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96
96
제96화
이어진 카미안의 말에 수혁은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입을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던 수혁이 생각을 마치고 카미안에게 물었다.
“로아 님 생명력이 어떻게 되죠?”
“3만 조금 넘을 겁니다.”
“방어력은요?”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수혁은 카미안의 답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로아가 들어갔던 왼쪽 통로를 보며 생각했다.
‘3만이 한 방에 깎였다?’
95.
방어력이 높지 않다고 해도 3만의 생명력은 결코 낮지 않다. 도대체 왼쪽 통로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있기에 3만의 생명력이 0이 되었음에도 로아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몬스터는 아닐 테고.’
몬스터는 아닐 것이다. 몬스터였다면 로아가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다.
‘함정?’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파이어 스톰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 수혁은 생각을 잠시 멈추고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에게 말했다.
“출발하죠.”
“옙, 그런데 어느 곳으로 가실 생각이신지…….”
수혁의 말에 카미안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카미안의 물음에 수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오른쪽 통로를 보았다.
“일단 오른쪽부터 확인하죠. 오른쪽에서 키메라들이 나왔으니까요.”
왼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른쪽 통로에서 키메라들이 나온 것을 보면 소환 마법진은 오른쪽 통로 끝에 있을 것이었다.
수혁과 카미안 그리고 코마 길드원들은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성큼성큼 걸었지만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은 로아가 죽어서 그런지 전과 달리 이동에 상당히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취익
-아우우!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에서 오크의 콧소리와 늑대의 포효가 들려왔다.
‘일반.’
소리를 들어보니 보스 몬스터는 아니었고 중간 보스도 아니었다. 일반이 분명했다. 수혁은 걸음을 멈추며 손을 들어 뒤쪽에 신호를 보냈다. 수혁의 신호에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 역시 걸음을 멈췄다.
-취익!
-아우우우!
“케이 님?”
이내 키메라가 모습을 드러냈고 수혁은 키메라를 주시하며 케이크로스를 불렀다. 수혁이 부른 이유가 키메라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케이크로스는 간파의 눈을 시전했다.
“어?”
간파의 눈을 시전한 케이크로스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80만입니다.”
키메라의 생명력이 180만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180만 역시 어마어마하게 높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높아지던 키메라의 생명력을 생각하면 180만이 아닌 200만 이상의 키메라가 나와야했다.
“180만이요?”
케이크로스와 마찬가지로 생명력이 낮아졌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수혁이 반문했다.
“예.”
수혁의 반문에 케이크로스가 답했다. 수혁은 케이크로스의 답을 듣고 생각했다.
‘중독은 안 되겠고.’
앞서 생명력이 180만인 키메라를 잡았던 수혁이었다. 180만 키메라의 독에는 중독이 되지 않았다. 중독이 되지 않으니 피할 필요가 없다. 즉, 더욱 빨리 잡을 수 있다. 수혁은 중앙을 막은 채 다가오는 키메라를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변형된 오크의 피부
-변형된 늑대의 피부
얼마 뒤 키메라가 쓰러지며 드랍 창이 나타났다.
‘레벨 업 할 줄 알았는데.’
92%였던 경험치는 99%가 되어 있었다. 레벨업을 할 줄 알았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카미안과 코마 길드원들이 따랐다.
“어, 저기 반짝이는 뭔가 있는데요?”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 사냥꾼이기에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크로스가 말했다.
케이크로스의 말에 수혁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수혁의 시야에는 그저 어둠만이 가득했다.
‘마법진인가.’
하지만 케이크로스가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다. 전방에 분명 반짝이는 무언가 있을 것이고 수혁은 그것이 마법진이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고 수혁은 케이크로스가 말한 반짝임을 볼 수 있었다. 세밀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마법진이 분명했다.
‘근데 왜 키메라가 없지?’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키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마법진이 있는 곳은 통로의 끝이었고 사이에는 숨을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마다 소환되는 건가?’
어째서 키메라가 없는 것일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긴 수혁은 마법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건 충족됐습니다.”
그리고 수혁의 뒤를 따라 마법진에 도착한 카미안이 말했다.
“역시 말씀해 주신 대로 마법진을 확인하는 거였네요.”
이미 수혁에게 마법진의 존재를 들어 알고 있던 카미안이었다.
“수혁 님도 충족되셨나요?”
카미안의 물음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하드락의 지하 수로. 언제부터였을까.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안과 알렉스는 지하 수로를 청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키메라들은 강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결국 청소를 실패했고 현재는 지하 수로에서 키메라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고만 있을 뿐이다. 지하 수로의 키메라들을 청소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라!
[키메라 소환 마법진 A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B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C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D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E : 0 / 1] [키메라 소환 마법진 F : 0 / 1] [키메라 : 51 / ???]퀘스트 보상 : S등급 승급, ???
“아뇨, 그대로네요.”
하지만 조건이 충족된 코마 길드의 길드 퀘스트와 달리 수혁의 퀘스트는 변동이 없었다.
“아무래도 파괴해야 될 것 같습니다.”
확인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파괴뿐이었다.
“옙, 자자 다들 뒤쪽으로.”
수혁의 말에 카미안은 길드원들을 데리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수혁 역시 마법진에서 조금 떨어진 뒤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톰.”
스아악
파이어 스톰이 시전되었고 불의 회오리가 나타나 마법진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특수 상황 발생] [퀘스트 ‘마법진을 파괴하기 위해서’가 생성되었습니다.]메시지가 나타났다.
* * *
왼쪽 통로로 들어온 로아는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어둡다. 어두워.’
앞서 지나왔던 통로와 달리 왼쪽 통로에는 횃불이 없어 빛 한 점 없는 상황이었다.
‘밤눈을 배워두길 잘했단 말이야.’
물론 빛이 없다고 해서 시야가 어둠으로 꽉 찬 것은 아니었다. 도적인 로아는 스킬 ‘밤의 눈’을 배운 상황이었다. 밤의 눈 덕분에 대낮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막혀 있네.’
주변을 확인하며 걸음을 옮긴 로아는 통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로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래서 지도에 없던 건가?’
아무래도 지도에 갈림길이 나오지 않은 것은 막혀 있고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아 : 끝에 도착했어요.
로아는 카미안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카미안 : 어때? 뭐 있어?
-로아 : 아뇨, 아무것도 없어요. 끝에도 오는 길에도.
-카미안 : 그래? 어두워서 혹시 못 본 거 아냐?
-로아 : 저 밤의 눈 배웠잖아요. 돌아갈게요.
-카미안 : 알았다.
카미안과의 귓속말을 마친 로아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미안의 말에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싶어서였다.
‘없어.’
하지만 다시 보아도 눈에 보이는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숨겨진 게 있으려나?’
일단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이곳에 아무것도 없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숨겨진 무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아는 트레져 헌터 혹은 도둑이 아니었다. 도적 계열 직업에서도 극한의 공격을 추구하는 암살자였다. 숨겨진 무언가를 찾는 방법도 스킬도 아이템도 없었다. 즉, 찾을 수 없었다.
‘가자.’
숨겨진 게 있다고 하더라도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던 로아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입구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사망하셨습니다.]걸음을 옮긴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로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
사망이라니? 무엇에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몸의 통제권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시야가 어두워지며 로그아웃이 되었고 로아, 김영춘은 캡슐에서 나왔다.
“…….”
캡슐에서 나온 김영춘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뭐에 죽은 거지?’
입을 다문 채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도대체 왜 죽은 것일까?
띠리링! 띠리링!
생각에 잠겨 있던 김영춘은 귓가에 들려오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벨소리를 울린 이는 카미안이었다.
* * *
“저기에 있을까요?”
“글쎄요. 확인해 봐야겠죠.”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요.”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언가 있지만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우르르 몰려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혼자서 무언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나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필요하실 때 바로 귓속말 주세요!”
“예, 다녀오겠습니다.”
카미안의 말에 답하고 수혁은 왼쪽 통로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를 보았다.
키메라 소환 마법진을 찾은 당신. 하지만 소환 마법진을 파괴한다고 해도 복구 마법진 때문에 소용이 없다. 소환 마법진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구 마법진을 파괴해야 한다. 소환 마법진 근처 어딘가에 있을 복구 마법진을 파괴하라!
[복구 마법진 : 0 / 1]퀘스트 보상 : 키메라 소환 마법진 파괴 가능
‘복구 마법진이 있을 줄이야.’
소환 마법진을 파괴하면 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복구 마법진이 있었다. 소환 마법진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복구 마법진을 먼저 파괴해야 했다.
문제는 복구 마법진의 위치가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퀘스트에는 그저 근처 어딘가에 있다고 쓰여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근처에서 확인하지 못한 지역은 왼쪽 통로뿐이었다. 로아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을 한 로아가 죽었다. 무언가 있는 게 분명했다.
왼쪽 통로에 도착한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수정구를 꺼냈다. 일반 수정구는 아니었다. 라이트 마법이 각인되어 있는 수정구였다.
[10초마다 마나 100이 소모됩니다.]스아악
수정구를 작동시키자 메시지와 함께 수정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통로에 빛이 퍼져나갔고 시야가 확보됐다.
수혁은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마법진도 마법진이지만 로아를 죽인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저벅!
그렇게 주변을 꼼꼼히 확인하며 전진하던 수혁은 곧 통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통로의 끝에 도착한 수혁은 말없이 바닥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는데?’
로아는 통로의 끝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스아악
그런데 바닥에는 환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는 마법진이 있었다. 복구 마법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