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2
42
제42화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퀘스트는 아닐 거야.’
퀘스트는 아닐 것이다. 책장을 가리키고 있지만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
수혁은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으며 생각했다.
‘도서관 가서 확인할까?’
아직 독서 시간이 아니다.
‘계속 사냥할까?’
사냥 시간이었다.
‘그래, 사냥이나 하자.’
고민을 하던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갈 텐데.’
오늘 가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갈 도서관이었다. 계획대로 행동하자고 결정을 내린 수혁은 다시 고민했다.
‘뭘 잡을까.’
이번 고민은 무엇을 잡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늑대 서식지에 있다고 해서 굳이 늑대를 잡을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퀘스트도 완료한 상황.
‘곰은 건너뛰고.’
원래 수혁의 레벨이라면 곰을 잡으러 가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입구에서 대기하던 유저들만 봐도 곰을 잡으러 가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블린? 죽은 나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북쪽에 있는 ‘고블린 초원’과 늑대 서식지 동쪽에 있는 ‘죽은 나무의 숲’이었다. 고블린 초원에는 20~40레벨의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었고 죽은 나무의 숲은 30~50레벨의 몬스터들이 있었다.
‘그래, 거리도 가깝고 나무들이 화속성에 약하니까.’
고민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수혁은 빠르게 고민을 끝냈다. 수혁이 결정한 곳은 바로 ‘죽은 나무의 숲’이었다.
거리도 가까웠고 그곳 몬스터들이 화속성에 무척이나 약했기 때문이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죽은 나무의 숲.
30~50레벨의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 죽은 나무의 숲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는,
-우어어…….
나무임에도 말을 하는 좀비나무.
챙! 챙!
좀비나무처럼 괴성을 내뱉지는 않지만 가지 끝에 칼이 달려 있는 칼나무. 2종류였다.
“불놀이.”
수혁은 느리지만 꾸준히 달려오는 좀비나무와 칼나무를 보며 불놀이를 시전했다. 작은 불덩어리가 좀비나무에게 날아갔다.
화르륵!
나무라 그런지 순식간에 타올랐고 이내 좀비나무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재에서 다시 작은 불덩어리가 튀어나와 옆에 있던 칼나무에게 이동했다. 칼나무 역시 좀비나무와 마찬가지로 3초도 지나지 않아 재로 변했다.
[레벨 업!]그리고 칼나무가 재로 변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 업 메시지였다.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하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31
경험치 : 1%
생명력 : 8600
마나 : 36780
포만감 : 51%
힘 : 20
민첩 : 25 (+6)
체력 : 164
지혜 : 1840
보너스 스텟 : 5
특수 퀘스트 ‘카루의 유산’을 완료했을 때 수혁의 레벨은 18이었다. 18레벨에서 이곳 ‘죽은 나무의 숲’으로 왔다.
‘진짜 빠르네.’
사냥을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닌데 수혁의 레벨은 벌써 31이 되었다. 거기다 수혁의 직업은 경험치가 더 필요한 대마도사의 후예가 아니던가? 늑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험치였다.
‘당연한 건가?’
좀비나무와 칼나무의 레벨을 생각해 보면 압도적인 경험치 차이는 당연했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체력에 투자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사냥할 줄 알았다면.’
늑대 서식지처럼 유저들이 아예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드랍 되는 아이템이 좋지 않아 그런지 사냥을 하는 유저들이 적었다.
즉, 경쟁이 없었다.
거기다 화속성 공격에 약하기 때문일까? 좀비나무와 칼나무를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늑대 잡는 것과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늑대보다 개체수가 적어 더욱 수월했다. 이렇게 쉽게 잡을 줄 알았다면 진즉 이곳에 왔을 것이다.
‘맞아, 내 지혜가 몇인데.’
수혁의 지혜는 어마어마하다. 31 레벨의 지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수혁의 지혜는 순수하게 보너스 스텟으로 올린다는 가정 하에 360 레벨은 되어야 가능한 수준이었다.
‘거기다 생명력도 높잖아?’
보너스 스텟을 전부 체력에 투자한 수혁이었다. 다른 마법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 편이었다.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레벨링이 느려진다 싶으면 바로 상위 사냥터로 가자.’
지금은 빠르지만 곧 느려질 것이다. 수혁은 그때가 되면 상위 사냥터로 옮기자고 결정을 내렸다.
물론 레벨이 너무 차이 나는 사냥터에 갈 생각은 없었다. 잡을 수야 있을 것이다. 공격력은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만큼 몬스터들의 공격력도 강하다. 생명력이 높다고 해도 그것은 30레벨을 기준으로 높은 것이지 레벨이 크게 차이 나는 곳에 가면 높다고 할 수 없다. 까닥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어어…….
생각을 마친 수혁은 전방에 나타난 좀비나무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파이어 볼.”
그렇게 수혁은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앞으로 2시간.’
남은 시간은 2시간.
‘얼마나 오르려나.’
2시간 동안 레벨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 * *
모니터를 바라보며 양주혁과 장율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확실히 대마도사의 후예가 좋긴 좋네요. 경험치 배율이 5인데 이런 속도라니.”
“그러게.”
대화의 주제는 바로 수혁이었다.
“근데 갑자기 왜 사냥을 시작한 걸까요?”
장율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혁이 갑자기 왜 사냥을 시작한 것일까?
“전직하고 나서도 도서관에 죽치고 있었잖아요.”
대마도사의 후예로 전직하고도 도서관에 죽치고 있던 수혁이었다. 스킬 퀘스트조차 배우지 않았다.
“책만 죽어라 읽었으면서.”
오직 책, 책만 읽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사냥을 시작한 것일까?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마탑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직 수혁은 마탑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양주혁이 말했다. 책을 읽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만 읽던 수혁이 갑자기 사냥을 한 이유.
“파비앙이랑 관련 있지 않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독의 마탑장 파비앙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부터 사냥 시작했잖아.”
파비앙을 만난 후 사냥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냥 퀘스트를 준 건 아니지만.”
물론 파비앙이 사냥하라는 퀘스트를 준 건 아니었다. 퀘스트를 주기는 했지만 사냥 퀘스트는 아니었다.
파비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사냥 퀘스트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현재 수혁이 받은 독의 마탑 특전 퀘스트는 30일 동안 독을 복용하는 퀘스트였다. 사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독만 복용하면 된다.
“그렇겠죠?”
장율 역시 양주혁과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장율이 탄성을 내뱉었다.
“또 업 했네요.”
장율이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이 또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벌써 40…….”
양주혁이 중얼거렸다.
“사냥왕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사냥왕. 테스터 유저였으며 경험을 바탕으로 첫날부터 압도적인 레벨 업을 보여준 유저였다.
물론 랭킹 1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랭킹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랭킹에 등록했다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을 이가 바로 사냥왕이었다. 그런 사냥왕조차 이런 속도로 레벨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대로면 금방 100 찍겠죠?”
장율은 양주혁에게 물었다.
“그렇겠지.”
“그러면 두 번째 문도 개방하겠죠?”
양주혁이 고개를 끄덕였고 장율이 이어 물었다.
“글쎄?”
장율의 물음에 양주혁은 전과 달리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방하는 거 엄청 힘들잖아. 아무리 대마도사의 후예고 지혜가 높다고 해도 쉽게 깨지는 못할걸?”
처음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개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문부터는 개방 퀘스트를 깨야 한다. 개방 퀘스트는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대마도사의 후예고 지혜가 높다고 해도 어렵다. 그 정도로 문을 개방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 * *
“…….”
사냥을 끝내고 도서관에 온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스윽
입을 다문 채 수혁은 고개를 내려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무리 보아도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눈앞의 책장이었다.
“하…….”
수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44.
“퀘스트만 아니면 했는데.”
아니길 바랐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끝나버렸다. 지도 속 빨간 점이 가리키는 책장, 그곳에 있는 파란 책.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수혁은 다시 한 번 제목을 확인했다.
“『카루』…….”
책의 제목은 『카루』.
‘연계 퀘스트라…….’
아무래도 보상은 퀘스트인 것 같았다. 연계 퀘스트란 소리였다. 연계 퀘스트들은 대부분 좋은 보상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상승한다.
파란 책 『카루』를 꺼낸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정복하지 못한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얀 책 다섯 권을 꺼내 책상으로 돌아왔다. 책상으로 돌아온 수혁은 여태껏 그래왔듯 하얀 책을 왼쪽에 쌓고 파란 책 『카루』를 펼쳤다.
.
.
.
내 보물을 누가 가져갈까?
‘역시 책 내용은 안 바뀌는구나.’
이미 읽었던 『카루』. 연계 퀘스트이기에 혹시나 내용이 바뀌지 않을까 했는데 내용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수혁은 책을 덮었다.
스아악
[특수 퀘스트 ‘카루의 보물 상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카루의 보물 지도가 소멸됩니다.] [카루의 보물 지도2를 획득합니다.]파란 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가 1개 뜰 줄 알았는데 3개나 나타났다. 순간 지혜가 올랐나 싶어 미소를 지었던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지도를 통해 카루의 보물 상자가 있는 곳을 찾아라!
퀘스트 보상 : ???
‘……역시.’
연계 퀘스트라 그런 것일까? 처음 받았던 ‘카루의 유산’과 달리 이번 퀘스트 ‘카루의 보물 상자’는 불친절한 설명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지, 지도가 친절할 수 있잖아.’
다른 퀘스트들과 달리 이번 퀘스트는 지도라는 도움이 있었다. 퀘스트는 불친절하지만 지도는 친절할 수 있다. 지금은 소멸되어 사라진 첫 번째 지도는 마탑 도서관이라는 상세한 정보를 주지 않았던가?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은 뒤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퀘스트가 생성되며 획득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악마의 둥지?’
지도를 펼친 순간 수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악마의 둥지. 지도 상단에는 악마의 둥지라는 단어가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었다. 그 말인즉,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뜻이고 지도가 있다 하더라도 퀘스트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어딘지 모르는데 지도를 어떻게 써먹겠는가?
바로 그때였다.
‘연중이라면 혹시 알지 않을까?’
랭커와 준랭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중이라면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수혁은 친구 창을 열어 연중의 상태를 확인했다.
‘……귓겁이네.’
연중은 현재 귓속말을 거부하고 있었다. 연중의 상태를 확인한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친구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지도도 넣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천천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