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AW novel - chapter (1614)
회귀자 사용설명서 1614화
중원무림빙의(19)
분노로 일그러진 심 씨 자매들이 검을 뽑아 든 것은 당연지사.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이 사악한 계집들!!!”
‘진짜 내가 시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시바….’
기왕이면 심 씨 자매들이 가만히 있어 주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아도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인 그들이 잠자코 이 상황을 넘겨줄 리 만무했다.
그간 가면을 쓰고 있었던 자매들의 얼굴이 프로 살인마처럼 일그러진 것은 당연지사.
아예 기세를 숨길 생각도 없는지 내공을 일으키며 금방이라도 출수할 것마냥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핏발이 선 채로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있다.
그래, 저 미개한 군중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돌팔매질을 당하기까지 했으니 모용화연을 사랑해 마지않는 심 씨 자매들의 눈이 돌아갈 만도 했다.
“후우… 후우… 후우….”
오죽했으면 혜검군자 이 새끼도 깜짝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까.
평범한 시비인 줄 알았던 심 씨 자매들이 알고 보니 고수였단다. 커다란 소리로 사악한 계집들이라 외쳐놓기는 했지만 갑작스레 바뀐 기세에 꼬리 내린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본인조차 승부를 점칠 수 없는 고수가….
‘둘이나 있자너….’
물론 금전투귀도 결코 만만치는 않다. 심지어 혜검문도들이 있으니 녀석들이 수적으로 우위에 있기는 하나, 막상 싸움이 벌어진다면 몇몇은 분명히 목이 달아날 것이다.
그게 본인들이 될 확률이 없지 않은 만큼 녀석들이 조심스러워지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
“…….”
“고… 고수? 금전투귀. 이,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소?”
“그래 봤자 고작 둘에, 아직 어린 계집들이오. 나만 믿으시구려.”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중. 당연히 둘 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미개한 새끼들 진짜.’
군중들도 다르지 않다. 신나게 돌팔매질을 하며 마녀사냥을 했던 놈은 어느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
누가 봐도 기회처럼 보였던 것인지, 심소소가 커다란 내공을 담아 입을 열어 재꼈다.
“감히 누가 모용세가에 대적하려 하는 것이냐!!”
“…….”
“당장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지 못할까!!!”
모용화연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심소소의 외침….
하지만….
‘하… 시바 왜 그랬어… 왜 그랬니 소소야….’
“?”
“?”
“…….”
“…….”
“푸… 푸하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당연히 효과가 굉장하지는 않았다. 다른 의미로 효과가 굉장했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이 풀린 듯한 느낌, 갑작스러운 살기와 압박감에서 일순간 벗어난 혜검문도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당… 당장!! 무릎을 꿇으라 했거늘!! 정녕 목이 달아나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하하하하하푸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금전투귀가 커다랗게 소리를 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기회를 잡은 것마냥 눈을 반짝이고 있다.
“오호라!! 지금 보니 사마외도(邪魔外道)의 간자들이었구나!!! 하하하핫!”
“…….”
“고강한 무공을 숨기고 시비 행세를 하다니,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숨어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감히 주제도 모르고 이곳 요녕에서 모용세가를 사칭한단 말이냐. 푸…흐하하하핫!”
“이… 건방진 것들! 눈을 똑바로 뜨거라!! 네놈들의 앞에 계신 이분이 바로 모용화연 님이시다!!!”
“오호라! 그러하느냐! 내 모용세가의 모용화연이 애비도 없는 자식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거늘!!! 푸…크…흐하하하하하하핫!! 네 말이 사실이라면 모용가주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모양이구나!! 하하하핫! 어딜 근본도 없는 문란한 계집이 대 모용세가의 장녀를 흉내 내려 든단 말이더냐! 오라!! 내 오늘 너희들을 붙잡아! 모용세가에 넘겨야겠다!”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될 놈들이로구나!”
“강호의 동도들께 이 금모 씨가 할 말이 있소이다!! 하하하하핫! 감히 이곳 요녕에서 모용세가를 사칭하는 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해야 좋겠소!”
“당장 벌해야 하지 않겠소!”
“잡아 죽여야 하오!!!”
“하하하하하하핫!! 그렇소이다! 오늘 이곳에 모인 우리들이 강호의 법도를 다시 세워야 하지 않겠소이까!”
숨겨놓은 프락치들이 신나게 놈의 말에 호응하는 중, 이 야비한 새끼가 지내 병력이 아니라 군중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을 깨닫는다.
곧바로 나서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돌멩이가 날아 들어온다. 물론 이번에는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심소소와 심소희가 돌멩이를 쳐내고 있었지만….
“죽어라!!!”
“우리 마을에서 당장 사라지거라!! 이 더러운 계집들아!!!”
“살인자!!!”
“당장 사라져라!!!”
그 수가 한둘이 아닌 것이 문제였다. 과장하지 않고 말해서 수백 개가 날아들어 오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이에서는 내공이 섞여 있는 것들도 더러 존재한다. 혜검문도들도 함께 돌을 집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을 든 놈들이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터라 심 씨 자매들도 애를 먹고 있었다.
“아… 아씨! 안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이곳은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그러니까 왜 나섰어! 시바!’
심지어 장원 문이 발칵 열리며 심소희와 꼬물이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셨다.
‘아니, 너희는 시바 왜 나왔어?’
“장… 장원의 뒤쪽에서 혜검문도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아씨! 어쩔 수 없이 도련님을 대피시킬 수밖에….”
‘하… 시바 진짜….’
“죽어라!!!”
‘이 미개한 새끼들 진짜 개 막장이네.’
“혜검문도들은 들라!! 오늘 본 장문인과 금전투귀가 이곳 요녕의 법도를 다시 세울 것이니라!! 당장 저것들을 포박하라!!!”
‘시바.’
상황은 점점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중. 갑작스러운 난리 통에 꼬물이마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이 천벌 받을 놈들!!!!! 우리 어머니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리 모여들어 어머니를 해코지하는 것이냐!!!”
‘그 천벌이 땅콩은 아니지? 꼬물아?’
“전부 혼꾸녕을 내줄 것이다! 이 천벌 받은 것들!!!! 흐윽… 흐으으윽!!! 감히!!”
‘아니야. 꼬물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흥분하지 마. 흥분하지 마!’
“내가 네놈들을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천벌 받을 놈들!!! 흐으으윽….”
침까지 튀기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꼬물이의 모습이 무섭다. 당장에라도 땅콩신공을 선보일 것 같은 모습에 긴장감이 서린다.
혹시나 이 일을 계기로 우리 꼬물이가 암흑진화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전부 죽… 죽여 버릴 것이다!”
‘결국에는 죽… 죽인다는 말도 나왔자너….’
“사… 사지를 찢어 죽일 것이니라!!”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시바 꼬물아.’
“닥쳐라! 내 네게 억하심정이 없다만 네놈 어미의 죄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바! 내 오늘 무림의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다!”
‘진짜 모르겠다. 이 동네는 시바.’
기왕이면 이곳에서 군중들을 상대로 유혈사태를 벌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나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돌에 맞고 쓰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쪽은 둘째 치더라도 혹시나 꼬물이와 심 씨 세 자매가 크게 다칠 수 있는 만큼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첫 번째, 아니, 혜검 장문인 저 새끼랑 금전투귀를 잡아 죽이는 것이 첫 번째다.
물론 크게 당황한 심 씨 세 자매는 계속해서 “아씨! 도망치셔야 합니다!”, “제가 남겠습니다! 언니!”, “아니다! 내가 남을 것이니 너는 아씨를 지키거라!”, “흐… 흐으으윽… 언니!”, “아씨를… 아씨를 잘 부탁한다. 소희, 소월….” 같은 신파극을 찍고 있었지만 아마 경험이 미천해 객관적인 상황을 바라볼 수 없었던 거라고 본다.
‘하기사 시중들어주느라 실전경험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는 했어. 있어 봤자 이런 군중들이랑 다대일 전투를 경험해 봤겠냐고… 기껏해야 서로 비무하고 끝이었겠지 뭐. 애들아… 애들아… 이거 우리가 이길 수 있자너.’
물론 혜검장문인과 금전투귀가 자리해 있기는 하지만, 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겨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심 씨 세 자매는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강하다. 그냥 날아 들어오는 돌멩이들과 날붙이들, 군중의 숫자 때문에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는 것뿐이다.
곧바로 꼬물이를 안아 들자, 꼬물이가 흐윽흐윽 울며 손을 뻗어 피가 난 내 이마를 문지른다.
물론 꼬물이에게 신경을 쓸 시간은 없다. 이쪽의 체력이 빠졌다고 생각했는지 본격적으로 놈들이 검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소. 소희. 소월.”
“네… 네. 아씨!”
“내 손가락을 보고 따라 움직이거라.”
“네… 네?”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내 손가락을 보고 따라 움직이라 일렀다. 소소.”
“네… 네! 아씨!”
“소희.”
“네! 아씨!”
“소월.”
“네, 아씨!”
간단하게 위치를 정해주는 것으로 끝.
“다시. 소소.”
“네… 네! 아씨!”
“소월.”
“네… 넵!”
“소희.”
아주 간단한 방진이었지만 이 차원에서는 조금 더 효과적이다.
“진…법?”
“아씨… 진법은 대체… 언제….”
“입 다물고 집중하거라. 소소.”
“네… 네! 아씨!”
“소월.”
“네!”
“다시 소소.”
당연하게도,
“으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혜검문도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소희.”
“네! 아씨!”
“소월.”
“네!”
계속해서 서로 위치를 바꾸며 나와 꼬물이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세 자매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
내 손가락을 살피며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비명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심지어 점점 이동까지 하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확실히 얘네 꽤 쓸 만하자너.’
다른 무엇보다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 중요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곧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야가 분산되었던 터라 그녀들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아마 그녀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이 행동에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 신호와 동시에 곧바로 움직인다.
이제는 자매들이 이동하는 속도가 흐릿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술… 사술이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썰려 나가고 있는 혜검문도들은 마치 검의 숲 안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은 잘 훈련받은 군대를 마주한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정말로 자신들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게 무슨 일이오! 금전투귀!”
“미… 미친 저건… 도대체… 뭐야… 잠… 잠깐… 잠깐!”
‘응 이미 늦었어요. 아니, 시바 넌 또 뭐야?’
저 멀리서 갑작스러운 기운이 느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혹여나 낭왕이라고 불리는 새끼가 온 건가 싶어 눈을 게슴츠레 떴지만 시야에 비치는 것은 젊은 여성.
심지어 이쪽을 바라본 이후에는 크게 놀라 입을 벌린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내력을 출수하며 이쪽과 저쪽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비쳐왔다.
상태창에 보이는 칭호는 하북팽가의 금지옥엽.
“…….”
“…….”
오룡삼봉의 미봉(美鳳).
팽가희.
중원식 표현으로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용… 화연? 정말 모용화연?”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