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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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누구의 편인가?(3)
임연정이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의 이름은 장근(張根), 소청대라는 아이들로 이뤄진 조직에 속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녀는 소청대가 하남 대별산(大別山) 인근에 있다는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었다.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대법전문가 및 학자였기에 그 정도 정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소.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하오.
-한 가지 더 알려드릴 일이 있어요.
-무엇이오?
-조만간 제가 이혼대법을 치르게 될 것 같아요.
-이혼대법을? 대체 누구의 혼을 옮기는 것이오?
-그건 말해주지 않았어요. 분위기로 볼 때, 며칠 내로 진행될 것 같아요.
나는 깜짝 놀랐다. 놈들이 뭔가 본격적인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요 근래 아들에게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자세히 말해주시오.
-오늘 서찰이 왔는데, 뭔가 느낌이 달랐어요. 더 불안해하고 겁을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만이 느낄 수 있는 거였죠.
나는 그 변화가 이번 일과 관련이 없기를 바랐다. 혹시라도 관련이 있었다가는, 아이 역시 위험에 빠져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한데 근이는 직접 가셔서 구할 건가요?
잠시 사이를 두고 내가 대답했다.
-아니오. 나는 이곳에서 당신을 도울 거요.
-하면 근이는?
오늘 만난 이후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떨렸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보낼 테니까.
이번에는 그녀가 잠시 사이를 두고 말했다.
-믿겠어요.
나는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을 몇 가지 방법을 정한 후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번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있을 대법은 놈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 대법을 통해 놈들의 진정한 배후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대법과 관련해 임연정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었다. 누굴 대상으로 하는 이혼대법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 비밀유지를 위해 살인멸구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와 아이 모두를 동시에 구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장원을 나온 후 나는 저잣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연락소에 들렀다.
“어서 오십시오.”
담당 무인이 나를 알아보고는 정중히 인사를 해왔다.
“수고가 많소.”
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건물에 마당 하나가 전부인 곳이었다. 마당 곳곳에 매들이 사육되고 있었다. 잘 훈련된 매들은 풀어두어도 멀리 달아나지 않고 근처를 맴돌며 자유롭게 날아들었다.
이곳은 바로 태성상단의 무한연락소였다. 상단에서 운영하는 정식연락소인 것이다.
보통의 상단에서는 중원 곳곳에 이런 연락소를 운영했다. 따라서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 연락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곧장 한 사람에게 암어로 된 전서를 썼다.
긴급한 상황에 보내는 가장 잘 훈련된 전서응이 하늘을 날았다. 앞서 임연정에게 말했던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을 향해서였다.
* * *
마차가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섰다.
“무슨 일이냐?”
마차 안에서 사내가 묻자 마부석의 마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차에서 중년사내가 내렸다.
그는 바로 하남성 조가장(曺家壯)의 장주 조담(曺潭)이었다.
조담은 굳은 성품으로 하남성 일대에서 제법 명망이 높은 인물이었다.
반면 마차 앞을 막아선 일곱 사내들 역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명망이 아니라 악명이란 점이었다.
“하남칠흉(河南七兇)!”
상대를 알아본 조담이 깜짝 놀랐다. 내지른 일갈에 쩌렁쩌렁 내공이 실렸지만 칠흉들 중 누구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남칠흉은 하남성 일대에서 활약하는 자들로 온갖 악행을 저질러온 자들이었다. 그들이 강호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마봉기가 맹주가 된 이후의 혼란 속에서 뭉친 자들로, 단기간에 악행을 쌓아온 자들이었다.
무림맹에서는 그들에게 삼만 냥이란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워낙 신출귀몰한데다 무공까지 고강한 자들이어서 쉽게 잡히지 않았다.
역으로 그들을 추적하던 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어지면서 그들의 악명은 더욱 높아졌다.
“그대들이 무슨 일이시오?”
조담 역시 경험 많은 고수였기에 이 불길한 상황에서도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칠흉 중 첫째인 일흉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 같은 비천한 사람들이 조대인처럼 강호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대단하신 분께 무슨 용건이 있겠소? 우린 마차에 타고 있는 분들께 용건이 있소만.”
순간 조담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고 하시는 말이오?”
“하남에서 현숙하기로 유명한 조대인의 아내분과 천금 같은 자제분들이 타고 있지 않소?”
“그대가 그들에게 무슨 용건이 있단 말이오?”
그때 이흉이 끼어들었다.
“형님은 뭔 말이 그리 많으시오.”
일흉에게 핀잔을 준 후에 이흉이 버럭 내뱉었다.
“네 마누라와 딸이 너무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하기에 우리 어르신들께서 맛 좀 보려고 한다. 대답이 됐느냐?”
그러자 일흉이 고개를 내저었다.
“교양 없는 새끼. 말을 해도 그렇게 천박하게 하느냐?”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일흉의 얼굴에도 천박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조담의 마음이 싸늘히 식었다. 낭패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내와 딸을 데리고 가까운 절에 가는 길이었다. 평소 자주 가는 곳이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수하 무인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하긴 수하들을 데리고 나왔다 하더라도, 가문의 모두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낭패는 마찬가지였다. 저들 칠흉의 무공은 자신조차 둘 이상을 상대하기 힘든 자들이었던 것이다.
“그 무슨 천인공노할 말씀이시오. 하늘이 두렵지 않소?”
조담의 말에 이흉이 싸늘히 말했다.
“마누라와 자식새끼를 다 죽일 셈이냐?”
조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인생에서 일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어떤 변수를 기대하기에는 상대는 너무 강했고 흉악한 자들이었다.
조담이 한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검 내려놓고 당장 꿇지 않으면, 네 자식들은 못 볼꼴을 보게 될 거야.”
협박이 아니었다. 칠흉은 지금까지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들을 많이 저질러왔다.
그때 마차 문이 열리며 여인 둘과 어린 남자아이가 내렸다.
중년의 나이에도 여인은 아름다웠고, 특히 딸의 미모는 뛰어났다. 남자 아이는 이제 일곱 살쯤 되어 보였는데, 모두들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여인이 조담을 보며 말했다.
“여보. 더러운 꼴을 당하기 전에 당신 손에 죽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녀는 이미 각오가 선 눈빛이었다.
“하지만!”
딸과 아들을 향하는 조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흉이 비웃으며 말했다.
“처자식 다 쳐 죽이고 혼자서 설쳐보시든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일흉은 상대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죽이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이런 식이 더 효과적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흉이 차갑게 말했다.
“조대인께서 깨끗하게 가시겠단다. 고이 보내 드려라.”
그러자 나머지 여섯 사내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잠깐!”
조대인이 소리쳤다.
“아들만이라도 살려서 보내다오! 아직 어린애다.”
일흉이 그럼 그렇지란 표정으로 차갑게 조소했다.
이흉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부탁하는 자세가 틀려먹었군. 검부터 버리고 무릎 꿇어!”
조담이 마지막으로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을 쳐다보았다.
“미안하오.”
그가 붉어진 눈동자로 검을 내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제발 아들만은 살려서 보내다오.”
아내와 딸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아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부인과 딸에게는 죽어서 이 죗값을 갚을 것이다. 부인과 딸은 아버지를 이해했고,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막내를 살려주세요!”
칠흉이 동시에 웃었다.
이흉이 조담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간절하게 애원하는 조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가 네 부탁을 들어주는 착한 사람이면 칠협이라 불렸겠지. 왜 칠흉이겠냐? 더럽고 추잡스러우니까 그렇지.”
그가 혀를 날름거리며 살기를 내뿜었다.
절망한 조담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준비된 이흉이 훨씬 빨랐다.
쉬이익.
이흉의 검이 조담의 등을 베어버리려던 바로 그 순간.
뻐어억!
그곳에 울려 퍼지는 둔탁한 소리.
검을 휘둘렀는데 무엇인가가 박살나는 소리가 났다.
박살난 것은 이흉의 머리통이었다. 이흉이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그의 얼굴이 완전히 박살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가 있던 자리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무복에 검은 복면. 오랜 수련을 증명하듯 탄탄한 몸매와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 그는 바로 백표였다.
조담이 놀란 얼굴로 백표를 올려다보았다.
백표가 그에게 말했다.
“이후는 내게 맡기시오.”
조담은 복면인이 자신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사흉과 오흉이 뒤쪽의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그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것이다.
쉬익! 쉬이익! 쉬이이이이익!
그 순간 두 사람에게 검기가 날아들었다. 한 줄기 검기가 아니었다. 이십여 가닥의 검기가 사방에서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날아든 검기는 빠르고 정확했다. 미처 피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사흉과 오흉이 갈가리 찢어졌다.
휙! 휙! 휙! 휙! 휙!
조담의 가족들 앞으로 이십여 명의 흑의 복면인들이 내려섰다.
그들 하나하나의 기세는 칠흉의 기세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휙! 휙! 휙! 휙! 휙!
살아남은 칠흉들 뒤쪽으로 또 다른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포위하듯 내려섰다. 그들 역시 앞서 내려선 이들 못지않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모두 서른셋, 이들은 바로 지옥훈련을 마치고 실전에 나선 흑표대의 무인들이었다.
남은 네 명의 사내들은 사색이 되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이지만, 등장한 이들의 기세가 너무 강해보였다.
“이 새끼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발작처럼 터져 나오는 일흉의 외침에 백표가 앞서 자신이 머리통을 박살낸 이흉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더럽고 추잡하다고.”
협박도 애원도 통하지 않을 상대임을 직감한 네 사내들이 눈짓을 교환했다.
곧이어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들이 노린 상대는 백표였다. 백표가 모두의 수장임을 알아차렸고 어떻게든 그를 인질로 잡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몸을 날리는 순간 흑표대의 무인들도 함께 몸을 날렸다. 흑표대 무인들이 더 빨랐고 더 강했다. 게다가 완벽한 합격술까지 발휘되었다.
촤아악! 촤악! 촤아아아악! 촤악!
달려든 사흉들 중 셋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마지막 남은 육흉이 공포에 질린 채 뒤로 물러났다.
“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너희 같은 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자신들을 잡기 위해 뒤쫓는 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강호에 어지간한 고수들은 다 알고 있었다. 정보가 떨어지면 죽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데 이 정도 실력의 복면인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나를 죽이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할 거다!”
백표가 코웃음을 치며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 귀신이 되어서도 꼭 와라. 그때 또 죽여주마. 제발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와라.”
쉬이이이익!
푸아아아악!
마지막 남은 육흉의 몸이 갈라지며 바닥에 허물어졌다.
흑표대 무인들이 와서 시체를 수습했다.
지옥훈련을 마친 흑표대는 무림맹에 현상금이 걸린 악인들을 잡으러 다니고 있었다.
실전수련도 하고, 돈도 벌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수련이었다.
흑표대 무인 몇이 시체를 수습해서 그곳에서 떠났다. 무림맹에서 현상금을 찾아오려는 것이다.
조담이 와서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백표와 흑표대의 무인들을 돌아보았다. 늘어선 서른세 명의 무인들은 그야말로 늠름하고 강해 보였다.
백표가 부드러운 어조로 조담에게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소?”
“덕분에 없습니다.”
뒤에 부인과 딸, 아들과 마부까지 나와서 모두 절을 했다.
“은공께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다행히 때가 맞아서 작은 도움이 되었을 뿐입니다. 그럼 이만.”
백표가 돌아서려는데 조담이 간곡히 물었다.
“부디 은공의 존함이라도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백표가 자신의 복면을 툭 건드렸다. 자신을 밝힐 것 같았으면 복면을 착용했겠느냐는 뜻이었다. 대신 복면 위 백표의 눈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조담 가족이 아쉬운 이별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허공을 맴돌던 한 마리 매가 흑표대 무인의 팔로 내려앉았다. 그는 바로 흑표대의 연락을 맡고 있는 무인이었다.
무인이 전서응의 발목에 있던 전서를 백표에게 전했다.
전서를 확인한 백표가 수하들에게 말했다.
“가자, 드디어 첫 임무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