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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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인가?(3)
쏘아보듯 시선이 날아갔지만 나무에는 아무도 없었다.
칠호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일호를 응시했다.
일호는 칠호와 나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분명 의미 있는 눈빛으로 나무를 바라본 것 같았는데.
하지만 뭔가 있다고 여기기에는 나무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전음이든 뭐든 절대 통할 수 없는 거리였다.
“왜 그렇게 멍하게 서 있었나?”
“그냥 좀 긴장되어서요.”
“자네답지 않군.”
칠호가 담담히 말했다.
“저답지 않다는 말씀, 또 하시네요.”
“그랬던가?”
“네. 그럼 전 하던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칠호가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다시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일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 반응은 자신다운 반응일 것이다.
일호가 한숨을 내쉬며 반대로 돌아섰다.
요 근래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칠호와의 거리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섭섭함은 자기학대로 이어졌다.
‘원래 가깝지도 않았는데.’
거리감도 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느끼는 것이리라.
그녀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 서 있는데.
어쨌든 이런 초조한 마음이 자꾸 성급하게 그녀에게 다가서게 하고, 자신을 신경질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다…… 나 때문이다.’
일호는 그것이 자신의 변화 때문이라고 여겼다.
한편 칠호는 일호가 걸어간 방향의 반대쪽 담 끝까지 갔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벽리단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는 누구요?
-일호, 제 상관이에요.
칠호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알려주었다. 천소선과 이선, 그리고 백석과 일호까지. 가능한 빠르게 요약해서 그들의 무공수위와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었다.
벽리단이 앞서 질문하려던 것을 다시 했다.
-아이에게 깃든 영혼이 누구인지 알고 있소?
-알려주지 않았대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비밀일 테니까.
-알겠소. 이후 일은 내게 맡기시오. 알아봐 줘서 고맙소.
순식간에 벽리단이 사라졌다.
칠호는 뭔가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 * *
법당 안에서는 이제 대법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 봅시다.”
정소는 나들이라도 가는 아이처럼 아주 들떠 있었다.
“잠시만요.”
“왜 그러시오?”
“마음의 준비가 덜 됐어요.”
“거 무슨 초심자 같은 말씀이시오?”
“미안해요.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정소는 내심 짜증이 났다.
‘망할. 이래서 여자와 일하는 것이 피곤한 일이지.’
임연정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밖의 벽리단을 위해서였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도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최대한 그에게 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사실 이 이유가 더 컸다.
그녀가 침상으로 걸어갔다.
붕대에 감겨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이 대법이 끝나면 이 아이는 죽게 될 것이다. 아들과 또래여서일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이야,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대법을 치르지 않더라도 아이는 위험했다. 그래서 이혼대법을 하는 것이고.
임연정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다시 태어나면 행복한 인생으로 태어나거라.’
* * *
그렇게 대법이 시작되려던 바로 그 순간.
휘리리릭.
내가 훌쩍 담을 넘어 마당 한가운데 내려섰다.
그 모습을 모두들 다소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자신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곳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줄 몰랐던 탓이다. 나의 등장으로 그곳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나는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이들 같은 악인들과 싸우려면 신분을 감추는 수밖에 없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서 반드시 이용해 먹으려는 추잡스러운 자들이었으니까.
대신 의미 있는 면구를 착용했다.
이 강호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자, 이전에 임연정을 살려줬던 바로 그 무명대협의 면구였다. 최상급 면구였기에 누구도 내가 면구를 쓰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임연정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마음먹은 이상, 굳이 내가 무명대협이란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명대협으로 나선 또 하나의 이유, 이미 무명대협으로 그녀의 목숨을 한번 살려준 적이 있으니, 그녀는 나를 더욱 신뢰할 것이다.
그녀는 아직 대법 대상이 아들이란 것을 몰랐다.
그것을 아는 순간 그녀는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때는 나에 대한 신뢰가 그녀를 버티게 해줄 힘이 될 것이다.
천소선이 한걸음 나서며 차분하게 물었다.
“누구요?”
“너희들이 찾던 사람이지.”
그 말에 천소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까지 자신의 일을 방해해 온 사람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내가 이렇게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그는 바짝 긴장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저들을 다 죽이겠다는 뜻의 정공법이 아니었다. 가장 현명하고 합당한 방법을 사용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힘과 교섭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었다. 다시 말해 다 죽여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다 죽일 것이고, 한 명도 죽이지 않고 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모두 살려줄 것이다.
저 법당 안에서 대법의 대상이 된 사람이 그녀의 아들인 이상, 이번 일은 단순히 저들을 다 죽이는 데 목적을 둘 수는 없었다.
천소선이 묘한 눈빛으로 나를 살폈다.
그뿐만 아니라 이선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그들 왼쪽에 백석이 서 있었고, 오른쪽에 일호와 칠호가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명대협이 나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이곳은 왜 왔소?”
천소선의 물음에 내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암자에 무슨 일로 왔겠나? 불공을 드리러 왔지. 들어가도 되겠나?”
“그건 곤란하구려. 중요한 분이 먼저 불공을 드리고 있어서 말이오.”
“부처께서 욕심과 집착을 버리라 하셨지. 혼자 법당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욕심이지 않겠나?”
“안에 계신 분이 워낙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셔서 말이오.”
나는 그와 말을 주고받으면서 천소선의 무공실력을 가늠하고 있었다.
이젠 그의 실력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내 실력이 확실히 향상되었다는 증거다. 반대로 그는 여전히 내게서 어떤 느낌도 받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안개는 더 짙어졌으리라.
나는 다음으로 천소선의 좌우로 늘어서 있는 두 노인을 쳐다보았다. 칠호에게 이 노인이 이선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검을 차고 있는 노인이 검선, 아무 병장기도 지니지 않은 노인이 권선일 것이다.
두 사람은 놀랍게도 거의 천소선에 육박하는 실력이었다. 천소선에 비해 한 수, 혹은 반 수 정도 떨어지는 실력. 두 사람이 합공을 한다면 천소선보다 강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합공을 하는 이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각자 지닌 기운이 너무 상반된 기운이었기에, 합공이 쉽지 않을뿐더러 두 배의 효과를 내지도 못할 것이다.
덜컥. 그때 법당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바로 임연정이었다. 그녀는 밖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원래라면 나와선 안 될 일이었다. 굳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의심받을 상황이었다.
과연 천소선이 그녀에게 인상을 굳혔다. 노려보는 눈빛에는 대법을 시작하지 않고 왜 나왔냐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명분이 있었다.
그녀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자입니다. 검제를 죽인 자가!”
마치 그것을 가르쳐주려고 나온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나를 향한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 역시 내가 무명대협이란 사실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밖으로 모습을 노출하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테고, 또한 나를 지목하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오, 아름다운 분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구려.”
말을 하면서 동시에 전음을 날렸다. 이 역시 전음과 관련해서 정말 최고수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수법이다.
-두 개의 영혼이 깃든 아이를 반드시 살려야 하오. 그대의 실력으로 가능하겠소?
그녀에게 시선이 가지 않도록 천소선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숨겨두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그사이 임연정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그녀와 전음 대화를 나누며 나는 동시에 천소선과 몇 마디를 나누며 시선을 그쪽에 두게 했다.
-아이의 몸에 깃든 영혼을 빼내면 아이는 죽을 거예요. 제가 막을 수 없어요.
-아예 대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그래도 아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얼마나 버티겠소?
-하루? 닷새? 열흘? 알 수 없어요.
나는 여전히 아이가 그녀의 자식이란 말을 알리지 않았다.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녀의 모든 이성은 마비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이것이다.
대법을 해도 죽고, 하지 않아도 죽는다.
그때 백석이 나서서 임연정에게 말했다.
“어서 법당 안으로 들어가시오.”
순순히 돌아서려는 것을 내가 제지했다.
“잠깐. 기왕 아름다운 분이 나왔으니 이야기 좀 더 합시다.”
그녀를 멈춰 세운 후에 백석에게 물었다.
“네가 흰 돌인가?”
내 말에 백석이 깜짝 놀랐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어찌 알지?”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그리 놀라나?”
백석이 천소선을 돌아보았다. 저놈이 조직 내의 비밀까지 다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정을 공유하려는 것이었는데, 그 순간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천소선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놈을 죽이라고.
하지만 백석은 알 수 있었다. 상대의 실력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천소선 역시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상대의 실력을 밝힐 제물 역할을 하란 말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저 상대의 실력을 확인해야 했는데, 자신이 가장 적합했던 것이다.
‘젠장.’
백석은 천소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무언의 명령을 거부하면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빌어먹을. 백석 좋아하시네.’
이 조직에서는 저 천소선과 그 일당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소모품일 뿐이다. 언제 소모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은 처음부터 사석(捨石)에 불과했다.
‘좋아. 어차피 죽는다면.’
백석이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그래, 내가 흰 돌이다. 내 바둑판을 뒤집은 것이 너였더냐?”
나는 그가 죽음을 각오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것 같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와서 설쳐대는 것이냐?”
나는 천소선과 이선을 바라보았다.
“감히라는 표현이 애처롭군. 저들을 봐라. 네가 어떻게 죽는지를 보면서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자 백석이 분노로 꿈틀하더니 내게 몸을 날렸다.
나는 제 자리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한 수를 날렸다.
번쩍.
촤아아아아악.
가슴이 길게 베어진 백석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억울해하진 말아라. 이 한 수에서 저들은 살길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거다.”
그 말에 백석이 씩 웃었다.
쿵.
마지막 웃음을 남기고는 앞으로 꼬꾸라졌다.
천소선과 이선이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조금 전의 한 수로 내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서야 했기에 가장 불같은 성정을 지닌 권선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노부가 저 건방진 애송이를 없애겠소.”
그때 천소선이 말했다.
“잠깐.”
권선이 돌아보자 천소선이 말했다.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것 같소.”
그 말에 권선과 검선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일호와 칠호까지 깜짝 놀랐다.
특히 자신들의 무공이 얼마나 강한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검선과 권선은 더욱 놀랐다.
권선이 차분히 말했다.
“우린 합격술을 익히지 않았지 않습니까? 심지어 우리 두 사람도 익힌 적이 없습니다.”
“합이야 대충 맞추면 될 거요. 하나씩 상대하면 각개격파로 다 죽게 될 거요.”
권선이 검선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천소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하늘처럼 높은 자존심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그러지요.”
권선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성정이 불같았지만, 그렇다고 어리석은 늙은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검선과 천소선이 뒤따라 앞으로 나섰다.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기도를 뿜어내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천소선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깝게 생각지 마시오. 우리 살길을 찾은 것뿐이니까.”
역시 천소선은 똑똑한 자다.
“나는 괜찮다. 예상했던 일이니까. 한데 여전히 당신들은 문제지.”
“무슨 뜻이오?”
검에 묻은 백석의 피를 털어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길을 잘못 찾은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