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94
94
제94화
털썩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린 속도로 다가오던 늑대가 그대로 엎어졌다. 엎어진 늑대의 눈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파르르 눈을 떨던 늑대는 이내 완전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두 머리가 눈을 감은 순간 드랍 창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변형된 오크의 피부
-변형된 늑대의 피부
드랍 된 아이템은 오크와 늑대의 피부였다. 그것도 그냥 피부가 아닌 ‘변형된’이라는 단어가 붙은 특수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드랍 창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레벨 업!]바로 메시지 때문이었다.
‘레벨 업?’
레벨 업 메시지가 왜 나타난 것일까?
‘85%였는데?’
분명 이곳에 오기 전 수혁의 경험치는 85%였다.
‘한 마리 잡아서 15%가 올랐다고?’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경험치가 15%나 올랐다.
‘그 정도 생명력이면 당연한 건가.’
키메라의 생명력은 100만이 넘는다. 생명력을 보면 지금의 경험치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하고 이어 캐릭터 창을 열었다.
직업 : 대마도사의 후예
레벨 : 185
경험치 : 1%
생명력 : 111600
마나 : 73420
포만감 : 50%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3671 (+10)
보너스 스텟 : 5
‘16%였구나.’
15%가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16%였다. 물론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투자하며 생각했다.
‘오늘 200찍겠는데?’
200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며칠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키메라의 경험치를 보니 오늘 내내 사냥을 한다는 가정 하에 200레벨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입구로 돌아갔다.
다다닥!
코너를 돌자마자 케토토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혁은 갑작스레 달려오는 케토토를 보며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뒤로 오세요! 제가 탱킹 하겠습니다!”
케토토가 외쳤다.
‘……아.’
수혁은 케토토의 외침을 듣고 어째서 케토토가 달려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오해를 한 게 분명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케토토에게 말했다.
“잡았습니다.”
멈칫!
그대로 수혁을 지나쳐 코너를 돌려 했던 케토토는 수혁의 말에 멈칫했다.
“……?”
그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수혁을 바라보았다.
“잡았습니다.”
수혁은 케토토의 의아한 눈빛에 재차 답을 해 주었다.
“자, 잡으셨다구요?”
케토토는 수혁의 답을 듣고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반문했다.
“예,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확실히 생명력이 많아 일반 몬스터들을 잡을 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수혁의 말에 케토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수혁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오른쪽 통로를 확인했다.
“……!”
오른쪽 통로를 확인한 케토토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 아니었어?’
농담을 할 상황이 아니지만 수혁이 농담을 한 게 아닌가 생각했던 케토토였다. 그런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키메라의 시체가 있었다. 시체를 보던 케토토는 다시 뒤로 돌아 수혁을 보며 생각했다.
‘미친, 공격력이 얼마나 센 거야?’
키메라의 생명력은 100만이 넘는다. 생명력 100만은 장난이 아니다. 0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번의 사냥으로 케토토는 키메라를 잡는 것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혁이 키메라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시죠.”
수혁이 말했다.
“……넵.”
케토토는 수혁의 말에 답하고 수혁의 뒤를 따라 카미안과 나머지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초입 부분 키메라는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수혁은 도착과 동시에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
“……?”
그리고 케토토와 마찬가지로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의 표정에 물음표가 등장했다.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의 물음표를 없앤 것은 케토토였다.
“잡으셨어요.”
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짤막한 말이었다. 하지만 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 * *
-로아 : 그때 죽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진짜 세네요.
-카미안 : 와, 진짜 장난 아니다. 독 마법이 원래 저렇게 센가?
-케이크로스 : 생명력 닳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요?
-케토토 : 수혁 님 마법 버틸 만한 탱커는 없을 것 같은데. 파티 사냥은 불가능하시겠어요.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은 수혁의 뒤를 따라 다니며 파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대화의 주된 내용은 수혁이었다.
-로아 : 저희 그때 여기서 전멸했었죠?
주변을 둘러본 로아가 말했다.
-카미안 : 응, 최고로 깊숙이 와 봤던 게 여기였지.
카미안은 로아의 말에 답하며 주변을 보았다. 수많은 도전을 했었고 가장 깊숙이 들어왔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쾅!
주변을 둘러보며 회상에 잠겨 있던 카미안은 귓가에 들려오는 폭음에 전방을 보았다.
-취이익!
-아우우우!
전방에는 늑대오크 키메라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수혁의 공격 때문이었다.
카미안은 수혁의 공격에 쓰러지는 키메라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길드원들이 힘을 합쳤음에도 불가능했던 일을 수혁은 혼자서 가볍게 진행하고 있었다.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미안 : 케이크로스 님, 방금 잡힌 키메라 생명력이 몇이죠?
씁쓸함을 추스른 카미안은 케이크로스에게 물었다. 방금 전 수혁이 잡은 키메라의 생명력이 궁금해졌다.
-케이크로스 : 총 생명력이요?
-카미안 : 예.
-케이크로스 : 180만이었습니다.
-로아 : 헐, 180만이요?
-케토토 : 180만 깎는데 30초가 안 걸린다니……
-로아 : 20초도 안 걸린 것 같은데요?
-케토토 : 도대체 어떻게 키우신 거지? 진짜 궁금하네요. 물어 볼 수도 없고.
바로 그때였다.
-가란 : 저 근데 길마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화도 하지 않고 수혁에게 힐을 줄 준비를 하고 있던 가란이 대화에 참여했다.
-카미안 : 예.
-가란 :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그런데…….
가란이 대화에 참여한 이유, 그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카미안 : 말씀하세요.
-가란 : 수혁 님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랭킹에 없는 걸 봐서 등록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
-카미안 : 아, 수혁 님 레벨이요? 그게…….
카미안은 가란의 말에 바로 답해 줄 수 없었다. 카미안은 친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수혁의 레벨을 확인했다.
‘……많이 오르긴 하셨지만.’
처음에 비해 많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처음과 비교했을 때 많이 오른 것이지 결코 높은 레벨은 아니었다. 지금 수혁의 레벨을 사실대로 말을 해준다고 해도 믿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 정도로 수혁의 강함과 레벨에는 차이가 있었다.
-카미안 : 190요.
-가란 : 예? 190요?
-케토토 : 에이, 길마님. 농담도!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카미안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어 말했다. 아니, 이어 말하려 했다.
“카미안 님.”
수혁의 부름에 카미안은 대화를 멈추고 수혁에게 다가갔다.
* * *
늑대가 엎어졌고 눈을 감았다.
[레벨 업!]그리고 눈을 감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캐릭터 창을 열었다.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투자하고 캐릭터 창을 닫은 수혁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첫 번째 마법진인데.’
키메라가 주는 경험치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았다. 수가 적은 것도 아니었기에 수혁은 경험치를 어마어마하게 올릴 수 있었다.
‘5업을 했단 말이지.’
입구에서 한 마리 잡아 185가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190이 되었다.
‘확실히 200 찍을 수 있겠어.’
이런 속도라면 분명 200을 찍을 수 있다. 아니, 200은 당연하고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갈림길?’
전방에 갈림길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스윽
수혁은 고개를 내려 지도를 확인했다.
‘없는데?’
지도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지도에는 갈림길이 없었다.
‘설마 길을 잘못 들었나?’
혹시 길을 잃은 것일까?
‘아니지, 길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리 없다. 지하 수로의 구조가 복잡하다면 또 모를까 지극히 단순했다.
‘하필 거의 다 와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지도에 갈림길이 없지만 정확히 왔다는 전제하에 갈림길만 지나면 첫 번째 마법진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도착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니 조금 짜증이 났다.
“카미안 님.”
수혁은 카미안을 불렀다. 혹시나 카미안이 이곳에 대해 아는가 묻기 위해서였다.
“예, 부르셨어요?”
“앞에 보시면 갈림길인데 지도에는 갈림길이 없어서요. 혹시나 뭐 알고 있으신 게 있나 해서요.”
카미안이 도착했고 수혁이 말했다.
“예? 지도랑 달라요?”
수혁의 말에 카미안은 놀란 표정으로 지도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전방의 갈림길을 보았다.
“어라, 이상하다. 길을 잘못 든 것도 아니고…….”
카미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다. 즉, 지도에 없는 갈림길이 나타난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여기까지 온 적이 없어서.”
지도와 갈림길을 번갈아 쳐다보던 카미안이 이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초에 이곳까지 와본 적이 없었다. 갈림길을 마주하기 전에 전멸했었다.
“아,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수혁은 카미안의 답에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
“정찰 한번 보내 볼까요? 로아도 있으니까요.”
카미안이 물음에 답했다. 예상치 못한 갈림길이 나왔지만 정찰을 보내면 그만이었다. 거기다 은신 능력이 탁월한 로아가 있었다.
“그러면 되겠네요.”
“로아!”
카미안이 로아를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카미안과 수혁이 이동을 멈추자 거리를 좁히고 있던 로아는 부름에 더욱 빨리 다가왔다.
“정찰 좀 해줘.”
로아가 도착하자 카미안이 말했다.
“정찰이요?”
“응, 지도에 없는 갈림길이 나와서.”
“네, 그럼 다녀올게요.”
카미안의 말에 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악
그리고 로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물론 수혁의 시야에서만 사라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파티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녀와!”
카미안이 갈림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미안의 행동에 수혁은 로아가 벌써 갈림길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아가 정찰을 떠나고 얼마 뒤.
“막혀 있대요. 아무것도 없다는데요?”
카미안이 말했다.
“어디로 들어갔었죠?”
수혁은 카미안에게 물었다. 로아가 보이지 않아 왼쪽으로 갔는지 오른쪽으로 갔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왼쪽으로 들어갔…….”
카미안은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하지만 답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헐.”
말을 도중에 멈춘 카미안은 움찔했다.
“……?”
수혁은 그런 카미안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카미안의 말에 수혁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로아가 죽었습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