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01
601화. 화안그룹 (10)
[(WST 단독) 네버랜드호 수에즈 운하 좌초 및 기름 유출 사건, 선박 결함 가능성 높아!](전략)
인간이 만든 가장 큰 물건이라고 하면, 보통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초고층 빌딩을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큰 게 있으니 바로 선박이다.
현재 바다 위를 떠다니는 컨테이너선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길이가 399.9미터에 폭은 60미터에 달한다.
보통 200미터를 넘는 건물을 마천루라고 하고, 400미터가 넘는 건물을 초고층 마천루라고 하는데, 웬만한 빌딩보다도 더 큰 크기의 배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섬이나 다름없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이보다 더 크게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이상의 큰 배는 거의 만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수에즈맥스 규격이 400미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네버랜드호는 길이 399.94미터에 전폭은 58.8미터로, 바로 이 수에즈맥스 규격을 꽉 채워서 건조된 컨테이너선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선박은 무엇으로 움직일까?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석유를 정제하면 LPG,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순으로 연료가 나온다.
이 중 마지막에 나오는 중유는 다시 A, B, C급으로 나뉘고, 선박은 바로 이 C급 중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이를 보통 벙커C유라 부른다.
벙커C유는 불순물이 많은 저급 연료다. 그럼에도 선박들이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선박들이 내뿜는 매연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국제해사기구(IMO)는 유황 배출기준을 기존 3.5퍼센트에서 7분의 1 수준인 0.7퍼센트로 낮췄다.
강화된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경유나 등유는 벙커C유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비용 부담은 운송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기존에 건조된 배의 경우 엔진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선박들은 기존 벙커C유를 계속 쓰는 대신 스크러버(Scrubber)라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는 매연을 바닷물로 씻어 흘려보내는 장치다.한마디로 대기로 퍼질 오염물을 바다로 보내는 것이다.
이 스크러버는 개방형과 폐쇄형 두 종류로 나뉜다.
개방형 스크러버는 오염수를 바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식이고, 폐쇄형 스크러버는 오염수를 배 안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네버랜드호는 이 중 개방형 스크러버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집트 당국은 오염수가 운하를 더럽히는 일을 막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동안 오염수를 배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개방형 스크러버를 사용하는 선박들은 운하를 통과하는 동안에는 벙커C유 대신 저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네버랜드호의 엔진은 고유황유와 저유황유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애초에 벙커C유에 최적화된 만큼, 저유황유 사용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연료 특성의 차이로 인해 엔진이 손상되거나 출력이 약화돼 추진력을 잃은 상태에서 강풍을 만나는 바람에 선체가 우현으로 기울며 제방과 충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선체가 파손되며 벙커C유가 운하로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집트 정부는 군부대까지 동원해 기름띠 방제 작업에 나섰고, 전세계 전문가들이 투입돼 선체 수리 작업을 벌이는 중이지만, 언제 수에즈 운하의 운행이 정상화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 해운업계 관련자는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의 잦은 고장 사례는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장인정신이 뛰어나고 품질이 좋다고 하는 일본 조선사의 선박마저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조선소의 기본 설계 능력과 품질, 검사 과정 등 총체적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는 선주들이 피해보상과 관련한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하는 만큼, 향후 선박 발주에 있어서는 가격만큼이나 품질이 중요해질 것이다.’
(중략)
결국 이번 사건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인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네버랜드호를 건조한 일본 마루가와조선과 대만 네버블루 해운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도 한 장의 사진이 더 강렬한 법.
운하에 검은색 기름띠가 퍼져나가는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장 환경단체들이 들고 일어났고,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니까 스크러버라는 장치로 매연을 공기 중에 버리는 게 아니라, 바다에 버린다고?
-개방형과 폐쇄형의 차이는 뭐야?
-개방형은 바로 바다에 버리는 거. 폐쇄형은 선체에 모아다가 먼바다로 나가서 버리는 거.
-ㅋㅋㅋ 결국 다 바다에 버리는 거네.
-아니, 이게 말이 돼? 매연을 안 나오게 해야지, 그걸 바다에 버리면 어쩌라고?
-컨테이너선 한 척에서 내뿜는 매연이 덤프트럭 50만 대 분이라는데 ㅎㄷㄷ
-자동차는 전기차로 바뀌고 있는데, 배는 뭐하냐?
-배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서 이런 사고를 치다니. 쯧쯧!
-일본 장인정신 어디 갔음?
* * *
IMO(국제해사기구).
1958년 설립된 기구로 해상에서의 안전, 보안, 해양오염 방지 등을 책임지는 UN 산하의 국제기구로, 해상 교역을 하는 모든 국가가 가입해 있고, 이곳에서 정해진 결정에 따른다.
현 사무총장은 한국인으로 이름은 탁임구.
워낙 큰 사태가 벌어진 만큼, IMO는 본부가 있는 런던에서 긴급총회가 열렸다.
이틀에 걸친 총회가 끝나고 나자, 사무총장 탁임구는 언론에 나서서 이를 직접 발표했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닙니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LNG와 수소 연료 사용을 늘려야 합니다. IMO는 2050년 국제 해운 탄소배출 감축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것을 2035년으로 15년 앞당기고, 이를 맞추지 못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탄소부담금 제도 등 규제 조치를 추가 도입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또한 현재 운항 중인 모든 선박에 대한 안전 규제와 운항 규제를 강화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 소식에 해운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현재 건조된 지 15년이 지난 선박의 비율은 현재 38퍼센트.
컨테이너선만 놓고 보면 무려 44퍼센트다!
당장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 대대적인 수리 보수를 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낫다.
탄소배출 감축 시기가 앞당겨지며, 현재 건조 중인 배들도 영향을 받게 생겼다.
기존이 운항 중인 배들의 경우에는 2035년부터는 탄소부담금을 물어야 하고, 이는 곧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기술개발은 활발하게 이뤄졌고, LNG 추진선 역시 만들어졌다.
그러나 바다 위에 LNG 운반선은 많아도 LNG 추진선은 150여 척밖에 되지 않았다.
이유는 선박 가격이 30퍼센트가량 비싼 데다가, 연료비가 비싸 기존 선박에 견주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부담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운사는 의무적으로 LNG 추진선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LNG 추진선을 만들 수 있는 조선사가 전세계에 몇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화안오션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화안오션은 수소 추진선과 운반선 개발을 진행 중이었고, 이를 위해 아람코와 MOU를 체결했다.
LNG 추진선의 매연량은 벙커C유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수소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수소 에너지 관련해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바로 화안에너지고, 그 산하에 화안오션이 있다.
주식은 기대를 먹고 산다.
당장의 매출과 수익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전망.
이전까지만 해도 화안오션은 부채에 신음하고, 수주를 걱정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쏟아지는 주문량에 수주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필요도 없으니, 얼마든지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화안오션 방수환 사장은 바로 허민웅에게 전화해 소리쳤다.
“화안오션은 이제 살았습니다!”
* * *
[IMO 환경규제 강화! 한국 조선사 초대형 호재!] [한국 조선업계, 기술과 품질로는 세계 최고 수준!] [한국 조선업, 슈퍼 사이클 시작되나?]노후선박의 교체 주기가 앞당겨지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조선 3사 주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이 중 화안오션은 그동안 다른 조선사들에 비해서도 저평가되어 있던 만큼, 가장 크게 올랐다.
-미친! 화안오션 상한가 가는데?
-화안에너지도 20퍼센트 폭등 중!
-중국, 일본 다 꺼지라고 해! 한국 조선사가 최고다!
-어떻게 인수하자마자 이런 일이 터지는 거지? 이럴 줄 알고 인수한 건가?
-혹시 허민웅이 일부러 네버랜드호 선장에게 수에즈 운하 지날 때 들이받으라고 부탁한 거 아님?
-ㅋㅋㅋ 진짜인가? 화안오션을 살리기 위해 길막을 지시한 건가?
-어떤 새끼가 그동안 허민웅 욕했냐? 아! 나였구나. 죄송합니다, 허민웅 사장님. 이런 큰 뜻을 품고 계신지 차마 몰랐습니다.
-허허! 참새가 어찌 봉황의 큰 뜻을 알겠느냐?
-티슬라에 알렌 에버하트가 있다면, 화안에너지에는 허민웅이 있다!
-오오! 허민웅!
-믿음이 부족해서 매도한 내가 미친놈이지ㅜㅜ
-앞으로도 천년만년 화안에너지를 이끌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이오이! 난 우리 웅이 형을 믿었다구!
-미래를 보는 투자자 허민웅!
* * *
허성훈 회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화안에너지의 대호조선 단독 인수는 분명 무리한 일이었다.
이대로 갔으면 1년 안에 부채 문제가 터지고,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함께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화안오션은 회생의 길이 열렸다.
만약 그때 인수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더욱 비싼 금액에 인수를 해야 했을 것이다.
어떻게 허민웅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물론 여기에는 한미루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정을 내린 것은 허민웅 본인이다.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운이었다.
그러나 경영이란 과정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는 것.
허민웅은 보란 듯이 그 결과를 보여주었다.
허성훈 회장은 자신의 호통에 목소리를 높여 대들던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냥 철부지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아버지라서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생각을 끝마친 허성훈 회장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시간 괜찮으면 좀 볼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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