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4화
5. 재능이란 이런 것(1)
순간 테르미온 공작 일행에서 동요가 일었다.
“공작님.”
“괜찮다. 가져오거라.”
그러나 곧 시종이 작은 꾸러미를 가져왔다. 테르미온 공작은 그 꾸러미를 데인에게 건넸다.
“바로 풀어 보거라.”
데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꾸러미를 풀어 보았다.
안에 보이는 건 일종의 문장이었다.
망치와 모루가 훌륭한 솜씨로 양각된 문장.
그 아래 새겨진 테르미온의 상징, 칼을 든 사람.
“테르미온의 상징이 무엇인지 아느냐?”
“복수, 검, 그리고…… 대장장이입니다.”
“허허. 맞다. 제대로 알고 있구나. 그 문장은 마지막 대장장이를 뜻하는 문장이니라.”
테르미온 공작은 자신의 검을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대장장이셨던 선조로부터 테르미온의 역사가 시작되었지. 그 덕분에 테르미온엔 제국, 아니 대륙에서도 가장 크고 거대한 대장간이 존재하는 것이고. 테르미온의 모든 무기, 그리고 테르미온에게 ‘인정받은 자’의 무기가 테르미온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테르미온 공작의 선물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테르미온의 대장간.
그곳엔 세상의 모든 광석들이 존재하며, 신비한 마법검과 아티팩트가 만들어지는 대륙 최고의 대장간이다.
“수도의 대장간으로 가서 그 문장을 내보이면 원하는 무기를 뭐든 하나 만들어 줄 것이다.”
절대 아무에게나 무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테르미온의 대장간에서 무기를 만들 권리를 부여받은 것.
“세상에…….”
“그 귀한 문장을!”
“황실에서도 탐을 낸다던데!”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저 문장은 단순히 ‘대장간 이용권’ 정도가 아니었다.
황실은 물론, 유명한 명사들과 해외의 귀족들도 저 대장간에서 생산된 무기를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테르미온 공작가는 자신들이 인정한 자에 한해서만 이 문장을 건넨다.
쉽게 말해 보증수표이자 동시에 부여받은 자의 명예와 실력을 증명하는 물건인 셈.
테르미온가의 보증과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니까.
“정말 귀한 물건이군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공작님.”
“이미 훌륭한 창을 지니고 있으니 기왕이면 검을 한 자루 만드는 것도 좋겠구나. 아니면 갑옷도 좋겠고. 뭐가 됐든 대장간에 간다고 마음먹었을 땐 신중하게 결정하거라.”
“네, 공작님.”
이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무려 테르미온 공작이 손수 주는 선물인데, 심지어 그 선물이 테르미온 대장간의 문장이라니.
“도대체 어떤 재능이면…….”
“일곱 살 난 아이가 부러워지긴 난생처음이로군.”
“저 문장을 팔면 3대, 아니 5대가 대대손손 먹고산다는데.”
물론 부여된 시점부터 그 문장은 상징성만 띨 뿐이다.
상징성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진 물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여받은 사람이 아닌 사람이 대장간으로 저걸 가져간다고 해서 무기를 만들어 줄 리 없는 것.
“이런 귀한 물건을 막 이렇게 내주셔도 됩니까?”
소그레스 백작이 슬쩍 묻자 테르미온 공작은 씩 웃었다.
“근래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적이 없어서 말이야. 혹시 자네는 안 주고 아들한테 줘서 뭐 삐치고 그런 건 아니지?”
“제가 뭐 그럴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허허, 하기야. 드래곤 테일의 주인이 무슨 다른 무기를 탐내겠어?”
테르미공 공작의 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성장해서 아버지를 많이 도와주거라.”
“네, 공작님.”
친우의 아들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
그렇지 않고서야 7살 난 어린애에게 이런 물건을 줄 리 없으니까.
세상 사람들이라면 모두 탐을 내는 물건이니까.
“허허. 우리 막내가 단단히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소그레스 백작의 말에 테르미온 공작은 빙그레 웃으며 데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무렴. 훌륭한 대답이었지. 나중에 장성하여 우리 딸과 만날 날이 기대되는군.”
그렇게 공작 일행은 떠날 채비를 마쳤고, 테르미온 공작은 그사이 레일라가 데인과 잠시 인사하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레일라는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수도 오면 나한테 꼭 연락해. 알았지?”
“공작님이랑 약속했잖아. 수도에 가면 그렇게 할게.”
“아니, 그거 말고! 나한테 연락하라고. 아니, 나 보러 수도 와! 꼭! 너 소원 남았어. 나한테 소원 말해야 해.”
데인은 그 말에 무척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데인의 은빛 머리칼이 흩날렸다.
반사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는 그 모습을 레일라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이 바보야!”
“왜, 왜 그래?”
데인은 당황했지만 레일라가 갑자기 성을 내는 이유를 알 리 없었다.
“아무튼 꼭 오는 거야. 약속했어. 안 오기만 해 봐라.”
데인은 살벌함마저 느껴지는 그 말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럴게.”
“그리고 나는 테르미온의 이름을 이을 거니까! 예비 가주로서 테르미온의 대장간에서 어떤 물건이 만들어지는지도 알아야겠어.”
구구절절하게 덧붙이는 이유와 레일라의 포부에 데인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왜 웃어?”
“아니. 꿈이 커서. 좋아 보여.”
“웃지 마. 나는 진심이야. 오빠들을 제치고 내가 반드시 가주가 될 거야!”
그 말에 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이유 하나 더 안 말했어.”
“뭔데?”
“……와서 다음에도 내 검술 한번 봐줘. 네가 내 막힌 검술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 알려줬으니까, 책임지라구.”
실로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이유의 연속에도 데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그럴게.”
데인 소그레스.
그가 알테온 제국 최고의 가문, 테르미온 공작가의 막내딸과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을 맺는 순간이었다.
“자네 아들에게 참으로 고맙군. 또래 아이들과는 말도 안 섞던 레일라가 좋은 친구를 얻었어.”
테르미온 공작은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테르미온 공작가의 막내딸이라는 배경 때문에 또래 아이들이 쉬이 다가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순수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권력 다툼을 보고 자라며 눈칫밥을 먹을 대로 먹은 아이들에겐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데인에게는 있었다.
레일라가 그리워하던 오빠들의 따스한 손길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가면 전해주게. 우리 딸내미 잘 생각해 보라고.”
소그레스 백작은 허허 웃음을 흘렸다.
“문장을 준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까?”
“허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친해지면 좋은 거 아니겠나? 좋은 친구가 생기는 건데.”
“저도 좋습니다. 데인이 수도에 가는 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아들처럼 보살필 것을 약속하지.”
그렇게 테르미온 공작 일행은 떠나갔다.
* * *
레일라는 마차가 성문을 통과할 때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묘한 기분이다.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인생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헤어지는 시간이라 그런가?
생각해 보면 나는 정상적인 유년기를 보낸 적이 없다.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전생의 나는 이 시기 즈음 병사들의 무기와 갑옷을 닦으며 이불과 천을 삶고 식량을 날랐다.
‘정상’이 뭔지를 따져보면 다소 복잡하지만, 적어도 또래 아이들과 뛰어놀진 못했던 것이다.
헤어졌다니 어감이 이상하지만, 여하튼 한동안 못 보는 건 맞으니까.
“아쉽겠구나, 데인.”
“네, 많이요.”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쉽다. 그것도 꽤 많이.
전생에서는 전쟁터를 전전하느라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장을 같이 구른 동료는 있었어도.
때문에 레일라는 나에게 처음으로 사귄 친구나 다름없는 셈.
“곧 보게 될 거다. 언젠가 수도로 올라가게 되면. 더 멋있어져서 만나면 레일라가 아주 기뻐할 거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버지가 문득 물어보셨다.
“혹시 공작가 따님이 마음에 드느냐?”
“어떤 의미에서요?”
내 예상지 못한 대답에 아버지는 당황하다 더듬거리셨다.
“으음…… 미래의…… 뭐 그런…….”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요, 백작님?”
그때 어머니가 적절하게 끼어드시며 아버지의 주책을 방지하셨다.
“왜, 왜에. 부인도 마음에 들지 않소?”
“그런 거 미리 우리 데인처럼 여린 애한테 말해 뒀다가 나중에 상처라도 받으면 어쩌려구요?”
“사, 상처어? 우리 데인이 상처? 허, 데인은 나를 닮아서 여자 울리고 다닐 애요!”
“아하. 그럼 예전에 많이 울리고 다니셨다?”
아버지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에 슬쩍 걸음을 옮겼다.
자주 보던 광경이라 결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아켄 소그레스.”
어머니가 아버지를 저렇게 풀네임으로 부른다면 상황은 모두 끝난 거다.
“여, 여보. 부인? 릴리! 데, 데인! 어디 가느냐! 아버지랑 같이……!”
나는 아버지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뒤로한 채 얼른 자리를 피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아시잖아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거.
“오늘도 백작성은 무척이나 평화로운 것 같습니다.”
나는 어느새 따라붙은 헤르만의 총평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런 것 같아. 무척 평화로워.”
테르미온 공작이 떠난 이상 다른 귀족들도 하나둘 성을 떠날 것이다.
가장 높은 귀족이 안 떠나고 있는데 먼저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티렌 백작처럼 쫓겨난다면 또 몰라.
아무튼 성은 이제 조용해질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일상을 보내야겠지.
“돌아가셔서 쉬시겠습니까? 그러시다면 간식을 조금 준비하겠습니다.”
“음. 아니. 수련 좀 하려고.”
“그러시지요. 대신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나는 헤르만에게 씩 웃어 보이다 문득 말했다.
“참, 간식은 챙겨 줘. 땀 흘리면 단 게 먹고 싶어서.”
“네, 알겠습니다. 어떤 게 좋으시겠습니까?”
“계피에 절인 사과로 만든 타르트랑 크렌베리 버터 쿠키. 그리고 달나무 잎으로 우린 차.”
“네, 주방에 일러두겠습니다.”
“말하는 김에 두 개씩 준비하라고 해 줘. 너도 좋아하잖아.”
헤르만의 입가엔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알고 있다.
헤르만이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쿠키는 부탁하는 김에 네 개 더 구워달라고 해줘.”
“그렇게나 많이 드십니까? 몇 시간 뒤에 저녁을 드셔야 합니다.”
“그냥 그렇게 말해줘.”
헤르만이 종종 운 좋게 디저트를 맛볼 기회가 오면 동생들을 위해 집에 들고 간다는 사실 말이다.
헤르만은 내 의도를 눈치챈 건지, 아니면 단지 내가 많이 먹을 거라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그럼, 주방에 들렀다가 다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응. 이따 봐.”
나는 그렇게 헤르만과 잠시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배웅하느라 입은 옷을 벗어 곱게 개어둔 뒤 수련복으로 갈아입곤 이젠 내 분신과도 같은 단창을 챙겼다.
그러다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렸다.
소환술.
나는 재능, 그것도 아주 큰 재능을 갖춘 게 확실하다.
비록 소환의 표식은 없었고 특수한 경우긴 했지만 작은누나의 말을 듣고 몇 번 연습한 수인을 성공적으로 맺었으며, 소환 해제까지 성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반응을 보일까?”
혹여나 내가 잘못 건드려 깨질까 싶었던 작은누나의 선물을 꺼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