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1988 RAW novel - Chapter 67
제67화 뉴욕에서 정적을 만나다 (1)
“박수진이 나왔습니다.”
“으음, 이제야 나오는군.”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는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을 타고 있었다.
탐정 칸트가 박수진을 미행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으로 알려왔기에 트럼펫 호텔에서 푹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하고 외출 준비를 마친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가 소호 거리로 달려온 거였다.
박수진은 동수와 데이트를 하면서 쇼핑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귀국이 가까워지자 부모와 지인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구입하기 위하여 소호 거리로 나온 거였다.
동수는 박수진이 혼자 다니지 못하도록 4명의 건장한 경호원을 붙여 주었다.
그 덕분에 박수진이 안심하고 다닐 수가 있었다.
경호원이 검은색 벤츠의 트렁크를 열어주자 쇼핑백을 넣었다.
경호원이 차문을 열어주자 박수진이 탔다.
경호원은 조수석에 앉았는데 운전기사도 있었다.
나머지 3명의 경호원들은 뒤의 검은색 벤츠에 타고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지 봐야 하니 따라가.”
“예, 알겠습니다.”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가 타고 있는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과 탐정 칸트가 타고 있는 세단이 출발하여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행했다.
그렇지만 박수진을 경호하는 경호원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갤럭시 투자회사의 사장실 창가에 서서 머그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던 동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집무책상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장님, 미스 박의 경호를 맡고 있는 톰슨입니다.-
“아, 톰슨 무슨 일이오?”
-미행자가 있습니다.-
“뭐, 미행자?”
-예, 그렇습니다. 소호 거리에서 쇼핑을 마치고 이동하는데 미행하는 것을 포착했습니다만 아직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는 거요?”
-미스 박은 사장님을 만나러 가신다고 갤럭시 빌딩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으음, 느낌이 좋지 않으니 갤럭시 빌딩으로 들어오지는 말고 한 바퀴 돌아서 지금 수진씨가 지내고 있는 스페이스 타워로 가세요.”
-으음,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동수가 사장실 문을 열고 비서실의 소파에 앉아서 대기해 있는 경호원들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고는 즉시 출동을 시켰다.
경호원들을 전부 출동시키면 동수를 경호할 사람이 없게 된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폴과 스미스를 보내어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게 했다.
박수진의 경호원은 핸드폰으로 서로 통화를 하면서 박수진에게도 미행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동수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갤럭시 빌딩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한 바퀴 돌아서 지금 지내고 있는 스페이스 타워로 간다고 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예, 알겠습니다.”
박수진과 경호원들이 나누어 타고 있던 검은색 벤츠 두 대가 갤럭시 빌딩에 세우지 않고 한 바퀴 돌아서 스페이스 타워로 향했다.
그것도 모르고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가 타고 있는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과 탐정 칸트가 타고 있는 세단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행했다.
동수의 백인 경호원인 폴과 스미스가 검은색 벤츠를 타고 미행자들을 뒤에서 따라가면서 인맥인 뉴욕 경찰에게 부탁하여 차번호를 조회했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탐정 칸트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다만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은 김 대리가 렌트한 차였다.
윤현식 상무에 대한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김 대리가 렌트한 차라서 그에 대한 것은 알아내었다.
스미스가 운전을 하고 있었기에 폴이 동수에게 핸드폰으로 보고했다.
“탐정 칸트?”
-예, 보스. 뉴욕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설탐정입니다.-
“흐음, 사설탐정이 왜 미행을 하는 거지?”
-아직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미행하는 차가 한 대 더 있었습니다.-
“한대 더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렌트 받은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인데 차안에는 두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차번호를 조회하여 렌트 업체에 알아보았더니 한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
-예, 태양전자의 김일규 대리였습니다.-
폴의 보고에 동수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한사람이 떠올랐다.
태양전자의 김일규 대리는 윤현식 상무의 비서나 다름없는 자였다.
태양전자의 김일규 대리가 뉴욕에 관광을 왔다면 굳이 박수진이 타고 있는 벤츠를 미행할 이유가 없었다.
“계속 추적하여 보고해 주시오.”
-예, 보스.-
통화를 종료한 동수가 눈을 번뜩였다.
“호오, 이것 봐라?”
태양전자의 윤현식 상무가 뉴욕까지 올 줄은 몰랐었다.
안 그래도 며칠 후에 박수진이 귀국을 해야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었다.
동수가 뉴욕에 머물러 있었기에 그동안 윤현식 상무가 수작을 부리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창가로 걸어가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머그잔의 커피를 마셨다.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박수진에게 집착을 하는 것을 보니 운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껴졌다.
“으음, 정말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군.”
전생에서는 윤현식 상무가 다양한 방법으로 결국 박수진과 결혼한다.
예뻐해 주고 사랑을 해주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거였다.
하지만 윤현식 상무는 아름다운 박수진을 괴롭히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자 과감하게 버렸다.
이혼만 하였다면 성격이 맞지 않아서 그랬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 압력을 행사하고 괴롭히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 즉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다.
이게 윤현식 상무와 박수진의 운명이었다.
그런데 동수가 회귀하면서 운명이 뒤틀렸다.
원래의 운명대로 라면 윤현식 상무가 박수진을 만나야 하는데 그전에 동수가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동수는 박수진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미래를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한 번도 박수진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었다.
그냥 TV 쇼프로에 출연하여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박수진의 모습을 보기만 했었다.
박수진이 동수의 이상형이었다.
소개팅을 한 후에 나름 많은 고민을 했었다.
결국 윤현식 상무와 박수진의 운명에 끼어들어서 가로채 버렸다.
예정에도 없었던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운명의 뒤틀림이 발생했다.
동수는 박수진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는데 만나서 데이트를 해보니 착하고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랬기에 더욱 박수진을 놓치기는 싫었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두고 굳이 돌이 많은 비포장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앞으로 박수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럼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동수 덕분에 박수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박수진 입장에서는 인생의 가시밭길이 펼쳐져야 하는데 갑자기 동수를 만나면서 운명이 크게 바뀌어 고속도로로 변하였다.
동수와 박수진은 궁합으로 보더라도 천생연분이었다.
그렇기에 만나면 서로 행복하고 좋을 수밖에 없었다.
“쉽게 포기하지 않을 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독하군.”
동수가 윤현식 상무를 만나지 못하도록 중간에 개입하여 많은 방해를 했었다.
그 덕분에 박수진은 윤현식 상무에게 시달리지 않았었다.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집착을 보이니 좋게 해결이 나지는 않을 거였다.
가장 확실한 것은 윤현식 상무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거였다.
아직은 서로 사업적으로 경쟁하는 분야가 없었기에 부딪치지 않았다.
윤현식 상무를 무너뜨린다고 하더라도 뒤에는 태양그룹이 있었다.
문득 태양그룹까지 무너뜨리는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끼이익!
검은색 벤츠 두 대가 멈추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건장한 경호원이 재빨리 내리더니 차문을 열어주었다.
그제야 박수진이 벤츠에서 내렸다.
망설이지 않고 곧장 스페이스 타워로 들어갔다.
보통은 차 트렁크에 넣어놓았던 쇼핑백을 꺼내어서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가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미행자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살짝 겁을 먹었다.
아무리 곁에 경호원들이 있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미행한고 있다고 생각하면 공포스러웠다.
경호원들이 알아서 차 트렁크에서 쇼핑백을 꺼내어 가져올 테니 안심하고 먼저 2명의 경호원들과 함께 스페이스 타워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스페이스 타워에는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었기에 아무나 함부로 출입할 수 없었다.
1층 로비 층에서 경비원들의 허락을 받아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스페이스 타워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탐정 칸트가 조사한 것을 윤현식 상무와 김 대리도 알고 있었다.
며칠이면 박수진이 호텔에서 묵었겠지만 장기간 지내야 하기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하여 스페이스 타워를 임대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소유자가 동수이기에 이들의 착각이지만 말이다.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에 타고 있던 윤현식 상무는 더 이상 박수진에게 접근을 하지 못했다.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기에 무작정 박수진을 만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했다.
일단 뉴욕에 박수진이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기회를 엿보다가 자연스럽게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마주치는 것으로 할 생각이다.
“상무님, 어떻게 할까요?”
“으음, 일단은 물러나서 자유의 여신상이나 보러가자.”
“자유의 여신상?”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니 가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탐정 칸트는 어떻게 합니까?”
“탐정 칸트는 계속 대기하면서 혹시라도 박수진이 나오거나 하면 연락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김 대리가 핸드폰으로 탐정 칸트에게 연락하여 윤현식 상무가 지시한대로 말을 전했다.
포츠 사의 은색 세단 타르몬에 타고 있던 윤현식 상무는 스페이스 타워의 로비 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우웅!
차가 부드럽게 출발하였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을 보고 검은색 벤츠에 타고 있던 폴과 스미스는 뒤따라갔다.
탐정 칸트는 계속 이곳에 남아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박수진의 경호원들 중에 2명이 다른 차를 타고 나와 뒤쪽에서 지켜보며 감시에 들어갔다.
한편, 집으로 들어온 박수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동수에게 연락했다.
“자기, 집에 들어왔어요.”
-잘했어. 오늘은 밖으로 나가지마.-
“알았어요. 퇴근하면 곧장 와요.”
-한 시간 이내로 일을 마무리하고 갈게.-
“그래도 일이 지장이 없어요?”
-특별히 바쁜 일들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래. 미행하는 것을 알고 많이 놀라지는 않았어?-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든든한 경호원들이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흐음, 다행이군.-
“자기,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통화를 종료한 박수진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무엇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욕실로 들어가서 거품목욕을 하기로 했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욕실에는 아주 럭셔리한 욕조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박수진이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이용한다.
입고 있는 옷과 속옷까지 다 벗었다.
눈부신 나신이 드러났지만 욕실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안심하고 욕조로 들어가서 등을 기대었다.
미행을 당하였다는 것을 알고는 살짝 놀라고 긴장을 했었는데 따뜻한 물로 인하여 스르르 몸이 풀어졌다.
“아, 따뜻하고 좋아.”
입욕제를 넣었더니 욕조에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꾸욱!
버튼을 누르자 산소방울이 밑에서 생성되어 수면으로 올라왔다.
눈을 감고 거품목욕을 즐기면서 누가 미행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 뉴욕인데 박수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특별히 미행을 당하거나 하는 것이 이상했다.
“누가 나를 미행하는 거지?”
동수가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수라면 충분히 누가 미행한 것인지 조사를 착수했을 거였다.
갤럭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나름 정보를 입수하고 조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똑똑!
노크소리가 나더니 가사 도우미 샤론이 들어왔다.
가사 도우미들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짧은 샤론이다.
그렇지만 금발에 몸매까지 좋은 미녀이다.
부유한 가정이 아니라서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3년 전에 독립을 하여 브루클린에서 월세를 얻어 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지내던 동수가 출국하여 뉴욕에 오자 가사 도우미를 더 뽑았다.
그때, 기존에 일하던 가사 도우미의 추천으로 샤론이 일하게 되었다.
동수는 자신의 신변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기에 가사 도우미조차 함부로 뽑지 않는다.
설사 면접을 보고 뽑기 전에 뒷조사를 하여 철저히 확인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기에 암살이라도 하면 보통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뒷조사를 한 결과 샤론에게 특별히 수상하거나 의심을 할 만한 것은 없었기에 합격되어 가사 도우미로 일하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 가사 도우미를 하는 것보다 배나 많은 월급을 받으며 대우도 좋고 고용주, 즉 동수가 까다롭지 않아서 일하기도 편했다.
브루클린에서 살던 곳을 정리하고 들어와 숙식까지 하고 있었기에 돈을 아낄 수가 있었다.
박수진이 뉴욕으로 와서 지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석류즙이에요.”
“고마워.”
석류는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아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며, 설사 및 이질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로 쓰인다.
주우욱!
박수진이 석류 즙을 단숨에 마셨다.
맛과 향이 뛰어나 박수진도 좋아한다.
“오늘 쇼핑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누군가 날 미행했어.”
“예? 미행을요?”
박수진의 말을 듣고 샤론이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거품목욕 계속 하세요.”
“그래. 고마워.”
박수진이 내민 컵을 받아든 샤론이 욕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