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3화
4. 소그레스 백작가의 재능 천재(5)
나는 레일라가 탈진하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아직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탈진해서 방에 돌아가면 테르미온 공작 입장이 난감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참고로 아버지와 테르미온 공작은 우리 수업이 슬슬 끝날 것 같자 무척이나 ‘조용하게’ 돌아가셨다.
두 분의 표현에 따르면 그렇다.
세상 요란하게 풀숲에서 빠져나가셨던 두 분이다.
레일라는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나는 끝까지 모른 척했다.
“후아. 상쾌하다.”
나와 함께 걷고 있던 레일라가 별안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와. 공기가 되게 맑은 것 같아. 왜 몰랐지?”
“호흡과 방출을 반복하면 기감이 확대되니까. 그러다가 감이 잡히면 코어나 서클을 만들게 되는 거야.”
“아하. 나는 그럼 언제쯤 코어를 만들 수 있을까?”
“아마 방출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 이제 감이 좀 잡혀?”
“거울을 보면서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 그런데 이제는 돌아가서도 혼자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데인 소그레스.”
레일라는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기특한 녀석.
“근데 넌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다 아는 거야? 솔직히, 나는 내 또래에서 나보다 뛰어난 애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레일라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나는 레일라에게 무척이나 재수 없는 녀석이었고.
“책에서 봤어.”
“……방금 되게 재수 없던 거 알지? 그리고 그게 말이 돼?”
“책 보면 다 나와 있어.”
“그러니까 그걸 책 보고 바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 자체가…… 됐다. 물어본 내가 바보지.”
고개를 끄덕일까 하다가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손이 꽤 매울 것 같거든.
“아무튼 넌 천재구나? 나도 천재 소리 자주 들었는데,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레일라는 이번엔 시무룩해지기보다는 신기한 물건 보듯 날 바라봤다.
“남들은 재능 하나 갖추기도 힘든데 너는 소환술에 마법에 창술에…… 무려 세 개나 있잖아?”
암살이랑 검술도 있다.
여기서 말하면 아마 안 믿겠지?
“그럼 나중에 아카데미 오겠네? 거긴 제국의 천재란 천재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까.”
“아직 잘 몰라.”
“뭐어? 설마 아카데미 안 갈 생각은 아니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꼭 가야 하는 곳이야?”
“당연하지! 넌 아카데미가 존재하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공부?”
“틀렸어. 거기는 귀족들이 세력을 형성하는 곳이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인맥을 쌓아 놓는 거지.”
레일라는 일곱 살치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듯했다.
“너 정도면 아카데미 안 가는 게 손해야. 소그레스 백작가의 유일한 아들이겠다, 재능도 출중하고 심지어…….”
“심지어?”
“……잘생겼잖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아직 아카데미 생각 없어.”
“정말 생각 없어? 따분하게 계속 여기서만 지낼 거야?”
“왜. 얼마나 재미있는데. 도서관에 읽을 책도 아직 산더미고, 아버지 어머니한테 배울 것도 많고.”
“그건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하고 놀고 싶진 않아? 누나들도 다 아카데미에 있다면서?”
“나중에 내가 가고 싶어지면 그때 가려고.”
아카데미가 반드시 정답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아카데미랑 원수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궁금하다.
전생에 전쟁터에서 만난 귀족들은 대부분 아카데미 출신이었고, 종종 아카데미 이야기를 꺼내곤 했었으니까.
그 말에 레일라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나한테 꼭 말해주기다?”
“응. 그럴게.”
레일라는 그제야 안심한 듯 픽 웃으며 양팔을 펼쳤다.
“아버지 시찰에 따라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원래는 안 따라오고 싶었는데.”
“왜?”
“따분하잖아. 오는 내내 마차에만 있어야 하고, 수행기사는 내가 조금만 장난쳐도 난감해하고. 근데, 와서 내 검술 부족한 부분도 알게 되고 너한테 마력 방출법도 배우고! 이제 가는 동안 심심하진 않을 것 같아!”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니 뿌듯해진다.
한편으로는 레일라 덕에 테르미온 공작과 의외의 인연을 맺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네가 꼭 와야 해, 알았지? 와서 나 연습한 것도 또 봐 주고 그래야 해. 나 내일이면 이제 떠난단 말이야.”
참고로 테르미온 공작 일행은 내일 성을 떠난다.
“그래. 수도 가게 되면 편지 보낼게.”
“좋아!”
레일라는 신이 나서 흥얼거리다 문득 물었다.
“참, 근데 데인 너 소원은 어떻게 할 거야?”
“아, 내 소원?”
“응. 지금 내 소원만 들어준 거잖아. 너 그때 소원이 뭔지 말 안 했잖아.”
그 말에 나는 의미심장하게 보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수도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이야기할게.”
* * *
“허허, 내가 공작만 아니었어도 한 달은 머무르다 가는 건데 말이야.”
“그런 말씀 마십시오, 끔찍하게.”
“끔찍하다니 이 사람아!”
“전쟁터에서 주야장천 만났으면 됐지 뭘 또 이렇게 만납니까.”
“아, 떠난다는 거 취소! 두 달은 있어야겠어!”
투닥거리는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작위를 초월해 전쟁터에서 빚은 우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나저나 거의 하루만 머무르고 가는 건데, 그래도 며칠은 더 머무르다 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남부 시찰 일정이 산더미야. 나도 마음 같아서는 두 달, 아니 석 달은 머무르면서 자네랑 담소도 나누고 이 풍광 좋은 곳에서 여유도 만끽하고 싶지.”
아쉽게도 테르미온 공작은 개인적으로 이곳 소그레스 백작성에 방문한 게 아니었다.
남부 시찰.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수도의 공작으로서 민심을 살피고 각 귀족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게 주요 임무.
예정된 연회가 끝난 만큼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과 자네 큰딸의 혼사도 논의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 건이라면…… 으음.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소식?”
“아라벨라가 찝쩍대는 남학생 한 명의 코뼈를 마법으로 작살을 내놨다는 소식 말입니다.”
“…….”
“하마터면 학부모 자격으로 아카데미에 불려갈 뻔했습니다.”
“코, 코뼈를……?”
테르미온 공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마냥 말괄량이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예. 그러니까 음, 큰딸의 혼사는 이미 제 손을 벗어났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허. 우리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겠군.”
“테르미온 공작가의 장남이라면 검술로 이미 일가를 이루었다는 소문이 자자한데요.”
“일가는 무슨. 이제 듀얼급인데. 코어 두 개로 어디 기사라 할 수 있겠나?”
테르미온 공작이 덧붙였다.
“나는 그 나이에 이미 코어 세 개를 만든 젊은이도 만나봤다고. 무려 전쟁터에서.”
“아. 그 친구를 말하는 거군요. 아쉽군요. 전쟁통만 아니었다면 좋은 호적수로 성장했을 텐데.”
“입맛이 썼지. 내 손으로 목숨을 거뒀으니까.”
테르미온 공작은 끝까지 저항하며 투항을 거부하던 아그릭이란 전사를 떠올렸다.
그 나이에 트리플급이라니.
아마 살아 있었으면 지금쯤 드레니크 제국의 헥사급 기사 중 한 명이 됐을지도 모를 일.
“아무튼 제가 별달리 만족해하실 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군요.”
“죄송은, 하하. 오히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를 한 명 알고 가게 돼서 기쁘기만 하구만.”
“흥미로운 친구요?”
“자네 아들 말일세. 데인. 같이 봐 놓고 왜 모른 척인가? 하하.”
테르미온 공작은 껄껄 웃어젖혔다.
“언젠가 내 딸과 맞붙을 날이 오길 기대하지. 내 딸도 만만찮다고. 아직 마력 코어도 없고 검술은 걸음마 단계지만, 내 장담하지. 두 오빠 못지않은 재능이라고.”
“어쩐지. 따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니.”
“하하, 그래 보였던가?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딸과 자네 아들의 혼사를 한번 논의해 보는 건 어떤가?”
그때 수행기사가 살짝 귀띔했다.
“공작님, 이제 떠나실 시각입니다.”
“아, 벌써 이렇게 됐는가.”
테르미온 공작은 아쉬운 듯 주억거렸다.
“백작, 그럼 이만 가겠네.”
“살펴 가십시오. 남부는 따스한 곳이지만, 가끔은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도 합니다.”
“음. 기억해 두겠네. 참, 그리고 가기 전에 자네 아들과 한번 인사를 나누고 싶네. 아침에 못다 한 대화를 나누고 싶군.”
“그러시죠. 데인, 이쪽으로 오거라.”
데인은 아버지의 말에 다가와 공작에게 예를 갖추었다.
“공작님.”
“오냐. 아침에는 만족할 만큼 수련했느냐?”
“수련에는 만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족하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 생각됩니다.”
그 말에 테르미온 공작이 흡족하게 웃었다.
“백작, 아들 하나는 확실히 키웠어. 어디 가서 기죽을 일은 없겠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테르미온 공작이 문득 물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너에게 한 가지 더 질문하마.”
“말씀하십시오.”
“너는 무엇을 위해 수련하느냐?”
데인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저를 위해 수련합니다.”
가족.
가문.
제국.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던 수많은 대답 대신 데인이 꺼낸 대답에 모두가 당황하던 것도 잠시.
“으하하하!”
테르미온 공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실로 명답이로다. 솔직하고, 과감하다. 그리고 당돌해.”
테르미온 공작이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수련하는 건 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정답임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미소가 떠오르고, 이 대답을 들은 테르미온 공작뿐만 아니라 소그레스 백작 역시 이어질 말을 기대했다.
“누구도 대신 수련해 주지 않습니다. 재능을 가진 것도 자신이며, 그 재능을 펼치는 것도 자신입니다. 수련을 통해 가문, 제국에 힘을 보탤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나를 위함입니다.”
데인은 이어서 덧붙였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수련은 결국 일시적인 동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하도다. 아주 훌륭해.”
테르미온 공작은 흐뭇하게 웃었다.
옆에 있던 아버지 소그레스 백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자네 아들, 일곱 살 맞나?”
“저도 종종 일흔 살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허. 어쩜 이렇게 현명하게 자라나는 건지.”
소그레스 백작은 주억거렸다.
‘우리 데인이 다 컸구나.’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저런 생각을 갖추고 있다니.
“내 너에게 준비한 선물이 있다. 생일인 만큼 선물을 준비했으나 내 기분을 흡족게 만든 보답으로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을 줘야겠구나.”
테르미온 공작은 손짓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문장’을 가져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