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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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명왕(2)
집무실로 돌아와서야 사마천이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백표라는 자, 딱 내가 예상했던 인물이더군.”
조벽이 조심스럽게 그 말을 받았다.
“갈사량에게 검을 받은 것이 아니라 보셨단 말씀이신지요?”
“처음에는 그렇게 봤지. 한데…….”
사마천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직이 말했다.
“마지막에 내가 갑자기 물었을 때, 너무 침착하더군. 물론 오랫동안 맹호단을 이끌어 온 자이니 당연히 매사 침착하겠지. 하지만 아까의 그 침착함은 뭐랄까, 조금 달랐네.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마치 연습
이라도 한 듯한 침착함이랄까?”
“역시 날카로우십니다.”
하지만 사마천은 금새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단 말이지. 그렇게 귀한 검을 숨겼다면, 왜 무림맹 주위에서 얼쩡거리고 있지? 어디 멀리 떠나지 않고?”
사마천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천하진을 너무나 그리워했기에 맹호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랬기에 무림맹에서 멀리 떠나지 못하는 백표의 마음을.
“뭔가 속셈이 있을 겁니다.”
애초에 백표를 의심했던 이가 조벽이었다. 갈사량을 조사해도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검이 백표에게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 자신이 잘못 조사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었으니까.
“한 번 조사해 볼 필요는 있겠군.”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조벽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검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전 맹호단주였고, 찾아야 할 것은 수라명왕검이었다.
“방법은 모르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선에서 책임지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고는 있지? 놈이 무림맹 제일의 호위무인이었다는 것을.”
“물론입니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경고한 후에야 일을 맡겼다.
“좋아, 이번 일은 자네에게 맡기지.”
조벽이 나가고 사마천이 창가로 걸어갔다.
마침 저 멀리 갈사량이 책자와 서류를 잔뜩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밤이 늦었는데도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마천이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때 갈사량이 이쪽을 쳐다보고는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사마천은 무대 위의 배우처럼 어느새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고생이 많으시네.”
자신이 준 일이 너무 많아서 저 고생임을 알면서도 사마천은 뻔뻔한 웃음을 지었다.
“저도 나이가 드는지 일머리가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그럼 주무십시오.”
갈사량이 다시 한 번 인사를 한 후 가던 길을 걸어갔다.
뒤에서 날아드는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갈사량은 작은 조소조차 짓지 않았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은 몸을 사려야 할 때였기에 완벽하게 패배자처럼 굴고 있었다. 사마천이 아직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믿을 것이다. 그때 그는 진정으로 자신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때부터 역습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그날만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느냐고? 그건 아니다. 이미 자신의 비선망을 가동했다. 그는 한평생을 무림맹에 몸담으며 그 중 긴 세월을 총군사의 자리에 있었다.
무림맹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명령에 목숨을 바치는 수하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세작들이었다. 무림맹 내부는 물론이고 중원 곳곳 여러 조직에, 중요한 위치에 잠입해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도울 것
이다.
자신의 목표는 사마천이 아니다.
그 뒤의 마봉기, 다시 그 뒤의 누군가가 목표였다.
마봉기가 취임한 이후 나름대로 맹주가 된 마봉기를 은밀히 관찰하고 조사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배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맹주가 된 마봉기의 행보로 볼 때, 절대 그가 주도한 일이 아니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맹주님을 죽였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밝혀내고 복수할 것이다. 십 년이 걸리든, 이십 년이 걸리든.’
그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다 할 것이다.
* * *
나는 백표의 주점에서 멀지 않은 객잔에 방을 하나 빌렸다.
우선 할 일은 사마천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만약 그것을 백표가 가지고 있다면, 그는 아주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아까 사마천이 물었다. 갈사량이 물건을 맡기지 않았느냐고.
갈사량의 물건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내 물건을 찾는 것일까?
사마천이 직접 움직인 것을 보니 보통 물건이 아닐 것 같은데. 그럴만한 중요한 물건이 뭘까? 갈사량의 물건은 내가 알 수 없으니, 내 물건들부터 떠올려 보았다.
평소 무엇을 수집하거나 꾸미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딱히 중요하다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야명주(夜明珠)와 같은 보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영약이나 보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야 평생을 검 한 자루에 의지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던가?
다음 순간, 한 가지 물건에 생각이 미친 내가 화들짝 놀랐다.
설마?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라명왕검?
문득 예전 갈사량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십여 년쯤 전의 일이었다.
“맹주님은 언제나 수라명왕검만 쓰십니다. 맹의 보고에 여러 보검들이 있지만 몇 달 써보시고는 다시 돌려보내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랬었나?”
“그런 사실을 의식조차 못하신다는 말씀은 그만큼 수라명왕검을 아끼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지니고 있다 보니 이제는 내 분신처럼 느껴진다네. 만약 내가 죽거든 이 검만은 잘 챙겨서 검에 어울릴만한 사람에게 주게나.”
“농이라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수십 년 후의 일입니다.”
“하하. 이 사람아, 내 나이가 벌써 예순이 넘었네.”
아, 어쩌면 정말 수라명왕검을 빼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사마천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풍주점 벽에 걸려 있던 도검과 방패 장식.
맙소사!
처음 그것을 봤을 때는 그냥 주점을 꾸미려고 만들었겠거니 했다.
하지만 전생에 백표가 뭔가를 조각하는 모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일에 취미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설마 수라명왕검을 그 장식 속에 숨겼나?
* * *
다음날 전장에서 만 냥을 찾은 후, 정보상을 찾아갔다.
무림맹 본단이 있는 곳이었으니 무한에는 많은 정보단체들이 존재했다.
정보조직이 예전처럼 은밀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경쟁하는 형태였기에 저잣거리 곳곳에서 정보상의 현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간 곳은 천망회 무한지부였다.
일전에 갈사량을 찾으러 갔던 불루라는 다루가 바로 천망회주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물론 그곳은 회주가 있는 곳이고, 천망회의 무한지부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의뢰한 정보는 사마천을 따라온 사내에 관한 정보였다. 어제 봤던 느낌으로는 그는 일반적인 호위무인이 아니었다.
사마천은 단 한 명만 데리고 풍주점을 찾아왔다.
다시 말해 그가 은밀한 행차에 데리고 다니는 믿을만한 사람이란 뜻이다. 나는 사마천이 이번 일을 처리하는데 그를 시킬 것이라 예상했다.
아니라도 나쁘지 않은 투자다. 무림맹 총군사인 사마천의 수족이 어떤 자인지 쯤은 알고 있어도 될 테니까.
사마천을 직접 조사하는 일이라면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이겠지만, 그의 수하를 조사하는 일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무림맹 내부의 여러 조직들이 상대 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했으니까.
사내에 관한 정보료는 삼천 냥이었다. 일개 무인의 정보료 치고는 적지 않은 액수였다. 아무래도 총군사의 수족이란 점 때문에 몇 배는 더 비싼 값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정보상에 의뢰를 해둔 후, 풍주점으로 향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백표는 이제 막 문을 열고 있었다.
“정말 다시 오셨군요!”
“이런, 제가 너무 일찍 왔군요.”
“아닙니다. 이제 막 문을 열려던 참이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해해 주십시오. 이곳의 바람맛 나는 술맛을 잊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하. 저희 집 술에서 바람맛 난다는 표현은 처음 들어 봅니다.”
어디 술에서 바람맛이 나겠는가? 백표를 보고 있으면 너른 평원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지.
“자, 들어오시지요.”
그때 나는 백표가 문 앞에 걸려있는 손바닥만한 작은 통을 슬쩍 치우는 것을 보았다. 못 본 척 했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맹호단에서 주로 사용하던 야곡충(夜哭蟲)이라 불리는 벌레다. 오직 밤에만 깨어 있는 벌레인데, 주위에 누군가 다가오면 울음을 운다. 야간 경계에 주로 사용되는데, 심야의 침입을 방비하는 훌륭한 방법 중 하나
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또 다시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았다.
“이제 막 문을 열어서 어수선합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하지요.”
“공자 같은 분만 계시면 저는 금방 부자가 되겠습니다.”
“제가 매일 와서 부자 만들어 드려야겠네요.”
“하하하.”
백표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잠시 앉아 계십시오.”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저는 잠시 여기에 앉아서 바깥 경치를 즐기고 있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정말 이곳의 풍경은 좋았다.
바람을 따라 드러누운 갈대 너머로 석양에 강물이 반짝였다.
정말이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어쩌면 백표는 그 힘들고 어려운 호위 임무를 해내면서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이런 주점을 하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곳이 바로 백표의 ‘언젠가의 안식처’일 것이다.
“가족은 어디에 계십니까?”
내 물음에 백표가 대답했다.
“저 바로 뒤에 주점에 딸린 집이 있습니다. 아내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일을 돕지 못하고 있지요.”
“아, 그러시군요.”
사실 나는 백표는 그리 걱정이 안 된다.
나는 그의 진면목을 아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른다.
강호에 전해지는 말 중에 오래 살고 싶으면 자신의 힘을 다 드러내지 말고 숨기란 말이 있다.
그 말을 가장 잘 지키는 이들이 호위무인들일 것이다. 기질 상 그들은 튀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백표 역시 그런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과거 흑천궁 칠요사의 합공을 막아낸 실력자다. 칠요사, 칠요사 하니까 어디 사파의 일곱 악인들쯤 되겠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칠요사는 온갖 사술과 현혹술을 이용해서 요사스럽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자들이었다. 아니, 년들이었지.
그들의 손에 얼마나 많은 정파 고수들이 당했는지 모른다. 그런 자들의 합공을 막아냈던 그였다.
물론 다른 싸움을 마치고 곧바로 내가 나서서 칠요사를 다 없앴지만, 백표는 그들의 합공을 칠백 여초나 버티며 막아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의 가족이다. 백표가 강하면 강할수록 놈들은 백표의 약점을 찌르려 들 것이다.
비열한 자들은 언제나 해서는 안 될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니까. 그들이 하는 짓은 언제나 비슷하다.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장식을 향했다.
전생의 나는 수라명왕검과 교감을 나눴다.
오랜 세월 함께 했을 때, 명검은 주인을 알아본다. 물론 그렇다고 검이 어떤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나를 알아보고,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가 분노했는지, 분노했다면 얼마나 했는지. 그에 맞
게 검도 함께 분노한다. 그렇게 검과 감정이 일치하면 공격은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예전이라면 수라명왕검에 기를 발출하면 검은 반응을 보였다.
한데 벽리단으로 육체가 바뀌어서 내 기를 알아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천무호심결이 그대로니 알아볼 것 같기는 했지만, 과연 그럴지는 시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백표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뒤채 쪽으로 나갔을 때, 내가 재빨리 장식 쪽으로 다가갔다.
손을 내밀어 나무 검에 기를 보냈다. 아주 작은 기운만 보냈다.
다음 순간.
나무 검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반응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정말 수라명왕검이다!
나무검 안에다 수라명왕검을 숨겨둔 것이다.
설마 했는데.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 실소가 나왔다.
대체 백표는 어떻게 이 검을 이렇게 드러난 곳에 숨겨둘 생각을 했을까?
하긴, 한편으론 이해가 되었다.
목숨보다 더 귀하다고 여겼을 테니.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은 물론이고, 어딘가 땅에 묻어두는 것도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차라리 하루 종일 자신이 지켜보는 곳에 두자고 마음먹은 것이리라.
적은 만만치 않고.
백표는 목숨으로 검을 지키려 들 테고.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