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396
396
제 396화
394.
수혁은 연중을 보았다.
“…….”
연중은 아무런 말 없이 루브스타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중뿐만이 아니었다.
사냥왕도 그렇고 리더 길드원, 제왕 길드원들 역시 멍하니 루브스타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에서 허무, 허탈, 공허 등이 느껴졌다.
‘너무 빨리 죽였나?’
생각을 해보니 연중이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루브스타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도 잡지 못한 루브스타를 수혁은 등장함과 동시에 죽였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템이라도 좀 빼고 칠걸.’
하위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미 지혜가 9만을 넘어섰고 각종 아이템으로 인해 공격력이 어마어마한 수혁이었다.
루브스타는 헬 파이어가 아니라 매직 미사일 같은 하위 마법들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대박.”
바로 그때 연중이 중얼거렸다.
“엄청나네요.”
“와, 저희 뭐 하고 있던 거죠?!”
“수혁 님 짱입니다!”
그리고 연중의 중얼거림을 시작으로 이어진 길드원들의 외침에 수혁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허무, 허탈, 공허 각종 단어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수혁아.”
연중이 다가와 수혁을 불렀다.
“응.”
“혹시 좀 더 도와줄 수 있어?”
지금 잡힌 루브스타는 마지막 루브스타가 아니었다.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루브스타의 특성상 남은 루브스타 역시 수혁의 도움이 없다면 죽이는 게 불가능하다.
“당연.”
연중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도와주려고 온 것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멸망한 12마계’를 확인했다.
시간의 돌 ‘루브스’.
루브스로 인해 12마계 마족들의 시간은 멈춰 있다.
마계 곳곳에 자리 잡은 ‘루브스’를 파괴하여 12마계의 마족들을 구원하라!
[루브스 : 13 / 20]퀘스트 보상 : ???
“7마리 남았네.”
현재 남은 루브스는 7개로 남은 루브스타 역시 7마리였다.
“위치는 다 알아?”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으며 연중에게 물었다.
“2개 빼고!”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렇게 할래?”
“어떻게?”
“루브스 위치를 알려줘. 풍이 타고 빠르게 다녀올게. 그리고 그사이에 남은 루브스를 찾는 거야.”
함께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차라리 수혁 홀로 풍과 함께 돌아다니며 루브스를 파괴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사이 아직 찾지 못한 루브스 2개를 찾으면 된다.
“좋다. 시간 절약 제대로 할 수 있겠네.”
연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옆으로 다가온 사냥왕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계획인 것 같습니다.”
사냥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어서 다음 퀘스트를 보고 싶은 사냥왕이었다.
수혁의 계획대로라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장경우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도움을 청했구나.”
연중과 사냥왕은 결국 수혁에게 도움을 청했다.
“막혔으니 당연한 거겠지.”
루브스타를 잡지 못해 퀘스트 진행이 막혔으니 도움을 청하는 게 당연했다.
“낮출 필요는 없겠네.”
수많은 랭커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잡지 못했다.
그래서 난이도를 조금 낮춰줄까 고민을 했었는데 낮출 필요가 없어졌다.
낮추지 않아도 어차피 수혁이 잡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틀 안에 완료되겠어.”
현재 수혁은 루브스를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동 속도와 남은 수를 생각하면 늦어도 이틀 안에 모든 루브스가 파괴될 것이었다.
“바로 9마계 포탈을 찾으려나?”
12마계의 다음 지역인 ‘9마계’.
퀘스트 ‘멸망한 12마계’를 완료하면 2가지 퀘스트가 주어진다.
하나는 9마계의 포탈 위치를 찾는 퀘스트였고 또 다른 하나는 12마계 안정화 퀘스트였다.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모니터에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마탑의 배반자’의 정보들이 나타났다.
“이것도 곧 끝나겠고.”
마탑의 배반자는 곧 끝이 난다.
“이제 세 번째가 진행될 차례인데…….”
말끝을 흐린 장경우는 수혁을 떠올렸다.
전과 달리 이번에는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끝나자마자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세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이름은 ‘결사대 로스탱’.
이번 에피소드 역시 마탑과 관련이 있는 에피소드였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려나.”
수혁은 마탑의 배반자의 시작 이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사대 로스탱은 어떨까?
마탑의 배반자처럼 처음만 관여를 할까?
결사대 로스탱은 마탑의 배반자와 상황이 살짝 달랐다.
마탑의 배반자는 모든 마탑이 주력했지만 결사대 로스탱은 아니다.
독의 마탑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수혁은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이다.
다른 에피소드들과 달리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번 보고 싶긴 하네.”
수혁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수없이 상상만 해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한 번쯤 보고 싶었다.
수혁이 진지하게 임할 경우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에피소드가 끝날지.
* * *
현재 사냥왕은 몇몇 길드원들과 함께 시간의 돌 ‘루브스’를 찾고 있었다.
‘없네.’
사냥왕은 자신이 맡은 지역에 루브스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탐색을 마치고 돌아온 길드원들이 와 있었다.
“찾으셨나요?”
사냥왕이 물었다.
“아니요.”
“없었습니다.”
“저도 못 찾았어요.”
길드원들이 답했다.
이번 탐색 지역에는 루브스가 없었다.
“그럼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죠.”
사냥왕은 길드원들에게 말하고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저 길마님.”
바로 그때 길드원 ‘미아숍’이 다가왔다.
“네.”
“혹시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사냥왕이 부름에 답하자 미아숍이 물었다.
“예, 말씀하세요.”
“수혁 님 지혜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계세요?”
“……지혜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사냥왕은 반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미아숍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딜을 보니 지혜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지혜가 얼마나 되어야 그런 괴랄한 딜이 나오는 건지.”
랭커들이 힘을 합쳐도 잡지 못했던 루브스타를 수혁은 등장함과 동시에 죽였다.
그리고 지금도 루브스타를 홀로 잡으러 다니고 있었다.
얼마나 지혜가 높아야 혼자 루브스타를 잡을 수 있는 것인지 미아숍은 너무나 궁금했다.
“음…….”
사냥왕은 침음을 내뱉으며 예전 수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수혁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텟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수혁에게 지혜가 얼마나 되는지도 들었다.
“전에 한 번 말씀해주셨는데 2만이 넘으셨어요.”
당시 수혁의 지혜는 2만.
“지금은 훨씬 올랐겠죠?”
이후에도 수혁은 꾸준히 책을 읽었다.
아마도 지금은 2만보다 훨씬 높을 것이었다.
“……2만이요?”
미아숍은 사냥왕의 말에 입을 쩍 벌렸다.
“2만…….”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2만이 가능한 수치였어?’
최고라 불리는 장비들을 착용했고 지혜를 올려 주는 칭호를 얻기 위해 미친 듯이 몬스터들을 학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아숍의 지혜는 9천이었다.
‘책이 답이었나…….’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를 얻을 수 있고 스텟 경험치를 통해 지혜가 상승한다.
그렇다고 지금 책을 읽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벨이 너무 높아졌다.
책으로 지혜를 올릴 것이라면 레벨이 낮을 때 했어야 했다.
‘다시 키울까…….’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은 생각에서 멈출 뿐이다.
수혁과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날 뿐 미아숍 역시 랭커였다.
9천이라는 지혜도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일반 유저들의 스텟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지금 삭제하고 다시 키우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바로 그때였다.
“오, 연중 님이 찾았다고 하네요.”
생각에 잠겨 있던 미아숍은 사냥왕의 말에 생각을 끝냈다.
“바로 이동하죠.”
* * *
“파멸의 빛.”
[파멸의 빛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수혁은 파멸의 빛을 시전했다.
빛의 구체가 나타났고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내 파멸의 빛이 시간의 돌 ‘루브스’에 작렬했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나타났습니다.] [루브스타가 있는 한 루브스는 파괴되지 않습니다.]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나며 허공에서 루브스타가 나타났다.
-퀴에에에!!!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시공간을 열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를 처치하셨습니다.] [시간의 돌 ‘루브스’가 파괴되었습니다.]루브스타가 살아 있어 파괴되지 않고 있던 시간의 돌 ‘루브스’는 루브스타가 죽음과 동시에 파괴가 되었다.
‘역시 파멸의 빛이 편해.’
데미지야 헬 파이어가 더 강했지만 편한 것은 파멸의 빛이었다.
루브스타뿐만 아니라 루브스 역시 파괴해줬기 때문이었다.
-연중 : 고생했어!
메시지는 뜨지 않아도 퀘스트를 통해 루브스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연중이 귓속말을 보내왔다.
-수혁 : 마지막은 어디야?
수혁은 연중에게 답을 보냈다.
이제 남은 루브스는 단 하나!
하나만 파괴하면 퀘스트가 완료된다.
그리고 방금 전 연중에게서 마지막 루브스를 찾았다는 귓속말을 받았다.
-연중 : 카피로스 알아?
-수혁 : 알지, 도서관 있는 곳 맞지? 그때 네가 말해줬던.
-연중 : 응응, 거기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이동하면 붉은 산이 있거든? 거기로 오면 내가 마중 나갈게!
-수혁 : 알겠어.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내고 오른쪽에 켜둔 ‘세계 지도’ 창을 가운데로 가지고 와 연중이 말한 위치를 찾았다.
‘이쯤인가.’
위치를 확인한 수혁은 펫 창을 열어 풍을 소환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풍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연중이 알려준 붉은 산으로 향했다.
[레드 마운틴에 입장하셨습니다.]얼마 뒤 수혁은 연중이 말한 붉은 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풍을 역소환시킨 수혁은 마중 나온 연중과 만났고 곧장 루브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루브스 앞에는 사냥왕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연중이 물었다.
“응.”
그리고 수혁이 답을 하자 연중은 루브스로 다가가 방패를 휘둘렀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나타났습니다.] [루브스타가 있는 한 루브스는 파괴되지 않습니다.]-퀴에에에!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나며 허공에서 루브스타가 나타났다.
“헬 파이어.”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헬 파이어.”
-퀴에에에에엑!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가 시공간을 열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괴물 루브스타를 처치하셨습니다.]앞서 잡았던 루브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헬 파이어 두 번에 루브스타는 죽음을 맞이했다.
[시간의 돌 ‘루브스’가 파괴되었습니다.]루브스타가 죽길 기다리고 있던 연중은 다시 루브스를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쩌저적!
이내 마지막 루브스가 금이 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모든 루브스를 파괴하셨습니다.] [12마계 마족들이 시간의 감옥에서 풀려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퀘스트 ‘카던의 감사 인사’가 생성되었습니다.] [10초 뒤 12마계의 마왕 카던의 연회장으로 워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