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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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제일부자(2)
암흑십상의 행차는 평소와 달랐다.
보통 하나둘의 호위만을, 그것도 아주 은밀히 데리고 다니던 그들이었는데, 오늘은 노골적으로 무인들을 모두 데리고 행차한 것이다.
한 사람이 적게는 십여 명, 많게는 수십 명의 무인들을 데리고 등장했다. 하나하나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그들은 암흑십상이 데리고 있는 무인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서로 구역을 나눠 장원 주위를 철통처럼 경계했다.
암흑십상은 이번 회합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파산선고까진 이해가 되었다. 매혈상인이 죽고 야시가 폐장되었으니까. 한데 갑자기 파산선고를 풀고 긴급회합을 개최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여기고 각자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닌 수하들을 거느리고 참석한 것이다.
서로 마음이 비슷한 것을 확인하자 그들이 내심 안도했다.
그들이 객청으로 들어섰다.
객청에 암흑대상과 암흑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암흑대상은 이번 회합에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멀리서 벽리단이 이곳 장원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설득에 실패하면 벽리단은 자신과 암흑이상을 죽이고, 앞서처럼 나머지 여덟 명의 십상들을 고문해서 돈을 짜낼 것이다. 물론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맡긴 것이고.
“다들 잘 지내셨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대상과 이상께선 얼굴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근래 파산선고와 관련한 일들이 마음 편할 일은 아니지 않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 후 모두 자리에 둘러앉았다.
“다들 바쁜 사람이니 각설하고 오늘 이 자리에 그대들을 부른 이유를 말하겠네.”
모두들 긴장한 채 암흑대상을 쳐다보았다.
“다들 알고 있을 것이네. 천왕군이 대법에 성공하면서 무신이 되었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잔혹하고 무정한 무신이 되었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무림맹을 장악했고 그 과정에 잔혹한 손속을 썼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일다경도 되지 않아 무림맹을 접수했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 돌아왔네.”
암흑대상이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천왕군에 대한 공포심을 극대화했다.
“그 천왕군이 우릴 노리고 있네. 그냥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재산을 전부 빼앗으려 하고 있네.”
‘전부’를 특히 힘주어 말했다. 오늘의 싸움을 절반과 전부의 싸움으로 이끌어야 했으니까.
그의 말에 모두들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들 역시 뭔가 들은 바들이 있는 눈치들이었다.
암흑오상이 차분하게 물었다.
“예전 일의 복수입니까?”
벽리단을 고용해서 천왕군과 천소선을 제거하려고 했던 일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절대적인 힘을 얻었으니 복수를 하고 싶겠지. 하지만 놈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네.”
“진짜 이유라니요?”
“놈은 지금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네.”
천왕군이 맹주전 지하에 작업장을 만든 후 뭔가를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듣고 있던 이들 중 일부는 크게 놀랐고, 어떤 이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각자의 정보력으로 입수한 것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암흑대상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진실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물론 그는 진실만 말하지 않았다.
“그가 천소선에게 공언했다고 하네. 우리 십상의 모든 것을 다 빼앗은 후, 온몸의 가죽을 벗겨 소금에 절인 후 무림맹 정문에 내걸 것이라고.”
물론 그런 공언은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그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는 거짓말이었다. 그런 말을 했을 수 있었으니까.
암흑대상은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을 줄 아는 인물이었다.
“대법에 성공하기 전에 놈을 죽였어야 하는데.”
암흑대상이 아쉬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언제나 강한 지도자의 여유로운 모습만 보여 왔던 그였다. 능력이 뛰어났기에 이십 년이나 대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의 대범함 대신 초조함이 드러났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암흑이상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간 모두 당할 겁니다. 그 엄청난 무공에 무림맹까지 장악했으니 우릴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겠지요.”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암흑사상이 암흑이상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혹시 항간에 떠도는 그대의 소문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소?”
“무슨 소문 말이오?”
“그대의 소장품들이 흑시에 나왔다던데?”
그러자 암흑칠상이 나섰다.
“난 이상께서 다른 재산들도 모두 처분했다는 소문까지 들었소.”
과연 암흑십상쯤 되니 정보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암흑이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오. 소장품을 팔았고, 상단도 여러 개 팔았소. 내 재산의 절반 이상을 팔았소이다.”
역시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말이었다. 절반이 아니라 전부였지만,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들려오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암흑십상 중에서도 돈 버는 재주가 탁월한 그였다. 그런 그가 재산의 반이나 팔다니? 대체 왜?
그 이유를 밝혀준 것은 암흑대상이었다.
“내가 이상에게 팔라고 했소. 재산의 반이 필요하니 팔아서 돈으로 가져오라고 했소.”
모두의 놀람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충격으로 몰고 갈 이야기는 이제부터였다.
“나 역시 내 재산의 절반을 팔아치웠소.”
누군가는 놀라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묻지 못했지만 암흑대상이 재산을 처분했다는 소문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암흑대상은 솔직하게 대답해서 신뢰를 지켜나갔다. 거짓말은 결정적일 때 해야 하는 법이다. 절대 확인할 수 없는 내용으로 버무려서 하는 것이다.
모두를 대변해서 암흑오상이 나서서 물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이오?”
“한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서요.”
“그게 누구요?”
“벽리단이오.”
생각지 못한 이름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벽리단이라고 하시면?”
“맞소. 매혈상인을 죽이고, 이틀 만에 야시를 폐장시킨 놈, 바로 우리의 적인 벽리단이오.”
장내는 계속된 놀람으로 더 놀랄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대에 천왕군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오.”
“그를 고용해서 천왕군을 죽이겠다는 말씀이시오?”
“그렇소.”
“맙소사! 이렇게 중요한 일을 독자적으로 결정 내리신 거요? 우리와 먼저 의논을 하셨어야지.”
“당연히 그랬어야 했지요.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소.”
“대체 어떤 상황이었기에?”
“내 솔직히 말하겠소. 얼마 전에 내가 죽을 뻔했소.”
거짓말은 아니었다. 벽리단을 만나서 죽을 뻔한 것이니까. 단지 그 대상을 천왕군으로 바꾼 것뿐이다.
“천왕군에게 내 수하들을 거의 다 잃었소. 간신히 목숨만 건졌지요.”
수하들의 죽음은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말이었다.
모두들 동요했다. 그들은 언제나 암흑 속에서 숨어 지내왔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들의 제일원칙이었다.
한데 수장이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 말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 암흑대상의 힘이 약해졌을 때, 다음 암흑대상을 노려보는 사람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달랐다. 암흑대상의 자리는 쟁취해야 할 감투가 아니라 적의 일 순위 목표가 되는 자리가 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갔소.”
“설마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단 말이오?”
장내가 웅성거렸다.
암흑대상이 말했다.
“누가 배신자인지 이미 알고 있소.”
“그게 누구요?”
“성왕보, 그자가 배신자요.”
그야말로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였다. 총관이었던 성왕보가 배신자라면 암흑대상이 죽을 뻔한 일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었다.
“정보가 누출된 것은 나뿐만이 아니오. 성왕보는 그대들의 정보까지 모두 넘겼소.”
여기저기서 성왕보에 대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조금 전 암흑대상이 죽을 뻔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보다 훨씬 격한 반응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가라앉자 암흑대상이 다시 말했다.
“그길로 나는 벽리단을 찾아갔소. 그에게 재산의 반을 줄 테니 살려달라고 부탁했소.”
모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대들을 이곳에 부른 것도 내게는 큰 모험이었소. 우리가 이렇게 대규모로 움직이면 천왕군의 감시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대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그대들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주지 않을 수는 없었소.”
‘살아남을 기회’란 말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다.
암흑대상은 그들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난 그대들에게 함께하자고 부른 것이 아니오. 현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고 선택을 하게 할 생각이오. 어차피 벽리단이 우리 모두를 지켜주진 못하오.”
“모두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오?”
“내가 벽리단에게 부탁했소. 우리들 중 몇 사람만이라도 더 살려달라고.”
마치 자신만 살아남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라는 어조였다.
“그래서 네 명을 더 구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소. 물론 재산의 반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었소.”
암흑대상이 암흑이상을 보며 말했다.
“첫 번째 기회는 이상에게 주었소. 불공평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나와 이 사람과는 각별한 사이였으니까. 이해해 주시리라 믿소.”
이번에는 ‘첫 번째 기회’란 말이 강조되었다.
암흑대상은 상대가 의식하든 말든 구상해온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여기 계신 여덟 분들 중에서 세 분은 기회가 있소.”
모두들 내심 당황했다. 오늘의 회합이 이런 분위기가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
“선택은 여러분이 하시오. 재산의 절반을 내놓고 그의 보호를 받거나, 아니면 독자적으로 살아남거나.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겠소.”
암흑대상과 이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암흑육상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묻겠소.”
“뭐요?”
“대상께서는 어디까지 보고 있소?”
무슨 뜻인지 모호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암흑대상은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
“아주 멀리까지 보고 있소.”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 암흑육상은 그 대답을 재산을 되찾아올 계획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세월 봐온 암흑대상과 암흑이상은 저렇게 순순히 재산을 빼앗기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나도 함께하겠소.”
암흑대상이 오히려 그를 말렸다.
“재산의 반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오. 신중히 결정하시오. 설령 우리가 돈을 내어 놓는다 하더라도 그가 우릴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소.”
“알고 있소. 나는 벽리단을 믿는 것이 아니오. 대상의 판단력을 믿소. 지난 이십 년간 우릴 이끌었던 대상을 믿소.”
“좋소. 육상께서도 함께 나갑시다.”
그들이 함께 나가려고 하던 그때였다.
암흑오상이 벌떡 일어났다.
“나도 함께하겠소.”
암흑오상은 육상과 친분이 깊었다. 고민하던 차에 육상이 결심을 하니, 따라 나선 것이다.
“좋소. 그럽시다. 이제 한 분만 결정하시면 되오.”
순식간에 두 사람이 합류했고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였다.
“나 역시 판단이 되지 않는 일이오. 그러니 굳이 억지로 나설 필요가 없소.”
언제나 그렇다. 하라고 밀어붙이면 본능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저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서려고 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때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암흑구상과 십상이었다.
“나도 하겠소.”
“갑시다, 나도!”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소리쳤다.
“내가 먼저 일어났소.”
“아니오, 나요.”
두 사람이 팽팽히 맞섰다.
암흑이상이 암흑대상에게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두 분 모두 함께하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되네. 정확히 다섯 명만 뽑기로 그와 약속했네.”
그러자 구상과 십상이 다시 자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암흑대상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들을 따로 만나지 않고 한꺼번에 불러서 승부를 보려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각개격파를 할 요량으로 이들 하나하나를 따로 만났다면 결과적으로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더 깊이 의심하고 더 많이 망설였을 테니까.
여럿이 함께일 때 사람은 방심하게 된다.
‘눈치껏 판단하면 되겠지’란 마음이 냉철한 판단력을 막는 것이다. ‘저 사람이 선택할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란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물론 서로 합심하고 의논해서 더 현명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직 요지부동인 네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재산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이들이었다.
암흑대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구상과 십상의 중재를 위해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