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31
431
제 431화
429.
수혁을 만날 생각에 설레하고 있던 그때.
“폐하.”
집무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일로브 후작이옵니다.”
후작이자 장인인 파일로브였다.
“들어오시지요!”
로일은 생각을 끝내고 외쳤다.
그리고 로일의 외침에 문이 열리고 파일로브가 들어왔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로일은 미소를 지으며 파일로브에게 말했다.
“예,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파일로브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대회에서도 아주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계시더군요!”
“아…….”
그러나 이어진 로일의 말에 순간적으로 파일로브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물론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사위라고 해도 황제였다.
페이드 제국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황권이 강력한 시대였다.
결코 불편한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요. 2등이니까요.”
파일로브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현재 파일로브가 다스리는 도시 ‘카퉁’의 대표 길드 ‘모아시스’는 길드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리더 길드…….’
파일로브는 리더 길드를 떠올렸다.
1등은 강력한 우승 후보 리더 길드였다.
리더 길드만 없었다면 1등은 모아시스의 것이었다.
“우승을 노리고 계십니까?”
로일이 물었다.
“예, 대회는 이제 시작됐으니까요.”
아직 대회 초반이었다.
수많은 관문이 남아 있었다.
남은 관문에서 리더 길드를 제친다면 충분히 1등을 해 우승할 수 있다.
“기대가 되는군요. 근데 어쩐 일로…….”
미소를 짓고 있던 로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파일로브의 표정을 보니 단순히 안부를 묻기 위해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 그것이…….”
로일의 물음에 파일로브는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바로 본론에 들어가도 될까?’
파일로브가 로일을 찾아온 것은 로일의 예상대로 목적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본론을 꺼내도 될까 고민이 됐다.
고민 끝에 파일로브는 결정을 내렸고 입을 열었다.
“소개해드릴 자가 있습니다.”
“소개요?”
“예, 저희 제국의 앞길에 아주 중요한 정보들을 알고 있는 자입니다.”
파일로브가 로일을 찾아온 이유, 그것은 바로 소개를 해주고 싶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해 자발적인 소개는 아니었다.
부탁을 받았다.
황제와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누구인가요?”
로일이 물었다.
“로페드라는 자로. 대륙의 모든 정보를 다루는 자입니다. 제가 그때 알려드렸던 마이칸 자작의 반란도 다 그자에게서 나온 정보입니다.”
“……!”
파일로브의 말에 로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있었던 마이칸 자작의 반란.
물론 반란을 일으키기 전 진압했다.
그 전에 진압할 수 있었던 것은 파일로브가 알려준 정보 때문이었다.
“자리를 만들어도 될까요?”
파일로브가 물었다.
“예.”
로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음에 답했다.
“시간은…….”
“우선 제가 만나야 할 분이 있어서 말입니다.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파일로브는 로일의 답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집무실에서 나왔다.
집무실에서 나온 파일로브는 황궁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만날 분?’
로일이 존칭을 사용했다.
그 누구보다 높은 곳에 군림하고 있는 로일이 존칭을 사용했다는 것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누구를 만나시려는 거지?’
거기다 평소라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을 것인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즉, 은밀한 만남이라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와 은밀한 만남을 가지려는 것일까?
‘알아볼까?’
로일에 대한 정보를 캐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누굴 만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 암당이라면 은밀히 알아내겠지.’
암당은 단순한 정보 길드가 아니었다.
암당이라면 그 누구도 모르게 은밀히 로일이 만나려는 자가 누군지 알아낼 것이었다.
황궁에서 나온 파일로브는 암당의 1지부로 향했다.
그리고 곧 로페드를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잘됐습니다. 조만간 날짜를 주시겠다고 하셨지요.”
파일로브는 로페드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자 로페드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한 가지 의뢰 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파일로브의 말에 로페드가 활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폐하께서 은밀히 만나려는 자가 있습니다. 그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은밀히요?”
“예, 존칭을 사용하는 걸로 보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린 파일로브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알아내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도 날짜가 나오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고 파일로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파일로브를 보내고 로페드 역시 방에서 나와 파라거스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끼이익
방 앞에 도착한 로페드는 노크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파라거스를 볼 수 있었다.
“최근 들어온 정보 중에 황제와 관련된 정보가 있나? 간접 말고 직접적으로.”
로페드는 탁자 앞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예, 방금 막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파라거스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마침 로페드에게 보고를 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황제와의 독대를 끝낸 페른이 파비앙을 만났습니다.”
로페드는 서류를 집었고 파라거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갑자기?”
“예, 그리고 독의 마탑에 수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
파라거스의 말에 로페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이 마탑에 나타나?”
그리고 서류에서 시선을 돌려 파라거스를 보았다.
“예.”
“…….”
로페드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수혁이 독의 마탑에 나타났고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 황궁 마법단장 페른을 만났다.
아무래도 황제가 만나려는 자는 수혁인 것 같았다.
‘왜?’
로페드는 생각했다.
수혁이 황제를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로페드는 활짝 웃었다.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수혁은 비욘드 지부에 있던 가짜 정보들을 전부 가져갔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분석이 됐을 것이다.
수혁이 황제를 만나려는 것은 가짜 정보로 만들어진 적.
마일로브 공작가 혹은 황제의 오랜 지기이자 페이드 제국 최강의 창 ‘노벤’을 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누구든 마음에 걸렸겠지.’
마일로브 공작가는 제국 내 최고의 가문이었다.
다른 공작가보다 배 이상 큰 권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 가주인 아린 마일로브는 페이드 제국의 제일검.
무작정 치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다.
노벤 역시 마찬가지다.
황제의 오랜 지기였고 제국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노벤이었다.
노벤을 치는 것도 황제가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둘 중 누굴 치려는 걸까?’
로페드는 실실 웃으며 상상을 펼쳤다.
수혁이 치려는 것이 노벤인지 아니면 마일로브 공작가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당주님께 보고를 드려야겠어.”
로페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류는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예, 물론입니다.”
파라거스의 답을 들으며 로페드는 방에서 나왔다.
‘간만에 좋은 소식이군.’
그리고 히죽히죽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예?”
수혁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당황한 것은 수혁뿐만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괜찮다고요?”
파비앙 역시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껄껄, 그래.”
수혁과 파비앙의 반응에 페른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언제가 괜찮겠어? 내일 당장은 어떤가?”
페른이 수혁에게 물었다.
“저도 최대한 빠른 게 좋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10시에 보는 걸로 하지! 이곳에서!”
페른이 말했다.
“예, 그럼 내일 10시에 뵙겠습니다.”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페른은 수혁의 답을 듣고 인사한 후 방에서 나갔다.
“무슨 일인지 말해 줄 수 있겠니?”
파비앙은 페른이 나가자 수혁에게 물었다.
일단 수혁의 부탁으로 페른에게 연락을 했고 황제와의 자리를 만들긴 했지만 파비앙 역시 수혁이 왜 황제를 만나려 하는 것인지 이유를 듣지 못했다.
“그게…….”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보았다.
“소리 장막.”
파비앙은 수혁의 반응에 바로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소리 장막을 만들었다.
소리 장막을 본 수혁은 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암당 때문이에요.”
“……암당?”
수혁의 말에 파비앙이 반문했다.
“너를 암살하려고 했던 그 새끼들?”
“예, 녀석들의 지부를 찾아냈거든요.”
“근데 왜 황제를…….”
파비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부를 찾아낸 것과 황제를 만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황궁 앞에 있어요.”
“아…….”
수혁의 말에 파비앙은 탄성을 내뱉었다.
어째서 황제를 만나려 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녀석들 지부를 바로 칠 생각이니?”
파비앙이 재차 물었다.
“예, 황제만 수락한다면요.”
다른 국가라면 황제나 왕이 수락한다고 해도 귀족들이 반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드 제국은 아니다.
황제의 말이 곧 법이었다.
즉, 황제의 허락만 있다면 지부를 공격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었다.
* * *
장경우는 머리 위의 모니터를 보았다.
“황제를 만날 줄이야.”
수혁이 황제를 만났다.
무슨 이유로 황제를 만나려는 것일까?
장경우는 모니터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호오.”
그리고 이내 탄성을 내뱉었다.
“1지부 때문이었구나.”
수혁이 황제를 만난 이유.
그것은 바로 암당 때문이었다.
“드디어 공격하는 건가.”
수혁이 1지부의 존재를 안 것은 오래전이었다.
비욘드 지부를 공격하기에 1지부도 곧 공격하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때가 온 것 같았다.
“파일로브 후작과의 관계를 알고 있을 텐데 대단한 배짱이야.”
장경우는 파일로브 후작을 떠올렸다.
암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파일로브.
파일로브는 황제 로일 페이드의 장인이었다.
모든 관계를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 바로 황제를 찾아가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원래 일을 확확 벌이는 이도 아니고 책만 읽던 수혁이 아니던가?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암당에서는 어떻게 나오려나.”
암당에서는 이미 수혁과 황제의 만남을 알고 있었다.
“……음.”
이내 모니터에 암당의 정보가 나타났고 정보를 읽은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완전 헛다리네.”
암당에서는 만남의 이유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수혁이 공격하려는 것이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들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굴러가려나.”
과연 이 생각이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궁금해졌다.
“드래고니아가 변수가 되려나?”
암당에서도 황제와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다.
수혁과의 만남이 끝난 직후에.
그리고 그 만남에는 로페드뿐만 아니라 흑월 휘하 조직 중 하나인 ‘드래고니아’의 4장로 역시 함께였다.
“근데 세뇌는 안 먹힐 텐데. 오히려 역효과를 주는 거 아냐?”
4장로의 세뇌는 로일 페이드에게 먹히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드 제국 황가 대대로 내려오는 장신구 때문이었다.
신 등급 장신구로 육체를 보호해주는 반지와 정신을 보호해주는 목걸이였다.
반지와 목걸이가 있는 이상 로일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4장로의 세뇌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때였다.
“어?”
장경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