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47
447
제 447화
445.
기로스는 다시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내 서류 정리가 끝났고 기로스는 아소멜의 책상 위에 정리된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언제까지 알아보면 되겠습니까?”
기로스가 물었다.
“최대한 빨리.”
아소멜은 서류를 향해 손을 뻗으며 답했다.
“옙.”
기로스는 아소멜의 답에 답하며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얼마 뒤.
똑똑 끼이익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에리멘이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에리멘은 미소를 지은 채 아소멜에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아소멜은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 탁자로 이동했다.
아소멜이 탁자 앞에 앉자 에리멘이 입을 열었다.
“수혁의 위치는…….”
말끝을 흐린 에리멘은 아소멜을 응시했다.
“지부 하나를 버릴 생각입니다.”
“……지부를요?”
너무나도 뜬금없는 답에 에리멘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소멜은 에리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내 모든 설명을 들은 에리멘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조만간 수혁을 만날 수 있겠군요.”
아소멜의 말대로라면 며칠 내로 수혁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혹시 뭐 도울 일은 없습니까?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심심해서요.”
“……!”
에리멘의 말에 아소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 도와주신다면야!”
그리고 재빨리 외쳤다.
그렇지 않아도 흑월대에 도움을 청하려 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흑월대의 수장인 에리멘이 도와준다니 마음이 너무나 편해졌다.
스윽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내 탁자로 돌아와 에리멘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에리멘은 봉투를 열어 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 읽었다.
종이에는 페이드 제국의 도시 ‘바이쿤’ 주변을 다스리고 있는 바스폰 백작가에 대한 정보가 가득 쓰여 있었다.
“전부 죽이면 되는 건가요?”
정보를 읽던 에리멘이 아소멜에게 물었다.
“아니요. 토닌 백작만 죽여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근데…….”
에리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스폰 백작이 왠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드래고니아의 일을 도왔던 그 귀족입니까?”
“맞습니다.”
“그러면 그것들을 가지고 있겠군요.”
“……?”
에리멘의 말에 아소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아소멜의 의아한 표정을 본 에리멘은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겠습니다.”
“바로 가시는 겁니까?”
“예, 원래 천천히 갈까 했는데 급히 가야 할 것 같네요.”
에리멘은 아소멜의 물음에 답하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암당의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도킨이 얼마나 남아 있으려나.’
* * *
9마계 마왕성 대회의실.
대회의실에는 늙은 마족, 어린 마족, 건장한 체구의 마족, 여리여리한 체격의 마족 등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마족 8명이 모여 있었다.
“…….”
“…….”
8명이나 모여 있음에도 대회의실에는 고요함이 가득했다.
얼마 뒤 정적이 깨졌다.
정적을 깬 것은 건장한 체구의 마족이었다.
“첫째 형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건장한 체구의 마족은 바로 여섯 번째 레이오느였다.
“곧 오실 거다.”
여섯 번째 레이오느의 말에 답한 것은 두 번째 레이오느였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창백한 피부, 그리고 피부와 달리 아주 빨간 입술을 가지고 있는 마족이 들어왔다.
바로 첫 번째 레이오느였다.
첫 번째 레이오느는 상석에 가 앉았다.
“다들 기억 흡수했지?”
상석에 앉은 첫 번째 레이오느가 물었다.
“예, 어떻게 인간들이 나타난 걸까요? 혹시 도망친 녀석들이 불러들인 걸까요?”
두 번째 레이오느가 물음에 답했다.
분명 인간이었다.
어떻게 중간계에 있을 인간들이 마계에 나타난 것일까?
혹시나 도망을 친 마족들이 수를 쓴 것일까?
“그건 차차 알아보자구.”
첫 번째 레이오느가 말했다.
오늘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인간 때문이 아니었다.
“4지역 맡을 사람?”
바로 네 번째 레이오느가 맡고 있던 4지역을 관리할 이를 뽑기 위해서였다.
“…….”
“…….”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레이오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없어?”
눈치를 살필 뿐 말이 없는 레이오느들에게 첫 번째 레이오느가 재차 물었다.
스윽 스윽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다섯 번째 레이오느와 일곱 번째 레이오느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레이오느들도 차례대로 손을 들었다.
“으음…….”
첫 번째 레이오느는 침음을 내뱉었다.
물론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누구에게 맡길지까지도 생각해놓았었다.
물어본 것은 혹시나 원치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첫 번째 레이오느는 입을 열었다.
“4지역이 5지역과 붙어 있으니 다섯째가 하는 거로 하자.”
“형님!”
말을 하자마자 세 번째 레이오느가 외쳤다.
“3지역도 4지역과 붙어 있는데요?”
“멀잖아, 그리고 넌 관리하고 있는 것도 있고.”
첫 번째 레이오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세 번째 레이오느는 기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섯째 남고 다 가봐.”
첫 번째 레이오느가 말했다.
“엥? 이게 끝입니까?”
그러자 두 번째 레이오느가 반문했다.
“뭐, 이야기할 거 더 있어?”
“아니, 넷째를 죽인 인간이…….”
“그건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두 번째 레이오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후 다섯 번째 레이오느를 제외한 나머지 레이오느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다섯째야.”
“예, 형님.”
“아마도 4지역이나 5지역에 인간들이 나타날 거야. 만약 넷째를 죽인 인간이 나타나면 바로 나에게 연락해.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형님.”
“가봐.”
첫 번째 레이오느의 말에 다섯 번째 레이오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회의실에 홀로 남게 된 첫 번째 레이오느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네 번째 레이오느를 죽인 인간 마법사를 떠올렸다.
‘녀석의 몸이라면 9천계로 넘어가기 쉽겠지.’
꼭 마족의 몸만 뺏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족의 몸을 빼앗은 것은 편하기 때문이지 인간의 몸도 빼앗을 수 있다.
네 번째 레이오느를 죽인 인간의 몸.
아주 탐이 났다.
꼭 가지고 싶었다.
아니, 꼭 필요했다.
* * *
퀘스트를 수락 후 집에서 나온 사냥왕은 길드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뒤 길드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사냥왕은 퀘스트를 공유해주었다.
“이번에도 수혁 님이랑 같이 가나요?”
미아숍이 물었다.
“마왕이 나타나면 연락드리기로 했습니다.”
사냥왕은 물음에 답한 뒤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페니아에서 나온 사냥왕은 다음 목적지 마을 ‘오레가니스’로 이동을 시작했다.
얼마 뒤 사냥왕과 제왕길드원들은 오레가니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냥왕은 마을에 진입하기 전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는 거로 갈게요. 다들 버프요.”
길드원들은 사냥왕의 말에 제각기 버프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다들 준비되셨죠?”
“예.”
“네.”
사냥왕의 물음에 길드원들이 답했고 사냥왕은 다시 한번 앞장서 입구로 진입했다.
진입함과 동시에 마족 병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인간들이다!”
“죽여!”
마족 병사들은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을 보며 외쳤다.
외침을 통해 주변에 상황을 알린 마족 병사들은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고작 둘이었다.
사냥왕을 포함해 10명이나 되는 랭커들의 공격에 마족 병사들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하고 무참히 얻어맞다가 쓰러졌다.
단숨에 마족 병사들을 쓰러트렸지만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왼쪽에서 셋, 오른쪽에서 둘 오고 있어요.”
이제 시작이었다.
“일단 다 왼쪽으로 가서 셋부터 정리하죠!”
한 번에 다섯을 상대하는 것은 힘들다.
거기다 정리하기 전 또 다른 마족 병사들이 올 수 있다.
빠르게 각개격파를 해야 했다.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족 병사들을 차례차례 각개격파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마을 내 모든 마족 병사들을 처리한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은 마족들이 붙잡혀 있는 감옥을 찾았다.
“나, 나 좀 꺼내 줘!”
“제발 문 좀 열어 줘!”
감옥에 갇혀 있던 마족들이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을 보고 외쳤다.
사냥왕은 인벤토리를 열어 다칸에게 받은 나무 막대를 꺼냈다.
그리고 마족들을 하나하나 워프시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번에 깰 수 있겠는데요?”
미아숍이 다가와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냥왕은 미아숍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마왕은 안 나타나는 건가?’
전과 달리 마왕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을 다스리는 마왕을 수혁이 죽였기 때문일까?
그래서 오지 않는 것일까?
이제 4지역만큼은 편하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때.
[경고!] [배덕의 마왕 레이오느가 나타났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니구나.’
마음 편히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사냥왕은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벌써 영혼 분열을 한 건가? 근데 하루 만에 영혼 분열이 되는 거면 너무 난이도가 높은데?’
영혼 분열을 한 것인지.
‘다른 마왕이 온 걸까?’
아니면 다른 지역을 다스리던 마왕이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메시지에 따로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들 후퇴요!”
사냥왕이 외쳤다.
제왕 길드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감옥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사냥왕은 마족들을 마저 워프시켰다.
-사냥왕 : 수혁 님!
모든 마족을 워프시킨 사냥왕은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사냥왕 : 마왕이 나타났습니다!
-사냥왕 : 일단 전 로그아웃하겠습니다!
마족들을 탈출시키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지금 나가다가는 레이오느와 마주칠 것이었다.
귓속말을 보낸 사냥왕은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 * *
바스폰 백작가.
“…….”
백작가를 이끌고 있는 토닌 바스폰은 불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집무실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끙…….”
한참 동안 내부를 돌아다니던 토닌은 책상 앞에 앉아 짜증이 가득한 신음을 내뱉었다.
“어떻게 하지?”
얼마 전 파일로브 후작이 처형당했다.
죄목은 반란 모의.
처형 이후 모든 귀족에게 황제의 서신이 도착했다.
그리고 서신을 읽은 토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신에는 어떤 식으로 파일로브 후작이 반란을 모의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놀란 게 아니다.
토닌이 놀란 것은 반란 모의에 암당이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당에서 파일로브 후작과 함께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
그로 인해 암당 역시 황제의 분노를 산 상태였다.
문제는 토닌 역시 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백작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참함, 굴욕을 느꼈던가?
이제 와 무너질 수 없다.
‘하지만…….’
그러나 남작이었던 토닌이 백작이 된 데에는 암당의 도움이 컸다.
암당이 없었다면 결코 백작이 되지 못했을 것이었다.
황제의 분노를 산 암당.
암당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분명 분노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