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519
519
제 519화
517.
테르바노사가 분명했다.
“호오, 살아남은 녀석이 둘이나 있을 줄이야.”
수혁과 날씨를 본 테르바노사는 탄성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불길이 나타났고 다시 한번 불길이 수혁과 날씨에게 향했다.
“아이스 월.”
이미 데미지를 확인한 수혁이었다.
맞아 줄 생각이 없었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벽이 불길의 앞을 가로막았다.
“흥, 고작 그런 걸로 내…….”
얼음의 벽을 본 테르바노사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테르바노사는 중얼거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단번에 얼음의 벽을 녹일 것이라 생각했던 불길은 얼음의 벽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암운과 암화를 소환했다.
테르바노사의 불길에 의해 근처에는 유저가 없었다.
암운과 암화가 활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저 녀석만 죽여줘.”
수혁은 소환함과 동시에 명령을 내렸다.
“네, 아버지.”
“알겠습니다!”
암화와 암운이 차례대로 답한 뒤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암화와 암운이 나타난 곳은 테르바노사의 양옆이었다.
“……!”
테르바노사는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뒤로 빠지며 다시 한번 발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두 번의 발길질이 일어났고 불길이 두 개 나타나 암화와 암운에게 날아갔다.
암화와 암운은 수혁처럼 불길을 맞아주거나 막지 않았다.
스악!
다시 한번 암화와 암운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불길은 허공을 지나쳤고 당황해하는 테르바노사의 발밑에 인위적인 어둠이 나타났다.
그리고 어둠에서 암운이 솟아오르며 테르바노사의 양발을 붙잡아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쿵!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테르바노사는 반응하지 못했고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공에 나타난 암화는 어느새 소환한 지팡이를 휘둘렀고 지팡이의 궤적을 따라 어둠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반월 모양의 칼날이 테르바노사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테르바노사가 일어난 순간 어둠의 칼날이 작렬했다.
스걱!
어둠의 칼날은 테르바노사를 그대로 관통하고 땅에 박혀 사라졌다.
[불꽃의 테르바노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크라스의 후계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전투를 지켜보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스의 후계자?’
퀘스트 명이 심상치 않았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크라스의 후계자’를 확인했다.
현재 카탈룬에는 흑월의 주인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가 와 있다.
토피앙 크라스의 후계자를 처치하라!
[??? : 0 / 1]퀘스트 보상 : ???
‘……허.’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크라스의 후계자라니?
마왕의 후계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수혁이었다.
‘이거 계획을 좀 수정해야겠는데.’
집중될 관심이 귀찮아 유저들에게 묻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묻혀서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날씨 님.”
수혁은 날씨를 불렀다.
“……예!”
멍하니 암화와 암운을 바라보고 있던 날씨는 수혁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부탁드릴 게 있는데…….”
“말씀하십쇼!”
부탁이라는 단어에 날씨의 얼굴에 비장함이 가득 나타났다.
“지금 직업 퀘스트가 떠서요.”
“……!”
“찾아야 할 녀석이 있어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려야 할 일은…….”
날씨가 말끝을 흐렸다.
“따로 찢어져서 녀석들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녀석들을 찾아다니시다 보면 방금 전이랑 비슷한 메시지가 뜰 겁니다.”
위험하게 후계자가 혼자 돌아다닐 리 없다.
분명 흑월대가 더 있을 것이고 흑월대가 있는 곳에 후계자가 있을 것이다.
“그 메시지가 뜨면 연락 부탁드려요.”
* * *
“죽음의 무도.”
[1분 동안 모든 공격력이 150% 증가합니다.] [1분 동안 모든 속도가 150% 증가합니다.]스킬 ‘죽음의 무도’를 시전해 공격력과 속도를 확보한 해피는 유저들이 모여 있는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허, 이 미친놈이! 혼자서?”
“거리 벌려! 마법, 마법이 약점이야!”
“이 상황에서 무슨 거리를 벌려! 다굴 쳐!”
유저들은 해피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해피 역시 유유히 움직이며 유저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악!”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카탈룬’의 보상이 강화됩니다.]“힐! 피 70% 까였…….”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카탈룬’의 보상이 강화됩니다.]유저들은 빠르면 한 번, 늦어도 두 번의 공격에 죽음을 맞이했다.
신나게 검을 휘두르던 해피는 죽음의 무도의 지속 시간인 1분이 끝날 즈음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유저를 죽일 수 있었다.
해피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부르르 떨었다.
‘그래! 이런 강함이지!’
수많은 유저를 홀로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흥분됐다.
‘전직하면 더 세지겠지?’
이제 곧 전직 퀘스트를 완료하고 검은 달의 지배자로 전직하게 될 것이다.
직업명 ‘검은 달의 지배자’에서 ‘검은 달’은 흑월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흑월은 흑월대, 암당 등 수많은 조직이 모여 있는 곳이었고 휘하 조직들은 전부 판게아 메인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런 엄청난 조직들을 지배하는 직업인데 약할 리 없다.
‘그러면…….’
전직한 후 홀로 도시를 습격해 학살을 벌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해피는 다시 한번 부르르 떨었다.
저벅!
바로 그때 카리느가 다가왔다.
해피는 카리느를 보았다.
“……?”
그리고 해피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터진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카리느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워져 있었다.
“해피 님,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카리느의 말에 해피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죠?”
해피가 물었다.
아직 학살은 끝나지 않았다.
죽여야 할 유저, NPC들이 수없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피해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궁금했다.
해피의 물음에 카리느가 답했다.
“테르바노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호위를 위해 차출된 흑월대원은 카리느와 테르바노사 단둘이었다.
대도시도 아니고 소도시, 그것도 공국이라 불리는 것도 민망한 게림 공국의 소도시였기에 큰 문제가 생길 상황은 오지 않겠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둘은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기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테르바노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혹시 학살에 정신이 팔린 거 아닙니까?”
해피가 반문했다.
테르바노사는 카리느와 성격이 상당히 달랐다.
호위에 집중하는 카리느와 달리 테르바노사는 학살에 집중하고 있었다.
혹여 학살에 정신이 팔려 연락을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닙니다.”
카리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태껏 수없이 테르바노사와 임무를 수행한 카리느였다.
아무리 테르바노사가 생각이 없다고 해도 1순위로 정한 연락을 무시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테르바노사에게서 연락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연락을 하지 못할 정도의 일이라면 위험했다.
“해피 님의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카리의 말이 끝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카탈룬’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수상한 상황, 후퇴’가 생성되었습니다.]‘뭐야? 카탈룬이 완료돼?’
당연히 학살이 끝나고 완료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해피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카리느를 보았다.
카리느의 표정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알겠습니다.”
조금 더 피케이를 하고 싶기는 했다.
그러나 이미 퀘스트가 완료됐고 후퇴 퀘스트가 생성된 이상 고집을 부릴 필요는 없다.
거기다 학살 퀘스트는 카탈룬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2곳이 더 있었다.
아쉬움은 그곳에서 털면 된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따 뵙죠.”
해피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바로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고 해피는 워프하기 전 주변을 둘러보았다.
“……!”
주변을 둘러보던 해피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해피는 흑월의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본부에 도착한 해피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해피는 워프 직전 보았던 것을 떠올렸다.
‘분명 빛이었는데.’
워프 직전 빛이 날아오고 있었다.
‘당원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빛을 막기 위해 당원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빛은 앞을 막아선 당원들을 그대로 뚫고 다가왔었다.
‘만약…….’
워프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해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
“대박, 저 유저 뭐야?”
“방금 그 녀석들 한 번에 휩쓸린 거 맞지?”
“무슨 마법이야?”
“몰라, 네가 한번 물어봐봐.”
유저들이 수혁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근처였기에 유저들의 수군거림이 다 들렸다.
그러나 수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눈빛도 주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전방을 바라볼 뿐이었다.
“수혁 님?”
전방을 바라보고 있던 수혁은 날씨의 조용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예.”
“혹시 찾던 녀석들이 아니셨나요?”
날씨가 물었다.
“아니요.”
수혁은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찾던 녀석들이었어요.”
그리고 메시지를 보았다.
.
.
.
.
[암당 1조 조장을 처치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 [어둠의 카리느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습격!’의 보상이 강화됩니다.]“중요한 녀석을 놓쳐서요.”
메시지를 보며 답을 끝낸 수혁은 생각했다.
‘……망할.’
너무나도 아쉬웠다.
날씨의 연락을 받고 바로 출발했다.
도착과 동시에 워프하려는 녀석이 보였다.
그래서 바로 섬광을 시전했다.
하지만 광선이 도착하기 전 녀석이 사라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도망을 간 녀석이 후계자라는 것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의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것이 싫어 묻어가려 했던 수혁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후계자였다.
그런데 그 후계자가 도망을 갔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봤으니.’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크라스의 후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했다.
다음에 마주치면 단숨에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근데…….’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왜 메시지가 안 뜬 거지?’
바로 메시지.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메시지 창을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나타난 메시지는 흑월대 ‘어둠의 카리느’의 경고 메시지뿐이었다.
크라스의 후계자라면 차기 흑월을 이끌 존재다.
보통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