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282
282
제 282화
280.
“피로 물든 날, 환하게 뜬 달.”
정보 길드에 도착한 로울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암어를 내뱉었다.
암어를 내뱉고 채 5초가 지나기도 전, 문에 달려 있던 작은 문이 열렸고 두 개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로울은 푹 눌러 쓰고 있던 로브를 벗어 얼굴을 보였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쇼.”
정보 길드 아스파네스의 문지기는 로울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하일리브는?”
로울은 고개를 살짝 숙여 문지기의 인사에 답하고 물었다.
“안에 계십니다.”
문지기의 답에 로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 아스파네스의 길드 마스터 하일리브의 방으로 향했다.
똑 끼이익
로울은 한 번의 노크 후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 오! 로울!”
안에 있던 하일리브는 로울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궁금한 게 있어 왔지.”
로울은 하일리브의 물음에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하일리브가 반대편에 앉자 이어 말했다.
“리더 길드에 대한 정보 있어?”
“리더 길드? 당연히 있지! 요즘 그 길드 정보 없으면 장사 못 한다구.”
“유명한 길드야?”
하일리브의 답에 로울이 물었다.
말하는 것을 보니 보통 길드가 아닌 것 같았다.
“유명하다라…….”
로울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곰곰이 생각을 한 하일리브는 이내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독고 길드 알지?”
“알지.”
“독고 길드를 무너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해 빠르게 성장하는 요즘 제국 내 가장 핫한 길드가 바로 리더 길드야. 그 전부터 꾸준히 명성이 상승하고 있긴 했지만.”
“……!”
로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독고 길드를 무너트려?’
독고 길드가 어떤 길드인가?
길드의 무력 자체도 대단했지만 수많은 귀족들의 비호를 받고 있는 길드가 바로 독고 길드였다.
아무리 무력이 더 강한 길드가 나온다 하더라도 귀족들의 비호로 인해 자리를 뺏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독고 길드가 무너지다니?
믿기가 힘들었다.
“귀족들의 비호는 어떻게 해결한 거야? 어떤 귀족이 붙은 거지?”
로울은 하일리브에게 물었다.
어떤 귀족이 리더 길드의 배경이 된 것일까?
“비욘드 후작.”
“……비욘드 후작이?”
하일리브의 답에 로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독고 길드의 가장 큰 뒷배가 비욘드 후작이었다.
그런데 비욘드 후작이 독고 길드를 버렸다?
무엇 때문에?
“이게 아주 소수만 알고 있는 건데…….”
로울의 반문에 하일리브가 이어 말했다.
“뭔데?”
“이게 참…….”
“뭐길래?”
“그게 말이야…….”
하일리브는 계속해서 말끝을 흐렸다.
“알았다. 알았어.”
로울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하일리브가 계속해서 말끝을 흐리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정보료 때문이었다.
“얼마야?”
“싸게 500골드!”
“500골드? a급 정보야?”
“s급으로 취급하는 곳도 있어.”
로울은 하일리브의 말에 주머니에서 500골드를 꺼내 건넸다.
그리고 골드를 받은 하일리브가 입을 열었다.
“리더 길드의 수혁이란 자 때문이야.”
“……!”
그렇지 않아도 수혁에 대해 물어보려 했던 로울은 하일리브의 입에서 수혁이 나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이란 자 때문에 비욘드 후작이 독고 길드를 버렸어.”
하일리브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누군지 궁금하겠지. 수혁이 누구길래 비욘드 후작이 독고 길드를 버렸는지.”
잠시 말을 멈춘 하일리브는 호기심이 가득 나타난 로울의 표정을 보았다.
“놀라지 마라.”
그리고 피식 웃으며 다시 말했다.
“독의 마탑 차기 마탑장이야.”
“……?”
호기심 가득했던 로울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내 하일리브의 말을 이해한 그의 얼굴에 의아함 대신 당황, 놀람이 등장했다.
“이건 진짜 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야. 이걸 아는 상위 귀족들은 지금 리더 길드랑 연줄 만들려고 난리다.”
“…….”
로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근데 이건 왜 묻는 거야?”
하일리브가 물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로울은 하일리브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패인 패거리를 죽인 게 수혁이다.”
“……!”
“이제 곧 발표될 거야.”
아일락 후작이 알았다는 것은 현상금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는 뜻이다.
이제 수혁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현상금 사무소에서 패인 패거리의 죽음을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보다 더 명성이 올라가겠지.’
로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하일리브의 말대로라면 리더 길드는 페이드 제국의 주축이 될 길드고 수혁은 길드의 핵심이었다.
즉, 귀족들이 엄청나게 밀어줄 것이다.
거기다 패인 패거리는 페이드 제국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현상금 사무소에서 발표를 한다면?
명성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갈 것이다.
이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저택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마스터가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어째서 마스터가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어둠의 자식을 시전했다.
즉, 수혁은 대마도사 라피드의 유지를 이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수혁이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다?
그 말은 라피드 이후 한 번도 오른 적 없던 중앙 마탑장.
모든 마탑 마법사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대마도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로울이 소속된 비밀 결사대 ‘로스탱’의 목적은 마탑의 몰락이었다.
대마도사가 탄생한다면 마탑의 몰락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로울은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 끝장내야 되는데.’
대마도사가 되기 전 싹을 잘라야 했다.
‘하지만…….’
그러나 로울이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괜히 혼자 나섰다가 일을 망칠 수 있다.
‘그래, 마스터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
라피드의 유지를 이은 자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되었으니 조만간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 * *
“흐음, 대마도사의 유지를 이은 게 확실하군요.”
암당의 당주 아소멜이 말했다.
-그렇지요. 유지를 잇지 않았다면 어둠의 자식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으니.
그러자 수정구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둠의 자식뿐입니까?”
아소멜이 물었다.
라피드가 남긴 마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곳곳에 퍼져 있었다.
즉, 어둠의 자식 말고도 라피드가 만든 고유 마법을 익혔을 가능성이 있었다.
-아직은 어둠의 자식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하프 블러드에 연락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화가 끝났고 아소멜은 마나 공급을 중단했다.
스아악…….
그러자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소멜은 빛을 잃은 수정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섯 번째인가.’
대마도사 라피드의 유지를 이은 것은 수혁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라피드의 유지를 이은 이들이 있었다.
물론 수혁만큼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이 얻은 마법은 라피드가 만든 마법들 중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거기다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도 아니었다.
아니, 마법사가 아닌 자들도 있었다.
‘어둠의 자식이라…….’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둠의 자식의 경우 라피드가 만든 마법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마법이었다.
그리고 수혁의 재능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났고 독의 마탑이라는 든든한 지원 세력도 있었다.
즉, 이전 후예들과 달리 대마도사의 유지를 제대로 이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거할 생각이었는데.’
로스탱을 이끌고 있는 하비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아소멜은 조만간 수혁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산에서 준비한 일을 망친 게 바로 수혁이었다.
수혁만 아니었다면 키메라가 그렇게 빨리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고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며 계획 역시 차근차근 진행됐을 것인데 모든 게 다 어그러졌다.
거기다 크라누스에까지 손을 댔다.
제거할 최적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다.
생각을 마친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있는 탁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탁자에는 9개의 수정구와 독산, 크라누스, 로스탱 등 흑월의 휘하 세력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있었다.
아소멜은 로스탱과 연결된 수정구를 내려놓고 ‘하프 블러드’라 쓰여 있는 팻말 앞 수정구를 들고 책상으로 돌아갔다.
책상에 도착함과 동시에 아소멜은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하며 자리에 앉았다.
스아악
수정구에서 빨간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얼마 뒤 초록빛으로 변하며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소멜?
하프 블러드의 수장 클레인의 목소리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클레인 님.”
-그래그래, 정말 오랜만이군. 근데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누굴 제거하면 되는 건가?
클레인의 말에 아소멜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입을 열었다.
“페이드 제국의 리더 길드 소속 수혁이란 마법사입니다.”
-알아야 될 것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입니다.”
-흐음, 차기 마탑장이라면 독은 안 되겠군. 조만간 계획이 세워지면 연락을 주지.
“감사합니다. 정보는 바로 보내겠습니다.”
-알겠네.
스아악
클레인의 답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구를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바로 보고 드려야겠군.’
그리고 방을 나섰다.
* * *
수혁은 라스칼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여기가 1차 목적지일 줄이야.’
현재 수혁과 연중은 1차 목적지에 도착했다.
1차 목적지는 놀랍게도 라스칼의 레어였다.
‘진짜 넓다.’
라스칼의 레어는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그냥 동굴인 줄 알았는데.’
거기다 그냥 동굴이 아니었다.
수혁은 여태껏 드래곤들의 레어가 그냥 큰 동굴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통로, 방 등 공간이 철저하게 나뉘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라스칼이 걸음을 멈췄다.
수혁과 연중 역시 따라 걸음을 멈췄고 라스칼이 이어 말했다.
“천 년 전 내 인간 친구를 위해 만들었던 방이다. 잠시 지내는 데 부족함은 없을 거다.”
라스칼의 말에 수혁과 연중은 방으로 들어갔다.
천 년 전에 만들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의 상태는 깔끔했다.
그리고 방의 넓이와 가구 배치 등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그냥 살아도 되겠는데.’
잠시 지내는 게 아니라 평생 지내도 될 것 같았다.
방을 구경하고 있던 그때 따라 방으로 들어온 라스칼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 오겠다. 그때까지 푹 쉬면 된다.”
“알겠습니다.”
“넵!”
수혁과 연중은 라스칼의 말에 차례로 답했다.
그리고 라스칼은 다시 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아.”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 라스칼은 탄성을 내뱉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려줄 게 있다. 따라와라.”
“저 말입니까?”
“그래.”
라스칼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라스칼의 뒷모습을 보다가 재빨리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라스칼이 걸음을 멈췄고 수혁의 눈동자에 초롱초롱함이 나타났다.
‘이게 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