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33
233
제233화
231.
‘인간!’
당연히 마족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족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인간이었다.
“수혁아, 뒤쪽에 상급 마족.”
눈이 마주친 인간이 말했다.
인간의 말에 그 옆에 있던 또 다른 인간이 고개를 돌렸다.
또 다른 인간과 눈을 마주친 순간 오케도스는 불길함을 느꼈다.
느낌이 아주 좋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응?’
시야에 익숙한 마족의 얼굴이 들어왔다.
‘라디로스?’
바로 6 전초기지장 라디로스였다.
라디로스는 땅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죽었어?’
단 한 줌의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게 분명했다.
‘인간한테?’
누구한테 죽은 것일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방금 전 눈이 마주쳤던 인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는 인간들 말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매직 미사일.”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디로스의 시체를 바라보던 오케도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볼 수 있었다.
‘고작 이딴 마법으로.’
신경을 긁으려는 것일까?
주의를 끌려는 것일까?
매직 미사일 따위를 날린 인간의 행동에 오케도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재빨리 검을 뽑아 마기를 둘러 매직 미사일을 베었다.
펑!
매직 미사일은 그대로 폭발했다.
“……!”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오케도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쩌정!
‘금?’
검에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직 미사일에?’
고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이 아니었다.
오케도스는 왜 불길함이 느껴졌는지, 어째서 라디로스가 죽어 있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침을 꼴깍 삼킨 오케도스는 마법을 날린 인간을 보았다.
인간의 몸 주변에서 수많은 마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망할.’
오케도스는 마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였다.
“저희 왔습니다!”
7 전초기지의 마족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도망…….”
오케도스는 마족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끝까지 외치기도 전에 오케도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법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 * *
[제 7 전초기지의 기지장, 상급 마족 오케도스가 죽음을 맞았습니다.]‘도착하자마자 둘이라.’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함과 동시에 수혁은 6 전초기지의 기지장인 상급 마족 라디로스와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해 전투는 아니었다.
일방적 학살이었다.
라디로스 역시 쿨타임이 돈 헬 파이어에 곧장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너 이제 곧 무기 두 번째 옵션 개방 가능하지?”
연중이 물었다.
수혁은 계속해서 마법을 날리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술사 라이언의 지팡이’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통해 몬스터 사냥 : 18,527 / 25,000]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통해 마법 시전 : 3,000 / 3,000]퀘스트 보상 :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 두 번째 옵션 개방
퀘스트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1’을 완료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응, 6500마리 정도만 더 잡으면. 매직 미사일.”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이미 마법 시전 3000번은 달성했다.
남은 것은 몬스터 사냥뿐이었다.
“진짜 쭉쭉 개방하는구나.”
연중이 수혁의 말에 부러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수혁이 착용 중인 전설 장비들의 개방 조건은 대부분 몬스터 사냥이었다.
그리고 수혁은 키메라, 마족 등 수많은 몬스터들을 잡아 대부분 개방을 한 상황이었다.
홍염의 날개와 레이의 벨트는 모든 특수 옵션 개방에 성공했고 남은 것은 무기인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와 ‘증폭의 반지’, ‘마도사의 발걸음’뿐이었다.
“파이어 스피어, 너는?”
수혁이 물었다.
연중 역시 전설 장비가 있었고 몬스터를 잡아야 옵션 개방이 가능했다.
“수호자로는 안 올라가니까.”
연중이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
수호자를 통해 경험치 그리고 기여도는 꾸준히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직접 잡아야 하는 것인지 옵션 개방 퀘스트의 몬스터 사냥 수는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날 잡아서 해야지.”
물론 훗날 기회를 잡아 작업을 하면 되기에 엄청 아쉽지는 않았다.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근데 워프 게이트 계속 내버려둘 거야?”
연중이 물었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마족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퀘스트 ‘제 3 전초기지’의 남은 마족 수가 줄어들질 않고 있었다.
“응.”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바로 퀘스트 ‘날개 꺾기’의 충족 조건에 대한 생각이었다.
사령관 ‘로델’을 죽인 후에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 3 전초기지’를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혹시나 남은 마족의 수가 조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본진 터는 것이 충족 조건이 아니라면?
남은 마족의 수가 충족 조건이라면?
워프 게이트를 부쉈는데도 남은 마족으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다음 전초기지로 또 이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돌아가는 시간도 대폭 늘어날 것이었다.
그 때문에 수혁은 워프 게이트를 파괴하지 않고 있었다.
“경험치도 짭짤하잖아? 기여도도 그렇고.”
부가적으로 경험치와 기여도도 얻을 수 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어째서 수혁이 워프 게이트를 파괴하지 않는 것인지 알게 된 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소환 시간이 거의 다 된 어둠의 자식을 재차 소환했다.
“저기 워프 게이트에서 나타나는 마족 전부 죽여.”
그렇게 명령을 내린 그때.
[경고!] [제 5 전초기지의 기지장, 상급 마족 보렉스가 나타났습니다.]5 전초기지장이 나타났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워프 게이트를 보았다.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는 마족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렉스가 분명했다.
“오케도스? 라디로스?”
앞서 오케도스가 그랬듯 보렉스 역시 두 상급 마족의 시체를 보고 당황해했다.
당황해하는 보렉스를 보며 수혁은 입을 열었다.
“플레임.”
* * *
“뭐? 라디로스 님이?”
마지막으로 6 전초기지에 도착한 마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 B 지역에서 온 마족을 만나시고는 바로 가셨습니다.”
기지에 남아 있던 부기지장인 할라디온이 마로스의 말에 답했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조금 늦지 않았나 싶었는데 먼저 갔다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가신 거지?’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마로스는 할라디온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대화를 나눴기에 병력을 이끌고 간 것일까?
“무슨 일인지는 아나?”
“그건 저도 잘…….”
할라디온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화를 나눈 것은 오직 라디로스 뿐이었다.
“그 마족은?”
마로스가 물었다.
모른다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직접 물어보면 된다.
“지금 천막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태는 어떻지?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되나?”
“예, 데리고 올까요?”
할라디온이 물었다.
“아니, 내가 가지.”
마로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라디온은 마로스의 말에 앞장서 안내를 시작했다.
“여기입니다.”
얼마 뒤 천막에 도착했고 마로스는 할라디온의 뒤를 따라 천막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는 붕대를 둘둘 감고 있는 마족이 하나 있었다.
B 지역에서 온 마족이 분명했다.
“할라디온 님을 뵙습니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마족은 할라디온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마로스 님이시다.”
할라디온은 모토르의 인사에 마로스를 소개했다.
“헉!”
모토르는 할라디온의 말에 매우 놀랐다.
마로스가 누구던가?
무력 서열은 그리 높지 않지만 A 지역 본진의 부기지장 즉, 부사령관을 맡고 있을 정도로 앞길이 탄탄한 마족이었다.
아무리 B 지역에 있었다고 하나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중급 마족 모토르! 마로스 님을 뵙습니다!”
놀란 표정으로 모토르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로스에게 이름을 각인시켜줄 절호의 기회였다.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모토르의 소개에 마로스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 어서 본진으로 돌아가야 했다.
“옙! 말씀하십쇼!”
“라디로스 님과 무슨 대화를 나눈 거지?”
“……예?”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일까?
모토르는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무슨 대화를 나눴기에 라디로스 님이 바로 본진에 가셨냐 이 말이야. 그리고 B 지역에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궁금하고.”
B 지역에 있어야 할 모토르가 왜 온 것인지도 궁금했다.
“그것이…….”
모토르는 말끝을 흐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마로스는 모토르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마로스는 눈빛에 힘을 주었다.
모토르는 그 눈빛에 결국 입을 열었다.
“……B 지역이 넘어갔습니다.”
“아, B 지역이 넘어…… 뭐? 넘어가?”
마로스는 모토르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
B 지역을 장악했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모토르는 장악이 아닌 넘어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예, 인간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인간? 인간들이 쳐들어왔다고?”
“예, 단둘이서 쳐들어왔습니다.”
모토르는 기지를 습격했던 두 인간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로스는 모토르의 눈빛에 가득 담긴 두려움을 보며 생각했다.
‘아밀레타 새끼들 인간들을 끌어들인 건가?’
자신들의 힘으로 안 되니 전쟁에 인간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근데 인간들한테?’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고작 인간이다.
그것도 수십만이 아닌 둘이었다.
제아무리 인간이 강해 봤자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인간들과 힘을 합쳤다고 해도 B 지역이 넘어간 것을 믿을 수 없는데 고작 인간 둘이서 B 지역을?
‘리인카 님도 있는 곳인데?’
B 지역이 어떤 곳인가?
마법만큼은 키라드에게도 밀리지 않는 리인카가 있는 곳이 바로 B 지역이었다.
리인카가 있는 B 지역이 두 인간에 의해 아밀레타 파벌에 넘어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모토르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인간들에 의해 레드카스 님도 죽음을 맞으셨습니다. 그리고 리인카 님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모토르가 이어 말했다.
“…….”
이어진 모토르의 말에 마로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휙!
마로스는 말없이 돌아서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인간에게 리인카 님과 레드카스 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둘이 인간에게 죽었다는 것이.
아니, 레드카스야 힘이 약한 편이니 이해가 됐다.
그런데 리인카는 아니다.
리인카의 힘은 인간 따위가 넘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바로 가시려는 겁니까?”
모토르의 말에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따라온 할라디온이 물었다.
“그래, 빨리 돌아가 봐야겠어.”
마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나 얼마 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마로스는 고민했다.
‘인간들이 쳐들어온 거라면?’
만에 하나 지금 본진을 습격한 이들이 B 지역을 습격한 인간들이라면?
‘막을 수가 있나?’
모토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할 것이었다.
리인카도 죽지 않았던가?
‘아버지를 만나야겠어.’
결국 마로스는 목적지를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