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8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81화
44. 연금천재 데인 소그레스(2)
드로얀도 천재다.
그것도 연금학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
모든 교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데다, 연금실증학회장을 맡고 차기 제국의 연금술을 이끌어 갈 인재라 평가받고 있었다.
때문에 보통의 경우 드로얀이 해내지 못하는 건 다른 학생들도 못 해낸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가득한 드로얀이었기에-
‘그럴 리 없지.’
데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해독제라니.
독과 해독은 한 끗 차이다.
하지만 아그네스풀과 노랑번재꽃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둘 다 극독을 품은 식물이고, 잘못하면 해독은커녕 손에 닿은 것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는데…….
심지어 둘을 ‘조합’해서 해독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드로얀은 데인이 개판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연구실 겸 기숙사 방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데인, 혹시라도 장난친 거면 나는 괜찮으니까 이만 방으로 돌아가도 좋아.”
“아, 맞다. 방에 좀 다녀올게.”
그럼 그렇지, 싶어서 드로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것도 잠시였다.
자신의 방으로 향했던 데인은 한결 편안한 복장으로 돌아왔고, 마침 눈에 보이는 실험용 장갑을 꼈다.
“너 정말 하려는 거야?”
“못 믿겠으면 말고.”
“위, 위험해서 그래!”
“장갑만 잘 끼면 안 위험해.”
데인은 그렇게 말하며 산더미처럼 수북하게 쌓인 아그네스풀과 노랑번재꽃을 각각 한 줄기씩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드로얀이 상시 구비해 두는 즙내기용 돌로 조심스럽게 두 식물을 짓이겨 즙을 내었다.
‘뭔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연금술 실험은 처음 배울 때부터 안전, 안전, 또 안전을 외친다. 조금만 삐끗해도 실험자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런데 데인은 그런 수칙을 모두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손놀림이 자신 못지않게 꽤나 능숙해 보였다.
‘천재……? 아니야. 그럴 리가.’
드로얀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냥 해보는 걸 테다.
“단검?”
그때 데인이 단검을 꺼내 들었다.
푸른 검신이긴 하지만, 별달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콕, 콕.
데인이 단검 끝으로 즙을 차례로 찍자, 검신의 색이 변했다.
단검 끝에서부터 마치 독이 타고 올라가듯 처음에는 빨간색이었다가 그다음은 파란색이더니, 마침내 보라색이 된 것이다.
“에, 에트릴!”
성질을 흡수하는 광석.
에트릴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드로얀은 저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단순히 어마어마하게 비싼 광석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그걸로…… 해독제를?”
에트릴을 활용한 해독제를 조합하는 방식은 약학 분야에서도 엄청난 고급 기술로 취급된다.
배합.
속도.
세밀함.
거기에 에트릴에 인위적으로 마력을 흘러 넣는 방식의 어려움까지.
그걸 지금 하겠다고?
“됐다.”
됐다고 한다.
보라색으로 물든 단검을 쥐고 무언가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검신이 흰색이 되었다.
‘에트릴 반응’을 배워 아는 드로얀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해, 해독제가…….”
내부 독성이 분해되어 마침내 해독제가 되었다는 뜻.
어떻게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아무리 에트릴 광석을 쓴다 하더라도 둘을 조합해 해독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볼래?”
데인은 단검 끝을 빈 시약병에 가져갔다.
그러자 한 방울, 두 방울 투명한 액체가 떨어지더니 어느새 시약병이 1/3 정도 차 찰랑거렸다.
데인은 그걸 드로얀에게 내밀었고, 드로얀은 조심스럽게 시약병을 받아 들었다.
“저, 정말 이게 해독제라고?”
“응. 실험해 봐. 일부러 넉넉하게 만들었어.”
“…….”
드로얀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약병을 올려놓은 뒤 스포이드로 한 방울 조심스럽게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방금 데인이 내 놓은 아그네스풀의 즙 위에 떨어뜨렸는데…….
“이런 미친.”
드로얀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해독되고 있었다.
해독제가 닿은 순간 즙의 독성이 분해되는 게 눈으로도 똑똑히 보이는 것이다.
“허.”
보고도 못 믿겠는지 드로얀은 다시 스포이드로 한 방울을 빨아당겨 이번에는 노랑번재꽃 즙 위에 떨어뜨렸다.
“……진짜였어.”
결과는 같았다.
똑같이 독이 분해된 것.
이건 일대 사건이다.
드로얀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시약병을 내려놓은 뒤, 갑자기 다가가 데인의 양손을 덥석 잡았다.
데인이 이 녀석의 팔을 떼어 놓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였다.
“사부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저에게 해독법을 알려 주세요!”
데인은 난데없이 사부님이 되었다.
* * *
알려 줄 리가 있나.
사실 알려 줘도 못 할 거다.
에트릴 광석만 필요한 게 아니라 알맞게 조합해서 해독제로 만드는 마력의 센스가 필요한 거니까.
“사부님! 제가 뭐든 할게요!”
“응. 안 돼. 돌아가.”
“제발!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에트릴은 그렇다 치는데, 그걸로 어떻게 해독을 한 거냐고! 넌 역시 천재야! 자율전공학부 시험을 연금술로 봤어도 무조건 통과했을 거야!”
그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려 줄 수는 없다.
어머니가 알려 주신 귀한 방법이니까.
“해독제 만들어 줬잖아? 그럼 과제 통과 아니야?”
“그, 그렇긴 하지!”
“그럼 됐네.”
뭐, 어떻게 만들었냐고 누가 물어보면 그건 녀석이 알아서 할 일.
“제발, 나 궁금한 건 못 참는다고! 밤새도록 문 두드린다?”
귀여운 협박에 내가 피식거리자 드로얀은 발을 굴렀다.
“어떻게 하면 알려줄래?”
“안 돼.”
“……젠장.”
어차피 해독제는 만들어 줬다.
그럼 과제도 해결, 연구도 해결인데, 어지간히도 학구열이 강한 모양이다.
하기야, 궁금한 건 못 참아야 연금학부에서 천재라 불리며 당테르관 9층에서 지낼 자격을 얻겠지.
“언젠가 꼭 알아내겠어, 데인 소그레스.”
“그러든가.”
알아내도 할 수 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
어머니 말이 맞다면, 이건 어머니만이 아는 방법이고 그 방법을 나만 배웠기에 녀석이 알아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드로얀이 천재긴 하지만…….
우리 어머니도 천재다.
암살, 해독, 독 조합 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
그걸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참, 그리고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드로얀은 감사해하는 걸 잊지 않았다.
“다행이네. 해결해서.”
“응. 진짜 미칠 뻔했거든. 지금까지 이런 적이 별로 없었는데.”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다.
이번 생에서는 재능을 타고나서인지, 어릴 때부터 뭔가 풀리지 않으면 풀릴 때까지 고민하고 탐구하곤 했었다.
그 덕분에 동이 터 오는 걸 본 후에야 잠든 적도 부기지수.
전생에서는 살기 위해 쪽잠이라도 자려 애를 썼던 걸 생각하면 참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할까.
“근데 에트릴 광석으로 된 단검은 어떻게 얻은 거야? 보통 가공이 무척 어려워서 원석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선물 받은 거야.”
선물해 준 사람이 굳이 어머니인 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하긴, 너희 가문 정도면 선물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겠지. 소그레스 가문은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문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말로 퉁 칠 수 있었다.
“참, 이거 가져가.”
“뭔데?”
“해독제 만들어 준 보답.”
“바라고 한 건 아닌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 손은 이미 드로얀이 건넨 걸 냉큼 챙기고 있었다.
이런, 본능이라 어쩔 수 없지.
“바라고 한 건 아니라면서?”
“주는 걸 마다하진 않아서.”
“어이가 없어서.”
드로얀은 피식거렸고 나는 녀석이 준 걸 확인했다.
돌이었다.
“현자의 돌?”
드로얀은 기겁했다.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특히 연금술사들 앞에서는. 그런 건 법칙상 절대 존재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현자의 돌이 얘네들한테는 발작버튼이라도 되는 건가.
“그럼 뭔데?”
“증폭의 돌. 이름 그대로야. 그 돌에 있는 힘을 대가로 연금술이나 각종 실험에서 반응성을 증폭시켜 주는 거지.”
“아하.”
듣기만 해도 좋은 물건인 건 알겠다.
“비싼 거라고들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얘네 가문도 돈 많다 보다.
하기야, 연금술은 돈 없으면 아예 시작조차 못 하는 학문이라고들 하니까.
“그보다는 구입하기 위한 자격요건이 엄청 까다로워서. 증폭에 쓰이다 보니까 미숙한 사람이 쓰면 안 되거든.”
“나한테 줘도 돼?”
드로얀이 피식거렸다.
“방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놓고선 무슨 그런 걱정을 해?”
녀석은 내가 만들어 준 해독제가 담긴 시약병을 흔들어 보였다.
“연금술에서 독초끼리 조합해서 해독하는 건 4학년은 가야 간신히 이론 정도만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재료들도 엄격하게 관리되니까.”
어머니한테 감사해야겠는걸.
“그리고 나는 그거 몇 개 더 있어. 뭐, 해독제 하나 못 만들지만…… 이래 보여도 구매 자격은 되거든. 혹시 나중에 또 필요하면 말해. 싸게 팔 테니까.”
“그래.”
그렇게 나는 드로얀의 방을 나와 증폭의 돌을 들고 돌아왔다.
문을 여니 나를 반겨주는 녀석이 있었다.
“끼륵? 끼륵! 끼르윽!”
아니 저기 몇 분이나 있었다고.
나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서럽게 우는 카르나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어구, 미안.”
카르나스를 들어 올리자 얼굴을 부비고 난리도 아니다.
실험실에서 약품이 묻거나 할지도 몰라 두고 간 건데, 나중에는 어쩌려나 싶다.
설마 와이번 정도 크기 돼서도 이렇게 난리 치는 건 아니겠지?
“훈련이 필요하긴 하겠군.”
나는 일단 카르나스를 침대 위에 올려 두었다.
녀석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베개 위에 자리를 잡더니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방금 드로얀이 준 증폭의 돌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푸른 색의 돌이 묘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광량이 강한 건 아니라 잘 때 머리맡에 두면 수면등으로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귀한 거라고 하니까 써먹긴 해 봐야겠지?
“증폭의 돌이라…….”
나는 혹시나 해서 책꽂이를 뒤적거렸다.
있다.
집에서 가져온 책들 중 하나다.
책을 펼쳐 증폭의 돌 관련 카테고리를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돌의 만듦새에 따라 실험, 조합, 각종 반응 등을 증폭시킨다. 일반적으로 약 20%를 증폭시키며…….”
상당한 증폭량이다.
“음.”
나는 아공간을 열어 테스트해 볼 만한 적당한 재료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안 그래도 마력을 미리 담아 놓을 마력석들이 필요하던 참이다.
마력석은 마법을 수련하면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도구.
마력을 미리 담아 두어 향후 실험에 활용할 수도 있고, 효율이 좀 낮긴 하지만 마력이 부족할 때 급하게 끌어다 쓸 수도 있다.
혹은 판매도 한다.
물론 마법사들은 어지간해서는 마력석을 개인적으로 만들어 팔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력석은 별도의 정제를 거치지 않는 이상, 다른 마법사가 쓰기엔 효율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
사람마다 지닌 마력의 성질이 제각각이란 이유다.
“보통 마탑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편이지.”
대신 마탑에선 마법사들의 잔여 마력과 대기 중의 마력 소량을 포집하여 정제한 뒤 이를 마력석으로 만들어 판다고 한다.
마탑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한 세 개 정도 만들어 볼까?”
오늘 마력 쓸 일은 더 없어 보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마력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모두 마력석을 만들어야겠다.
나는 빈 마력석을 세 개 정도 꺼냈다.
그리곤 촉매로 활용할 말린 드라우그 열매도 세 개 꺼냈다.
이후, 마력석에 마력을 담기 위한 배치까지 마친 뒤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웅.
그리고-
“어?”
퍼석.
마력석은 내가 예상한 마력을 넣기도 전에 깨져 버렸다.
“뭐야 이거.”
황당하다.
나는 나름대로 계산을 마쳤다.
분수대에서 고대 마력 집약체로 서클이 하나 만들어진 것을 모두 계산에 넣었다는 것이다.
“절반도 안 넣었는데.”
하지만 내가 생각한 마력의 절반을 채 넣기도 전에 마력석이 용량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마력석 한 개를 새롭게 놓고 증폭석을 통해 이번엔 절반이 아닌 1/4의 마력만을 흘려보내 보았다.
우우웅!
그러자 이번에는 아주 아슬아슬하게 차 심하게 진동하는 마력석.
마력석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투명한 마력석과 다르게 녹색이다.
나는 행스턴동에 처음 들어갈 때를 떠올렸다.
그때 아마 장막의 색도 녹색이었지?
그럼 내 마력의 색이 녹색이란 뜻인가?
아니, 그보다.
“허.”
이상하다.
좋은 증폭의 돌을 준 건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 드로얀의 방으로 향해 녀석에게 물었다.
“그거? 뭐, 괜찮은 물건이긴 한데 내가 같은 거 사용했을 때는 약 22% 정도였는걸?”
“그래?”
“무슨 일인데?”
“아냐. 그냥 궁금해서.”
다시 방으로 돌아온 나는 가정해 보았다.
이 증폭의 돌 증폭량은 약 22%.
하지만, 내가 계산한 마력의 1/2만으로도 마력석은 꽉 차 버렸다.
그렇다는 건…….
“증폭량이 최소한 50%는 넘는다는 거잖아.”
어이가 없고, 믿기지가 않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럼 고대 마력은 이 증폭의 돌 효과를 더 크게 본다는 건가?
일반적인 마력이라면 20% 정도만 증가할 효율이, 무려 절반 이상이나 증가한다고?
그만큼 순도 높은 마력이라서?
“이거 완전 사기잖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공간을 다시 열어 마력석을 있는 대로 꺼낸 뒤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내 눈 앞에는 마력석 두 개가 놓였다.
“후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왜 마탑에서만 만들 수 있는지 알겠다.
마력이 거의 다 고갈된 것이다.
하나 더 만들었으면 아마 마력이 역류해서 큰일이 나지 않았을까.
“날 잡아서 한두 개 정도만 꾸준하게 만들어야겠는데.”
그리고 증폭의 돌도 거의 빛을 잃었다.
증폭의 돌.
마력석.
그리고 생각 이상의 효율.
여기에 하나 더.
사람을 가리지 않을 순도 높은 이 고대 마력의 성질.
나는 머리를 굴려 대략적인 계산을 마친 뒤 한 가지 결론에 당도했다.
“이거, 앞으로 돈 걱정 없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