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7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74화
177. 비전입니다
전투 수습이 한창이었다.
부상병들의 치료와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이 이루어졌다.
이후 시신은 한데 모였고, 밤중에 합동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그 외 시설 보수 작업과 목책 아래 보강 등, 다양한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등 2주둔지는 정말 바쁘게 돌아갔다.
그리고 레일라의 큰오빠를 만나고 적당히 동부 관광이나 즐기다 돌아갈 작정으로 왔던 우리는…….
지금, 주둔지에 머무르며 일을 돕고 있었다.
“정말 괜찮다니까. 제발 좀 가서 쉬어라. 안쪽에 너희들 전용으로 막사 마련했다니까?”
“오빠, 어떻게 그렇게 해. 다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데.”
“거, 진짜 말 안 듣네.”
레일라의 말대로다.
우리가 귀족인 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주둔지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힘이라면 충분히 그걸 도울 수 있다.
“오, 로프를 이렇게도 묶냐?”
“네. 저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매듭법인데…….”
“대단한데. 야, 야. 이거 제대로 배워 놔라. 써먹을 데가 많겠다. 참, 아까 보니까 함정도 다룰 줄 알던데?”
“탐험명가 딜런 남작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할 줄 알죠.”
“허, 자식. 어린데 제법인걸.”
어니스트는 저런 식으로 소일거리를 돕고.
“어, 어어! 아가씨, 내가 할…… 필요가 없겠는데?”
레일라는 마력을 강화하여 손수 짐을 나르고 무기를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제발 좀 알려 주라고! 마법을 어떻게 쓴 거야? 우리는 재배열에서 완전히 가로막혔는데!”
“그래, 비법이라도 있는 건가? 듣자 하니 시드레인의 제자라면서? 데인 소그레스. 그 이름 내가 잘 알지. 제발 방법 좀 알려 달라고.”
아까 전투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마법사 및 소환술사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질문들을 받고 있었다.
근데 내가 뭐 알려 줄 게 있나.
그냥 나니까 할 수 있는 건데.
그래서 간단히 답했다.
“죄송하지만, 비전(祕傳)입니다.”
내 한마디에 다들 멍해지다 이내 납득하는 모습들.
“비전…… 이런 젠장! 역시 그랬었어!”
“내가 그랬잖아. 우리가 알아도 못 쓰는 방법이 있는 거라고.”
“하. 이놈들이 또 방해장을 펼쳐 놓으면…….”
참고로 나는 이들 사이에서 이곳에 오기 전부터 유명인사였다.
“그나저나 그 나이에 뭘 어떻게 하면 그 정도 마법을 펼치는 건가? 세상에, 다중으로 그렇게 많을 펼치다니.”
“환영은 몇 개나 섞었나? 그 많은 게 전부 체인급 실제 마법일 리 없어!”
“에테라크 두 마리는 어떻게 동시에 운용하는 거지? 마력 실을 잇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나?”
굴하지 않고 쏟아지는 질문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반응들이 하나같은 반문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죄송한데 제가 그것까지는 도와드리기가 어려워서요.
네 번째 마력 집약체로 얻은 능력을 써서 내 마력을 잠시 나누어 줄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래도 심정은 이해가 간다.
지키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나도 알려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 대신, 설치해 줄 수 있는 건 있다.
-방해장을 방해할 마력석?
“응. 코드 제작 부탁해도 돼?”
-만들어 놓은 시제품들이 몇 개 있지. 거기 위치가 위치라 당장 전송은 어렵고, 코드 불러줄게.
“내가 제작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어렵지 않지. 거기 주둔지 지휘관이 레일라네 큰오빠분이라고 했었지? 한번 물어봐. 아마 제작 재료가 있을 거야.
그렇다면야 어렵지 않지.
-음, 우리 막내 특제 마력석 효율이면…… 병렬 설치로 절전 설정하면 10개 기준으로 최소 1년은 가겠다. 범위도 엄청 넓을 테고.
이걸로 방해장 때문에 반격을 못 할 일은 없게 되었다.
-근데 아까 대충 이야기는 듣긴 했지만, 정말 괜찮겠어? 데인? 아버지한테 말하지 않아도 되겠어?
“뭐 언제는 말씀드렸나? 큰일 아니면 말씀 안 드리려고.”
-그거야 그렇지만……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기도 해서. 이번엔 전장이네?
말이야 저렇게 해도 큰누나 역시 크게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슨 일 생기면 누나한테는 꼭 말하기다, 알았지?
“그럼.”
-착하다. 우리 막둥이. 그럼 통신 끊는 대로 코드 보내줄게. 필요한 재료랑 같이 해서.
“응. 고마워.”
큰누나의 예상대로 주둔지에는 ‘방해장 방해 마력석’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이 다 있었다.
그리고 오웬에게 간단히 설명하자 나에게는 꽤 큰 권한이 주어졌다.
“병참 담당 홀트 에르센입니다. 데인 소그레스 님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하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대체로 병참 담당은 까탈스럽다.
재고에 문제가 생기면 모조리 뒤집어쓰는 데다, 항상 정량 이상을 원하는 병사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
하지만 그는 내가 입을 열 때마다 해당하는 재료들을 즉각 가져다주었다.
“데인 소그레스 님의 활약을 전해 들었습니다. 덕분입니다. 이 주둔지를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난 생각 이상으로 큰일을 해낸 모양이다.
그렇게 작업대와 막사까지 제공 받아 즉석에서 작업 중인 나는 꽤나 수월하게 마력석을 만들어갔다.
“집약체를 하나 더 흡수해서 그런가.”
이전보다 더한 효율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걸 보니, 돌아가서 마력석을 만들면 더한 물건이 탄생할 듯하다.
이런 가운데 내 조수를 자청한 사람들이 있었다.
“오오! 이렇게도 작업할 수 있다니! 대단한데?”
“이걸 정말 우리가 봐도 되는 건가?”
큰누나의 말이 맞았다. 아마 거기서 작업하면 마법사들이 큰 관심을 보일 거라고.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니 보여줘도 상관없다고 덧붙이기까지.
“얼마든지 보세요.”
거기에 큰누나의 말에 따르면, 마법사들의 호기심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한다.
못 보게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볼 족속이라며 그냥 보여주라고 했었던 것.
“오오, 이건 혁명이야!”
“이런 작업도 가능하군! 역시, 세상은 넓다니까!”
“이봐, 세상이 넓은 게 아니라 아라벨라 소그레스 씨가 대단한 거라고!”
이러나저러나 마력석은 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앞으로 방해장 때문에 마법이나 소환술을 못 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난 훼손에 대비해 ‘특별한’ 조치도 취해 두었다.
“뭘 하는 건가?”
“마법과 관련 없는 작업입니다.”
“뭐, 그럼 상관없지. 좋아. 아주 흥미로워.”
“대신 궁금하다고 만지고 그러면 안 됩니다.”
“어허, 우리가 아무리 그래도 설치된 마력석을 건드리진 않아. 상도덕이 있지.”
아무튼 이후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사람의 손이 안 닿을 만한 곳에 마력석을 묻으면 이걸로 끝.
천재 발명가 큰누나의 작동 코드 덕에 평소에는 절전 상태로 쓸데없이 마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에서 방해장과 관련된 마력 재배열이 이루어지며 자동으로 발동된다.
큰누나만이 짤 수 있는 코드와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제 마력석의 조합이라 해야 할까.
덕분에 엄청난 게 탄생해 버렸다.
“자, 이제 그럼…….”
이걸로 계획에도 없는 마력석 설치도 마쳤으니…….
슬슬 녀석들과 함께 1주둔지로 돌아가 볼까.
마침 레일라와 어니스트가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데인, 다 마무리했어?”
“응. 너희들은?”
“우리도 얼추. 이곳 수습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열심히 하던데.”
“그러게. 동부까지 와서 이런 일에 휘말릴 줄은 몰랐는데.”
둘은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침착함을 보여 주었고, 이후 수습에 열심히 참여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녀석들이 그 지옥에 뛰어들지 않아서.
언젠가는, 그런 때가 온다면 어쩔 수 없이 뛰어들어야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아직은.
탐험하면서 마족을 마주하는 것과 사람과 사람이 처절하게 싸우며 죽고 사는 전투를 벌이는 건 다른 이야기니까.
“우리도 일단 1주둔지로 돌아가자. 마침 형님도 가신다고 하니까. 그 다음엔, 상황을 봐서 동부 관광하고 돌아가는 거지.”
“정말 그래도 될까? 여기가 이런 상황인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책임감을 느낄 건 없어. 우리는 말 그대로 휘말린 거야. 충분한 도움을 주기도 했고.”
놈들은 아마 한동안은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전력은 보존했으나 다시 마법과 소환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지원 병력도 곧 도착할 테지.
그럼 방어는 더욱 단단해지고, 야만족들은 이전처럼 게릴라전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다.
“그렇지. 하, 근데 오빠가 걱정되니까…….”
“괜찮으실 거야. 강한 사람처럼 보이던데.”
레일라를 안심시키긴 했지만, 아직 할 일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방해장 발생 마력석이 설치된 경로.
그리고 에드워드에게 줄 간단한 선물까지.
거기까지 마친 뒤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자발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이기도 하고 우리는 아카데미 소속이니까.
“돌아가서 애들한테 말하면 믿으려나?”
“믿지 않을까? 데인이랑 같이 있었는데.”
“하긴. 근데 데인 정도 활약이면 제국 중앙신문에 실리고도 남겠는데?”
난 녀석들의 호들갑에 피식거렸다.
이러나저러나, 여기에 안 어울리는 녀석들이라니까.
* * *
“이걸 진짜 보고하라고?”
병사로 위장해 주둔지에 숨어든 베나티오는 오늘 하루 마주한 데인의 활약상을 곱씹어보았다.
“말이 안 돼. 말이.”
뚫리기 직전의 2주둔지에 영웅처럼 등장해 거대 소환수, 에테라크를 두 마리나 불러내고 마법을 다중으로 발동시켰다.
그 누구도 마력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 덕분에 큰 희생을 막았다.
정확히는 전쟁을 막아냈다.
고작 14살밖에 안 된 아카데미 신입생이.
“이젠 나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모든 것들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긴 한데…….
기록을 가만히 살펴 보면, 이게 보고서인지 영웅 서사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일단 기록은 해야겠지.”
베나티오는 데인 일행이 막사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 빠르게 움직였다.
목표는 데인이 설치한 마력석.
모든 걸 보고해야 하는 만큼, 무슨 마력석인지 기록할 참이었다.
‘그나저나 좋아하는 게 도대체 뭘까. 지금까지로 봐서는…… 그냥 데인 소그레스를 좋아하는 녀석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어딜 가나 일단 대접받는 지위라는 걸 떠나, 어디서든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
그게 바로 데인 소그레스다.
“이거군.”
그런 생각 속에서 베나티오가 막 발견한 마력석을 살피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 둔 마력석.
하지만 베나티오는 일찍이 데인이 어디에 마력석을 숨기는지 봐 두었다.
“마법사들이 잔뜩 달라붙어서 내내 감탄하던 걸 보면, 대단한 물건인 듯한데.”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기 위해선 모든 걸 조사해야 한다.
베나티오는 아무 생각 없이 마력석을 관찰하다 손을 뻗었다.
파지지지직!
“……!”
그리고 강력한 전류가 발생하며 베나티오의 손끝으로 흘러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온몸을 감전시켰다.
말도 나오지 않는 짜릿함.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데인이 미리 설치해 둔 마력석의 훼손 방지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베나티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마법이.
“……! ……!”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하얘질 뿐.
부들부들, 몸을 떨던 베나티오는 결국 뒤로 넘어가며 널브러졌다.
황실 방첩대 에이스.
코드네임 ‘베나티오’의 임무에 난생처음으로 ‘차질’이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