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53
353
제 353화
351.
-부탁이요?
“예, 상당히 급한 일입니다.”
-흐음, 난감하네요.
“……?”
아소멜은 에리멘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난감이라니?
“혹시 지금 하고 계신 일이 있으십니까?”
-네. 마스터의 명령으로 잠시 드래곤을 잡으러 와서.
“아…….”
아소멜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무리 수혁을 죽이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마스터의 명령보다 중요할 순 없다.
“어쩔 수 없군요.”
-혹시 중요한 일입니까? 제가 직접 가지는 못해도 친위대에 연락을 넣을 수는 있는데…….
“……!”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아소멜은 이어진 에리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친위대와 같이 간 게 아니었나?’
드래곤을 잡으러 간 에리멘이었다.
“혼자 가신 겁니까?”
-예.
“…….”
에리멘의 답에 아소멜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역시 괴물…….’
당연히 친위대와 함께 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홀로 드래곤을 잡으러 갈 정도라니?
하기야 마스터의 오른팔이라 불리며 괴물 같은 친위대의 수장이니 이 정도 강함이야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연락할까요?
“예, 부탁드립니다!”
-몇이나 필요하십니까? 아니, 어떤 일이죠?
“대마도사의 후예인 수혁을 잡으려 합니다.”
-아아, 후예가 나타났다고 했지요. 알겠습니다. 다섯 정도 갈 겁니다.
“예!”
-그럼 전 이만.
스아악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소멜은 흡족한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구를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됐어.’
무려 다섯이었다.
친위대 개개인의 무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들이 나선다면 수혁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클레인이 이끄는 하프 블러드도 있지 않은가?
책상으로 돌아온 아소멜은 히죽 미소를 지은 채 보고서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 *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방에서 나왔다.
오른쪽 통로에 있던 모든 방을 확인했다.
모든 방에는 수많은 서류와 책들이 존재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읽으면 꽤 오르겠지.’
그렇지 않아도 지혜를 4만까지 올려야 하는 수혁이었다.
‘마무리하고 돌아오면 되겠어.’
당장 읽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아직 하프 블러드의 일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신,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갈림길에 도착한 수혁은 분신과 어둠의 자식들을 재소환했다.
그리고 분신, 어둠의 자식들을 앞세운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철컥! 휙! 휙!
앞장서 걸음을 옮기던 분신이 함정을 발동시켰다.
스걱! 스걱!
그리고 함께 걸음을 옮기던 어둠의 자식들이 날아오는 암기들을 쳐냈다.
수혁은 전과 달리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 분신을 보며 생각했다.
‘진즉 이렇게 할걸.’
전에는 암기 때문에 지속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분신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둠의 자식들이 암기를 막아줘 지속시간이 끝날 때까지 분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곳으로 이어지려나.’
분신과 어둠의 자식들을 통해 함정을 무마하며 문 앞에 도착한 수혁은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생각했다.
문 안쪽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됐다.
끼이익
수혁은 문을 열었다.
물론 본부에 진입할 때 튀어나왔던 창처럼 이번 문에서도 암기가 튀어나올 수 있기에 수혁은 문을 따라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휙!
예상대로 문이 열리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창이었다.
창은 엄청난 속도로 통로를 따라 쭉 날아갔다.
쾅!
그리고 이내 오른쪽 통로 끝에 부딪혔는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거리가 엄청나게 먼 것은 아니지만 진동이 느껴질 정도라니?
‘보호막은 그냥 뚫렸겠는데.’
만약 정통으로 마주했다면 낭패를 봤을 것이었다.
수혁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문 안쪽을 보았다.
‘홀?’
시야에 거대한 홀이 들어왔다.
홀 양옆에는 수많은 석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느낌이 가고일 느낌인데.’
석상들을 보니 가고일이 떠올랐다.
‘마법사도 아니고 암살자 길드에서 가고일을 쓰려나?’
물론 이곳은 하프 블러드.
암살자들의 길드였다.
마법사들의 길드라면 모를까 가고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분신 쿨 기다렸다가 갈까.’
수혁은 잠시 고민했다.
함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쿨타임 때문에 분신을 운용할 수 없었다.
함정을 직접 발동시켜야 한다.
방금 전 문을 열자 튀어나왔던 거대한 창.
그런 창이 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보호막도 있고 생명력도 높으니 한 번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한 번이었다.
그 이상은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시간도 많고.’
시간이 없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이동했겠지만 시간은 넘쳐났다.
천천히 안전하게 진입하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분신의 쿨타임을 기다렸다.
“분신.”
이내 시간이 흘러 분신의 쿨타임이 끝났고 기다리고 있던 수혁은 바로 분신을 소환했다.
그리고 분신을 홀로 들여 보냈다.
분신이 홀에 진입한 순간.
수욱!
시야에서 분신이 사라졌다.
수혁은 분신이 있던 자리 바닥을 보았다.
분명 바닥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살짝 걸음을 옮겨 사라진 바닥 아래를 보았다.
하늘로 솟아 있는 무수히 많은 칼날과 그 위에 서 있는 분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플라이 사용해서 올라와.”
수혁은 분신에게 명령을 내렸다.
칼날 위에 서 있던 분신은 수혁의 명령에 플라이를 시전해 다시 홀로 올라왔다.
“걷다가 떨어지면 플라이로 올라와서 계속 걸어.”
홀로 올라온 분신에게 수혁은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수혁은 분신을 이용해 천천히 전진을 시작했다.
* * *
“…….”
클레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함정을 뚫고 들어오고 있어?’
암살자가 아니다.
마법사였다.
그래서 클레인은 수혁이 돌아갈 것이라 예상했다.
마법사인 수혁이 함정을 뚫고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아니, 암살자라 하더라도 그 수많은 함정들을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함정이 뚫리고 있었다.
‘해체하는 것도 아니고…….’
수혁은 함정을 해체하며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함정을 해체하며 들어왔다면 차라리 이해를 했을 것이다.
설치된 함정은 전부 발동되었다.
조잡한 함정도 아니다.
드래곤의 피부도 뚫을 정도로 강력한 암기들이 반겨주는 함정이었다.
그런데 수혁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함정임에도.
‘직접 나서야 되는 건가?’
클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직접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직접 움직이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다.
수혁이 다가오고 있었고 피할 길은 없었기에.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캣솔이 들어왔다.
“수혁이 5구역에 진입했습니다.”
“벌써…….”
캣솔의 말에 클레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프 블러드는 총 8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1구역은 각종 서류들을 보관하는 구역.
2구역은 팀 단위 의뢰를 수행할 때 집합하는 구역.
3, 4구역은 길드원들이 머무는 구역.
수혁이 진입한 5구역부터는 간부들의 구역이었다.
“함정은?”
5구역의 함정 수준은 1~4구역의 함정과 비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50% 이상은 강력하다.
“이번에도…….”
클레인의 물음에 캣솔은 말끝을 흐렸다.
앞서 1~4구역 때와 마찬가지로 수혁은 무작정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캣솔의 답에 클레인은 차가운 눈으로 실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어.”
“……?”
클레인의 말에 캣솔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캣솔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클레인은 이어 말했다.
“직접 처리해야겠다. 6구역에서 끝내야겠어. 준비하자고.”
“……알겠습니다.”
클레인의 말에 캣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에서 나갔다.
캣솔이 나가고 클레인은 무기와 암기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 * *
“이야.”
장경우는 감탄했다.
“머리도 잘 쓰네.”
모니터에는 수혁과 하프 블러드의 상황이 나와 있었다.
“그냥 스텟만 믿고 무작정 돌파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지혜도 지혜지만 체력 역시 어마어마하다.
수혁 역시 자신의 스텟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압도적인 생명력을 믿고 함정을 맞아가며 진입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혁은 의외로 조심성이 있었고 머리를 쓸 줄 알았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뚫리겠지.”
장경우는 하프 블러드의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1년이 단축됐군.”
하프 블러드가 어떤 곳인가?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갈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적어도 1년은 지나야 도착할 것이고 뚫는 데에도 다시 1년이 걸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곳이 하프 블러드의 본부였다.
그런데 수혁에 의해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친위대랑 마주치려나?”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플랜 A가 발동됐다는 것을 암당에서 알게 됐고 에리멘을 통해 친위대를 보낸 상황이었다.
“시간상 만나긴 할 것 같은데.”
친위대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이었다.
이제 곧 하프 블러드의 본부가 있는 클람 절벽에 도착한다.
“친위대랑 수혁이 싸우면…….”
친위대의 수는 총 다섯.
그리고 친위대의 무력은 드래곤만큼은 아니지만 드래곤에 비견 될 정도로 강하게 설정했다.
최종 보스인 흑월의 마스터 ‘토피앙 크라스’의 수족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혁이 친위대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면?
장경우는 계산을 해보았다.
하지만 계산을 할 수가 없었다.
변수가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사라가 있으니 파멸의 빛도 먹히지 않을 테고.”
수혁의 파멸의 빛은 정말 강하다.
친위대라 하더라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지금 이동하고 있는 친위대들에게는 파멸의 빛이 먹히지 않는다.
다섯 중 하나인 ‘사라’의 특성 ‘빛을 먹는 자’ 때문이었다.
파멸의 빛도 결국 빛.
사라에 의해 먹혀 사라질 것이었다.
“독도 먹히지 않을 테고.”
친위대들은 제각기 특별한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하프 블러드로 향하는 다섯 중에는 ‘독을 먹는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친위대도 있었다.
“흐음, 조금 부딪히다가 아공간으로 가려나?”
물론 수혁의 공격에 제한이 된다고 해서 수혁이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수혁에게는 ‘아공간으로’가 있었다.
아공간으로 피하면 그만이었다.
“기대되는군.”
장경우는 히죽 웃으며 모니터에 수혁과 하프 블러드의 상황을 띄우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클람 절벽
스악 스악 스악 스악 스악
빨강, 파랑, 보라, 초록, 노랑 각기 다른 색의 로브를 깊게 눌러쓴 인영 다섯이 나타났다.
흑월의 친위대인 ‘흑월대’의 대원들이었다.
“이곳으로 들어갔군.”
보라색 로브를 입고 있는 흑월대원 푸토가 수혁이 들어갔던 입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가 남을래?”
그리고 이어 나머지 흑월대원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흑월대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푸토는 미간을 찌푸렸다.
“큐니르.”
푸토는 빨간색 로브를 입고 있는 큐니르를 불렀다.
“싫다.”
큐니르는 단호한 목소리로 푸토의 부름에 답했다.
“여기까지 와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