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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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누구의 편인가?(4)
천망회에서 기별이 와서 불루에 갔을 때, 반서정은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씀하신 대법전문가가 누군지 알아냈어요. 본회의 모든 힘을 다 동원했답니다.”
그녀답지 않게 생색까지 덧붙이는 것을 보니, 정말 힘들게 알아낸 모양이다.
“고맙소.”
“최고 기량을 지닌 전문가 중에 한 사람이 이곳 무한으로 오고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그게 누구요?”
“양정회(陽貞懷)입니다.”
그녀가 양정회에 대해 설명했다. 양정회는 서학사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대법전문가라고 했다.
“이번 일에 개입된 사람이 양정회란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앞서 개입했다는 서학사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와 함께 대법에 참가한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죽음을 당했다는 보고가 있었죠.”
과연 천망회에서는 서학사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반면 양정회는 아주 깨끗한 사람이에요. 대법계에서도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고. 다시 말해 이런 조직과 어울릴 사람이 아니란 거죠.”
그녀의 말에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의문 하나.
양정회가 그녀가 파악한 것처럼 명망 높고 깨끗한 사람이라면, 그는 왜 이 조직과 손을 잡았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첫째 그가 원래 악인인 경우다.
위선의 가면을 쓴 그를 그녀나 세상이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진짜 악인들은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마저 속일 수 있는 자들이니까.
두 번째는 그가 약점이 잡혔거나 협박을 당한 경우다.
앞서 임연정의 경우처럼 가족이 인질로 잡혔다면?
어쩔 수 없이 이번 일을 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배후조직이 저지른 짓으로 볼 때, 이 경우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양정회가 속고 있는 경우다. 양정회가 이 조직이나, 혹은 그 배후인물을 깨끗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순순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 강호의 일이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부분들이 항상 존재했으니까.
어쨌든 조만간 그 이유는 밝혀질 것이다.
“그는 이곳에 언제쯤 도착하오?”
“빠르면 십 일 후, 늦으면 십오 일쯤 걸릴 것 같아요.”
“하나 더 부탁합시다. 양정회의 모든 것을 알아내 주시오.”
그러자 반서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조사는 시작되었답니다.”
* * *
“조심해서 따라오게.”
송화린과 광두가 갈사량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이곳은 바로 흑암거해진 안이었다. 갈사량은 섬에 마련된 안가에 새로 진법을 설치했는데 이전 거처에 만들었던 흑암거해진과는 달랐다.
기본 틀은 같지만 재료에 따라서 진법의 내용도 달라졌던 것이다.
지금 세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였다. 이 관문에서는 정확히 생문을 찾아내지 않으면 이곳에서 헤매다 굶어 죽게 되는 곳이었다. 역동적이고 공격적이지 않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장 잔인한
관문이기도 했다.
“조심, 조심.”
갈사량이 마치 구령을 붙이듯 조심하라는 말을 반복하며 걸었다.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한 채 정확히 갈사량이 걸어가는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흑암거행진은 질서와 무질서가 반복된다네. 진법의 핵심은 음양오행(陰陽五行)과 하늘의 별자리를 구분한 이십팔수(二十八宿)에 있지.”
송화린은 그가 해주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진법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 익혀야 하는 부수적인 공부가 너무 많았다. 정해진 재료로 정해진 위치에 설치만 하면 되는 간단한 진법과는 달리 상급 진법의 운용과 활용은 굉장히 폭넓은 공부를 요구했다.
광두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저는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갈사량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마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는 법이지.”
굳이 광두에게는 강요하지 않았다. 갈사량쯤 되면 척 보면 이 일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광두는 진법과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갈사량이 송화린을 보며 물었다.
“자넨 어떤가?”
송화린은 잘 가르치면 훌륭한 진법가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하시는 말씀을 잘 모르겠어요. 한데 왠지 흥미롭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만 해도, 자네에게 소질이 있다는 뜻이라네. 보통 사람은 딱 질색을 하거든.”
“진법의 전문가가 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공부머리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만.”
“머리보다는 끈기가 필요한 일이지. 이렇게 만들어보고, 또 저렇게 만들어보고. 끝없는 반복이 지겹지 않게 느껴져야 잘할 수 있는 일이지.”
“그렇군요.”
자신에게 그런 끈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쨌든 진법의 세계는 너무나 신기했다.
“자, 다시 출발하세.”
다시 세 사람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악!”
송화린의 비명에 광두가 깜짝 놀라 돌아섰다.
“아가씨!”
하지만 송화린은 뒤쪽에 없었다.
갈사량이 빠르게 말했다.
“생문이 아닌 곳을 밟은 모양이네.”
“어떻게 하죠?”
“가서 구해야지. 하지만 생로를 벗어나는 일은 아주 위험하네.”
“제가 가겠습니다. 방법만 알려 주십시오!”
“진심인가?”
“네!”
“죽을 수도 있네.”
“괜찮습니다. 송소저를 지켜드리지 못하면 저는 도련님을 다시 볼 수 없을 겁니다.”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동적인데?”
광두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벽리단이 서 있었다. 그 옆에 송화린도 함께 서 있었다.
“감동적인데요?”
그녀의 말에 광두가 눈을 껌벅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그러면서 갈사량을 돌아보았다.
갈사량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도련님이 장난치신 것을 알고 계셨군요.”
“누군가 진법에 들어와서 접근해 오는 것은 알았지. 그렇게 빠르게 올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서.”
“맙소사! 저를 시험하신 거군요.”
“시험한 것이 아니었다네. 들어가서 구해야 한다니까, 자네가 곧바로 직접 들어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후는 그냥 장단만 맞춰준 것이고.”
“맙소사! 만약 제가 들어간다는 말을 안 했으면요?”
“그게 정상이지 않나?”
“네?”
“만약 정말 송소저가 진법에 빠졌으면 자넬 꼼짝 말고 기다리게 한 후에 내가 직접 들어갔겠지. 그게 당연한 대처이지 않겠나?”
“그렇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송화린과 벽리단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 광두가 먼저 나섰던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본의 아니게 자신의 충성심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게 된 것이다.
“아, 다리에 힘이 쫙 풀리네요.”
광두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벽리단이 광두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멋졌어. 아주 감동적이었어.”
“흥! 그건 속으로 생각하시라고요! 앞으로 이런 장난 사절이라고요!”
“나중에 진법 밖에서 봐.”
벽리단이 송화린의 손을 잡고 다시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생로에서 벗어나 진법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광두가 갈사량을 보며 말했다.
“훗! 제 연기 어땠나요? 꽤나 충성심 있는 수하처럼 보였죠?”
광두는 괜히 멋쩍어서 아까 했던 말이 다 연기인 것처럼 굴었다.
갈사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깐 모르겠고, 지금 이 연기는 엉망이네.”
* * *
한 대의 마차가 동굴 앞에 멈췄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천소선이었다.
마차에서 한 소년이 내렸다. 선하게 생긴 아이였는데,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천소선이 소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반갑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정호(鄭豪)입니다.”
“좋은 이름이네. 자, 들어가자.”
천소선이 소년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침상에 원래의 아이가 누워 있었다. 그 옆에는 전에 없던 새 침상이 놓여 있었다.
“이 아이인가요?”
“그렇단다.”
“정말 아파보이네요.”
“그래.”
“이름이 뭐죠?”
“장근이란다.”
“제가 도와주면 이 아이가 살아난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그렇단다. 정말 네가 도와주겠느냐?”
장근을 내려 보던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도와주고 싶어요.”
“착하구나.”
천소선이 정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정호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천소선이 수혈을 누른 것이다.
천소선이 잠든 정호를 옆의 새 침상에 눕혔다.
때마침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새로 영혼을 받을 아이입니다.”
노인이 손으로 직접 아이의 머리와 몸을 만져보았다.
“튼튼해 보이는군.”
“자격이 되는 아이들 중 가장 심성이 바르고 육체가 튼튼한 아이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무에게나 영혼을 옮길 수 없었다. 이혼대법이 가능한 신체가 있었다. 여러 조건들이 딱 맞아 떨어져야 아무 부작용 없이 대법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청대는 바로 대법에 필요한 조건의 아이들을 구하고, 키워내는 조직이었다.
일단 이혼대법만 성공하면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원래는 한번 대법을 하고 나면 몇 년간 괜찮았다. 이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기간이 점차 짧아지면서 다섯 번째인 장근의 경우에는 일 년 만에 한계에 도달했다.
아마 지금까지의 경우로 볼 때, 이번 대법에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은 더 빨리 발생할 것이다.
육 개월? 혹은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본 대법을 치를 준비가 거의 끝났기 때문이다.
“갈사량 쪽은?”
“조용합니다.”
“놈의 행방을 찾지는 못했나?”
“네. 어디에 숨었는지 아예 자취를 감췄습니다.”
“어떻게든 이번 대법은 무사히 마쳐야 한다.”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일이라서 최소한의 인력만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천소선이 선택한 인물은 바로 이들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선(二仙)을 불렀습니다.”
이선은 바로 검선(劍仙)과 권선(拳仙)이었다.
그들 두 사람이 언급되자 노인이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라면 믿을 수 있지.”
* * *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송화린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잠시 시간이 나서 보러 온 거야.”
“아.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는 탁월해.”
“놀랐다면 미안.”
우린 진법 내부의 황무지를 걸었다. 갈사량과 광두와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들과는 완벽하게 분리된 곳이었다.
“진법은 정말 신기해. 어떻게 이렇게 진짜처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녀가 제자리에 앉아 바닥의 흙을 매만졌다. 붉은 흙이 그녀의 손바닥에서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아무리 봐도 진짜 흙인데. 이 바람도 진짜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지. 절대 현혹되면 안 돼.”
비단 진법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들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으니까.
“해야 한다던 일은?”
“잘 처리했어.”
“다행히 생각보다 일찍 마쳤네.”
잠시 사이를 두고 그녀가 다시 물었다.
“일 다 안 끝났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대답임에도 그녀의 얼굴에 살짝 아쉬움이 스쳤다.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일 것이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서 아쉬움은 사라졌다. 최대한 내게 그런 감정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손을 잡은 채 우린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무것도 볼 것 없는 황무지를 걷고 있었지만 그녀와 함께 걷는 이 길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았다.
예전에 저잣거리를 손잡고 왔다 갔다 하던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내 마음에 이런 풋풋함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매번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단지 그녀를, 그녀의 청춘을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단지 그녀가 아름답기만 했다면 내 마음의 문이 이렇게까지 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녀의 노력일 것이다. 그녀는 변화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의 과정 어디에선가 내 심장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또 가야 하지?”
“응.”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한 여인을 구해 와야 해.”
“그때 우리 편이 되었다던 그 여자분?”
“아니. 다른 여자.”
“여자가 또 생겼어?”
황당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바람둥이!”
“오해야. 이번에는 그녀와 그녀의 아들까지 구해야 하니까.”
아들이란 말에 송화린이 깜짝 놀랐다.
“아들? 몇 살인데?”
“아주 어려.”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뭐라 해도 천성이 착한 그녀다. 아이를 걱정했고, 강호의 일에 아이를 끌어들인 자들에게 분노했다.
송화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꼭 구해 내!”
“그래.”
그녀가 살짝 발꿈치를 들며 내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힘내라는 선물이야.”
말을 마친 그녀가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로 가면 안 돼!”
“앗!”
내 말에 달려가던 그녀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곳이 위험천만한 진법 안임을 깨달은 그녀가 뒷걸음질로 자신의 발자국을 밟으며 내게로 돌아왔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는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돌아선 그녀의 얼굴은 이곳 황무지의 땅바닥처럼 붉었다.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걸었다. 앞서 그녀가 달려갔던 방향이었다.
“뭐야? 이리로 가도 되네.”
“하하하.”
그래, 오늘 하루는 이렇게 웃으며 기분 좋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