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63
63
제63화
앞에 있던 악마 길드원이 길을 가던 유저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했다.
“죄송합니다. 실수로…….”
실수가 아니었다. 분명 몸통 박치기였다. 어떻게 실수라고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악마 길드원은 실수라고 말하고 있었다.
“…….”
수혁은 그 장면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미친놈들 저렇게 찾아?’
방금 전 악마 길드원의 몸통 박치기는 공격으로 인식이 되었을 테고 적대 상태 메시지가 나타났을 것이다.
즉, 캐릭터명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수상한 사람을 보면 저렇게 부딪혀 캐릭터명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돼.’
오늘 하루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대로 가다간 악마 길드원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혼자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정체를 들킨다면 여행이 망하는 건 물론이고 부모님이 위험하다.
‘시선을 끌어야겠어.’
생각을 마친 수혁이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응?”
“……?”
지성과 지수는 수혁의 부름에 답했다.
“먼저 가 있으세요.”
그리고 수혁이 이어 말했다.
“왜?”
“무슨 일 있니?”
수혁의 말에 지성과 지수가 물었다.
“맛있는 거 사 가지고 갈게요.”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다. 물론 거짓을 말하지도 않았다. 수혁은 일을 끝내고 맛있는 걸 사갈 생각이었다.
“응? 맛있는 거?”
“같이 가자!”
“아니에요. 이게 조금 멀리 가야 되는 거라. 금방 다녀올게요!”
같이 갈 수는 없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어디에 있을 줄 알고?”
“여보! 귓속말이 있잖아!”
“아, 그러네.”
“이따 귓속말 드릴게요.”
“알았다! 먼저 가 있을게.”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지성과 지수가 해변으로 향했다. 수혁은 해변으로 향하는 지성과 지수를 바라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가면을 좀 사야겠어.’
뒤로 돌아선 수혁은 의상점을 찾기 시작했다. 가면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있었지만 더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띠링
얼마 뒤 의상점을 발견한 수혁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상점 주인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주인에게 인사하고 상점 내부를 둘러보았다. 각 벽에는 옷들이, 그리고 가운데에는 가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걸 찾으십니까?”
주인이 다가와 물었다. 내부를 둘러본 수혁은 주인에게 말했다.
“요즘 잘 나가는 가면을 보고 싶은데요.”
수혁은 유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수혁이 할 일은 유행하는 것들을 착용하는 것이 좋았다. 많은 이들이 입기에 쉽게 추적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 요즘 유행하는 가면을 찾으시는군요!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수혁의 말에 주인은 가면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가면 하나를 들며 말했다.
“요즘 잘나가고 있는 붉은 여우 가면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재고가 3개밖에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지요.”
“얼마죠?”
주인의 말에 수혁이 물었다.
“5골드입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죠.”
“그거 주세요.”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5골드를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그리고 골드를 확인한 주인은 수혁에게 여우 가면을 건넸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가면을 구입한 수혁은 의상점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또 다른 의상점을 찾기 시작했다.
‘몇 개 더 사야지.’
또 다른 의상점을 찾는 이유는 가면을 더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가면을 번갈아 착용하며 악마 길드원들에게 혼란을 줄 생각이었다.
한 곳에서 사지 않는 이유는 혹시 모를 추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가능성은 0에 가까웠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가?
그렇게 여러 의상점을 돌아다니며 제각기 다른 종류의 가면을 구매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줄을 섰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리며 붉은 여우 가면을 착용했다. 곧 수혁의 차례가 되었고 수혁은 여러 번의 워프를 통해 하드락으로 이동했다.
웅성웅성
“야, 이번에 그거 들었냐? 라인드 왕국이랑 케수드 왕국 전쟁?”
“어, 들었지. 용병 엄청 구한다던데?”
“길장이 공지 올린 건 봤어?”
“길마가 공지 올렸어?”
“어, 라인드 왕국에서 의뢰가 들어왔대. 참전할 길드원들 신청받고 있더라.”
하드락에는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수많은 유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심치 않게 악마 길드원들도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죽이긴 조금 그렇지.’
이곳에서 악마 길드원을 죽인다면 시선이야 확실히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붐볐다. 예상치 않게 다른 이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수혁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였다. 이미 위치는 연중에게 들었고 인터넷으로 재차 확인을 해 확실히 알고 있었다.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곧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엄청 크네? 1, 2위를 다툰다더니.’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하드락에 자리 잡은 수많은 길드 중 1, 2위를 다툰다더니 헛말은 아닌 것 같았다. 수혁은 길드 하우스를 오가는 악마 길드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포이즌 포그.”
64.
악마 길드의 길드 하우스 입구에 독 안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유저 ‘라콜’을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라콜’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유저 ‘화이트’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화이트’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유저 ‘화이트’의 파티원들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
.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이내 독 안개 안에 있는 악마 길드원들을 보았다. 몇몇은 다급하게 독 안개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몇몇은 독 안개 안에 가만히 있었다.
‘마비인 건가?’
독 안개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악마 길드원들은 아무래도 마비 상태에 걸린 것 같았다.
“수혁? 이 새끼 그 새끼 아냐? 척살령 내려진?”
“이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여기를 왔단 말이야?”
“미친 새끼네.”
“저 새끼 아냐?”
“맞는 것 같은데? 그 새끼 길드 없다며? 저 새끼도 없잖아.”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악마 길드원들이었다.
몇몇은 독 안개에서 뛰쳐나온 이들이었고 몇몇은 독 안개가 나타나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었다.
“불놀이.”
수혁은 자신을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는 악마 길드원들 중 하나에게 불놀이를 시전했다.
스악!
이내 작은 불덩이가 날아갔다. 수혁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악마 길드원들을 보며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볼, 독의 사슬, 파이어 스톰.”
[유저 ‘레이든’을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레이든’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유저 ‘캬캬’를 공격하셨습니다.] [유저 ‘캬캬’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범죄자 수치가 높은 유저입니다.] [범죄자 수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
.
마법을 시전할 때마다 추가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범죄자 새끼들인 게 다행이야.’
악마 길드원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범죄자 수치가 높았다. 그래서 죽여도 범죄자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만에 하나 악마 길드원들의 범죄자 수치가 낮았다면? 지금처럼 마음 편히 학살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수혁은 편안한 표정으로 마법을 날리며 악마 길드원들을 죽여 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야! 저 새낀가 봐!”
“이런 미친 새끼!”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혁은 뒤를 보았다. 연락을 받고 온 악마 길드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매직 미사일, 플레임.”
물론 뒤쪽에서 달려오는 악마 길드원들도 메시지와 함께 그대로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쉴 새 없이 길드원들을 학살하던 수혁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시선은 끈 것 같은데.’
거점 지역, 그것도 본진이라 할 수 있는 길드 하우스 앞에서 난동을 부려 수많은 길드원들을 죽였다. 시선은 충분히 끌었고 이 정도면 헤르딘에서 수혁을 찾는 악마 길드원들도 복귀를 할 것이다.
‘여행 끝나고 보자.’
수혁은 근처 모퉁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감춘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헤르딘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많이 약하네.’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첫날 잡았던 세 사내. 로켄, 만다라, 헤이든이 악마 길드에서 강한 편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어렵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너무나 쉬웠다.
‘아예 확 쓸어버리고 올 걸 그랬나?’
악마 길드에 대해 생각하며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헤르딘으로 워프했다.
“잠시만요!”
“먼저 이용 좀 하겠습니다!”
헤르딘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오며 악마 길드원들을 볼 수 있었다. 악마 길드원들은 새치기를 하면서까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아마도 거점인 하드락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분명했다.
‘다행이네.’
수혁은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난동을 부렸는데도 안 돌아가면 어쩌나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편안히 여행을 보낼 수 있겠어.’
시선을 제대로 끌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악마 길드원들을 지켜보던 수혁은 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는 빵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약속했던 맛있는 것들을 사 갈 차례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빵집 주인의 인사를 받으며 수혁은 내부를 둘러보았다. 가장 싼 딱딱한 빵부터 시작해 하나에 30골드가 넘어가는 비싼 빵까지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종류별로 다 사 갈까?’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30골드가 넘어가는 빵들도 무리 없이 구매가 가능한 수혁이었다. 수혁은 딱딱한 빵을 제외한 모든 빵들을 3개씩 구매했다. 그리고 빵집에서 나온 수혁은 해변으로 걸음을 옮기며 지성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아빠, 어디예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성에게 답이 왔다.
-지성 : 이렇게 보내는 거 맞나?
-지성 : 오, 맞구나.
-지성 : 3번 입구로 오렴! 내가 데리러 가마!
-수혁 : 네, 지금 갈게요.
수혁은 귓속말을 보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여행을 즐길 시간이었다.
* * *
“뭐?”
바알이 말했다.
“라이노가 모른다고 했단 말이야?”
의외였다. 라이노라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른다니? 바알의 말에 하기스가 답했다.
“어, 모른대. 그런 마법사가 없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