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2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28화
81. 어디서 눈을 뜨려고
작업 준비는 순식간이었다.
일단 마법진을 빠르게 파악하고, 빈 부분을 채워 넣는다.
입학 시험 당시 드나보 교수가 내줬던 마법진 채우기 문제보다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마법은 볼수록 그냥…… 검술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만 들어.”
레일라의 중얼거림에 프리실라와 어니스트가 동시에 공감했다.
“인정. 봐도 뭐 하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더럽게 복잡한 저걸 어떻게 배우는 거야? 하나도 재미없어 보이는데.”
왜, 재미있기만 하구만.
아무튼 마법진 완성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손발이 결박당한 채 기절해 있는 녀석들을 힐끗거렸다.
점심까지는 못 깨어나도록 수면독을 조절했으니, 아마 한동안은 걱정 없을 것 같다.
“자, 이제…….”
나는 마법진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마력을 흘려 넣은 지점부터 마법진을 따라 빛이 흘러가더니, 순식간에 마법진 전체가 빛을 발했다.
웅웅웅…….
고대의 마력 덕일까.
마법진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렬하게 진동했다.
“바, 밖으로 소리가 새진 않을까?”
“행스턴의 마력 방벽이 있잖아.”
“아하.”
난 어니스트를 안심시킨 후 본 작업에 들어갔다.
“흠.”
그나저나 이거, 똑같이 마력 방벽으로 뒤덮여 있다.
사울 행스턴의 경우보다는 약한데…….
“끼륵?”
이제 얘는 생각도 읽나?
마침 타이밍 좋게 고개를 쏙 내민 카르나스에게 난 씩 웃어 보였다.
“부탁해.”
“끼륵!”
맡겨달라며 마력석 쪽으로 고개를 돌린 카르나스는 불길을 방사시켰다.
그러자 마력석을 뒤덮고 있던 마력 방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끼르윽!”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드는 카르나스.
나는 내친김에 카르나스를 품에 꺼내 내려놓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다.
“이리 온, 카르나스?”
“끼륵!”
“아고! 귀여워라!”
카르나스가 프리실라에게 간 사이 나는 다시 마력석에 집중했다.
“그런데 데인이 정확히 뭐 하려는 거야?”
“사울 행스턴의 ‘정수’를 추출한다던데?”
“정수? 그게 뭔데?”
어니스트의 의문엔 나 대신 프리실라가 답해 주었다.
“마법사들이 남기는 일종의 유산 같은 거야. 비전 마법하고는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생전에 지니고 있던 마력 및 마법 대한 전반적인 정보와 힘의 일부를 담아 두는 거지. 자기 흔적을 남기려는 거랑 비슷해.”
“그럼 지금 데인이 추출한다는 정수라는 게…….”
“맞아. 사울 행스턴이 ‘농축된’ 거나 마찬가지지. 진짜 시체를 농축시킨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마법사에게 마력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정확히 설명했다.
지금 내가 추출해 내는 이 정수는 사울 행스턴에 대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거기에 그의 마력까지 담겨 있으니, 이 정수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의문인 건, 왜 이걸 사울 행스턴이 이렇게 숨겨 놓았냐는 것이며 저 다섯 녀석들은 이걸로 뭘 하려 했냐는 것.
사실 이걸로 할 일은 많다.
후계를 남기지 않고 죽은 만큼 사울 행스턴이 사용하던 기상천외한 마법의 원리를 밝혀낼 수도 있고, 어쩌면 전설로만 내려오는 그의 비전 마법을 알아낼 수도 있다.
내가 가져가려는 이유도 그것.
솔직히 탐나잖아.
안 그래?
고대의 마력을 가졌다고 해도, 사울 행스턴은 전설적인 마법사.
그의 비전 마법이 궁금하단 말이지.
“가만.”
그럼 이 녀석들도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을 노리는 건가?
“왜 그래?”
나는 어니스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니스트.”
“응?”
“정수 추출하는 동안 이놈들이 가지고 있던 것 좀 뒤져 보자.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한번 찾아볼래?”
“응!”
어니스트가 아공간에서 다시 소지품을 꺼내는 사이 나는 내 마력을 더욱 주입시켰다.
큰누나에게 추출 공식을 배운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후우.”
물론 상대가 사울 행스턴의 정수인 만큼 마냥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정수 추출을 막기 위해 설치된 내부 방어막 코드도 꽤 복잡하고, 여길 요리조리 피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내가 지닌 건 고대의 마력이다.
어지간한 마력들은 죄다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강력한 힘.
아마 마법사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마력에도 이렇게 ‘등급’이 있다는 걸 알면 놀라 까무러치지 않을까.
뭐, 어쩌면…….
사용자가 나라 그런 걸 수도 있고?
이건 너무 잘난 척인가?
“데인, 찾았어. 여기,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에 대한 내용이 노트에 적혀 있어. 일지 같은데…… 읽어 줄까?”
“요약해서.”
“응. 음…… 간단히 말하면,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에 대한 추측들이 몇 개 있어. 하나는 대륙 전체를 파괴할 만한 ‘운석 소환’ 마법이고…… 또 하나는 수만 명도 한꺼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프라임 텔레포트’라고 적혀 있고…… 마지막으로는 ‘생명 창조’라 적혀 있는데?”
스케일 봐라.
사울 행스턴답다.
물론 저건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추측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준.
“이게 말이 되는 마법들이야? 사람 한 명의 마법이 이 정도 힘을 발휘한다고?”
“신성력 뭐 빠지게 익혀서 뭐 하냐. 운석 소환 한 번이면 죄다 안녕인데.”
“와…… 그냥 신 아니야 이 정도면?”
다들 한마디씩 하며 좌절 아닌 좌절을 하는 사이 어니스트가 요약된 내용을 계속 읽어 주었다.
“그리고 음…… 이 비전 마법을 취득하는 게 지상목표인 것 같아. 세상을 뒤집는다, 라는데? 여기까지야.”
“좋아. 고마워.”
세상을 뒤집는다.
이거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일단 위험한 놈들인 건 확실하니, 이놈들을 넘겨야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서서히 흘러 이제 슬슬 동이 터 올 시간이다.
“거의 다 됐어.”
나는 정수 추출을 거의 끝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가속을 걸어서 그런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거기다 앞선 놈들이 미리 작업을 해 둔 덕에 길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길이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3황자 에드워드의 손목을 치료해 줄 때처럼, 좁은 틈새로 고대의 마력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밀어 넣으면 그만.
그리고 마침내-
“됐다.”
나는 손 안에 마력이 극도로 압축되어 결정화된 주먹만 한 구체를 하나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웅웅웅웅!
강하게 진동하는 빨간색의 구체.
너무 빨간 나머지 혈액을 한데 뭉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거, 행스턴동 입구에 있는 그거 생각나는데. 마력 재능 측정하는 거.”
레일라의 언급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막을 통과하면 자동으로 마력을 측정하고, 마력의 재능에 따라 장막 색이 변한다.
그때 레일라는 재능이 좋다는 의미의 빨간색이 떴었지.
나는 녹색이었고.
“세상에…… 너무 예쁜데?”
“우와아…….”
들려오는 어니스트와 프리실라의 감탄.
나는 피식거리면서도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해 행스턴의 정수를 내 고대의 마력으로 조심스레 감쌌다.
그러다 진동이 점점 잦아들더니 마침내 잠잠해졌고, 나는 그걸 아공간 대신 품에 넣었다.
아공간 안에 넣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큰누나가 준 이 아공간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
“이제 끝인가?”
“응. 챙길 건 다 챙겼어.”
이제 남은 건 여전히 기절한 다섯 녀석과 텅 비어버린 거대한 마력석.
아마 저놈들은 마력석이 빈 걸 보고 그대로 다시 기절하지 않을까?
“이놈들을 그냥 두고 가긴 그런데.”
당연하다.
그냥 두고 가면 깨어난 즉시 도망칠 테니까.
그러니 방법이 필요하다.
“데인, 그럼 이건 어때?”
그때 레일라가 묘수를 꺼냈다.
“아예 경비병들이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만드는 거지. 아까 데인 네가 말한 익명의 투서 같은 건 생각해 보니까 시간이 너무 촉박할 것 같아. 전달되는 것도 꽤 오래 걸리고.”
레일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데.”
확실히,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 현행범이니까.
“그럼 거기에 더해서 마력 방벽도 해체하고 가는 건 어때? 그게 없으면 경비병들이 막힘 없이 들어올 수 있을 텐데.”
어니스트도 의견을 냈다.
이거 역시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리실라였다.
“증거도 하나 두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놈들이 이딴 짓을 벌인 이유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덕분에 이 녀석들은 불쌍하게 됐다.
몇 달은 매달렸을 정수는 내가 홀라당 뽑아가 버렸고, 기절까지 한 데다, 깨어나면 마주할 건 철창과 고문이니.
“미안해서 어쩌나.”
물론 하나도 안 미안하다.
우리는 그렇게 이 녀석들의 처벌 근거가 될 만한 증거 한두 개를 골라 적당한 곳에 내려놓았다.
“슬슬 가볼까?”
우리가 떠날 모든 준비를 마친 그때.
“으음…….”
한 녀석이 깨어나려는지 옅은 신음을 흘렸다.
혹시 수면독에 저항력이 있는…….
퍼억!
“어디서 눈을 뜨려고.”
하지만 상황은 프리실라가 종료시켜 버렸다.
“……프리실라 신성학부랬지?”
“무투학부같기도 하고?”
프리실라는 깨어나려는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다시 기절시켜 버린 것이다.
우리가 멍하니 바라보자 프리실라는 뭘 그렇게 놀라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말 안 했나? 나 원래 성기사 지망이었어.”
“아…….”
“노인네들이 내 신성력이 아깝다고 성기사에서 엘리트 코스로 처넣어 버려서 그래.”
그럼 그때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서 신성력으로 언데드들 머리를 부수던 게…… 신성력이 담긴 ‘주먹’으로 부수던 거였구나.
“음.”
도리안 그 녀석.
아주 무서운 여자를 좋아하게 됐는걸?
* * *
지크는 다섯 중 가장 먼저 눈을 떴다.
“으윽…….”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 속에서 지크는 본능적으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통로가 아니다.
자신들이 막 들어가려던 지하 2층이었다.
“도대체가…….”
그리고 지크는 입을 쩍 벌렸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헛것이 보이나?
아니면 아직 꿈속에 있는 건가?
“마, 마력석이…….”
노란빛을 머금고 강렬한 힘을 내뿜고 있어야 할 마력석이-
텅 비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지크가 다급하게 벌떡 일어나며 마력석으로 다가갔다.
혹시 했지만 역시나였다.
가슴이 쿵, 내려앉고 등골이 서늘해진다.
조직에서 받은 자신들의 임무는 바로 이 마력석의 마력을 마침내 추출해서 가져오는 것.
몇 달 동안 마법진을 그린 전 교대자 녀석들에 이어 마법진을 완성시킨 후, 추출하기만 하면 되는 임무였는데-
마력석 안에선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 대장.”
지크는 다급하게 대장을 흔들어 깨웠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몇 번 강하게 흔들자 대장도 눈을 떴다.
그리고 대장도 눈을 뜨고 마력석을 보자마자 멍한 얼굴이 되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어서 나머지 셋도 깨어나고, 같은 과정을 거친 뒤 다섯 명은 심각한 충격에 빠져 버렸다.
심지어 소지품도 없었다.
바닥에 놓인 몇 개의 물건을 빼고는.
“대장, 어, 어떻게 된 거지?”
“…….”
머릿속으로 여러 가능성이 떠오르던 그때였다.
끼이잉! 끼이잉! 끼이잉!
바깥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려왔다.
건물 외벽의 마력 방벽 때문에 절대 들려올 리 없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안이 아니라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
대장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일단 빠져나간다.”
그리고 자신들이 들어오려던 통로가 아니라 지하 1층으로 향하던 그때였다.
쾅!
막 1층에 다다라 문을 열려던 그 순간, 도리어 손도 대기 전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무리의 경비병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침입자들이다! 포위해라!”
“곧 지원 병력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대장, 지크, 그리고 나머지 셋은 당황했다.
자신들을 겨눈 열 개가 넘는 창날.
거기에 지원 병력까지 온다고 한다.
‘이런 망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원래대로였다면 무사히 들어와 사울 행스턴의 정수를 무사히 추출하고, 다시 무사히 떠날 예정이었는데…….
‘설마 교대한 그놈들이…….’
대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조직이 우리를 버렸다.
안 그래도 묘한 낌새가 최근에 느껴지긴 했었다.
몇몇 임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자신을 대하는 상관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거나.
‘이 개자식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 헛다리를 짚은 대장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고-
“대장……!”
자신들의 이 사이에 있어야 할 자살용 독약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빠져나갈 희망이 사라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순순히 항복해라! 너희들이 빠져나갈 길은 없다!”
그사이 지하로 향한 경비병들이 있었는지,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에 엄청나게 큰 마력석이 있습니다!”
대장은 체념했다.
조직이 자신들을 버린 것 외엔 설명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절대 들킬 리 없는 상황에서 들켜 버렸으니까.
“……항복하겠다.”
“대, 대장!”
지크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도 알았다.
지금 빠져나갈 상황이 안 된다는 걸.
여기서 경비병들을 모조리 처치하고 나간다 해도, 바깥은 제한구역.
이미 이 일이 알려진 이상…….
‘아카데미 교수들과 싸우라고? 미친 짓이지.’
이미 해가 떴고, 사람들은 깨어났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조직이 자신들을 버리지만 않았어도…….
대장은 체념했다.
자신들이 이렇게 된 게, 조직이 버려서가 아니라…….
어떤 이름 이상한 동아리 때문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