련 기사에 대해 알 수 없었을 테니까.
“별거 없을 것 같은데…….”
지아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리아와 생각이 달랐다. 도서관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50골드? 실질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훈련 기사 퀘스트를 전부 깨고도 인벤토리에는 37골드뿐이었다.
50골드나 필요하니 리아의 말대로 무언가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특별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여기 20골드.”
지아는 인벤토리에서 20골드를 꺼내 리아에게 건넸다.
“고마워!”
“아니야, 근데 진짜 나 먼저 내려가도 돼?”
“응, 먼저 내려가서 돌아다니고 있어! 금방 따라 내려갈 테니까.”
“알았어.”
갈림길에 도착한 둘은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대화가 끝나자 지아는 중앙광장으로, 리아는 북쪽으로 향했다.
‘뭐가 있을까?’
북쪽의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리아는 생각했다. 과연 도서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훈련 기사로 전직할 일이 없는 거 아니야?’
인벤토리에는 훈련 기사로 전직할 수 있는 증표가 있었다. 증표를 사용하면 바로 훈련 기사로 전직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표를 사용할 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도서관에 더욱 특별한 직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헤헤.”
리아는 기대를 가득하며 더욱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11.
“누구십…… 아! 그분이시군요.”
이내 도서관에 도착한 리아는 자신을 알아보는 도서관 사서 케잔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50골드라고 하셨죠?”
“예.”
케잔의 답을 들으며 리아는 50골드를 꺼내 내밀었다.
“리아 님이라고 하셨나요?”
이번에는 케잔이 물었고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리아입니다.”
“리아님…… 여기 있습니다!”
출입증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리아는 곧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이용하시겠습니까?”
케잔이 물었다.
“네!”
“출입증을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이용을 끝내고 나가실 때 받아 가시면 됩니다.”
“예!”
리아는 케잔의 말에 답하며 받았던 출입증을 다시 건넸다. 그리고 케잔이 출입증을 받자마자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안으로 들어온 리아는 걸음을 멈추며 감탄을 내뱉었다.
‘예쁘다.’
감탄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도서관 내부의 책들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짝이는 책들을 보며 리아는 확신했다.
‘확실히 뭔가 있어!’
도서관에는 무언가 있다. 확실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에 감탄에 빠져 있던 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리아는 발소리의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소년이라 하기에는 나이를 먹었고 청년이라 하기에는 어린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누구지?’
도서관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리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NPC인가?’
혹시나 NPC일까?
‘유저는 아닌 것 같은데…….’
유저일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출입증이 필요하다. 그리고 출입증을 구매하는 데에는 50골드가 필요하다. 유저라면 보통은 50골드나 주고 도서관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리아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저 혹시…….”
사내 앞에 도착한 리아는 입을 열었다.
“……?”
리아의 목소리에 책을 읽으려 했던 사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리아가 이어 말했다.
“유저세요?”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리아는 단도직입적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네.”
스윽
리아의 질문에 답을 한 사내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언가 더 물어보려 했던 리아는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유저였구나.’
사내의 정체는 NPC가 아닌 유저였다.
‘나만 도서관에 대해 생각한 게 아니었어.’
하기야 ‘판게아’를 시작한 유저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50골드나 필요한 도서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유저가 없는 게 이상했다.
스윽
리아는 사내에게서 시선을 돌려 책장을 보았다.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의 반짝임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
책장에 다가가던 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뭐지?’
전부 반짝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반짝이지 않는 책이 하나 껴 있었다.
‘설마…….’
유일하게 반짝이지 않는 책. 혹시나 도서관에 숨겨진 무언가가 아닐까? 리아는 재빨리 책장으로 다가가 반짝이지 않는 책을 꺼냈다.
“……?”
그리고 책을 꺼낸 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이드북?’
히든 피스라 생각했던 책의 정체가 가이드북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이, 뭐야.’
리아는 실망한 기색으로 가이드북을 책장에 넣었다. 그리고 이어 옆에 있는 반짝이는 책들을 보며 생각했다.
‘무슨 책일까?’
어떤 책일지 기대가 됐다.
‘전직서는 아니겠지?’
전직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리아는 가이드북에서 얻은 실망을 지우고 기대감을 가득 표출하며 반짝이는 책을 꺼냈다.
‘로딘?’
책의 이름은 ‘로딘’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이 분명했다. 리아는 책상으로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행일지네.’
모험을 떠난 이가 배반을 당하고 이내 악마를 만나 복수를 한 뒤 악마의 부탁을 들어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책을 전부 읽고 덮은 순간.
스악
반짝임이 사라졌다.
“……?”
리아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반짝임이 왜 사라진단 말인가?
“어?”
그리고 이어 나타난 메시지를 확인한 리아는 놀랐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바로 지혜가 상승했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스텟이 올라?’
책을 읽었을 뿐이다. 그 외에 한 행동은 없다. 그런데 지혜가 올랐다.
‘스텟을 받을 수 있는 곳인 건가?’
아무래도 책을 읽어 지혜가 오른 게 분명했다. 이곳 도서관은 스텟을 올릴 수 있는 곳이 확실했다.
리아는 말없이 다음 책을 가져왔다. 그리고 대충대충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속독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이번에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메시지뿐만이 아니었다.
‘왜 그대로 반짝이지?’
반짝임 역시 그대로였다.
‘책을 읽으면 반짝임이 사라지고 스텟을 주는 게 아닌 건가?’
방금 전 상황이 그랬다. 책을 읽었고 반짝임이 사라지더니 스텟이 올랐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반짝임이 사라지지 않은 것일까?
‘설마…….’
문득 떠오른 생각에 리아는 다시 책을 폈다. 방금 전과 이번은 차이가 있었다.
‘꼼꼼히 한 자 한 자 읽어야 되는 건가?’
처음에는 뭔가 있을까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충대충 빠르게 읽었다. 차이는 그것밖에 없었다. 책을 편 리아는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
스악
[지혜가 1 상승합니다.]반짝임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역시.’
리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꼼꼼히 읽어야 되는구나?’
반짝임이 사라지는 조건은 꼼꼼함이었다.
‘근데…….’
메시지를 보며 리아는 생각했다.
‘이것뿐인가?’
혹시 이곳 도서관에 있는 히든 피스는 스텟 상승이 끝인 것일까?
‘전직은 없는 걸까?’
특수 직업을 기대했던 리아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들었다. 물론 아쉬움이 깃든 것은 직업 때문만이 아니었다.
‘너무 비효율적인데.’
스텟 상승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문제였다.
‘차라리 책 읽을 시간에 사냥을 하면.’
책을 읽어 얻을 수 있는 스텟은 지혜뿐이다. 그것도 3이나 4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1이 오를 뿐이다. 차라리 책을 읽을 시간에 사냥을 한다면 더 많은 스텟을 올릴 수 있다.
‘힘, 민첩, 체력이라면 또 몰라.’
거기다 리아에게 지혜는 그리 중요한 스텟이 아니었다. 지혜가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근접 계열의 전투 직업을 생각하고 있는 리아에게 중요한 스텟은 지혜보다 힘이나 민첩 혹은 체력이었다.
‘어떻게 할까.’
리아는 이곳에서 책을 읽어 지혜라도 챙길지 아니면 그냥 버리고 내려가 지아와 합류를 할지 고민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아 : 리아야!
지아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리아 : 응.
리아는 지아의 귓속말에 답하며 다음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어진 지아의 말에 리아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지아 : 대박 사건!
-리아 : 대박 사건? 뭐가?
-지아 : 너 도서관 도착했지?
-리아 : 응, 도착했어.
-지아 : 거기 책들 막 반짝이고 그러지 않아?
“……?”
지아의 귓속말에 리아는 당황했다.
‘어떻게?’
어떻게 책이 반짝이는 것을 아는 것일까?
‘설마 정보가 떴나?’
혹시나 인터넷에 이곳에 대한 정보가 뜬 것일까? 하지만 인터넷에 떴다고 해도 접속 중인 지아가 알 방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