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54
354
제 354화
352.
“……사라? 피곤하다며?”
푸토는 큐니르의 표정과 목소리에 노랑색 로브를 입고 있는 사라를 불렀다.
“싫어. 여기 있으면 더 피곤해져.”
큐니르와 마찬가지로 사라의 목소리 역시 단호했다.
“후…….”
푸토는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파랑색 로브를 입고 있는 피르켈과 초록색 로브를 입고 있는 코놀을 보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야.”
“저도요.”
피르켈과 코놀은 푸토의 시선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그럼 누가 입구를 지켜?”
푸토는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굳이 지키고 있어야 해?”
그리고 사라가 답했다.
“어차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여기뿐이잖아.”
원래 하프 블러드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하나가 아니다.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 있었다.
하지만 플랜 A가 발동되며 이곳을 제외한 다른 입구들이 전부 무너졌다.
이제 하프 블러드로 갈 수 있는 입구는 이곳뿐이었다.
“입구가 하난데 굳이 도망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수혁이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결국 마주치게 될 것이다.
“거기다 안쪽에 좌표 교란 마법진까지 있는 상황에.”
워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프 블러드의 본부는 물론 이곳 입구에도 좌표 교란 마법진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흐음, 그렇긴 한데…….”
푸토는 사라의 말에 침음을 내뱉었다.
사라의 말은 전부 옳았다.
틀린 말이 없었다.
입구도 하나고 워프를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수혁과 엇갈리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찝찝했다.
플랜 A가 발동된 하프 블러드의 본부가 어떤지 푸토는 잘 알고 있었다.
함정과 추적에 강한 푸토였지만 플랜 A가 발동된 하프 블러드의 본부는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이 상태인 걸 보면 살아 있는 게 분명하고.’
수혁이 죽었다면 좌표 교란 마법진이 사라지고 연락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좌표 교란 마법진이 여전하며 연락이 없는 것을 보아 아직 수혁은 본부에 있는 게 분명했다.
“다 같이 진입한다.”
생각을 끝낸 푸토가 말했다.
그리고 푸토는 앞장서 입구로 들어갔다.
진입과 동시에 푸토는 걸음을 멈췄다.
“…….”
푸토는 아무런 말 없이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뒤따라 들어온 사라는 푸토의 멍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
그러나 푸토는 답을 하지 않았고 사라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푸토가 바라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부러진 창, 화살 등 함정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왜 저래?’
함정의 흔적들을 본 사라는 더욱 의아했다.
푸토가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궁금했다.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나?”
사라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느낀 것일까?
푸토가 말했다.
“수혁?”
“어.”
“응, 마법사.”
“혼자라고 했지?”
“그렇지. 용을 다룬다고 했지만 여기에 같이 들어왔을 것 같지는 않고.”
정확히 말해 혼자는 아니었다.
용과 함께였다.
하지만 용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곳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근데…….”
푸토는 사라의 답에 말끝을 흐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함정을 이렇게?’
흔적을 보아 함정은 해체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혁이 함정을 피한 것도 아니다.
함정은 정상적으로 발동됐고 수혁은 함정에 당했다.
‘위력이 장난 아니었을 텐데. 보호막으로 막았다고 해도…….’
직접 본 게 아닌지라 정확한 위력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추측할 수는 있다.
암기의 위력은 아주 강력했다.
보호막으로 막는다고 해도 한두 번이지 그 이상은 마나가 감당되지 않을 정도였다.
더구나 보호막을 뚫는데 특화된 암기들도 보였다.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정확한 이유를 말해 주지 않고 말끝을 흐린 푸토에 사라는 살짝 짜증 깃든 목소리로 물었다.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다들 방심하지 마. 암흑군주를 상대한다고 생각해.”
푸토는 사라의 물음에 답했다.
“……!”
“……!”
그리고 푸토의 말에 사라를 포함한 흑월대원들의 표정에 놀람이 깃들었다.
암흑군주가 누구던가?
수많은 흑월대원들이 합공을 했지만 죽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네크로맨서였다.
그런데 수혁을 암흑군주라 생각하고 움직이라니?
물론 푸토가 조심성이 많긴 하다.
그렇다고 조심성이 심각하게 과한 것은 아니다.
즉, 수혁을 상대하는 것은 암흑군주와 비슷한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푸토는 주변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미 수혁이 함정을 다 발동시킨 것 같지만 혹시나 남아 있는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없어…….’
그러나 걱정과 달리 통로의 끝에 도착할 때까지 푸토는 남아 있는 함정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푸토는 허탈한 표정으로 열린 문을 통해 1구역으로 들어갔다.
‘피 냄새?’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비릿한 피의 냄새가 났다.
“큐니르.”
푸토는 큐니르를 불렀다.
큐니르는 푸토의 부름에 코를 킁킁거리며 피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전방으로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죽은 지 꽤 됐는데? 15시간은 넘었어.”
푸토는 큐니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함정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긴 했지만 100%는 아니다.
이번에도 푸토는 사방을 주시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푸토는 갈림길에 도착했고.
“저기야.”
큐니르가 가리키고 있는 오른쪽 통로를 보았다.
어둠이 가득한 곳이었다.
“사라.”
스윽
푸토의 부름에 사라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사라의 손에서 작은 빛의 알갱이들이 여럿 나타나더니 어둠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토는 피비린내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에 죽었는데?”
피르켈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시체에서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먹어도 될까?”
피르켈이 푸토에게 물었다.
푸토는 시체를 살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르켈은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장갑을 꺼내 착용했다.
그리고 시체에 장갑을 가져다 댔다.
스아악!
그러자 시체에 남아 있던 독들이 장갑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장갑에 흡수된 독들은 그대로 피르켈에게 전달되었고 피르켈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괴성을 중얼거렸다.
푸토는 피르켈이 독을 먹는 사이 사라와 큐니르, 코놀에게 수혁이 들어갔던 방을 수색하라 명령을 내렸다.
수혁의 발자국이 모든 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곳에 온 목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라와 큐니르, 코놀이 사라지고 푸토는 피르켈이 독을 다 흡수하기를 기다렸다.
“완전 맛있어!”
이내 모든 독을 먹은 피르켈은 자리에서 일어나 흡족한 미소로 말했다.
“이 녀석 장난 아닌데? 블랙 드래곤 브레스를 먹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야!”
“……그 정도라고?”
독의 수준이 궁금했던 푸토는 피르켈의 답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큐니르의 말에 따르면 이 시체가 죽은 지는 최소 15시간이 지났다.
즉, 남아 있는 독이 옅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블랙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슷하다니?
‘아무리 독의 마탑장의 후계자라고 해도.’
수혁은 독의 마탑장 파비앙의 후계자였다.
다른 마법보다 독을 더 잘 다룰 것이다.
다른 마법은 이 정도 수준이 아닐 것이다.
‘우리끼리 가능할까?’
푸토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다른 마법의 수준이 독 마법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수혁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이 녀석이 있으니 가능하겠지.’
생각에 잠겨 있던 푸토는 히죽히죽 웃고 있는 피르켈을 보며 생각을 끝냈다.
피르켈이 있으니 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사라와 큐니르, 코놀이 있지 않던가?
얼마나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전해 받은 정보에 따르면 불 속성 마법만 조심하면 된다.
* * *
‘거의 다 왔다.’
수혁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다음 구역이었다.
‘근데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미소를 짓고 있던 수혁은 문득 든 생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벌써 본부에 들어온 지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암살자들이라도 나오든가.’
처음 만났던 암살자.
그 암살자 이후 단 한 명의 암살자도 만나지 못했다.
마주한 것은 함정뿐이었다.
암살자들이라도 만났으면 사냥이라도 하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시간만 날리는 느낌이 들었다.
“분신.”
쿨타임이 끝났고 수혁은 분신을 소환했다.
그리고 분신과 어둠의 자식들을 앞장세워 보냈다.
휙! 후웅!
분신이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서 거대한 쇠구슬이 떨어졌다.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은 동시에 쇠구슬을 공격해 조각조각 파괴했다.
수혁은 파괴된 쇠구슬을 보며 생각했다.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야.’
함정의 파괴력이 문을 지나칠수록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다음 구역은 얼마나 강하려나.’
이제 곧 마주하게 될 지역은 얼마나 강한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쿵! 쩍! 쩍! 쿵!
분신을 이용해 편하게 함정을 발동시키며 이동한 수혁은 곧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한 수혁은 문고리를 잡고 문과 함께 옆으로 이동했다.
휙! 휙! 휙! 휙!
그리고 열린 문을 통해 거대한 창과 수많은 화살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려 5초 동안이나 쏟아져 나왔고 이내 창과 화살 비가 끝이 났다.
수혁은 그제야 걸음을 옮겨 다음 구역으로 진입했다.
[퀘스트 ‘최후의 전투’가 생성되었습니다.]그리고 진입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여태껏 문을 지나칠 때에는 한 번도 퀘스트가 생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웬 퀘스트란 말인가?
‘최후의 전투…….’
거기다 퀘스트 명이 심상치 않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최후의 전투’를 확인했다.
본부에 침입해 끊임없이 함정을 돌파하며 들어온 당신.
하프 블러드의 수장 클레인은 결국 이곳 6구역에서 당신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현재 본부에 남아 있는 모든 암살자들이 6구역에 모였다.
6구역에 있는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들을 모두 처치하고 살아남아라!
[클레인 : 0 / 1] [캣솔 : 0 / 1] [하프 블러드의 암살자 : 0 / 101]퀘스트 보상 : ???
‘호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좋았어.’
얼마나 더 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총 103명.’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역시나 은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보이지 않을 뿐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혁은 공간을 잡아먹는 마법이 많았다.
“독기 방출.”
수혁은 바로 독기 방출을 시전했다.
스아악!
그러자 수혁의 몸에서 가지각색의 독들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수혁은 볼 수 있었다.
-하프 블러드의 증표 4개
-마비 독침통
-독화살 17개
갱신되는 드랍 창을.
수혁은 드랍 창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