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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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5)
푸아아아아악!
수라명왕검이 한 사람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대상이 이번 일의 원흉인 매혈상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수라명왕검이 죽인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
가슴이 뚫린 채 절명한 사람은 바로 적요였다.
아버지를 향해 뻗어나가던 붉은 기운이 다시 그녀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이기어검술을 발휘한 것은 그녀가 아버지에게 치명적인 사술을 사용하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검술을 사용한 것에 아버지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도 방금 전 상대가 펼치려던 사술이 치명적인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막을 수 없을 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기어검술을 날려서 당신을 구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놀람은 곧 아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 그리고 기쁨이 되었다.
아버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이내 송우경을 돕기 위해 몸을 날렸다.
송우경 역시 혈검주를 상대로 힘겹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송우경과 합세하자 일방적으로 밀리던 싸움이 대등해졌다.
적요를 죽인 수라명왕검은 어느새 내 앞으로 다시 돌아와서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날아갔다 돌아왔기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지만, 매혈상인을 겨누고 있는 검 끝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매혈상인이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내가 폭혈귀천공을 터뜨렸으면 어쩌려고?”
만난 이후 처음으로 화를 내는 순간이었다.
“상관없다.”
“뭐? 상관없다고?”
“저분이 누군지 아냐? 우리 아버지다. 자식 된 도리로 눈앞에 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다 죽어도 어쩔 수 없겠지.”
“이런 미친놈이!”
그러자 천마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사람 잘 보네. 그래, 이놈은 정말 미친놈 맞다.] [그나저나 큰일이군. 저 폭혈귀천공을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 방법이 있나?] [그냥 보내줘. 함께 죽겠다는 년을 어떻게 막나?] [안 돼.] [왜?] [저 여자는 위험해. 오늘 반드시 죽여야 해.]그녀를 보며 내가 차갑게 경고했다.
“너희는 아무도 못 나간다.”
그녀 역시 대차게 나왔다.
“그럼 다 함께 죽는 수밖에.”
그녀와의 싸움은 기세와의 싸움이고 판단의 싸움이었다. 무공을 못해서 지는 싸움이 아니다. 판단을 잘못하면 죽는 싸움이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저 여인이 어디 동귀어진 수법만 가지고 있겠는가?
엄청난 무공과 무시무시한 사술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겁을 내며 폭혈귀천공으로 나를 협박하는 이유는 어검술 때문이었다. 그 어떤 사술로도, 그 어떤 무공으로도 나의 이기어검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기어검을 위해 검을 허공에 띄우고 있는 것만 해도 상당한 내공이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있었으니까. 단지 검을 허공에 띄우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기어검술을 쏘기 직전의 준비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가 조금만 방심하거나 허점을 보여도 자신이 지닌 최고의 사술을 발휘할 것이다.
쿠르르릉.
뒤쪽의 미로진이 요동치며 흔들렸다.
그 안에서도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놈들도 당황했겠지만 이후에는 어떻게든 진법을 파괴하려고 애쓰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앞서 매혈상인과 함께 안에 들어온 삼십여 명의 혈검들은 흑표대와 벽씨검문, 그리고 송가장 무인들에게 거의 다 전멸한 상태였다. 흑표대는 당연히 날아다녔고, 그들 이외에도 서중이 이끄는 벽씨검문의 무인들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게다가 수적으로도 우세했기에 거의 대부분의 혈검들을 다 해치운 상태였다.
이후에 진법이 뚫려 새로 혈검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상황이었다.
문제는 수장들의 싸움이었다.
창창창창창!
아버지와 송우경의 합공에도 혈검주는 잘 버티고 있었다. 실력만으로 따지면 아버지와 송우경이 합공하면 그를 죽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혈검주는 두 사람보다 더 많은 실전을 경험한 무인이었다. 그의 공격은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었다.
대신 아버지와 송우경에게도 그에 맞서는 경쟁력이 있었다. 바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세월의 힘이었다.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았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와 송우경이었기에 내 신경이 곤두섰다.
스윽
매혈상인을 겨누고 있던 수라명왕검이 살짝 방향을 틀었다. 기회를 봐서 혈검주를 꿰뚫어 버릴 생각이었는데, 눈치 빠른 매혈상인이 버럭 소리쳤다.
“더는 안 돼! 둘 중 누구라도 죽이면 우린 다 죽어.”
기세상 나도 내공을 실어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역시 사술을 쓰면 내 손에 죽는다.”
서불패와 혈검주가 들으라고 한 말이었지만 두 사람이 사술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검주는 애초에 피와 관련된 사술을 배우지 않은 것 같았고, 서불패는 사술을 익히긴 했지만 무공실력이 더 뛰어나기에 무공만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사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에 서중이 합세했다. 혈검들을 모두 제거한 것이다.
벽씨검문과 송가장 무인들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 서중이었다. 아버지와 송가장주의 무공실력에 거의 육박하는 그였기에, 충분히 합공에 가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아버지를 모셨기에 아버지의 무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였다.
그가 합세하자 팽팽하던 전세가 아버지와 송우경 쪽으로 기울어졌다.
게다가 수하들이 모두 다 죽었다는 심리적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혈검주는 결정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쉬익! 파아아악!
서중의 검이 혈검주의 허리를 베었다. 혈검주가 휘청하며 자세가 무너졌을 때, 송우경의 검이 그의 등을 찔렀다.
푸욱!
끝으로 아버지의 검이 혈검주의 목을 베었다.
서걱!
목이 잘려나가며 혈검주가 절명해서 쓰러졌다.
아버지와 송우경이 서로 마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의 인생에서 이렇게 힘든 싸움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중을 보며 고마움의 눈빛을 담아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었다. 서중이 합류하면서 팽팽하던 싸움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싸움은 백표와 서불패와의 싸움이었다.
나와 매혈상인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의 실력이 이곳에서 가장 높았다.
두 사람은 백중세로 싸우고 있었지만 사실 백표는 서불패보다 실력이 반 수 정도 아래였다. 그만큼 서불패는 강한 무공을 지닌 자였다.
하지만 백표는 최근 혹독한 수련을 거쳤고, 이번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두 사람의 싸움에 아버지나 송우경, 서중이 개입할 수는 없었다. 섣불리 도우려 했다가 오히려 백표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개입하지 않고 백표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 전음을 보내 싸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싸움은 백표의 싸움이었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이 싸움을 이겨 낼 때, 진정 백표는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백표의 검은 지켜주는 검과 죽이는 검의 속성 모두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장점과 단점, 양쪽 모두에 작용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이 싸움에서 장점으로 발휘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반면 매혈상인은 두 사람의 싸움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직 자신이 살아날 방법을, 오직 나를 죽일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를 제지하는 가장 강력한 한 수인 이기어검술이 아니었다면, 벌써 어떤 움직임을 보였겠지. 내가 멍하니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아도, 한 치의 빈틈없이 자신을 향해 있는 수라명왕검을 보면서 더욱 두려운 마음을 가질 것이다.
챙챙챙챙챙챙챙!
백표와 서불패가 검을 나누며 허공으로 날아올라 갔다.
나는 두 사람의 싸움이 극에 달했음을 느꼈다.
이제 바닥에는 한 사람만 살아서 내려올 것이다.
싸우는 내내 백표는 계속 한 가지 심상을 떠올렸다.
자신의 뒤에 벽리단이 있다고 생각했다. 갈사량이 있다고 생각했고, 광두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흑표대를 키우며 자신의 기질을 바꿨다.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하지만 그는 평생을 호위무인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고, 스스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검은 죽이는 검이 아니라 지키는 검임을 잊지 않았다. 죽이고 싶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죽이는 것이라고.
나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너를 죽이겠다!
회심의 한수가 담긴 두 사람의 검이 서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서불패의 검이 백표의 어깨를 베었다.
파아앗!
백표의 검이 서불패의 심장에 박혔다.
푸우욱!
꽈당.
바닥에 쓰러진 서불패는 온갖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죽어 갔다.
그를 내려다보는 백표의 눈빛은 그 마음만큼이나 평온했다. 백표는 직감했다.
방금 전 그와 싸웠던 이 힘겨운 싸움이 무인으로서의 자신을 크게 성장시켜 줄 것임을. 어쩌면 이미 성장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백표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백표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백표가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지혈했다.
내가 매혈상인을 보며 말했다.
“당신만 남았군.”
그녀를 제외하고 이곳에 들어온 모두가 죽었다. 진법은 여전히 뚫리지 않고 있었고, 설령 뚫려서 살아남은 혈검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들이 살아나갈 길은 없을 것이다.
매혈상인이 담담히 말했다.
“내 눈에는 당신만 남아 있는데?”
폭혈귀천공으로 모두가 죽는다는 협박을 다시 하는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깃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삶과 죽음을 초월한 것 같은, 그래서 언제라도 폭혈귀천공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이면에 숨겨진 강렬한 욕망을. 그 욕망은 생(生)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수하들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단 한 번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람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스르륵.
허공에 겨눠졌던 검이 서서히 방향을 바꾸면서 내 검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어검술을 거둬들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허공으로 손을 한 번 휘저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앙!
사방에 피가 뿌려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세상이 붉게 바뀌었다.
콰콰콰콰콰콰!
내 눈앞에 강이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피였다.
그 피의 강 건너편에 그녀가 서 있었다.
순식간에 그녀가 새로운 사술의 세상으로 나를 끌어들인 것이다.
훌쩍 뛰어넘으면 건널 수 있는 좁은 폭의 강이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온화했다. 앞서 수라명왕검이 겨눠졌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보였다.
이곳에서는 이기어검술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 그렇겠지?
검집에서 수라명왕검이 뽑혀 나오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내력이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여긴 내 세상이야. 어검술 같은 것은 네 세상에서나 사용해라.”
“그래야겠군.”
내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내공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 내기를 외부로 발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기어검술은 물론이고 검기나 검강도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어검술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죽일 방법은 많지. 인간은 딱 이 만큼만 검이 심장에 박히면 반드시 죽기 마련이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서 겁이 나.”
그녀는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지. 처음부터 아귀견을 사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지. 겁이 많이 났거든.”
내가 오늘 그녀를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그녀의 본능은 정확했다. 더 두려운 것은 그녀는 자신의 정확한 본능을 제대로 믿는다는 점이었다. 괜한 유혹이나 자만심에 빠져서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사이에 이 강이 흐르고 있잖아?”
마치 강이 자신을 지켜줄 보호막이라는 듯.
그래, 이 피의 강이 이번 사술의 핵심이었다.
내가 강을 건널 수 있다면 그녀를 죽일 수 있을 것이고, 건너지 못한다면 내가 죽게 될 것이다.
그녀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너를 죽이고 네 주변 사람 모두를 처참하게 죽이겠다.”
말이 끝나는 그 순간.
시뻘건 강물에서 피를 뒤집어쓴 어떤 것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