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2)
=======================================
하늘 한복판으로(1)
암흑대상이 허리를 굽혀 옥불상(玉佛像)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이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그래서일까? 반쯤 눈을 내리 깐 불상이 자신을 가엽게 여기는 것만 같았다.
그때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암흑이상이 찾아왔습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겠습니다.”
“들어오게 해라.”
그러자 허공에서 놀랍다는 듯 확인을 위해 되물었다.
“네? 이곳으로 말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잠시 후 그곳으로 암흑이상이 들어왔다.
암흑이상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암흑대상을 알게 된지 이 십여 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이곳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바로 암흑대상이 지난 세월 모은 고가의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깔끔한 대청에는 온갖 종류의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벽에는 여러 종류의 그림들이 있었고 곳곳에 그릇들과 불상, 조각돌이 놓여 있었다. 병장기도 있었고, 옷이나 책자에, 진귀한 보석들까지. 그야말로 비싸고 귀한 것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그런 곳이었기에 암흑이상은 이곳까지 들어오면서 수많은 기관을 거쳤다. 그 어떤 고수들도 침입할 수 없는 방비를 직접 목격 했다.
“나는 이곳에 있을 때, 정말 행복하다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암흑대상이 이곳을 자신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왔음을 말해주는 것. 언제나 이럴 때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그 상대가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장이라면 더욱이.
암흑대상이 암흑이상을 돌아보며 덧불여 말했다.
“난 이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네.”
암흑이상이 그에게 다가가며 히죽 웃었다.
이해합니다. 제게 예쁜이들이 그런 존재들이니까요.”
“하하하.”
암흑이상이 자신의 옆에 나란히 서자 앞의 옥불상을 보며 물었다.
“이게 얼마짜리인지 알지?”
“팔릴 당시에 천삼백만 냥이었지요.”
“이제는 사천만 냥쯤 한다네. 지난 십 년간 세 배가 넘게 올랐지.”
“정말 멋지십니다.”
“내가 멋진 것이 아니라, 이 불상이 훌륭하지.”
암흑대상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암흑이상이 조심스럽게 함께 걸었다.
암흑이상이 하나의 그림 앞에 멈춰 섰다. 강호에서 유명한 화공 양공백이 그린 미인도로 월하가인이라 불리는 그림이었다.
“맙소사! 양화백의 월하가인도를 대상께서 사셨군요.”
“그랬다네.”
“당시에 오천만 냥에 팔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금이라면 일억 냥을 호가하겠군요.”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어차피 이 강호에 그 돈을 내고 이 그림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서넛에 불과하니까.”
암흑대상이 암흑이상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떤가? 생각 있나? 자네에게라면 팔 의향이 있지.”
암흑이상이 손사래를 쳤다.
“제게 그만한 돈이 어디에 있습니까?”
“돈이야 충분하지. 저런 그림이야 몇 점이라도 살 수 있겠지.”
“오해십니다. 이 뚱뚱한 몸을 다 무엇으로 만들었겠습니까? 그간 번 돈, 다 이 몸에 들어갔습니다.”
암흑대상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없음을 잘 안다. 암흑십상은 모두 탐욕의 화신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암흑이상의 욕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저 둔해 보이는 외모와 실없는 입담으로 그 엄청난 탐욕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엄살 부리지 않아도 되네. 자네가 그림에 별달리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
“하하하. 말나온 김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림에 그리 큰돈을 들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위작이 있을 수도 있는 물건인데.”
“물건으로 보면 사기 어렵지. 예술로 봐야지.”
순간 암흑이상의 얼굴에 살짝 비웃음이 스쳤다. 그는 굳이 그 감정을 감추지 않았고, 암흑대상 역시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암흑대상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천박한 보상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인정하네. 돈만 아는 무식한 놈이 될까, 자격지심을 버릴 수가 없군.”
암흑이상이 예의 그 히죽 웃음으로 답했다.
“좀 무식하면 어떻습니까? 돈이 강호에서 가장 많으신데.”
“돈이 가장 많으니까 좀 고상해야 하지 않겠나?”
“하하, 대상께서 대표로 고상하십시오. 전 돈 쓰기도 바쁘답니다.”
두 사람이 마주보며 웃었다. 어차피 상대가 사는 삶의 방식까진 개입하지 않는 그들이었다.
다시 두 사람이 발걸음을 옮겼다. 암흑이상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푸른 보석 앞에 멈춰섰다.
“이런! 청룡안(靑龍眼)이 여기 있었군요. 제가 사려고 했었는데, 누가 한발 먼저 사버렸더군요.”
“먼저 사는 사람이 임자 아니겠나?”
“물론입니다. 망설임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자신을 향해 던지는 의미심장한 말임을 알았기에 암흑대상이 피식 웃었다. 암흑십상의 고수들을 모두 풀어서 벽리단을 상대해야 한다는 제안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되었습니다.”
천왕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천소선이 젊은 사내와 함께 무림맹을 공격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 젊은 사내가 천왕군임을 확신했다.
놈이 대법에 성공하면서 젊어졌을 뿐더러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 전에 해치웠어야 했는데,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천왕군은?”
“완전히 무림맹을 장악했습니다. 그를 반대하는 이들은 모두 죽었고, 충성을 맹세한 자들만 살아남았습니다.”
“마철군은?”
“살아남았습니다.”
“왜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그 맹세가 진심이 아니란 것은 세 살 먹은 꼬마도 알만한 일인데.”
“이용가치가 있어서겠지요. 그를 이용해서 우릴 잡으려 든다 거나, 아니면 벽리단을 잡으려고 하겠지요.”
“그렇겠지.”
“이미 들으셨겠지만 천왕군의 무공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그의 신위를 목격한 무인들은 그를 천신(天神)이라 부 르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 정도일까?”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 무림맹을 차지한 자입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겁니다.”
“천신이 아니라 천재지변이군.”
돈이 많으면 엄청난 무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딱 그 정도 까지였다.
‘엄청나다’는 것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질 수는 없다. 그 어마어마한 힘을 곁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어마어마한 것이 욕심을 내는 순간, 모든 것을 빼앗길 테니까.
돈이 커질수록 믿음은 작아진다. 그게 인간의 한계이자, 돈이 지닌 악마성이다.
결국 스스로 그런 힘을 지녀야 하는데, 스스로 그렇게 될 수 있는 무재가 있다면 애초에 상인이 아니라 무인이 되었으리라.
어쨌든 천왕군 역시 엄청난 것에서 어마어마한 것이 되자, 자신의 조종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암흑이상은 암흑십상의 숨겨진 힘을 동원하자고 주장했었는 데, 이제 그 말을 꺼내지도 않고 있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으로 여긴다는 뜻이었다.
한참을 벽에 걸린 그림을 쳐다보던 암흑대상이 불쑥 말했다.
“지하상계 전체에 파산선고(破産宣告)를 내리겠네.”
파산선고는 돈을 버는 모든 활동을 접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드는 일을 의미했다. 원래도 음지에 있는 그들이었는데, 상계에서 떠나기까지 하는 것이다.
암흑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무리 거친 태풍도 언젠가는 지나가는 법, 이것이 우리가 영원히 살아남은 이유였지요.”
희망적인 그의 말에도 암흑대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내가 야시개장과 파산선고를 동시에 내린 최초의 암흑대상이 되는구나.”
***
솨아아아아아악!
허공에서 내리꽂히듯 떨어지던 속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마신부운은, 아니 이 마신영풍보는 정말이지 기가 막힌 무공이었다. 마치 땅위에서 움직임처럼 하늘에서도 자연스럽게 내력을 운용할 수 있었다.
지면 가까이까지 내려오자 단전이 있는 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뜻밖에 그곳은 농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밭이었다. 온갖 종류의 곡식과 채소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휘리리릭.
나는 지면에 떨어지기 직전, 한 바퀴 멋지게 회전한 후 가볍게 내려섰다. 하늘이라 불러도 좋을 높은 곳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누구도 믿지 못할 착지였다.
내가 내려선 곳은 재배지의 중심부였다.
그곳에 특별한 것이 재배되고 있었다.
키 큰 작물들이 주위에 자라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쉽게 발견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오직 하늘에서 단전의 중심부로 정확히 내려왔을때 올 수 있는 곳.
“맙소사!”
내 입에서 놀람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 아니지?]내 물음에 천마가 대답했다.
[헛것이겠지. 이게 실제로 있을 리가?]놀란 것은 천마도 마찬가지였다.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신선삼백초(神仙三白草)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신선삼백초밭이었다.
신선삼백초는 강호인이 복용하면 단숨에 일 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희대의 영초였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그 신선삼백초가 밭에서 무더기로 재배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호인들이 흔히 술자리에서 운 좋은 놈은 절벽에서 떨어져도 영초밭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내 신형이 허공으로 살짝 날아올랐다. 혹시라도 영초를 발로 밟을까봐 걸어서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높은데서 다시 보니 주위는 일반 곡물과 채소들이 재배되고 있었다. 전체 재배지가 꽤나 넓어서, 농사를 짓거나 이곳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확실한 목적이 있다면 모를까, 이곳을 정확히 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시험보다 이 두 번째 시험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이곳을 찾으며 마신영풍보를 연마했어야 했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단전이 있는 이곳으로 정확히 내려와야 했으니까.
신선삼백초의 숫자를 세었다. 정확히 열일곱 뿌리였다. 하나에 육십 년의 내공을 주는 영초였으니 이론상 모두 복용했을 때 천이십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미 사 갑자의 내공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 내공은 모두 다 흡수할 수 없었다. 내공이 많을수록 영약으로 얻는 내공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종류의 영초였기에 효과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내가 필요한 내공은 사 갑자, 즉 이백사십 년의 내공.
과연 이것으로 이백사십 년 내공을 얻어낼 수 있을까?
운에 맡겨보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곳의 모든 신선삼백초를 거둬들였다. 흙을 털어내고 주위에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열일곱 뿌리의 신선삼백초.
그것을 한자리에서 모두 복용하는 순간이 오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도 꾸지 못했던 일.
[아, 떨린다.] [당신이 왜 떨어?] [원래 싸움도 하는 놈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떨리는 법이야.] [하하. 자, 그럼 먹는다.]신선삼백초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혈뢰심법으로 이 약효를 흡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마신결은 혈뢰심법을 바탕으로 한 무공이었으니까.
하나씩 복용하는 방법과 한꺼번에 복용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보통의 경우 한꺼번에 복용한다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혈맥으로 기운이 흘러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식을 다르게 했다.
나는 그 기운을 혈맥으로 내보내지 않고 한곳에 모았다. 같은 영초를 연속해서 복용할 때,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간신히 해냈다.
그렇게 난 열일급 뿌리의 신선삼백초를 연속해서 모두 복용했고 모아둔 기운을 한꺼번에 혈맥으로 내보냈다.
마치 해일이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기운이 혈맥을 타고 흘렀다.
콰콰콰콰콰콰콰.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진기를 일주천했다.
야생마처럼 내달리는 진기를 느끼며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몸 속 반응이 격렬했던 것이다.
나는 야생마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아야, 아니 실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고수들이다. 이 날뛰는 야생마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단전이란 마구간에 집어넣어야 했다.
거친 기운이 온몸을 한 바퀴 돌았을 때, 나는 곧장 단전으로 기운을 넣지 않았다.
다시 온몸의 혈맥을 따라 진기를 돌린 것이다. 이 기운들을 최대한 길들이려는 시도였다. 위험천만한 시도였지만 곧장 들어 가는 것보다 이렇게 최대한 길을 들여서 단전으로 넣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운을 몇 주천 시킨 후에 단전에 몰아넣었다.
“후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짝 위험했어.]천마의 말처럼 위험했다. 살짝이 아니라 꽤 많이 위험했다.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최대한을 위한 그 노력은 최소한의 결과로 끝나버렸을 것이다.
긴장된 마음으로 단전의 내공을 살폈다.
[아!]내 탄식에 천마가 빠르게 물었다.
[왜? 실패했어?] [실패야.] [젠장! 망할! 얼마나 모자라?] [정확히 팔 갑자를 맞추려고 했는데, 십 갑자가 되어 버렸어.] [뭐?]잠시 흐르는 침묵.
[어휴, 이 미친놈이! 으하하하! 성공했구나!] [그래! 성공했다.]그것도 대성공이었다. 원래라면 딱 팔 갑자가 되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운을 한꺼번에 뭉쳐서 내보내고, 또한 곧장 단전에 넣지 않고 길을 들이는 시도를 한 덕분에 이 갑자의 내공을 추가로 더 얻은 것이다. 혈뢰심법과 신선삼백초의 궁합이 잘 맞은 것도 한몫했고.
[으하하하. 내 눈으로 십 갑자 내공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천마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나도 기뻤다. 아직 여전히 마신결의 시험은 진행 중이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은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다.
내가 땅을 박차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엄청난 속도였다. 지나가던 새가 깜짝 놀라 휘청거리더니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내공이 허락하는 그 끝까지 올라간 후,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람을 느끼며 난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