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93
93
제93화
라이노가 가고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겨 지하 수로의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수혁은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을 볼 수 있었다.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은 라이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라이노가 수혁에게 보인 반응에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오래 기다리셨죠?”
수혁은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대표로 카미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수혁의 말에 답했다.
“저희도 방금 왔습니다. 그리고 수혁 님도 일찍 오셨는걸요!”
방금 오지는 않았다. 30분이나 일찍 와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다 약속 시간인 9시까지 10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수혁도 늦은 게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뒤에 서 있던 로아가 앞으로 나오며 수혁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로아를 시작으로 뒤에서 대기하던 코마 길드원들이 나와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케토토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가란이라고 합니다. 힐러입니다.”
“케이크로스입니다. 케이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케이크로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수혁이 입을 열었다.
“수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혁의 인사를 끝으로 첫인사가 끝났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받은 퀘스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카미안이 말했다. 그리고 얼마 뒤 허공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지하 수로에 키메라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를 확인하라!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 : 0 / 6] [남은 시간 : 46일]퀘스트 보상 : ???
바로 코마 길드가 받은 길드 퀘스트였다. 길드 퀘스트의 완료 조건은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 6가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법진을 확인해야 되는 거겠지.’
수혁은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를 알고 있다.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에 나와 있었다.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는 소환 마법진 때문이었다. 소환 마법진의 수는 A부터 F까지 6개였다. 마법진을 전부 확인하면 길드 퀘스트는 완료될 것이다.
‘내 퀘스트도 완료되겠고.’
물론 코마 길드의 퀘스트가 완료된 순간 퀘스트 ‘문제가 생긴 지하 수로’도 완료가 될 것이다.
“잘 봤습니다. 이제 출발할까요?”
퀘스트를 본 수혁은 카미안에게 말했다.
“예!”
카미안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허공에 띄워 놓았던 퀘스트를 닫았다. 그리고 수혁과 카미안, 코마 길드원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NPC들에게 다가갔다.
“용병패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지하 수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병패가 필요했다. 물론 용병패가 있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A등급 이상의 용병패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다. 지하 수로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물론 S등급 용병패가 있는 수혁의 경우 당연히 입장이 가능했다.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수혁이 용병패를 꺼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미안 때문이었다. 카미안은 용병패가 아닌 길드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S등급 길드인 코마 길드의 길드패는 S등급 용병패와 마찬가지로 황금색이었다.
“코마 길드의 마스터셨군요. 조심하시길.”
길드패를 확인한 NPC의 걱정을 들으며 수혁과 카미안, 코마 길드원들은 지하 수로로 들어갔다.
지하 수로에 들어오자마자 분위기와 공기가 달라졌다. 분위기는 으스스해졌고 공기는 탁해졌다.
“수혁 님, 지도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아, 네.”
카미안의 말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하드락 지하 비밀 지도’를 꺼내 펼쳤다.
“저희가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이미 한 번 와 보았던 카미안은 현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이곳인데…….”
카미안은 말끝을 흐리며 손가락을 옮겨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빨간 점을 가리켰다. 지도에 나와 있는 빨간 점의 수는 6개. 마법진이 있는 곳이 분명했다.
“이 구간에는 오크와 늑대를 합성한 키메라들이 돌아다닙니다.”
“오크와 늑대요?”
“예, 독도 강력한데 생명력이나 공격력도 상당히 높습니다.”
수혁과 카미안이 지도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때 케이크로스가 대화에 참여했다.
“제가 간파의 눈으로 확인해 봤는데.”
케이크로스의 직업은 사냥꾼이었다. 그리고 케이크로스는 사냥꾼 전용 스킬인 간파의 눈으로 키메라들의 생명력을 확인했었다.
“초입 부분에 있는 키메라들의 생명력이 100만에서 120만 정도였습니다.”
키메라들의 생명력은 120만, 200레벨 트롤의 생명력이 30만에서 50만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키메라들의 생명력은 말도 안 되는 수치라 할 수 있었다.
“100만에서 120만이요?”
간파의 눈은 없지만 홈페이지에서 보아 몬스터들의 생명력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수혁 역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예, 빨간 점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졌습니다. 아마도 중반부터는 120만 이상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입 부분에 있는 키메라들의 생명력이 100만에서 120만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키메라들의 생명력은 높아졌다. 중반부터 만나게 될 키메라들의 생명력은 120만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엄청나네요.”
수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감탄을 한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레벨이 몇이길래.’
레벨이 몇이나 되기에 생명력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그렇게 수혁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케토토가 입을 열었다.
“근데 생명력에 비해 공격력은 강하지 않습니다. 제가 맞아봤는데 250레벨 일반 오우거 수준이더라구요.”
케토토는 공격보다 방어에 집중 투자한 탱커형 전사였다. 당연히 키메라들과 전투를 할 때 앞장 서 공격을 맞았다.
처음에는 높은 생명력을 듣고 걱정했는데 막상 맞아보니 그리 데미지가 높지 않았다.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근데 독 공격이 말도 안 되게 높아서.”
물론 버틸 수 있는 건 물리 공격뿐이었다. 키메라들은 물리 공격 말고도 독을 뿜어내는데 독에 중독되어 받게 되는 데미지는 물리 공격과 비교할 수 없었다.
“제가 마방도 많이 투자했는데 너무 아프더라구요.”
문제는 케토토가 마법 방어력도 높다는 점이었다. 공격 위주로 투자하는 전사라면 마법 방어력을 챙기지 않는다. 물리 방어력만 챙긴다.
하지만 케토토는 공격을 포기한 탱커형 전사. 공격을 포기한 대신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을 전부 챙겼다. 그런데도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왔다.
“독 공격만큼은 300레벨 이상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아, 그렇군요.”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다녀왔습니다.”
지도를 펼친 채 대화를 나누는 사이 홀로 정찰을 나갔던 로아가 돌아왔다.
“앞쪽에 키메라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늑대오크구요.”
“한 마리요?”
“예. 저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보일 겁니다.”
수혁이 물었고 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한 마리라.’
로아의 끄덕임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한 마리라면.’
생각을 마친 수혁은 지도를 카미안에게 내밀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키메라가 얼마나 강한지, 잡을 수 있는지. 만약 잡을 수 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수혁은 확인을 해 볼 생각이었다.
“제가 탱킹 해드리겠습니다.”
수혁의 말에 케토토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공격 범위가 넓어서…….”
케토토의 말에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악마 길드원들도 픽픽 죽인 수혁의 마법이다. 오히려 탱킹을 하다가 수혁의 마법에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혹시 일이 생기면 말해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말뜻을 이해한 케토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옙, 일 생기면 외치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수혁은 대화를 끝내고 로아가 말해 준 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꺾은 순간 수혁은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이 말한 늑대와 오크로 만들어진 키메라를 볼 수 있었다.
‘늑대 위에 그냥 오크 상체가 있는 거네.’
생각했던 것만큼 기괴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그저 늑대 위에 오크 상체가 자리 잡은 것뿐이었다.
-취익?
-아우우!
수혁을 발견한 늑대오크 키메라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플레임.”
다가오는 늑대오크 키메라를 향해 수혁은 플레임을 시전했다.
스아악
-취익!
-크허허허헝!
머리가 두 개라 그런 것일까? 오크와 늑대의 입에서 고통스런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늑대의 입에서 초록색 덩어리가 날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늑대오크 키메라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던 수혁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초록색 덩어리를 보고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펑!
수혁이 있던 자리에 초록색 덩어리가 작렬했다. 그리고 덩어리는 작렬과 동시에 터지며 주변으로 퍼졌다. 수혁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덩어리의 파편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망할.’
덩어리 자체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편의 경우 피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내 파편이 허벅지에 닿았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독되지 않습니다.]93.
“……?”
메시지를 본 순간 수혁은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의아함을 나타냈다. 중독되지 않았다니?
‘아.’
하지만 이어서 든 생각에 수혁은 의아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칭호. 칭호 때문이구나.’
30일 동안 독을 먹어 획득했던 칭호 ‘독의 대가’. 중독이 되지 않은 것은 ‘독의 대가’의 효과 때문이 분명했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늑대오크 키메라에게 파이어 스피어를 날리며 생명력을 확인했다.
‘파편 자체에 데미지가 있던 건가.’
중독되지 않았는데 생명력이 깎여 있었다. 아무래도 생명력이 깎인 걸 보니 파편에도 데미지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깎인 생명력은 고작 2천, 수혁의 생명력은 11만이 넘었다. 파편이라면 언제든지 맞아 줄 수 있었다.
쾅!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오크와 늑대가 다시 한 번 비명을 내뱉었다.
“독의 사슬.”
수혁은 한 몸에서 나오는 두 개의 비명을 들으며 독의 사슬을 시전했다. 키메라의 이동속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였다. 전사도 아닌데 거리를 내줄 필요가 없었다.
독의 사슬에 의해 이동속도가 느려진 키메라는 고통스런 비명을 내뱉으며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다가오는 키메라에게 포이즌 스피어를 시전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포이……?”
하지만 수혁은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았어?’
오크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늑대뿐이었다.
‘죽은 건가?’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죽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