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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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에서 바람이 불면 (2)
‘기다리면 안 돼!’
송화린의 마음속에 본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현재 포위당한 상태, 거기에 오랜 만에 실전에 임하는 임예화가 뒤에 있었다.
‘순식간에 내 쪽의 적을 해치우고, 어머니를 도와야 해. 아까처럼 미적 거려선 안 돼!’
거기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그녀의 신형이 허공을 갈랐다.
쇄애애애애액!
검에서 검기가 쏟아져나갔다.
한바탕 검기를 발출한 그녀가 이번에는 진화검술 중 가장 강력한 초식을 쏟아냈다.
이 두 가지를 연속해서 펼쳐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절실했고, 평소의 노력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다가서던 사내들은 첫 번째 날아든 검기는 모두 피했다. 그녀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두 번째 공격은 그들도 예상치 못했던 공격이었다.
진화검술의 정수가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다섯 명의 사내들이 쓰러졌다.
이것만으로도 송화린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증명한 것이었지만, 정말 그녀가 잘한 것은 다음 행동이었다.
바닥에 착지하면서 곧바로 몸을 돌려 임예화를 향해 쇄도한 것이다.
본능적인 선택들이 이어지면서 송화린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 선택에 자신과 임예화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니, 온몸의 신경이 일제히 곤두섰다.
다음 순간 주위의 움직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움직임이 더 빨라 진 것은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상대방의 움직임이 자세히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무인이 정신을 극한으로 집중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임예화가 사내 하나를 베어 넘겼을 때, 옆의 사내가 그녀의 허벅지를 노리며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뒤로 또 다른 사내가 달려들고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이 느린 그림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저자의 목을 베고, 뒤쪽 사내의 심장을 찌른다!’
생각하는 순간 이미 송화린의 몸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검이 임예화를 공격하던 사내의 목을 베었고, 연속해서 그 뒤쪽에서 달려들던 사내의 심장을 찔렀다.
두 사내가 몸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정확히 계획한 대로 성공한 것이다.
다음 순간 송화린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느리게 움직였던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가 그녀가 발휘할 수 있는 집중력의 최대한이었다. 고수가 되면 될수록 의도적으로 이 집중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고, 그것이 유지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화린아, 뛰어.”
임예화가 송화린의 손을 잡아끌고 시체를 뛰어넘어서 내달렸다. 찰나간 포위망이 뚫린 것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뒤에서 사내들이 쫓았고, 저 앞으로 또 다른 복면인들이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정원 한옆에 세워진 작은 석등을 지나는 순간, 두 여인이 사라졌다.
복면사내들이 흠칫 놀랐다. 정말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진법이다!”
누군가의 외침처럼 두 여인은 석등 옆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예전에 벽리단이 사람을 보내 벽씨검문과 송가장에 진법을 설치했다. 흑암거해진과 같은 대단한 진법은 아니었고, 이렇게 잠시 몸을 숨길 수 있는 진법이었다.
시간을 벌어 한숨 돌리던 바로 그 때였다.
“멍청한 것들! 계집년 둘을 못 잡아서 생난리를 떠는구나.”
한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살수처럼 날카로운 기도에 한 자루의 짧은 도를 허리에 찬 그는 바로 단월이었다. 매혈상인이 소집한 고수들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그였다.
진법에 숨어 있던 송화린과 임예화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내의 실력은 앞서 상대했던 복면사내들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복면사내들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을 죽이려 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생포였다. 산 채로 잡기에는 송화린의 무공이 생각보다 강했던 것이다.
단월이 자신이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뽑아들었다. 보통의 도보다 다소 짧은 직도(直刀)였는데, 이상한 문양이 도신에 새겨져 있었다.
단월이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도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파아악!
도가 땅바닥에 박히는 순간 사방으로 붉은색의 사기가 뿜어져 나갔다.
솨아아아아악!
기운이 영향을 미친 것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이었다. 붉은 기운이 그들을 감싸는가 싶더니 이내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단월이 도를 빼어들며 크게 휘두르자, 허공에 떠 있던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촤아아아악!
이어지는 놀라운 광경.
대부분의 피는 비처럼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석등 주위로 흩뿌려진 피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만 같았다.
지지직.
피들이 허공에서 한차례 크게 진동하는가 싶더니.
송화린과 임예화가 숨어 있던 진법이 퍽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두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단월이 놀란 얼굴로 서 있는 송화린과 임예화를 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이깟 얕은 수작이 내게 통할 줄 알았더냐?”
송화린은 절망했다.
‘틀렸어.’
그와 공수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상대의 실력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송화린이 자신들이 나왔던 건물을 돌아보았다. 이 정도 소동이면 아버지와 벽도준이 나왔을 터인데, 건물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이 든 것일까? 그들만이 아니라 벽씨검문의 검대들도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왜 아무도 오지 않는지 궁금하지?”
단월의 입에서 두 여인의 더욱 절망시키는 말이 흘러나왔다.
“너희 둘을 제외하곤 이곳의 모두가 다 죽었으니까.”
“뭐?”
임예화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벽도준이 죽었다는 생각에 머릿 속이 하얗게 비었다.
송화린이 버럭 소리쳤다.
“헛소리 마라! 우리 아버지도, 벽 문주께서도 그렇게 쉽게 당할 분이 아니다.”
“후후후. 그런데 왜 안 나올까?”
검을 쥔 송화린의 손에 힘이 들어 갔다.
반면 단월은 여유로웠다.
“과연 산동제일미라고 하더니 아름답구나.”
“닥쳐!”
송화린이 사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살아날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를 제압하는 것이다.
피잇!
한 줄기 지풍이 날아와 그녀의 혈도를 제압했다. 너무 흥분한 상태인데다가 실력 차이까지 확실해서 송화린은 그 지풍을 피하지 못했다.
송화린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단월이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이 몸매는 내 평생 못 보던 것이로군.”
놈이 송화린의 가슴을 주무르려고 손을 내밀었다.
“멈춰라!”
망연자실 있던 임예화가 뒤늦게 달려 나가려던 바로 그때!
네 개의 각기 다른 소리가 이어졌다.
쉬이익. 서걱. 툭. 탁탁탁탁.
단월이 두 눈을 껌뻑였다. 눈앞이 번쩍하더니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자신이 평생 가장 많이 봐오던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자신의 팔이었다.
너무 당혹스럽고 놀라워서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정말 내 팔인가?’
단월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향했다. 팔뚝 부근부터 깨끗하게 잘려 있었다. 정말 자신의 팔이었다.
‘대체 이게?’
더 놀라운 것은 잘린 단면에서는 피가 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자신의 팔을 자른 상대가 팔을 지혈했고, 마혈까지 제압한 것이다. 마지막 탁탁거리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믿기 어려운 그 일을 해낸 상대가 송화린 옆에 서 있었다.
“널 살리려고 지혈한 것은 아니고, 네 더러운 피가 화린이에게 튈까봐.”
말을 마친 사내가 송화린을 돌아보았다.
송화린의 두 눈에 반가움의 눈물이 고였다.
“……왔구나.”
바로 벽리단이 웃으며 서 있었던 것이다.
나의 등장에 장내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되었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어머니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달려왔다.
쉬익, 푸아악.
어머니를 막으려던 사내의 목이 검기에 베어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수라명왕검은 너무나 빨라 그것이 검기를 발출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삐익! 삑!
남아 있던 사내들이 호각을 불어댔다. 다른 곳을 장악하러 간 동료들을 불렀지만 아무도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팔이 잘린 사내를 보며 말했다. 마혈이 제압당한 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왜 아무도 오지 않는지 궁금하지?”
아까 사내가 어머니와 송화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이곳에 들어온 네놈들은 이미 다 죽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때 사방에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의 표정이 일순간 밝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절망으로 어두워졌다. 등장한 사내들은 붉은 무복이 아니라 검은 무복을 입고 있었고, 복면의 색 또한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
그들은 바로 흑표대의 무인들이었다.
백표가 소리쳤다.
“모두 없애라!”
흑표대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숫자도 열세인 데다가 이미 전의까지 상실한 그들은 백표가 앞장 선 흑표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그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그러고 나서 흑표대 무인들이 진을 치며 주위를 경계했다. 날렵한 움직임과 상대를 압도하는 기도는 최정예 무인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곧이어 아버지와 송우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보!”
“아버지!”
어머니와 송화린이 감격한 얼굴로 두 사람을 불렀다. 그들이 두 사람에게로 달려왔다. 술자리에서 기습을 받았지만 백표와 흑표대가 그들을 구했던 것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놈들이 두 분과 화린이를 노린다는 정보를 먼저 알아내고, 일망타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의각 기밀문서보관소에서 시혼대법에 대해 알게 된 나는 그 길로 모든 수하들을 다 이끌고 산동으로 돌아왔다. 내 정체가 드러났을 가능성을 두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 놈들이 알았던, 알지 못했던 곧바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송화린이 내게 물었다.
“싸우다 내가 죽었으면 어쩌려고?”
“그럴 리가 없었다. 너와 부모님을 인질로 삼으려고 온 자들이야. 절대 죽일 리 없지.”
“놈들이 실수라도 하면?”
“그럼 뭐…….”
“맙소사!”
그제야 여유를 되찾은 어머니가 농담을 던졌다.
“화린아, 이제 알겠지? 사내들은 영원히 철들지 않는 존재들이란다.”
“네, 이제 어머니 말씀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겠네요.”
두 사람의 장단이 척척 맞았다.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덕분에 완전히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사실 말과는 달리 나는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 왔다면 내가 개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송화린을 위해 최대한 참았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언제 이런 싸움을 해보겠어?”
“날 위해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땠어?”
“두려웠어. 하지만…… 짜릿하기도 했어. 특히 처음에 싸우는데 무아지경에 빠진 기분이 들었어. 그렇게 몰입해서 싸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그게 무엇인지 잘 알았기에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번 경험으로 그녀의 실력은 더욱 늘었을 것이다.
다른 쪽에서 또 다른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광두와 태성검대의 무인들이었다.
그는 서중이 이끄는 검대와 관휘가 이끄는 소검대들과 함께 벽씨검문에 침입한 적들을 모두 해치운 것이다. 광두가 아니었다면 모두 잠든 상황에서 기습을 당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성검대의 무인들이 한발 먼저 그들을 깨웠고, 오히려 역습을 해서 복면인들을 모두 해치운 것이다.
“광무인께서 기습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우린 모두 당했을 겁니다.”
관휘가 진심으로 말하자 광두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네. 우린 한식구가 아닌가?”
처음에 그렇게 경쟁의식을 가졌지만, 지금은 더 뛰어난 무공실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검대주 서중이 와서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고맙네.”
“별말씀을요.”
나를 향한 서중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음 내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갈사량이 그곳으로 들어 왔다.
나는 부모님과 송우경에게 갈사량과 백표를 소개했다. 그들이 과거 무림맹 총군사와 맹호단주였단 사실에 부모님들은 깜짝 놀랐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송장주님.”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들에게 말했다.
“자세한 말씀은 나중에 드리겠지만, 우선 핵심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강호를 암중에서 지배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상계를 지배하고, 나아가 무림맹까지 장악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그들과 싸우려고 합니다. 아마 강호 전체가 될 겁니다.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세 사람 중 누구도 나를 야단치지 않았다. 모두를 대신해서 나선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송우경에게 말했다.
“당분간 우리 쪽으로 옮겨와 주게.”
“사양하지 않고 신세지겠네.”
송가장의 주력을 이쪽으로 합치겠다는 뜻이었다. 적이 강하다면 함께 뭉쳐야 할 것이다.
아버지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음 순간.
쉬이익. 푸욱!
아버지의 일검이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던 팔 잘린 사내의 심장을 꿰 뚫었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아버지가 나와 송화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싸운다면, 우리도 힘을 다해 도와야지.”
집안을 침입한 행동에 대한 가장의 응징이자 앞으로의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뒤쪽의 어머니와 송우경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갈사량과 백표, 광두와 서중, 관휘의 얼굴에는 충성이 가득했다.
나의 정체가 저들에게 드러났다. 이제 면구를 벗고 당당히 저들과 맞서 싸울 때가 된 것이다. 지켜줘야 할 대상은 이제 함께 싸울 동료가 되었다.
내가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놈들을 싹 다 쓸어버리고 강호를 되찾겠습니다.”
지금껏 말이 없던 천마가 크게 웃었다.
[하하. 그래, 이게 바로 당신의 강호지. 건방지고 자신감 넘치는, 그리고…… 겁나게 무서운.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