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1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12화
68.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
전장에서 지내던 전생에선 종종 ‘복수’라는 걸 해 온 적이 있었다.
다른 부대에 부하가 깨지고 돌아오면 가서 되갚아 준다거나, 혹은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 적군을 상대할 때 더 미쳐 날뛴다거나.
그렇다고 복수가 삶의 원동력이었던 건 아니다. 복수는 어디까지나 복수에서 마쳐야지, 그게 삶이 잠식당하면 안 되는 거니까.
다만.
할 때는 제대로 했다.
내 부하를 건드린 놈들은 철저히 박살을 내줬고, 아군을 죽인 적군에게는 몇 배의 피해로 되돌려 주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게 왜 건드리냐.”
나는 회장이란 녀석을 보며 히죽거렸다.
“이렇게 당할 거.”
내 말에 회장이란 놈의 이마에서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저 건방진…….”
“아카데미에서 방귀 좀 뀐다는 학부면 좀 정정당당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군.”
아마 미치겠지.
자기들은 그런 수작이나 부려 가며 방해했는데, 도리어 당할 때는 어떻게 꼬투리 잡을 것도 없이 ‘정정당당하게’ 당하고 있으니.
이제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기분이 어때?”
나는 내친김에 말했다.
“우리 동아리 행사 망치려 들고도 무사할 것 같았나?”
나는 일부러 목소리에 마력을 실었고, 덕분에 내 말은 대련장에 있던 모두의 귀에 들어갔다.
“방금 데인 소그레스가 뭐라고 한 거야?”
“쟤네 동아리 행사를 망치려 들었다고? 누가? 아카데미 검술회가?”
“설마, 그 이름 이상한 동아리 넷밖에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이름이 이상하다니.
누가 봐도 완벽한 이름이구만.
나는 반박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말을 이었다.
“공포의 집엔 마법을 해제시키는 스크롤을 든 놈들을 보내고, 점성술 부스 쪽엔 웬 말 같잖은 시비나 거는 놈들을 보내질 않나…… 보물찾기 부스 쪽에는 보물 위치를 미리 다 알아내서 퍼뜨리려고 했지?”
회장이란 놈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리고 주변의 수군거림은 더 증폭되었다.
“진짜? 말이 돼?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럼 공포의 집 잠시 운영 중단하던데 그게 그거 때문이었어?”
“진짜라면 너무 치졸한 거 아니야? 아카데미 검술회가 뭐가 아쉬워서…….”
콘레드가 다급히 항변했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아, 유언비어?”
나는 피식거렸다.
“증거가 그렇게나 많은데?”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동아리가 뭐가 아쉬워서!”
“그래, 뭐가 아쉬워서 그랬는지 나도 궁금해. 그래서 내가 알아봤는데, 우리 동아리 행사장에 온 여섯 명 전원이 아카데미 검술회 소속이더라고.”
“…….”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
나는 그 말과 함께 다른 학생들을 슬쩍 돌아보았고, 내 말에 의혹은 이제 확신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아닌 척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주도권을 쥔 건 나다.
내가 만약 패배자의 입장이었다면, 내 말을 들어 주기라도 했을까?
아니다.
30연승을 하고 부회장마저 박살을 냈기 때문에 내 말에 신빙성이 부여될 수 있었던 거다.
세상이 원래 그렇거든.
“닥쳐! 증거도 없이 어디…….”
이 말을 기다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이건 허세가 아니다.
증거는 차고넘친다.
동아리 행사를 방해하러 온 놈들이 여섯 명 전원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소속이라는 점.
공교롭게도 여섯 모두 현행범이라는 점.
무엇보다…….
여섯 명 모두 사실을 실토했다는 점.
“진짜인가 보다.”
“와, 아카데미 검술회 진짜 너무하네.”
“너무한 거 아니야?”
이제 사람들은 내 말을 완전히 믿는 것 같았다.
반면, 아카데미 검술회 녀석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나는 내친김에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더 도전할 사람 있나?”
있을 턱이 없었다.
30연승이나 한 마당에 누가 덤벼들겠어.
아카데미 검술회라면 몰라도.
만약 이후 도전자가 없다면-
“상금이 꽤 쌓였는데.”
저 상금은 모두 내 차지가 된다.
승리 수당과 최후의 1인으로 받는 상금.
그리고 승리 순위에 따라 받는 상품까지.
놈들의 이번 행사를 죄다 거덜내는 것이다.
아. 그리고 이미 거덜내고 온 ‘눈 감고 허수아비 맞추기’ 행사도 마찬가지.
난 거기서도 비전공자 자격으로 눈을 가린 채 허수아비 50개를 연속으로 맞추고 상품을 싹 털어 왔다.
너희들, 잘못 건드린 거야.
“회, 회장님. 어쩌죠?”
“저대로 두면 저희 행사가…….”
“이대로 지켜보면 안 됩니다!”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나는 회장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 있다.
어떻게 나오든.
“……내가 나서겠다.”
당연하게도 회장 녀석이 나섰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검술회 회장이라니 칼깨나 쓰는 녀석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규칙상 그게 맞나?”
나는 지금 싸울 수 없다.
“뭐라고?”
“지금은 비전공자 도전자가 나서야 할 순서인데.”
내 말에 놈은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규칙상, 비전공자 다섯이 패배해야만 비로소 검술회 동아리 회원이 나설 수 있으니까.
그런고로 부회장을 방금 막 쓰러뜨렸으니, 놈은 나를 상대하려면 다섯 명의 비전공자가 도전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도전자가 있을 턱이 있나.
보인다.
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그래서 나는 슬쩍 제안했다.
“뭐, 정 대련 도전하고 싶으면 조건 걸고 해줄 수 있지.”
“조건?”
걸려들었다.
“그래. 조건.”
“말해라.”
놈은 지금 날 갈가리 찢은 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거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 행사로 나온 매출 전액 걸고, 번외로 대련 한번 해보는 건 어때?”
“……!”
“물론 내가 지면 이 행사 매출만큼 주지.”
확신한다.
녀석은 받아들일 것이다.
그나저나-
어니스트 쪽은 어떻게 됐으려나?
* * *
마법소환탐사창검술(낭만) 동아리.
줄여서 낭만 동아리가 운영하는 행사장은 총 세 곳.
육체미 동아리(현재 해체)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총원 넷밖에 되지 않는 동아리가 행사장 세 곳을 운영한다.
그렇다는 건, 아카데미 검술회 규모쯤 되는 동아리는 더 많은 행사장을 운영한다는 뜻.
실제로 매번 손님, 수익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비결은 행사의 규모도 규모지만 운영하는 행사장의 자체적인 숫자 덕도 있다.
그런고로 레일라와 어니스트는 지금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데인이 시간을 끄는 사이, 아카데미 검술회의 다른 행사를 거덜내기 위해서.
이건 레일라의 제안이었다.
아무리 같은 검술학부라지만, 이런 치사한 짓을 참을 수 없었던 것.
어니스트도 여기에 동의했고, 적당히 털 만한 행사장 하나를 골라냈다.
“방탈출?”
“딱 눈에 들어오더라구. 이거다 싶었지.”
어니스트는 레일라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방탈출.
제한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탈출해야 하는 행사.
어니스트는 거기 참가하려 하는 것이다.
“제일 어려운 난이도로 참가하겠습니다.”
“제, 제일 어려운 난이도요?”
어니스트는 행사장 출입구로 다가가더니 무려 제일 높은 난이도를 골랐다.
‘무조건 첫 단계에서 탈락할 텐데.’
방탈출은 해마다 방식과 콘셉트가 바뀐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최고 단계의 방탈출이 뚫린 적은 없다.
클리어는 고사하고 첫 단계에서 떨어져 나가기 부기지수.
‘뭐, 우리야 좋지.’
물론 덕분에 참가비는 두둑하게 들어온다.
“좋습니다. 두 분이 함께 참가하십니까?”
“네.”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1시간 안에 탈출할 것. 그 외 금지된 항목들은 이곳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아울러, 최고 난이도로 탈출하실 경우…… 지금까지 쌓인 참가비의 절반을 가져가시게 됩니다.”
참가비의 절반.
어니스트가 최고 난이도를 택한 이유.
물론 검술회 동아리는 당연히 클리어를 못 할 거라 생각하고 이런 혜택을 넣어 놓았다.
쉽게 말해 바보들을 현혹하는 일종의 상술.
“괜찮겠어? 엄청 어려운 것 같은데.”
“밑져야 본전이지.”
어니스트는 걱정 말라며, 검술회 동아리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놈들이 우리 행사 망치려 한 것만 생각하면, 무조건 클리어해야지.”
“그건 그렇지.”
레일라도 동의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의 행사를 망치기 위해서.
물론 이놈들하고 다르게, 무척이나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쉽게 말해 꼬투리 잡을 건덕지 자체를 안 주려는 것이다.
“그럼 가볼까.”
어니스트는 지금까지 레일라가 봤던 것중 가장 당당한 걸음으로 최고 난이도의 방으로 향했다.
‘엄청 신나 보이네.’
분노와 별개로 신나 보이는 어니스트의 뒷모습.
탐험, 탐사 쪽에서는 빠삭해서일까.
단서를 추리하고 비밀을 찾아낸다는 점이 어니스트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마, 말도 안 돼.”
탈출에는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어, 어떻게……?”
혹시나 해서 바깥에서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던 검술회 동아리 회원의 심장은 벌렁거리고 있었다.
속전속결.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될 만큼 어마어마한 돌파 속도다.
아니, 미리 알고 있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마법의 힘으로 랜덤하게 배치되는 단서와 문제, 추리 요소들은 미리 안다고 빠르게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니스트는…….
“28분 30초.”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워 버렸다.
덕분에 어니스트는 당당하게 손을 내밀 수 있었다.
“상금 주세요. 절반.”
“…….”
규칙은 규칙.
“대박. 최고 난이도를 돌파했다고?”
“저거 아무도 달성한 사람 없지 않았어?”
“미쳤다. 쟤 누구야? 어느 학부야?”
보는 눈도 많고, 우기기엔 너무도 명확한 결과.
“여, 여기 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상금의 절반은 어니스트의 손에 돌아갔고, 어니스트는 뛸 듯이 기뻐했다.
“최고 난이도는 못하겠다.”
“나도 한번 해볼까? 나중에 상금 쌓이면 해보자. 지금 리셋됐잖아.”
참가를 고민하던 다른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진 건 덤.
검술회 동아리 관계자들은 울상을, 어니스트는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어떻게 한 거야?”
“그냥 간단하던데? 너무 어설프게들 숨겨 놨어. 연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너도 천재였었지?”
“에이, 천재는 무슨. 데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레일라는 데인이란 말에 문득 물었다.
“시간 잘 끌고 있으려나?”
“우리가 가는 곳에 검술회 동아리 녀석들이 못 오는 걸 보면, 분명히 그런 것 같은데?”
레일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내 차례야.”
어니스트가 물었다.
“생각해 둔 거 있어?”
“응. 있지.”
레일라는 멀지 않은 곳의 행사장을 가리켰다.
“저기.”
레일라가 가리킨 곳에선 장애물 달리기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저, 저건 뭐야?”
어니스트는 할 말을 잃었다.
“떨어진다! 으아악!”
“아깝다!”
아래에는 거대한 수조 위에 설치된 장애물들을 통과해 도착점까지 달리는 행사.
장애물의 종류도 각양각색.
무척 좁은 발판.
시간 차를 두고 날아드는 솜이 든 글러브.
쏟아지는 물벼락.
갑자기 푹 꺼지는 바닥.
그리고 양옆에서 미친 듯이 날아드는 공도 있다.
“저걸…… 한다고?”
“응.”
레일라는 멍한 표정의 어니스트를 보며 자신감 넘치게 웃어 보였다.
“우리 가문 검술을 배웠다면 가능해.”
가문의 검술?
어니스트는 레일라의 가문이 테르미온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응? 너희 가문? 검술이랑 무슨 관계야?”
“그야 우리 가문에서는 검술 배우기 전에 균형 잡는 것부터 배우거든.”
어니스트는 문득 테르미온의 검술이 제국 최고의 검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균형.
“균형이야말로 우리 가문 검술의 핵심이지. 그 덕분에 우리 가문 검술이 최고인 거야.”
레일라는 그 어느 때보다 자부심 넘치는 표정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야.”
어니스트가 놀랍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그런 거 알려 줘도 돼?”
“상관없어. 어차피 알아도 아무나 못 따라하거든. 검술이라는 거, 교본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서.”
레일라의 생각은 이전과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교본, 자세, 이론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데인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경험.
그리고 같은 교본으로도 다른 성장 속도.
이 모든 것엔…….
실전이 더해져야 한다.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서 언데드를 상대했던 것처럼.
여하튼, ‘균형’을 중시하는 테르미온의 검론(劍論)에 따라 레일라는 지금 저 장애물 달리기에 도전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때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들.
“들었어? 지금 검술 대련장에서 난리 났다던데?”
“무슨 말이야?”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부회장이 그 자율전공학부 천재한테 깨졌대! 그것도 압도적으로! 30연승이라던데?”
그 말에 둘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역시 데인이다.
무려 부회장을 이길 줄이야.
레일라는 약간 부럽기도 했다.
‘언제쯤 따라잡으려나?’
물론 이전처럼 마냥 부럽고 질투가 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의지가 더 불타는 것 같다.
“말도 안 돼! 부회장이? 걔 비전공자 아니야?”
“검술에도 재능 있다잖아! 근데 더 놀라운 건, 이제 곧 검술회 회장이랑 한판 붙는다는 거야!”
“회, 회장이랑?”
이때만큼은 어니스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 레일라. 검술회 동아리 회장이면 엄청 강한 거 아니야?”
“엄청 강하지.”
레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 쿼드급일걸?”
“쿼드그읍?”
다만, 어니스트처럼 당황하거나 놀라진 않았다.
“쿼드급인 게 무슨 걱정이야.”
레일라는 피식거렸다.
“어차피 데인이 이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